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스 리벤지 [1화]

뀨뀽이 2015-06-28 3

"정말 그걸 사용할건가?"

 

뒤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익숙한 말에 나는 살짝 한숨을 쉬고서 뒤도 돌아** 않은채로 대답한다.

 

"....그 말만 대체 몇 번째냐..."

 

"그만큼 너를 걱정한다는 거지."

 

그 말에 난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내 눈앞에 있는 거대한 기계에 계속해서 위상력을 불어넣는다.

 

"내가 너에게 그렇게 걱정받고 있었다니....그 참 눈물나게 고맙구만."

 

"고마우면 그런 기계 작동하지 말고 계속 우리랑 같이 살아가자고."

 

"...."

 

아주 잠깐.정말 아주 잠깐 그 말에 혹했지만 그런 나에게 냉혹한 미소를 지으며 그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웠다.

하지만 그 잠깐의 갈등을 느낀걸까 등 뒤에서 들려오는 한숨에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그렇게 갈등할거면 그냥 과거 따위 잊고 우리랑 사는게 더 낳을텐데."

 

".....미안...."

 

나의 말에 등뒤에서는 대체 몇번 째인지 모를 한숨을 내쉰다.

그 말을 끝으로 우리 둘은 몇 분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나는 계속해서 내 앞에 있는 기계에 위상력을 집어넣었다.

 

삐빅.....위이이잉.....

 

".....됐다....."

 

이제야 기계의 스위치가 켜지고 들려오는 기계의 작동소리.

그에 나는 또 다시 갈등하다 마음을 굳게 먹은채 뒤돌아 서서 잿빛 푸른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소년.애쉬를 바라본다.

 

"....이제 시간이 된거 같아.....더스트는?"

 

"....네가 떠나는 모습을 보면 자기도 모르게 울 것 같다면서 한참 전부터 행방불명."

 

".....그래....?"

 

하지만 분명히 이 근처 어딘가에서 눈물을 흘리면서 나를 보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늘 그랬으니.

 

".....이제 정말 마지막이네...."

 

"....그러게...."

 

"널 만난게 엊그제 같은데....벌써 이별이라니..."

 

그 말에 난 또 다시 미소짓는다.

 

"뭐냐....그 할머니 할아버지 같은 말투는....아....차원종은 영원히 살아가니 확실히 엊그제라고 해도 딱히 틀린 말이 아닌가?"

 

"뭐....그럴지도 모르겠지..."

 

그는 나와 같이 입가에 미소를 짓고서 나를 바라본다.

그 눈에는 나를 향한 애정.걱정.불안 등등....여러가지 감정이 빛쳤고 그 눈동자에 또 다시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으며 뒤돌아 기계를 바라본다.

기계에서 나오는 보라색의 빛을 느끼며 눈을 감고서 그 동안 애쉬와 더스트와 있었던 시간을 되새겨본다.

애쉬와 더스트와 같이 보냈던 시간은 나쁘지 않았다.아니,오히려 좋았다고 해**다.

하지만 좋았던만큼 나는 내 안에서 커져가는 '그녀'에 대한 후회의 마음을 느껴야만 했다.

과정이야 어떻게 됐는 지금의 내가 살아서 이렇게 애쉬와 더스트와 함께 시간을 보내게 해준건 다름아닌 그녀니깐.

그러니 나는 이 기계를 작동시켜야만 한다.그녀를......그녀를 살리기 위해....

 

".....이제 난 가볼게.애쉬."

 

내 말에 애쉬는 잠시 주저하다가 할 말이 있는지 계속 입을 들썩거리지만 이내 크게 한숨을 쉬고서 머리에 손을 댄다.

 

"난...아니 더스트 누나와 여기 있는 차원종들도 너가 계속 여기 남아있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어쩔 수 없네..."

 

"....미안해..."

 

"도대체 그 놈의 미안해라는 말만 몇 번째인지 아는거냐?"

 

"...하지만 내가 너희를 배신하는 건 바뀌지 않는 사실이니깐."

 

내 말에 애쉬는 피식 웃음을 흘린다.

 

"배신이라....겨우 이거 가지고 배신이라 하다니....너답다고 해야 하나....."

 

애쉬는 나에게 가까이 다가와서는 기계를 향해 내 등을 떠민다.

 

"나도 더스트 누나처럼 울지도 모르니깐 갈 거면 밍기적 거리지 말고 빨리 가라."

 

"애쉬...."

 

말은 저렇게 하지만 그 안에 있는 따뜻함을 알기에 속으로 미소 짓는다.

 

"......그럼 진짜 난 간다...."

 

"......그래..."

 

보라색 빛에 휩싸인 기계에 천천히 위상력을 넣자 보라색의 빛은 점점 혼탁해 지더니 곧이어 검은색으로 변하고서는 나를 감싸기 시작한다.

.....이제 정말 이별이다.이제는 정말로 이 【세계】의 애쉬와 더스트는 만날 수 없겠지....

괜히 울적한 마음에 나는 뒤돌아서서 마지막으로 환한 웃음을 지으며 애쉬를 바라본다.

 

".....잘 있어...애쉬....그리고 더스트도...."

 

"그래....잘 가라....이름없는 군단의 군단장 【이세하】."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내 시야는 검은색의 빛으로 물들여지고 이어서 눈으로 보여지는 풍경과 귀로 들려지는 소리는 점점 더 멀어지더니 결국 모든 것은 검은색으로 뒤덮여졌다.

 

".....잘 있어....모두들....."

 

***

 

"....."

 

눈을 가득채우던 검은색의 빛은 이윽고 사라졌고 빛이 사라진 자리에는 마치 처음부터 아무도 없었던 것처럼 거대한 기계만 존재할 뿐 어떠한 흔적도 남아있지 않았다.

