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퍼레이션 나인 -제218화- [소망의 시간(所望の時間)]
호시미야라이린 2015-07-27 2
유니온 한국지부는 ‘검은 차원 통행증(Black Dimension Pass)’ 이란 것을 계속해서 분석하고 연구함과 함께 이세하가 돌아온 것을 감안하여 알파퀸 서지수가 대신 그곳에 있으리라 생각하며 많은 병력이 필요하다고 보며 계속해서 모은다. 세계 각국에서 내로라하는 클로저들이 모이고는 있지만, 이들로는 알파퀸을 찾아내는 것이 힘들 뿐만이 아니라 구하는 것도 어렵다. 이거 세계의 여러 용병들도 다 모아야만 할 거 같다. 만약 이것이 게임이라면, 유저란 유저들은 전부 다 동원해야만 할 정도. 이세하가 아무런 기억도 하지 못하는 걸로 보아 아마 그쪽에서 기억소거를 시켰으리라 판단한 유니온. 유니온은 이 통행증을 가지고 강남 CGV 지역으로 가서 확인하는 방법 이외에는 없으리라 판단한다. 그러나 아무리 가서 확인해봐도 그 통행증은 아무런 반응이 없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게 진행된다. 그 날은 토요일인데, 토요일에 강남 CGV에서 그 통행증을 꺼내들자 빛이 뿜어져 나온다. 아무래도 이 통행증은 토요일에 사용하고자 해야만 발동되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내 강남 CGV 지역이 차원종들로 몰려와 한바탕 난리가 난다. 그러나 그곳에 모여 있던 세계의 여러 클로저들과 특경대들, 그리고 검은양 멤버들이 함께 차원종들을 격퇴한다. 그러나 격퇴하고 격퇴해도 계속 몰려드는 차원종들. 그런데 차원종들이 몰려나오는 방향을 보니 하수도로 연결되는 곳이다. 하수도로 따라 들어가니 차원종들이 계속 몰려드는 것. 이런 녀석들은 어차피 하등급이라 쉽게 격파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강남 CGV 의 하수도에서 차원종들을 격퇴하며 계속 이동하자, 어느덧 정체를 알 수가 없는 철문 앞에 도착했다. 하수도에 저런 철문이 있었던가?
가고일 석상 2개가 나란히 지키고 있는 느낌을 주고, 쇠사슬로 잠궈진 형태의 철문.
그러나 검은양 멤버들 중의 하나인 이세하가 그 통행증을 주머니에서 꺼내들고서 철문을 향해 가리키자 그 빛을 철문이 흡수하더니 쇠사슬이 해제되고서 그 굳게 잠긴 문이 열린다. 문이 열리고서 바로 들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 이들. 그런데 저 문에서 나온 것은 키가 큰 미모의 여성. 키가 약 170cm 정도나 되고, 오른손에는 칠흑과도 같이 검은 양손검을 들고 있으며, 초록색의 긴 머리를 휘날리고 있다. 이세하가 들고 있는 그 통행증을 보더니 정말로 오려고 한다고 판단한 건지, 들어가란다. 물론 그 여성이 먼저 들어간다. 저 여성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검은양 멤버들을 포함하여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클로저들이 함께 그 문 너머로 들어간다. 이해할 수가 없는 길들이 계속된다.
기나긴 터널과도 같은 느낌의 칙칙한 길을 계속 가다가 붉은 오라가 느껴진다.
저 붉은 오라가 혹시 출구는 아닐까? 모두들 그렇게 판단하고서 안으로 들어간다. 그곳으로 들어가니 정말로 출구다. 이들이 도착한 곳은 역시나 ‘강남 CGV’ 지역이다. 그러나 모두가 흔히 아는 강남 CGV 지역은 절대로 아니다. 뭐랄까? 마치 폐허가 되어버린 듯한 느낌이 든다. 자신들이 방금 전까지 봤던 그곳과 똑같기는 해도 미묘하게 많이 다르다. 사람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사람이 전혀 없는 침울한 분위기의 강남. 이런 곳에서 뭘 하라는 건지 전혀 모르겠는데 말이다. 그런데! 포장마차가 있을 곳에 역시나 포장마차가 있다. 아니, 좀 더 자세하게 언급한다면 ‘캠핑카(Motorized Caravan)’ 가 맞다. 고정쇠를 채운 상태의 캠핑카. 거기의 문이 열리더니 한 여성이 걸어나온다.
