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목줄을 끊다
이리개 2015-07-26 3
추적추적, 기분나쁜 비가 전신을 타고 흘러내린다.
아아, 요즘 산성비다 뭐다 말이 많더니, 이거 대머리 되는거 아니야?
그래도 지금은 그런걸 신경쓸때가 아니야.
나타는 양손에 쥔 쿠크리를 고쳐잡았다. 비때문에 미끄러워진 손잡이가 손을 벗어날려고 흘러내렸다.
빗방울들이 날카로운 칼날을 타고 흘러내리며, 빛을 발하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너, 날 가로막을 셈이야?"
건 블레이드라는 특수한 무기를 이쪽으로 겨눈 소년이 나타를 노려보았다.
그 눈에는 증오와 분노, 그외 다른 감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네가! 왜 나를 가로막는건데!"
소리치는 소년의 뒷쪽에 상처를 부여잡고 있는 글래머한 흑발 소녀와, 그런 소녀를 받쳐주는
핑크빛 단발의 소녀가 슬픈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녀들의 살결을 타고 흘러내리는 혈흔이 금방 비에 씻겨져 사라졌다.
그래, 저 녀석은 소녀들을 다치게 한 나 때문에 화난 게 분명할 거다.
분명 내 잘못일 것이다.
하지만 어째서, 이토록 짜증나는 감정이 솟구쳐 오르는 것일까.
그 이유는 간단했다.
나타는 실소했다.
어째서 저 녀석은 '우리'를 보고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것인가.
정작 잘못한 것은 '우리'가 아니라 저쪽인데.
나타는 자신의 뒤쪽을 흘겨보았다.
새하얀 머리칼이 눈부신 아름다운 하얀소녀.
그런 하얀소녀가 전신이 엉망진창으로 상처입었으며, 곧 숨이 끊어질 것처럼 약하게 숨을 내쉬고 있었다.
"너희들, 잘못을 모르는거냐?"
나타나 으르렁 거리며 소년을 위협했다.
하지만 소년은 겁먹지 않고, 그대로 소리치며 말했다.
"잘못? 차원종이랑 손잡은 주제에, 어디서 지껄이는거야!"
뿌득 -
이빨이 부숴질 것처럼 맞물렸다.
"누가 차원종 따위와 손을 잡았다는 거냐! 차원종은 전부 죽여야 돼..!"
나타는 짜증을 감추지 않고, 소년의 말을 받아쳤다.
"그럼 어째서, 유리랑 슬비를 다치게 한 그 녀석을 보호하는 거야!"
하지만 곧바로 소년가 답하였다.
차원종을 보호..? 그게 무슨소리야.
그래, 차원종은 전부 죽여야 한다. 그게 나의 삶이다.
하지만, 여기 어디에 차원종이 있는가.
여기있는 것은 전부 '인간' 뿐이지 아닌가.
그때였다. 나타의 뒤쪽에서 가냘픈, 하지만 곧 사라질 것만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나타씨..저는 괜, 찮으니까..피하..세요.."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나타는 차마 입밖으로 소리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하얀소녀는 그런 나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말을 이어갔다.
"저는..어차피..처, 분 될 몸..그게 빨리 앞당겨 졌을..뿐이에요.."
처분?
그런걸 누가 정하느냐 말인가.
우리들의 목숨을 우리의 것이다.
"그러니..개의치말고..어서.."
나타의 안에서 무언가 소용돌이쳤다.
감정의 연쇄가 이어졌다. 그리고 점점 부풀어버린 하나의 감정이
마치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짜증나.."
나타가 중얼거리자, 하얀소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짜증난다고오오오!!!"
하얀소녀의 동공이 커졌다.
멀리서는 소년이 자세를 잡는 것이 보였다.
아마, 내가 소리치자 공격을 한 것이라고 착각했나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에 신경쓸 수 없다.
나타의 시선은 올곧게, 하얀소녀에게 박혀있었다.
"너도, 저 녀셕들도, 아무것도 못하는 나도!! 전부 짜증난다고!!"
하얀소녀의 표정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고, 떨어져 있던
세명의 소년, 소녀도 나타가 소리친 상황을 재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나타나는 개의치않고 자신의 안에 있는 모든것을 토해내듯이 소리쳤다.
"이런 빌어먹게 짜증나는 세상이 목줄이라면! 나는 그것을 끊어버리겠어!"
분노의 감정을 토해냈다.
"짜증나는 여자가 주인이라면! 그 주인을 물어 죽이겠어!"
증오를 토해냈다.
"하지만,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나 혼자서는 불가능해!"
잠시 말을 고르던 나타가 입을 열었다.
