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단장 이세하] 운증용변 STD(雲蒸龍變 Seha The Dragon) 【 13 】
가람휘 2015-09-03 4
1
“한번 버텨보라고!”
콰아아앙!
제이가 공중에서 위상력을 모은 주먹으로 힘껏 내려찍자, 지상에 쓰러져있던 크리자리드 바머가 완전히 산산조각이 나며 사라졌다.
“동생! 몸은 어때?”
“저는 괜찮아요. 아! 그보다 슬비랑 유리도 도우러 가야…!”
“유리에게는 미스틸이 갔어. 대장은 특경대 사람들이 갔으니 문재 없어.”
“다행이다….”
나보다는 낫겠지만, 그 두사람 역시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갑작스런 전투에서 능숙하게 싸울 수 있을 리가 없다.
최소한 무기만이라도 누군가가 전달해 줄 필요가 있는 것.
“자, 동생. 받아.”
“아….”
그리고 제이 아저씨 또한, 내게 내 무기를 전해주었다.
내 건블레이드.
“아, 정미야. 다친 데 없어?”
“으, 응. 나는 괜찮아. 너야말로 괜찮은 거야? 그 팔….”
“이 정도는 별 거 아니야.”
상처 자체는 굉장히 큰 편이지만, 이 정도는 늘 겪는 정도다.
제이 아저씨가 건블레이드와 함께 준 앰플을 팔에 꽂자, 팔이 빠르게 고쳐지기 시작했다.
“…일단 대피를 서두르자.”
다른 애들이 신경 쓰이기는 하지만, 일단 지금은 정미를 대피시키는 게 우선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체육관 방향으로 향하려 하자, 정미가 내 손목을 잡으며 나를 막았다.
“다른 애들이 신경 쓰이는 거지? 나는 괜찮으니까 가 봐.”
“하지만 널 두고 갈 수는…!”
지금 학교는 차원종투성이다. 이런 곳에서 정미를 혼자 보낼 수는 없다.
“난 괜찮으니까.”
“그래, 동생. 정미는 내가 책임지고 대피시킬 테니까. 어서 다른 애들에게 가 봐.”
확실히 나보다는 제이 아저씨가 함께 가는 편이 훨씬 안전하리라.
다른 애들이 걱정되기도 하고.
“…그럼 가볼게. 조심해야 돼.”
“너야말로 몸 조심해. 너무 무리하지는 말고.”
정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세하가 그대로, 무너진 천장 너머로 점프하여 위층으로 달려갔다.
그렇게 세하의 모습이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자, “그럼 가자.”라며 앞장서려는 제이에게 정미가 말했다.
“아저씨. 괜찮은 거 맞아요?”
“물론이지. 완전 쌩쌩해.”
“…거짓말. 엄청 무리하고 있는 거 보여요.”
겉으로는 멀쩡한 척 하고 있지만, 제이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정미는 눈치 채고 있었다.
“그렇게 눈에 띄어?”
“엄청요. 이세하는 눈치 못 챈 모양이지만요.”
구체적으로 어떤 상태인지는 몰라도, 제이의 두 팔은 확실히 정상적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움직임이나 자세가 부자연스럽다.
“사실 지난 전투 때 입은 상처가 아직 낫질 않아서 말이지. 그래도 이 정도 피라미들은 문재 없으니까. 어서 가자고.”
위상력과 의료기술을 접합시킨 현대 의학이라면, 위상력을 가진 클로저의 상처를 위상력으로 치료시키는 앰플이나 약품을 사용하여 빠르게 치료할 수가 있다.
죽지만 않고 의식만 붙어있다면, 더 이상 인간의 형상을 유지하지 못한 상태가 되더라도 순식간에 회복하고 전선에 설 수 있는 것.
하지만 이번 용이 무슨 짓을 한 것인지, 그에게 당한 두 팔의 상처가 전혀 낫지를 않고 있었다.
사실 이 정도의 전투도 굉장히 위험한 상태지만, 그걸 티내면 정미는 분명 혼자서 대피하려고 할 터. 그렇기에 제이는 태연하게 대꾸했다.
“네가 빨리 대피해야 나도 물러날 수 있으니까.”
“…알았어요. 그래도 아저씨도 너무 무리하지는 마세요.”
2
“하아… 하아….”
운동장에서 차원종과 전투 중이던 이슬비는, 자신의 뒤에 쓰러져있는 특경대원들을 바라보며 숨을 돌리고 있었다.