 

"...휴....언제까지 그렇게 숨어있을 거야.더스트 누나."

 

"....역시 알고 있었군아...."

 

내 말에 누나는 공중에서 천천히 내려오더니 바로 내 옆에 착지했다.

 

"....울었군아.누나."

 

"...어쩔 수 없잖아...사랑하던 사람과의 이별이라고...."

 

눈물 자국이 여전히 남아있는 누나의 얼굴을 보며 나도 모르게 혀를 쯧 찬다.

 

"이렇게 이별이 슬픈거였으면...그냥 이 기계따위 세하한테 가르쳐주는게 아니었는데...."

 

"하아.....누나....그건 좀 아니라고 보는데..."

 

나의 질책에도 불구하고 누나는 "세하,돌아와줘~!"나 "내가 더 잘할게~!"라는 말을 하며 또 다시 우는데 누가 보면 남자한테 차인 여자가 남자를 놓지 못하는 붙잡는 장면이라고 착각할 만한 모습에 또 다시 한숨을 쉰다.

 

"이제 그만해 누나.우리도 아직 할 일이 남아있잖아."

 

"훌쩍..훌쩍...이럴 줄 알았으면 세하한테 제대로 고백하는 건데..."

 

"하아......"

 

오늘 왜 이리 한숨을 많이 쉬게 되는지....

 

"평생 못 보는 것도 아니고....우리도 빨리 이 【시간 역행기】 기계 처리하잖고...이 기계 이렇게 방치하면 큰일나니깐..."

 

"이세하!!!!사랑해~~~!!!제발 다시 돌아와줘!!!"

 

"아...누나 좀!!"

 

상상을 초월하는 누나의 부끄러운 모습에 보는 자라고는 아무도 없지만 나 또한 부끄러워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어차피....이세하는 모르겠지만....이세하가 과거로 갔다고 해도 우리는 만날 수 있는 방법이 있잖아...."

 

"....그거 시간 많이 걸리잖아..."

 

"그거야...재료가 다 모이지 않았으니 어쩔 수 없지..."

 

"으아아앙!!!!세하야~~~~제발 돌아와!!!!그리고 애정이 담긴 발로 나를 밟아줘!!!"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누낫!!!!"

 

속으로 '정말....** 누나야...'라고 중얼거리면서 기계를 바라본다.

세하는 방금 저 【시간 역행기】를 사용해 과거로 갔다.

자신의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던 과거를 바꾸기 위해...그는 시간을 역행했다.

솔직히 세하가 말한 것처럼 배신감 따위 느껴지지 않는다....라고 말하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그는 선택한거다.차원종으로의 길이 아닌 인간으로의 길을...

그걸 나와 누나와 같은 차원종이 막을 수는 없겠지...

 

"세하야~~~~~너의 그 부드러운 볼에 부비부비 하고 싶어!!!!"

 

.....하지만 저런 안쓰러운 누나를 두고 가버린 세하에게 엄청난 배신감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는거겠지...

 

***

 

"으윽....."

 

갑작스럽게 몰려오는 두통에 나도 모르게 신음을 흘리며 엄청나게 무거운 눈꺼플을 뜨자 눈에 보이는 것은 파란색 파일로 된 천장.

그 모습에 힘이 전혀 나지 않는 몸을 억지로 이르킨다.

 

"여긴....."

 

주변을 둘러보자 방금 전까지 내가 누워있었던 침대.식탁.시계.소형 냉장고만 떵그라니 놓여있는 작은 방이었다.

 

".....설마...."

 

딱히 특징이라고는 없는 방이지만....나는 이 곳을 알고 있다.오래 전.정말 오래 전에 본적이 있는 곳.

 

덜컹

 

황금히 한 쪽에 있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자 복도에는 딱히 보이는 사람이 없었다.

오래 전의 기억을 되듬어 이 건물의 출구를 향해 천천히 걸어간다.

조금씩이지만 천천히 그러나 점점더 빨리 뛰기시작하는 심장을 진정시키지 못한채 나는 어느샌가 뛰어가고 있었다.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정말 그 기계가 제대로 작동됐는지 보기 위해....

 

"제발...."

 

건물의 출입구를 찾는데 걸리는 시간은 겨우 1분이었지만 그 1분이란 시간은 나에게 1년이라는 시간처럼 길게 느껴졌다.

속으로 몇 번인지 모를 애원의 말을 하며 건물의 출입구로 밖으로 뛰어나가자 보이는 것은.....

 

"....G타워....."

 

밤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어두운 하늘.그와 동시에 초록색으로 빛나는 곰팡이 같은게 떠다니는 주변.

이 곳은 G타워.

【아스타로트】를 잡기 위해 팀 【검은양】이 머물렀던 곳....

 

"그렇다면......나는......"

 

나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결국 눈물 한 방울을 흘리고 만다.

하지만 이 눈물을 슬픔의 눈물이 아니다.

기쁨.감격.환희의 감정이 담긴 눈물.....

 

그래....나 【이세하】는 돌아왔다.

 

과거로.......

 

 

 

 

 

 

 

 

 

@@@

 

※초장편 계획 소설입니다.

※이세하의 성격이 그렇게 좋지는 않을 겁니다.

※세하는 귀여워요.사랑이죠.

 

콘테스트에 올릴까.일반에 올릴까 고민하다 초장편을 콘테스트에 올리는 건 아니라 생각하고 일반에 올림.

왠지 세하가 과거로 돌아가는 소설이 쓰고 싶더라고요.

그리고 세하의 '그녀'...루트가 누구인지는......비밀!

 

 

2024-10-24 22:29:13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