"너와 함께해야지만 이룰수 있는거야. 그러니, 나랑 같이 가자. 내가 너의 새장을 박살내주겠어.."
나타가 스스로는 지어본적 없는 미소를 지어보았다.
그런 나타를 보고, 놀랐던 표정을 거둔 하얀소녀의 눈가에서 뺨을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사실은, 살고 싶어요..도와주세요..나타씨.."
"그래, 진작에 그렇게 말해야지."
그렇게 말하며, 나타는 세명의 소년과 소녀를 보았다.
그리고 쿠크리를 겨누며 소리쳤다.
"그래도, 일단 너를 구하기 전에, 나 자신의 목줄을 끊을 필요가 있어. 그러니 기다려줘."
"네.."
마치 백마탄 왕자님을 본 듯한 표정으로, 살며시 미소를 짓는 하얀소녀.
나타는 그런 하얀소녀를 보고 속으로 미소지었다.
그리고는 비장하게, 눈앞에 있는 적들을 주시했다.
소년의 눈은 아직도 증오와 분노로 불타고 있었지만, 어딘가 비어있는 듯 했다.
"후.."
소년이 한숨을 내쉬며, 특이하게 생긴 검을 내렸다.
"무슨 생각이지?"
나타가 물었다.
"그런 장면을 보여주면, 어쩔수 없잖아..가."
"뭐?"
"가. 어서 가라고."
"..."
"미리 말하지만, 이건 빚이 아니야. 언젠가는 유리를 다치게 한 값은 치르게 하겠어."
"고맙다."
"시끄러. 빨리가라고."
가라는 듯이 손을 휘적이는 소년의 모습을 보고, 나타는 쿠크리를 허리춤에 꽂았다.
그리고는 하얀소녀를 안아들며 말했다.
"내 목숨으로라도, 이 빚은 갚겠어."
그렇게 말하며, 나타는 하얀소녀를 안아든채, 하늘로 사라졌다.
남겨진 세명의 소년과 소녀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
"고생했어, 세하야."
"아아, 힘들었다."
"너 남우주연상 받아도 되겠더라."
"그러냐? 뭐, 이렇게 까지 안해주면 자신의 감정도 깨닫지 못하다니. 얼마나 귀찮은 녀석인거냐."
"그래도 네 덕에, 드디어 삶의 의미를 찾은 것 같은데?"
"그래? 그럼 다행이고.."
그들의 대화는, 이제는 셋말고는 아무도 없는 공원에서 조용히 울려퍼졌다.
아아, 요즘 산성비다 뭐다 말이 많더니, 이거 대머리 되는거 아니야?
그래도 지금은 그런걸 신경쓸때가 아니야.
나타는 양손에 쥔 쿠크리를 고쳐잡았다. 비때문에 미끄러워진 손잡이가 손을 벗어날려고 흘러내렸다.
빗방울들이 날카로운 칼날을 타고 흘러내리며, 빛을 발하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너, 날 가로막을 셈이야?"
건 블레이드라는 특수한 무기를 이쪽으로 겨눈 소년이 나타를 노려보았다.
그 눈에는 증오와 분노, 그외 다른 감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네가! 왜 나를 가로막는건데!"
소리치는 소년의 뒷쪽에 상처를 부여잡고 있는 글래머한 흑발 소녀와, 그런 소녀를 받쳐주는
핑크빛 단발의 소녀가 슬픈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녀들의 살결을 타고 흘러내리는 혈흔이 금방 비에 씻겨져 사라졌다.
그래, 저 녀석은 소녀들을 다치게 한 나 때문에 화난 게 분명할 거다.
분명 내 잘못일 것이다.
하지만 어째서, 이토록 짜증나는 감정이 솟구쳐 오르는 것일까.
그 이유는 간단했다.
나타는 실소했다.
어째서 저 녀석은 '우리'를 보고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것인가.
정작 잘못한 것은 '우리'가 아니라 저쪽인데.
나타는 자신의 뒤쪽을 흘겨보았다.
새하얀 머리칼이 눈부신 아름다운 하얀소녀.
그런 하얀소녀가 전신이 엉망진창으로 상처입었으며, 곧 숨이 끊어질 것처럼 약하게 숨을 내쉬고 있었다.
"너희들, 잘못을 모르는거냐?"
나타나 으르렁 거리며 소년을 위협했다.
하지만 소년은 겁먹지 않고, 그대로 소리치며 말했다.
"잘못? 차원종이랑 손잡은 주제에, 어디서 지껄이는거야!"
뿌득 -
이빨이 부숴질 것처럼 맞물렸다.
"누가 차원종 따위와 손을 잡았다는 거냐! 차원종은 전부 죽여야 돼..!"
나타는 짜증을 감추지 않고, 소년의 말을 받아쳤다.
