[시즌 2] 제 20화 '조력자 III'

환율비청 2015-09-03 0

삐익---

".....후음?"-김지호-

....후룩.

오후 4시 47분, 벌써부터 해가 눈에 띄일 정도로 짧아지는 걸 느끼는 시각. 김지호 부장은 반원형 책상에 두 다리를 걸쳐 이름 모를 노래를 흥얼거리며 커피를 마시다가  발 앞에 놓여져있는 노트북 화면에 붉은색 신호가 점멸하는 게 눈에 들어오자 가볍게 마지막 커피를 한 모금 들어 마시고는 두 다리를 바닥에 내려놓아 자신의 오른쪽편에 마주해 있는 문으로 다가가 문을 열자,

"....위험했습니다만."-이혜연-

"음? 뭐가 말이지."-김지호-

툭툭.

그 문안에는 슬비가 그렇게 찾아 헤매던 이혜연이 있었다. ..그러나 혜연은 무언가 불만인듯이 눈매를 좁히며 말했다.

"말 그대로에요. 좀 더 일찍 열었으면 부장님 얼굴에 강스파이크가 날라갔을지도 몰랐으니까요. 부장님 우연에 감사해하세요."-이혜연-

....긁적 긁적.

"옷 갈아입는 중이었나 보군? 그래서 그렇게 얘기하는 거군."-김지호-

"그게 아니면 제가 이렇게 얘기하겠나요?"-이혜연-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저벅..

혜연은 쌩하고 지호의 옆을 지나쳐 밖으로 나가자 그도 머쩍은 듯 고개를 까딱거리며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근데 말이지, 이런 것도 이제 적응할때 되지 않았나, 벌써 3개월이 다 되어가는데 말이야."-김지호-

우뚝-!

그 말을 들은 혜연이 자동적으로 딱- 하고 멈춰서더니 인형처럼-

끼기기기기긱-

고개만 슥 하고 돌리더니,

"아아--- 그.러.셨.어.요? 결혼도 안 한 처녀에게 그런 말을 해주시다니 참 감.사.하.네.요."-이혜연-

썩은 얼굴로 대답했으나 충분히 적의와 살기가 넘쳐 흘렀다, 말을 딱딱 끊으면서 대답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봐도 이미 열받았다는 증거일테지. 지호 부장은 '흠흠.' 괜한 헛기침을 연발하더니 기억났다는 듯이 손가락을 따악-하고 마추쳤다.

"그래, 아까 해준다는 말을 지금 생각나서 하는 말인데 말이야, 이혜연 팀장."-김지호-

"..지금와서 팀장이니 부장이니 그런 직책은 이름 뒤에 붙이지 마세요, 더 이상, 어차피 유니온에게 쫓겨나고 그것도 모잘라 쫓기는 신세인데."-이혜연-

"그런 건 뭐 어찌되었던 간에 상관없고, 내가 할려는 말은 이거야. ..이쪽으로 오지 그래."-김지호-

덜컹, 드르륵.

반원 책상안에 집어넣어져 있는 의자를 꺼내 앉은 김지호는 아까 붉은색 신호가 점멸하던 노트북을 가져와 그녀에게 보여주자, 혜연도 예상치 못한 듯 눈을 크게 떴다.

"....이거 진짜인가요? 정말로요..?"-이혜연-

그녀가 아직도 못 믿겠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자 지호는 질렸다는 듯이 고개를 젓고는 노트북에 손을 가져가 타자를 치기 시작했다. 현민과 택수의 타자보다는 느렸지만 충분히 화려한 타자법이었다. 20초 뒤, 김지호가 마지막으로 엔터 키를 누르자 놀랍게도 좀 전에 현민과 택수가 발견했던 같은 식의 변칙 코드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건... 변칙 수열 코드법이네요."-이혜연-

혜연이 전체적으로 훓어보며 답을 말했다. 지호는 그녀의 통찰력에 내심 혀를 내둘렀다.

'역시 대단하긴 대단하군.. 정보 관련쪽 부서에서 일한 것이 아니라서 쉽게 알아보는 것도 어려웠을 텐데...'-김지호-

"하지만... 좀 이해할수 없네요."-이혜연-

"뭐가 말이지?"_김지호-

그녀가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현재 자신이 품고 있는 의문을 제기했다.

"제가 코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바보는 아니죠. 왜냐하면 방금 지나갔었던 코드가 유니온에서 오래 일한 자들이라면 금방 알아볼 코드니까요. ...제가 방금 봤었던 코드는 'UIN021109'... 유니온에 관련된 코드죠. 그렇다면 여기서 제가 드는 생각은 '왜 이런 코드가 감시망에 걸렸는가?' 에요. 일부러 이렇게 드러낼리가 없어... 없는데..."-이혜연-

혜연이 짜증난다는 듯이 눈살을 찌푸렸다.

"일단 한번 어디에서 이런 코드가 전송된건지 확인해볼까?"-김지호-

깜짝-

그녀는 예상외의 말을 들은 것인지 놀란듯했다.

"진짜 확인해보자구요? 그러다가 역추적당하거나 도중에 끊기면 어쩌실려고.."-이혜연-

"그냥 가만히 있기나 해. 이걸로 한번 해보자고, 그래도 실패하면 다시 움직여야지. 잡히지 않을려면."-김지호-

처억- 드르륵. 탁, 타타타타타타타탓, 타탁.

그는 의자에 앉아 소매에 걸려있던 안경을 쓰고 본격적으로 역추적을 시작했다. 김지호는 아까보다 더욱 빠를 속도로 타자를 쳐내려갔다. 빠르지만 정확하게, 실수하면 그대로 끝인걸 본인도, 혜연도 알기에 서로 숨죽이고 가만히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한 동안 계속 타자만 번복해서 연타하던 그가 깊은 숨을 내쉬며 드디어 타자에서 손을 떼었다, 혜연은 기대 반 걱정 반으로 결과를 물었다.

"어떻게 되었어요..? 성공한.. 거죠?"-이혜연-

"후우.. 후아... ....아, 그래. 기어코 뚫었어. 어떻게든 찾았어. 아무래도 저쪽에서 쓰는 컴퓨터가 보안체제가 제대로 잡혀있지 않았던 모양이야, 그 덕에 이쪽은 잘 됐지만."-김지호-

"수고하셨어요, 정말 수고하셨어요!"-이혜연-


'하지만... 뭐였지, 대체..? 그 코드며, ip주소며... 아냐, 너무 섣부르게 판단하지는 말자. 모든 건 가서 확인해보면 될 터..'-김지호-

지호는 이마에 아직도 맺혀있는 땀을 손수건을 꺼내 훔치며 일어나더니 혜연을 보며 씩 웃으며 말했다.

"이혜연 팀장, 주소는 알아냈으니까 가보자고, 우리에게 이런 코드를 보낸 자들이 누군지 말이야."-김지호-

"...일단 알았어요, 그리 할게요. 먼저 준비하고 계세요. 저는 일단 장비를 갖추고 나갈게요."-이혜연-

끄덕.

그는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바로 뒷편의 문으로 걸어나갔고, 혜연은 지호가 나가는 것을 마지막으로 자신이 있던 방으로 급하게 뛰쳐 들어갔다.





P.S 많이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2024-10-24 22:38:48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