“흐음~ 겨우 그 정도인 겁니까. 암만 참모장의 관여가 있었다지만, 겨우 이런 자들에게 패하다니. 전대 용은 어디까지 군단의 위상을 떨어트려야 만족할지 모르겠군요.”
명백한 도발이자 비하. 슬비의 앞에서 여유를 부리며 시끄럽게 떠드는 것은 다름 아닌 드라군 블래스터였다.
슬비가 도발에 반응하지 않자, 드라군 블래스터가 재미없다는 듯한 태도로 오른손을 들어올려 레이저를 발사했다.
피하면 그만일 평범한 레이저. 허나 슬비는 피하지 않고, 염동결계를 펼쳐서 막아냈다.
물론 100% 막아내진 못하기에 약간의 데미지를 입었고 말이다.
‘강해….’
드라군 블래스터라면 지겹도록 상대 해 봤다. 하지만 이 드라군 블래스터는 지나치도록 강하다.
“그나저나 알 수가 없군요. 어째서 굳이 어려운 길을 자처하는 거죠? 그런 짐덩이들은 버리면 그만일 텐데.”
짐덩어리. 슬비의 뒤에 쓰러져있는, 슬비가 지키고 있는 특경대원들을 가리키며 드라군은 그렇게 평했다.
“너 같은 건 평생 모르겠지.”
“뭐, 알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그대로 멍청히 죽도록 하세요.”
슬비의 대꾸에 드라군 블래스터는 별 반응 없이 오른 손을 슬비를 향해 뻗었다.
그러자 드라군 블래스터의 손바닥에서 만들어져 순식간에 그 크기를 키우는 구형의 에너지장.
직경 2미터는 되어 보이는 구형의 에너지장이 슬비를 향해 쏘아졌다.
‘피할 수 없어…!’
막기에는 너무 늦었다. 그렇다고 피하자니, 자신을 돕기 위해 와 준 특경대원들이 저 공격에 노출되고 만다.
…왜 나만 특경대 사람들이 도우러 온 거지? 그들에 말대로라면 세하와 유리에게는 제이씨와 미스틸이 갔다고 하는데.
그들이 왔다면 나도 함께 싸워서 저 드라군 블래스터를 쓰러트릴 수 있었을 것이다.
아니, 적어도 이렇게 지키면서 싸울 필요는 없었을 터.
생각 해 보면 이유는 단순하다. 그 두 사람과는 달리, 나는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전투를 치를 수 있으니까.
위상력 컨트롤을 보조해주는 도구가 필요한 유리나 자신의 위상력을 견뎌줄 만큼 견고한 무기가 필요한 세하와는 달리, 자신은 아무것도 없는 허**판에 맨몸으로 떨어져도 싸울 수 있다.
그 점을 생각하면 이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지당한 결과지만, 그래도 마음이 흔들리는 것만은 어쩔 수가 없다.
나도 동료인데. 나도 그들과 같은 동료이고 어린애인데. 나라고 좋아서 대장을 하고 있는 게 아닌데.
‘왜 나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거지?’
한순간 든 수많은 의문에 대한 단 하나의 해답도 얻지 못한 채, 부상을 각오하고 드라군 블래스터의 에너지장을 몸으로 받아내려던 찰나, 뒤쪽에서부터 머리 위로 무언가가 날아오더니 앞에 착지했다.
“어딜!”
이세하다.
사이킥 무브로 날아온 이세하가 고양이 낙법으로 착지하며, 곧바로 검을 들어 올려 쏘아진 에너지장을 막아냈다.
그리고 위상력을 실은 검을 힘껏 휘두르자, 드라군 블래스터가 뒤로 훌쩍 뛰어 물러났다.
“폭발하는 위상력을 검에 실으며 방출, 그로인해 일어나는 폭발로 공격을 튕겨낸 뒤, 검에 모인 위상력을 일제히 터트리며 참격…. 대단한 기술이군요. 방어에 중점을 둔 탓에 위력은 약해 보이지만.”
물러난 드라군 블래스터는 단 한 번 본 것만으로 세하의 기술, 짐중의 일격을 완전히 간파했지만 정작 세하는 그에 신경 쓰지 않고 슬비를 돌아보며 외쳤다.
“괜찮아? 다친 데 없어?”
“아… 이세하.”
다친 데?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하고 싶은 말도 많다. 하지만, 입을 열었다간 울음이 터질 것만 같아서 다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왜 그래? 어디 안 좋아?”