"그럼 어째서, 유리랑 슬비를 다치게 한 그 녀석을 보호하는 거야!"
하지만 곧바로 소년가 답하였다.
차원종을 보호..? 그게 무슨소리야.
그래, 차원종은 전부 죽여야 한다. 그게 나의 삶이다.
하지만, 여기 어디에 차원종이 있는가.
여기있는 것은 전부 '인간' 뿐이지 아닌가.
그때였다. 나타의 뒤쪽에서 가냘픈, 하지만 곧 사라질 것만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나타씨..저는 괜, 찮으니까..피하..세요.."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나타는 차마 입밖으로 소리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하얀소녀는 그런 나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말을 이어갔다.
"저는..어차피..처, 분 될 몸..그게 빨리 앞당겨 졌을..뿐이에요.."
처분?
그런걸 누가 정하느냐 말인가.
우리들의 목숨을 우리의 것이다.
"그러니..개의치말고..어서.."
나타의 안에서 무언가 소용돌이쳤다.
감정의 연쇄가 이어졌다. 그리고 점점 부풀어버린 하나의 감정이
마치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짜증나.."
나타가 중얼거리자, 하얀소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짜증난다고오오오!!!"
하얀소녀의 동공이 커졌다.
멀리서는 소년이 자세를 잡는 것이 보였다.
아마, 내가 소리치자 공격을 한 것이라고 착각했나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에 신경쓸 수 없다.
나타의 시선은 올곧게, 하얀소녀에게 박혀있었다.
"너도, 저 녀셕들도, 아무것도 못하는 나도!! 전부 짜증난다고!!"
하얀소녀의 표정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고, 떨어져 있던
세명의 소년, 소녀도 나타가 소리친 상황을 재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나타나는 개의치않고 자신의 안에 있는 모든것을 토해내듯이 소리쳤다.
"이런 빌어먹게 짜증나는 세상이 목줄이라면! 나는 그것을 끊어버리겠어!"
분노의 감정을 토해냈다.
"짜증나는 여자가 주인이라면! 그 주인을 물어 죽이겠어!"
증오를 토해냈다.
"하지만,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나 혼자서는 불가능해!"
잠시 말을 고르던 나타가 입을 열었다.
"너와 함께해야지만 이룰수 있는거야. 그러니, 나랑 같이 가자. 내가 너의 새장을 박살내주겠어.."
나타가 스스로는 지어본적 없는 미소를 지어보았다.
그런 나타를 보고, 놀랐던 표정을 거둔 하얀소녀의 눈가에서 뺨을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사실은, 살고 싶어요..도와주세요..나타씨.."
"그래, 진작에 그렇게 말해야지."
그렇게 말하며, 나타는 세명의 소년과 소녀를 보았다.
그리고 쿠크리를 겨누며 소리쳤다.
"그래도, 일단 너를 구하기 전에, 나 자신의 목줄을 끊을 필요가 있어. 그러니 기다려줘."
"네.."
마치 백마탄 왕자님을 본 듯한 표정으로, 살며시 미소를 짓는 하얀소녀.
나타는 그런 하얀소녀를 보고 속으로 미소지었다.
그리고는 비장하게, 눈앞에 있는 적들을 주시했다.
소년의 눈은 아직도 증오와 분노로 불타고 있었지만, 어딘가 비어있는 듯 했다.
"후.."
소년이 한숨을 내쉬며, 특이하게 생긴 검을 내렸다.
"무슨 생각이지?"
나타가 물었다.
"그런 장면을 보여주면, 어쩔수 없잖아..가."
"뭐?"
"가. 어서 가라고."
"..."
"미리 말하지만, 이건 빚이 아니야. 언젠가는 유리를 다치게 한 값은 치르게 하겠어."
"고맙다."
"시끄러. 빨리가라고."
가라는 듯이 손을 휘적이는 소년의 모습을 보고, 나타는 쿠크리를 허리춤에 꽂았다.
그리고는 하얀소녀를 안아들며 말했다.
"내 목숨으로라도, 이 빚은 갚겠어."
그렇게 말하며, 나타는 하얀소녀를 안아든채, 하늘로 사라졌다.
남겨진 세명의 소년과 소녀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
"고생했어, 세하야."
"아아, 힘들었다."
"너 남우주연상 받아도 되겠더라."
"그러냐? 뭐, 이렇게 까지 안해주면 자신의 감정도 깨닫지 못하다니. 얼마나 귀찮은 녀석인거냐."
"그래도 네 덕에, 드디어 삶의 의미를 찾은 것 같은데?"
"그래? 그럼 다행이고.."
그들의 대화는, 이제는 셋말고는 아무도 없는 공원에서 조용히 울려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