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나타X레비아] 미안해. 내가 아파서. 역시 아프면 죄야.
호시미야라이린 2015-07-17 3
벌처스(Vultures) 라는 이름의 회사에는 범죄자 클로저들로 구성된 기이한 조직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것은 바로 ‘벌처스 처리부대(Vultures Disposal Unit)’ 라고 부르는데, 일반적으로 ‘벌처(Vulture)’ 라는 용어는 독수리나 콘도르 등의 조류를 뜻하기도 하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이나 욕심쟁이를 의미하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시체매’ 라는 용어로 부르기도 하는데 아무렴 상관은 없다. 어쨌든! 기존의 벌처스 처리부대가 사장님에 의해 일부러 죽은 거나 마찬가지가 되어버린 이후, 새로이 만든 팀이 바로 늑대개. 현재까지는 나타와 레비아만 알려져 있다. 이중에서 신장이 157cm, 그리고 몸무게도 47kg 으로 알려진 인물. 키가 작으면서도 매우 예쁜 여성 클로저. 그녀의 이름은 ‘레비아(Levia)’ 라고 한다. 그녀가 들고 다니는 무기를 보면 낫으로 보이기도 하고 창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낫도 창도 아니라 ‘지팡이’ 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만약 일각의 주장대로 지팡이가 맞다면, 레비아의 클래스는 마녀를 뜻하는 ‘위치(Witch)’ 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검은양에 이세하가 있다면 늑대개엔 나타가 있듯이, 검은양에 이슬비가 있다면 늑대개엔 레비아가 있다. 레비아가 온몸이 멍든 나타를 보며 무슨 일이라도 있었는지를 묻는다. 검은양의 동아리실에 들어가서 있으라고 해서 갔더니, 그 녀석들에게 시비를 걸었다가 집중적으로 구타를 당해 이렇게 되었단다. 레비아가 구급상자를 가져와 약을 발라주며 너의 그런 저돌적인 성격이 빨리 고쳐졌으면 한다고 말하며 위로해준다. 좀 남을 생각해달라는 것. 나타가 레비아에게 너까지 그러기냐고 분통을 터트리지만, 레비아는 표정변화가 없이 침착하게 말하며 조심스레 달래준다.
나타가 아무리 화내도, 레비아는 전혀 대응하지 않고 침착하고도 조심스레 말하며 달래주는 모습을 보면서 마치 엄마와 아들이란 분위기 같다고나 할까? ‘모자 지간’ 이라 해도 될까를 모르겠다. 분통을 터트리는 나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레비아. 그녀에게서 왠지 모를 ‘모성애(母性愛)’ 가 느껴진다. 그런 레비아가 주방으로 가더니 뭔가 조리를 시작한다. 그러면서 ‘레시피(Recipe)’ 책을 유심히 읽으면서 거기에 나온 대로 똑같이 만든다. 짧은 시간에 끝내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벌꿀과 양배추까지 준비하는 레비아의 속사정이 뭘까? 그녀가 냉장고에서 꺼내든 것은 비프스테이크! 빠른 시간에 조리를 끝내기 위해 스테이크에 벌꿀을 뿌리는 그녀. 벌꿀에는 단백질 분해효소가 들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긴급히 조리를 끝내야만 할 때에는 벌꿀이나 양배추를 사용한다고 한다.
레비아가 나타를 조심스레 살펴보는데, 왠지 30분만 더 지체된다면 그야말로 쿠크리 2도류를 들고서 난동이라도 부릴 것만 같다. 서둘러서 조리를 끝내고 먹여야만 한다. 벌꿀을 비프스테이크에 뿌리고 전체에 고루 적셔서 최대한 단백질 분해를 빠르게 촉진시키고서 조리용 통에 넣고 이런 저런을 해주면 된다. 검은양 멤버들 중의 하나인 이슬비가 멀리서 조심스레 레비아를 지켜보고 있다. 나타가 저렇게 폭주하는데도 전혀 화내지 않고서 묵묵부답으로 대하는 그녀를 보며 엄마의 사랑? 모성애와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벌꿀을 적셔준 덕분에 조리가 빨리 끝났고, 마무리로 양배추를 비프스테이크에 덮어줘 추가적인 효과를 내도록 한다. 나타가 폭주하기 직전! 레비아가 아무런 말도 없이 가져오고서 나타에게 시식을 요청한다. 뭐냐고 묻자, 양배추를 옆으로 걷어내고 보여준다.
“......!!”
“나타. 화 그만 풀어. 이거, ‘비프스테이크(Beef Steak)’ 거든. 한번 먹어줘.”
“......!?”
“왜 그래?”
“레비아. 너 말이야. 비프스테이크랬지? 어떻게 된 거야. 포크로 눌러보니까 아주 연하게 눌리잖아!?”
“어떻게 알았어?”
“소고기가 포크로 누른다고 자연스럽게 눌러지고, 육즙이 흘러나올 리가 없잖아!?”
“그래, 맞아. 정답은 바로 이거. ‘벌꿀(Honey)’ 이야.”
“벌꿀?!”
