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zers]-세하 편애/세하 핥핥/나의 세하가 이렇게 여신일 리가 없어-(5)
내앞에무릎꿇어라 2015-06-28 1
“괜찮… 우정미?”
“누, 누구…?”
“일단 여기서 벗어나야 돼! 일어나! 아저씨, 다른 애들을 부탁해요!”
“세하야. 무리하지 마라. 건강이 최고야!”
“네!”
세하는 우정미를 일으켜 세워 특경대의 총소리가 나는 쪽으로 갔다.
정미는 놀란 가슴이 진정되자 그제서야 자신의 팔을 붙잡고 끌고 가는 세하를 침착하게 볼 수 있었다.
“너, 남자로 돌아가는 건 확실해?”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정미의 말에 세하가 이런 상황에 그런 말이 나오냐는 표정으로 정미를 타박했다.
하지만 정미의 표정은 꽤 진지했다. 그 얼굴을 본 세하는 사실대로 말 할 수밖에 없었다.
“잘 몰라. 애당초 왜 이렇게 됐는지도 모르니까.”
“…그래….”
“너 왜 좋아해?”
“내, 내가 뭘…!”
세하는 평소보다 누그러진 정미의 반응에 소름이 돋는 듯 부르르 몸을 떨더니 이상한 눈으로 바라봤다.
정미의 표정엔 평소 보기 힘든 호감이 진하게 떠있었다.
‘정미는 클로저스를 싫어하는 거 아니었나?!’
클로저스가 싫어서 절친이었던 유리랑도 사이가 나빠질 정도가 아니었던가!
물론 최근을 보면 사이가 나쁜 건지 아니면 좋은 건지 잘 모르겠지만….
신강 고등학교의 아는 사람은 아는 유명인인 정미는 ‘여자를 좋아하는’ 걸로 유명했다.
그 아는 사람에 세하가 포함이 될는지 그건 알 수 없다.
세하는 미묘하게 불안한 느낌을 가슴에 안고 C급 차원종들을 상대로 분투하고 있는 특경대들의 본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체육관 안으로 학생과 교사들을 대피 시키고 특경대의 차량을 바리케이드 삼아 차원종들을 저지하고 있었다.
“여기 있어.”
“세하야!”
세하는 정미를 놔두고 건 블레이드를 재장전하고 위상력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차원종들을 향해 달려가면서 휘둘렀다.
푸른 불꽃이 해일처럼 밀려갔다. 그 해일에 한 번 휩쓸리면 재밖에 남지 않았고, 세상 모든 걸 집어삼킬 듯 광폭하게 퍼져나가던 불꽃은 정확히 특경대의 저지라인 앞에서 흩어졌다.
지면이 붉게 달아오를 정도로 뜨거운 불꽃에 한 순간 차원종들이 전멸했다.
그 무시무시한 위력에 세하도 자신도 모르게 마른 침을 꿀꺽 삼킬 정도였다.
‘이걸 내가 한 거야?’
“세, 세하야….”
“정미야…. 아, 이럴 때가 아니지! 정미야 저쪽 특경대한테 가!”
“너는?!”
정미의 물음에 세하는 조용히 건 블레이드를 재장전하며 말했다.
“난 아직 대피하지 못 한 사람들을 구하러 가야지. 그게 내 임무니까.”
세하가 생긋 웃으며 말하자 정미의 얼굴에 홍조가 피어올랐다.
너무나 깨끗하고, 순수한 미소와 당연한 일을 한다는 태도에 알 수 없는 박력이 느껴졌다.
숭고함.
약한 이를 위해 기꺼이 한 몸 희생하는 긍지가 저변에 깔려야만 보일 수 있는 모습이었다.
-세하야! 4층 교무실에 아직 대피하지 못 한 사람들이 있어! 나 혼자서 처리하기엔 수가 너무 많구나. 와줄 수 있겠니?
제이의 통신에 세하는 어째선지 자신을 보고 멍하게 넋을 놓고 있는 정미를 데리고 특경대 본부로 갔다.
“전 유니온 클로저스 검은 양 팀 소속의 이세하에요. 4층 교무실에 대피하지 못 한 사람들이 있어요. 지원하실 분 있어요?”
세하의 말에 4명의 특경대원이 앞으로 나섰다. 그들은 말없이 여분의 탄창을 챙겼다.
세하는 그들이 준비를 끝낼 때까지 기다렸다가 함께 학교 안으로 진입했다.
최대한 차원종들의 이목을 끌지 않고 4층으로 접근해 사람들을 구출하는 것이 목표였다.
세하는 위상력을 얇고 넓게 퍼뜨려 차원종들의 위치를 먼저 알아내고 최대한 눈에 뜨이지 않는 경로를 선택해 4층 교무실로 갔다.