마치 ‘여우’ 와도 같은 느낌을 주는 의상을 입은 여성. 본인은 ‘여대생(女大生)’ 이라고 소개한다. 학교가 망한 이후로 그냥 이곳에서 조용히 지내고 있다고 한다. 이름을 물어보니 ‘소망(Somang)’ 이라고 소개한다. 소망이란 이름의 이 여성은, 이곳 강남 CGV 지역에서 포장마차를 하며 학비를 벌며 살았다고 한다. 그러나 차원전쟁에서 결국 차원종이 승리한 이후로 학교가 폐교함에 따라 존재의 가치가 없어진 덕에 지금은 이곳에 살고 있단다. 혹시 다른 사람들은 있는지를 묻자, 그런 이상한 소리는 일절 하지 말아달라고 한다. 사는 집이 있는지를 묻자 따라오란다. 강남 CGV 지역의 지하 어딘가. 도착한 곳은 매우 허름한 형태의 집. 마치 혼자서 살기에도 작아 보이는 ‘지하주택(地下住宅)’ 이란 느낌이다. 사람이 도저히 살 수가 없는 느낌의 지하주택. 혼자 산단다.
“들어오세요. 여기가 제 집이에요.”
“소망 언니. 여기가 집이에요?!”
“그래. 마치, 감옥과도 같은 느낌이지? 이곳에서 조용히 살고 있어.”
“부모님들은요?”
“부모님? 아하~ 미안한데, 이곳에 사는 인간은 나 혼자야.”
“네?!”
“소망 언니! 그게 무슨 소리에요?!”
“너 몰라? 차원전쟁에서 차원종들이 이긴 이후로, 인간들은 전부 공개처형 되었어~”
“......!!”
“차원전쟁을 차원종들이 승리했다고요?!”
“그럼 언니는......”
“슬비랑 유리라고 했지? 난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지하주택을 만들어둔 덕분에 나 혼자만 유일하게 피할 수 있었어.”
차원전쟁에서 차원종이 승리한 이후로, 신서울의 사람들은 모두 공개처형을 당했다고 한다. 소망이란 이름의 이 사람만 전쟁이 일어나기 이전에 지하주택을 따로 만들어둔 덕분에 그곳으로 숨어들어 위기를 모면할 수가 있었다. 이 집의 바로 위가 강남 CGV 라는 것은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인데, 말이 좋아서 그곳이지 사실은 ‘집단공동묘지(集團共同墓地)’ 란다. 공개처형을 당한 인간들의 시체들로 가득한 곳이란다. 강남 CGV 지역을 넘어 신서울의 강남구 전체가 묘비들로 가득하단 것을 알 수가 있다. 다들 이곳을 신서울이라 부르는데, 그건 차원전쟁 이전이고~ 현재는 ‘정치범수용소(政治犯收容所)’ 나 마찬가지인 곳. 그냥 ‘99호 관리소’ 라고 불러야 맞다고 말하는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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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전쟁 이전에는 이곳이 신서울이란 이름이었으나, 현재는 차원전쟁에서 차원종들이 승리했으므로 ‘99호 관리소’ 라는 표현이 맞다. 이 세계는 초대받지 않은 세계이자 엄연히 ‘저 세상’ 이다. 차원전쟁에서 차원종들이 승리했을 경우를 가정한 신서울이라 보면 된다. 그렇다면 이곳을 파괴시키거나 다시 새로이 만들 수가 있을까? 안타깝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이곳은 그 가능성을 염두한 가상의 세상이다. 아무리 시간을 바꿀 수가 있다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미래의 시간에 불과하다. 과거사는 결단코 바꿀 수가 없다. 현재 99호 관리소에 사는 유일한 인간인 소망. 아무리 보더라도 소영과 정말로 똑같이 생긴 인물이다. 소영과 똑같이 생겼지만, 자세히 보면 뭔가가 또 다르다.
소영이 휴학 중인 여대생의 모습을 하고 있다면, 소망은 회사원의 모습을 하고 있는 느낌이다. 같으면서도 다른 두 세계의 여성. 소영과 소망. 만약 이 두 사람이 마주치게 된다면 서로 뭐라고 말해줄까? 검은양 멤버들과 클로저들이 소망에게 이곳을 떠나고 싶은 생각은 있는지를 묻자, 자기가 이곳을 떠난다면 결단코 이 세계와 그쪽들이 사는 세계를 이을 수가 없게 된단다. 이을 수가 없게 된다는 말은 이제 이 세계는 완전히 잊혀진 세계가 된단다. 그리고 누가 뭐래도 이곳은 자기 고향이기에 함부로 떠날 생각도 하지 못하겠단다. 지금처럼 이 지하주택에서 산다면 차원종들이 잡으러 올 일도 없다는 것. 차원종들은 어디에 밀집해서 사는지를 묻자, 현재는 모두 철수해서 여의도와 한강 이북 지역에 산다고 한다. 한강 이남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그야말로 폐허도시일 뿐이란다.
“오호~ 그렇군. 유일한 인간 생존자가 있단 말이죠? 강남 CGV 에 말입니다.”
“이름이 ‘소망’ 이라네?”
“......그냥 내버려둬요. 어차피 그 인간마저 없어지면 아무 재미가 없게 되니까요.”
“계엄사령관? 이제 슬슬 ‘그 녀석’ 에 대해서 공개처형을 집행해야 할 거 같은데?”
“맞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