“응. 벌꿀에는 단백질 분해효소가 있어. 긴급히 짧은 시간에 조리해야할 경우, 비프스테이크에 벌꿀을 뿌리고 적셔서 해결할 수가 있어.”
“......그... 그럼... 레비아가 만들어줬으니.”
“응! 맛있게 먹어줘?”
맛있게 먹어주라며 좀처럼 보기가 힘든 미소를 짓는 레비아.
저 모습이 나타에게는 엄마의 미소가 느껴졌을 것이다. 엄마의 사랑이 느껴졌을 것이다. 레비아에게서 모성애와 같은 것이 느껴진다. 나타가 나이프로 한 점 잘라낸 이후, 포크로 찍어서 한입을 먹는다. 나타가 입에 먹자 질기기로 유명한 소고기가 이렇게나 살살 녹아내리다니! 라고 소리치며 기뻐한다. 뭐랄까? 하늘에서 나타 자신에게 달콤한 벌꿀을 뿌릴 만큼으로 맛있다고 하면 될까? 웃지 않는 나타를 웃게 만든 레비아의 비프스테이크. 레비아도 얼굴이 빨개지며 활짝 웃으며 맛을 음미하는 나타를 보며 다행이라고 말하며 눈물을 보인다. 그와 동시에 나타도 지금까지의 분노가 한순간에 다 녹아내리는 것만 같은 반응을 보이며 역시 눈물을 흘린다. 나타가 눈물을 흘리는 상태에서 레비아에게 맛있다고, 고맙다고 말하는 순간! 레비아가 갑자기 쓰러진다. 왜 갑자기 쓰러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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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히 벌처스 회사의 의무실로 이송된 레비아. 나타가 의료진들의 멱살을 잡으며 레비아가 도대체 왜 이러는 거냐고 묻는다. 한참을 있던 의료진들은 ‘위상력 폭주로 인한 병’ 이라고만 말한다. 어떤 병인지를 얘기하지 않더라도, 위상력의 폭주로 인한 병이라고 했으니 심각한 병이란 것은 분명하다. 살 수 있는지의 여부를 묻자 다행히도 ‘비수술치료(非手術治療)’ 로도 된다고 한다. 수술할 필요는 없다고 하지만, 레비아가 ‘인공호흡기(人工呼吸器)’ 착용 상태에서 겨우 숨을 쉬는 정도라고 하니 나타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서 땅을 친다. 그리고는 병상에 누워있는 레비아에게 다가가 그녀의 옆에 앉아 두 손으로 꼭 잡아주며 꼭 일어나라고 말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스테이크를 해줬던 그 날에도, 아픈 몸으로 나타의 분노를 풀어주기 위해 기꺼이 몸을 움직였던 그녀. 결국 이렇게 되어버리자 처리부대의 대장까지 오더니만 나타를 심히 저주하고 폭언을 내뱉더니 이내 가버린다. 과연 레비아는 자신들의 상관인 처리부대 대장의 폭언과 욕설을 다 들었을까? 나타는 대장에게 맞대응이라도 하고 싶지만, 레비아를 보며 차마 그러지 못한다. 아직도 의식이 없는 레비아. 그런 그녀의 오른손을 자신의 양손으로 꼭 잡으며 일어나라고, 일어나라고 소리 지르며 울음을 터트리는 나타. 병실 바깥에는 검은양 멤버들이 아무런 말도 없이 그 소리를 들을 뿐이다. 이들은 상황을 계속 소리로만 들으며 대기하다가 나타의 무슨 목소리가 들리기에 조심스레 들어본다.
그것은 나타가 누군가에게 기도를 하는 목소리인 것. 본인은 레비아가 아픈 줄도 모르고 지금까지 거의 매일 불평불만을 늘어놨던 것, 매일 매일을 저돌적인 행동을 해와 그녀에게 극도의 스트레스를 안겨줬던 것, 그래온 걸로 인해 그녀가 받아온 마음의 상처를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 그리고 순간적인 분노를 참지 못하고 화를 내왔음에도 그녀는 힘들어하면서도 다 웃으면서 받아줬던 것. 그 외에도 수없이 많은 잘못이 있으니 모두 다 자기 잘못이라고. 자기 잘못을 회개하고자 하니 레비아의 영혼을 부르지 말아달라는 거다. 나타가 레비아의 손을 꼭 잡으면서 두 손을 모은 상태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기도를 하는 모습이다. 나타는 레비아를 살려달라고. 레비아의 영혼을 부르지 말아달라고. 나타의 울부짖으며 기도하는 모습에 검은양 멤버들도 밖에서 들으며 숙연해진다.
“하나님. 레비아가 이렇게 된 것은 모두 제 탓입니다. 전 레비아가 지금까지 아파왔던 것을 전혀 몰랐습니다. 전혀 모르고서 제 멋대로 대해왔습니다.”
“......”
“하나님. 정말로 하나님이 계신다면...... 계신다면......”
“......”
“제발... 제발! 레비아를 살려주십시오!”
“......”
“하나님. 레비아를 살려주십시오. 만약 살려주신다면...... 살려...... 주신다면......”
“......”