그런 내 모습을 본 세하는, 어딘가 크게 다치기라도 했는지 걱정이 되는 듯, 내 몸을 살피기 시작했다.
“나는 괜찮아. 하지만 나보다는 특경대원 분들이….”
“걱정 마. 그 애들은 우리가 데려갈 테니까.”
뒤에 쓰러져 있는 특경대원 분들을 바라보며 말하자, 조금 멀찍이서 몇 명의 사람들이 달려와 그들을 부축하고 물러나기 시작했다.
“은이언니!”
“교무실에서 싸우다가 세하가 도와줘서 말이지. 이제야 흩어져서 싸우던 애들을 모아올 수 있었어.”
다른 특경대원들을 데리고 온 이는 다름 아닌 송은이 경정이었다.
“슬비야. 우리 애들을 지켜줘서 고마워.”
부하들을 살피며 송은이 경정이 그렇게 말하고 가자, 슬비는 죄책감에 짓눌리는 듯한 감각 탓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자신을 돕기 위해 온 특경대원들. 하지만 정작 자신은 그들에게 감사하기 보다는, 왜 다른 동료들이 아니라 그들이 온 것이냐며 속으로 한탄하고 짜증을 냈다.
…나는 감사 받을 자격이 없다.
“누가 도망가게 두기나 한답니까?”
그 순간, 물러나는 특경대원들을 바라보며 드라군 블래스터가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두 손에서 레이저를 발사─
“그렇게 둘까보냐!”
공중으로 떠오른 드라군 블래스터를 향해 마찬가지로 점프한 세하가 자신의 건블레이드에 위상려을 끌어모으며 검끝의 총구를 드라군 블래스터에게 겨누었다.
“이게 내 불꽃이다!”
그리고 쏘아지는 무수한 폭발.
세하의 첫 번째 결전기인 폭령검이다.
“큭!”
폭발을 맞자마자 바닥으로 낙하, 착지하자마자 물러난 드라군 블래스터가 짜증스런 말투로 말했다.
“귀찮게 하는 군요…. 뭐, 됐습니다. 보아하니 슬슬 전부 정리당한 모양이고. 이쯤에서 끝내도록 하죠.”
드라군 블래스터가 하늘을 형해 오른손을 펼치고 그 손에서 레이저가 쏘아지자, 레이저가 쏘아진 하늘에 거대한 차원문이 나타났다.
“설마…!”
그리고 그 차원문을 통해 수많은 차원종이, 용의 군단이 나타났다.
크리자리드 바머와 통신병, 드라군 가디언이나 우로보로스들, 아지다하카들, 그리고 베가본드와 디마카에리들 또한 있었다.
“이런…!”
다른 차원종들이면 몰라도, 디마카에리는 개체 하나하나가 자신들을 위협할 수 있을 정도의 전력이 된다.
지닌 힘은 그리 강하지 않지만, 상황에 따른 판단이 빠르고 정확하며 행동에 거침이 없다. 빈틈을 노리고 기습하며, 우리의 공격을 아무렇지도 않게 피하는 디마카에리가 수십 마리.
거기다가 저 드라군 블래스터 또한 평범한 상대는 아니다.
아무리 몇 번이고 상대 해 본 용의 군단이라고는 해도, 이 숫자와 이 개체들은 위험하다.
그 생각 자체는 마찬가지인 듯, 세하 또한 얼굴을 굳혔다.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최악의 경우. 즉, 전멸을 감안하며 전투를 준비하려던 찰나, 갑자기 용의 군단이 자신들끼리 싸우기 시작했다.
“에?”
“뭣!?”
경악하는 것은 우리 뿐 아니라 드라군 블래스터도 마찬가지.
“큭! 이건 현대 용이 만든 개체…! 설마 내가 만든 차원문을 그들까지 이용한 건가!”
“그 말대로!”
드라군 블래스터가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자, 아직 사라지지 않은 하늘의 차원문에서 한 개체가 드라군 블래스터를 향해 날아들었다.
“터져라!”
콰앙!
한 자루의 거대한 검을 휘둘러 드라군 블래스터를 향해 폭발을 일으킨 개체는 다름 아닌, 디마카에리와 비슷한 붉은 갑주를 두른 드라군 블래스터.
이전, 다른 동료들이 비룡과 만났을 때 세하가 만났던, 베가본드와 큰 차이가 없이 약한 디마카에리라 생각했던 그 개체.
디마카에리의 갑주를 두르고 있던 크리자리드 블래스터가 **한 개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