“잠깐만요.”
세하의 멈추라는 말에 특경대원은 조용히 멈췄다.
세하는 위상력을 집중해 차원종들의 위치를 더욱 자세히 탐지했다.
본래 이런 섬세한 작업은 슬비가 했었지만 지금은 그 홀로도 가능했다.
“돌아갈 만 한 경로가 없어요. 그래도 3층까지 왔으면 충분히 선전했어요. 여기서부터는 정면 돌파를 하죠. 4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중에 제일 차원종이랑 거리가 떨어진 곳은 복도 반대쪽에 있는 계단이에요. 바로 이 위로 올라가면 차원종들이 우글우글할 거 에요.”
특경대는 말없이 안전장치를 풀고 대열을 만들었다.
세하는 자신의 건 블레이드를 확인하고 말을 이었다.
“하지만 교무실이랑 제일 가까운 계단은 이쪽이죠. 어떻게 하실래요?”
특경대원들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더니 총구를 위로 향했다.
제일 어려운 길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돌아오느라 충분히 시간이 소모되었으니 이쪽으로 가는 게 맞았다.
“제 뒤를 바짝 따라오세요. 그리고 제가 먼저 쏘면 풀 오토로 탄망을 만들어 주세요. 한, 두 발 정도로 차원종들을 뚫기는 힘들 것 같으니까요.”
끄덕.
세하는 특경대원들의 대답을 듣고 바로 일어나 계단을 올랐다. 그 뒤를 특경대원들이 따랐고 세하는 4층 복도에 우글우글한 차원종들을 보고 바로 건 블레이드의 방아쇠를 당겼다.
콰아아앙!!
푸른 화염의 기둥이 복도를 꽉 채우며 휩쓸었다.
그 압력에 창문들이 와장창 깨져나가며 차원종들이 증발했다.
하지만 워낙 많았기에 다른 차원종의 시체를 방패삼아 살아남은 것들이 상당히 남아있었다.
살아남은 차원종은 지금 공격해야 자신들이 산다는 걸 느꼈는지 바로 달려들었다.
세하가 건 블레이드를 재장전하는 그 짧은 사이, 무방비한 그 사이에 특경대원들의 위상탄환이 쏟아졌다.
좁은 복도를 꽉 매우며 난사되는 비싼 돈 덩어리 탄환들은 달려드는 차원종들을 밀어냈다.
35발의 위상탄환을 전부 쏘는데 걸린 시간은 단 3초였다. 그리고 그 정도 시간이면 재장전하는 데에는 충분했다.
다시 차원종들을 향해 겨눠진 세하의 건 블레이드에서 푸른 불꽃이 뿜어졌다.
콰아아아아!!
깨끗해진 복도에는 그을림과 재만이 가득했다.
세하는 특경대원을 재촉하며 교무실로 들어갔다.
교무실 안에는 제이가 거대한 덩치의 차원종의 해머를 막고 위태롭게 서있었다.
당장이라도 해머에 깔려 죽을 것만 같은 위태로운 상황에 세하는 자신도 모르게 바닥을 박찼다.
푸른 불꽃이 되어 허공을 가른 세하는 건 블레이드로 거대한 차원종의 허리를 갈라버렸다.
-쿠오?
차원종의 허리에 그어진 실선에서부터 피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 피는 평범한 피가 아니라 부글부글 끓고 있는 피였다. 그리고 차원종의 허리에서부터 거세게 일어난 불꽃은 각각 따로 상체와 하체를 불태워 잡아먹었다.
제이는 자신을 누르는 힘이 사라지자 바로 해머를 옆으로 치웠다.
“하아…. 하아….”
“아저씨, 괜찮아요?!”
“아아, 세하야. 윽!”
세하는 건 블레이드조차 내팽개치고 피투성이의 제이의 곁으로 달려가 그 곁에 주저앉더니 와락 제이를 안아버렸다.
세하의 눈가에는 눈물이 방울방울 달려 있었고 제이를 껴안은 가녀린 몸은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제이는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지 잠시 고민했지만 금세 떨쳐버리고는 부러진 오른팔 대신 그나마 성한 왼팔로 세하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세하야. 아저씨가 아니라 형이야.”
“지금 상황에 그런 말이 나와요?!”
“큭큭…윽!”
“앗, 미안해요! 일단 빨리 여기서 나가요.”
“그래.”
세하는 자신이 너무 세게 안아서 제이가 신음을 흘렸다고 생각했는지 황급히 떨어지곤 제이를 부축했다.
교무실 안에는 3명의 선생이 있었는데 그들 모두 두려움에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특경대원들이 용케도 그들을 진정시켜 움직이게 하고 있었는데 그걸 본 세하는 역시 특경대는 없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