“두 번 다시... 두 번 다시... 레비아를 힘들게 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
“다시는 나쁜 짓 안할게요.”
나타가 울면서 기도하는 모습이 참으로 안쓰럽다. 저런 걸 할 녀석이 아닌데 두 손을 꼭 잡으며 눈물로 기도하는 모습을 보면 어떤 모습이 진짜 나타인지를 알 수가 없게 만든다. 잠시 후, 문이 열리더니 간호사 한 사람이 다가온다. 초록색의 긴 머리를 지닌 간호사인데, 앞머리가 좀 길어서 그런지 눈을 가린 상태다. 그 간호사는 아직도 의식이 없는 레비아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그녀의 얼굴에 손을 갖다 댄다. 그러자 뭔가가 움직이고서 꿈틀거리더니 레비아의 입을 벌리고는 검은색의 기를 빨아들인다. 레비아의 입속에서 검은 기를 빼내는 거다. 나타가 그 간호사를 향해 그거 혹시 그거 아니냐고 말하자, 그 초록색 머리의 간호사는 왼쪽의 눈으로 그를 쳐다보더니 ‘죽고 싶지 않다면 입 다물어.’ 라는 듯 하는 느낌을 주며 잠시 노려본다. 간호사가 보호자에게 침묵의 폭언을 하는 셈.
그 간호사는 말랑말랑하게 생긴 것으로 레비아에게서 검은 기를 모두 흡수하더니, 이제 걱정하지 마라고 한다. 그 간호사가 말한 그대로 레비아의 심장박동이 정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한다. 아무런 움직임이 없던 손도 까딱까딱 움직인다. 나타가 그 간호사의 손을 붙잡으며 고맙다고,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한다. 그 간호사는 나타에게 도대체 레비아에게 뭘 어떻게 대했기에 저 녀석의 스트레스가 최고 수준이 된 것인지를 묻는다. 나타는 자기가 그녀에게 가했던 행동들을 떠올리며 차마 말을 잇지 못한다. 그 간호사는 말랑말랑한 그것을 보여주며 또 레비아가 저런 모습으로 되어서 실려 오면 제대로 각오하라는 말을 한다. 나타는 그 간호사에게 혹시 날 증오하는 건지를 묻자, 그 간호사는 널 증오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레비아의 문제로 인해 특별히 봐주는 거라고 말한다.
“그럼, 아까 왼쪽의 눈으로 날 노려봤던 것도?”
“그래. ‘죽고 싶지 않다면 입 다물어.’ 라고 침묵의 경고를 한 셈이지.”
“......”
“너희 클로저들은 참 좋겠어? 나 같은 평범한 간호사는 결코 가질 수가 없는 힘. 바로 ‘위상력(位相力)’ 이라는 걸 가졌잖아?”
“......”
“이 말랑말랑한 걸로 너희 클로저들에 대한 질투를 어떻게든 참고는 있지만.”
“......레비아를 살려줘서 고마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거든, 앞으로는 레비아에게 잘해줘라. 네가 울면서 기도하던 거... 다 들었어. 네가 레비아를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걸, 사랑한다는 걸 알았으니까.”
“......고마워! 이 은혜, 평생 잊지 않을게!!”
‘......나타, 난 아직 널 용서하지 않았어. 하지만 레비아에 관련한 문제라서 특별히 도와준 거야. 너의 기도를 밖에서 들으며 레비아에 대한 너의 마음을 확실히 알았어. 나에 대한 속죄를 하기 이전에, 레비아에게 잘해줘라. 레비아의 오랜 소꿉친구로서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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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의 긴 머리를 휘날리는 간호사의 도움으로 레비아는 무사히 의식을 차릴 수가 있었다. 나타는 레비아의 손을 잡으며 울음을 터트리고, 레비아도 그런 나타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자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것에 대해 사과하는 나타와 오히려 자기가 몸이 아파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레비아. 레비아는 나타에게 ‘역시 몸이 아프다는 것은 중범죄자구나?’ 라고 말하며 힘겹게 미소를 짓는다. 레비아가 나타에게 몸이 아파서 이렇게 되었고, 그 때문에 너와 늑대개 멤버들에게 피해를 줘서 미안하다고 눈물을 흘리며 사과한다. 나타가 아픈 것이 죄가 아닌데 왜 사과를 하냐고 말하자, 레비아는 아픈 것이야말로 죄라고 말한다. 몸이 아프다는 것은 가족들에게 짐이 되기 때문이라면서.
“많이 걱정했지, 나타? 미안해. 내가 몸이 아파서.”
“그렇지 않아. 그렇지 않아.”
“어머~ 왜 울어. 사내대장부가 되가지고 울다니. 오히려 내가 사과해야지.”
“아픈 게 죄가 아니잖아! 나 때문에 이렇게 된 거잖아. 근데 왜 네가 사과해!?”
“왜긴...... 아픈 게 죄가 되잖아? 어디가 아프다는 건, 가족들에게 있어서 ‘중범죄(重犯罪)’ 나 마찬가지잖아.”
“......”
“앞으론 나도 건강관리 잘해야만 하겠다. 그리고 고마워, 사랑해...... 나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