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zers]-세하 편애/세하 핥핥/나의 세하가 이렇게 여신일 리가 없어-(4)
내앞에무릎꿇어라 2015-06-27 1
“어머, 그런 거였어요?”
“다, 당연하지….”
“하긴 제이씨가 세하한테 성희롱을 할 리가 없죠! 여자가 된 걸 모르고 있었던 거였네요.”
“응….”
“근데, 제가 분명 X톡으로 알려준 것 같은데? 카X 안 봤다는 거네요?”
“아….”
“그럼 생전 처음 보는 여자애를 보고 초면에 옷을 훌렁훌렁 벗었다는 거네요?”
“유, 유정씨?”
“우린 조금 더 대화가 필요한 것 같네요.”
“유, 유정씨! 나 더 맞으면 죽어!!”
“괜찮아요. 안 때려요. 대화인 거지.”
“히이익!!”
유리와 슬비는 유정에게 멱살을 잡힌 채 추궁당하는 제이를 그저 바라보고 있었다.
흥미진진한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눈빛이었다. 세하만이 어쩔 줄 모르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미스틸테인은 그런 세하를 신기하단 눈으로 보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제이와 유정의 ‘대화’가 끝났다. 유정은 조금 속이 풀린 표정을 한 채 자신이 부시고 온 벽의 잔해 사이를 뒤지기 시작했다.
자신이 들고 온 서류가 담긴 가방을 찾는 것이었다.
그 사이 세하는 혼이 빨린 것 같이 새하얗게 변한 제이에게 다가갔다.
“제이 아저씨, 괜찮아요?”
“흐어….”
“….”
아무래도 영 상태가 좋지 못 하다.
“비, 빛이 보여….”
“아저씨?! 거기로 가면 안돼요!! 정신 차려!”
세하는 다급히 제이의 찬장으로 달려갔다. 그곳엔 생전 듣도 보도 못 한 다양한 약들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그 중 하나에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죽기 직전일 때]
“이거다!”
세하는 약통을 들고 허허로운 눈으로 허공을 향해 손을 뻗고 있는 제이의 입을 강제로 벌리곤 약통의 뚜껑을 따고 통째로 부었다.
“어걱!”
“삼켜요! 아저씨! 안 삼키면 죽어요!”
“억, 걱, 거걱…!”
허우적거리던 제이에게서 꿀꺽하는 큰 소리가 나며 울대가 눈에 보일 정도로 크게 울렁이자 그 많던 약이 식도를 타고 내려갔다.
“무슨 짓이야!!”
제이가 눈가에 눈물방울을 단 채 소리를 지르자 세하는 약통을 품에 안은 채 한 걸음 물러나더니 바들바들 떨면서 말했다.
“저, 전 그냥 아저씨가 죽을까봐….”
“그렇다고 그걸 전부 입에다 넣냐?! 우욱!”
제이의 볼이 바람을 넣은 것처럼 부풀더니 무지개를 토하기 시작했다.
“으엑! 아저씨 뭐 하는 거에요?!”
“냄새 나요, 슬비 누나….”
“나가자, 테인아.”
슬비는 미련 없이 인상을 찌푸리는 미스틸테인을 데리고 밖으로 순간 이동했다.
유리도 ‘깨끗해지면 돌아올게요~’ 라고 말하고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혼자 남은 세하는 제이의 등을 두들겨줬다. 잔해 사이를 뒤지던 유정은 세하와 제이가 붙어있는 걸 보고 웃는 얼굴로 둘에게 다가갔다.
“저기 세하야?”
“네?”
유정의 부름에 세하가 고개를 돌렸다. 유정은 분명 웃고 있건만 어째 묘한 살기 같은 것이 느껴졌다.
“부웨에에에-”
“아저씨 괜찮아요?”
잠시 진정됐던 제이의 무지개 토가 다시 흘러나오자 세하는 제이의 등을 타박타박 쳤다.
마지막 남은 것까지 전부 토해낸 제이는 해쓱한 얼굴로 세하를 바라봤다.
“고맙다….”
“아뇨…. 제가 잘못한 걸요. 이건 제가 치울 테니 잠깐 누워 계세요.”
세하가 생긋 웃으며 말하자 제이는 감격했다.
‘처, 천사…!’
“으응…!”
제이는 비척비척 일어나 한 구석에 놓인 소파에 털썩 누웠다. 세하는 아지트에 딸린 간이 부엌에서 행주를 가지고 오더니 제이가 토해낸 것을 치우기 시작했다.
그 사이 유정은 세하를 바라보며 상당히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다 조용히 다시 잔해를 뒤지기 시작했다.
세하는 제이의 흔적(?)을 전부 치우고 행주를 깨끗이 빨아놓고 컵에 찬 물을 담아 제이에게 건넸다.
“아저씨. 입가심.”
“고맙구나….”
제이는 일어나 앉아 물을 건네받아 꿀꺽꿀꺽 삼켰다. 조금 속이 진정되는 느낌이 들었다.
“후우. 여러 가지로 미안하구나. 전부 치우게 해서.”
“아뇨. 제가 하고 싶어서 한 걸요.”
세하와 제이가 훈훈하고 다정한 분위기를 피우고 있는 사이 유정의 핸드폰으로는 명령이 내려오고 있었다.
“세하야! 제이 씨! 출동이에요! C급 차원종이 출현했어요. 장소는 신강 고등학교!”
“끄으응…. 방금 토했는데 출동이라니…. 허, 허리가…!”
“엄살 부리지 말고 빨리 가요!”
유정의 재촉에 제이와 세하는 귀에 통신기를 꽂았다. 제이는 탁자 위에 올려놨던 너클을 주먹에 끼고 몸을 풀었다.
세하는 미니 냉장고 옆에 기대어놨던 자신의 건 블레이드를 들고 검은 양 요원복의 겉옷을 블레이저 대신 걸치고서 제이의 옆에 섰다.
“다녀올게, 유정씨.”
“빨리 가요, 아저씨!”
세하가 먼저 사이킥 무브로 몸을 날리자 제이는 그 뒤를 따랐다. 건물들을 밟고 빠르게 신강 고등학교로 향하는 둘의 멀어져가는 모습을 바라보던 유정은 핸드폰으로 슬비와 유리에게 연락을 했다.
특경대는 이미 출동해서 학생들을 대피시키고 있지만 C급 차원종이 출현했으니 희생자가 나올 수도 있었다.
‘아무도 다치지 않기를…!’
휘오오오오-
바람이 귓가를 스치는 맹렬한 파공음을 들으며 세하와 제이는 빠르게 움직였다.
이전에도 신강 고등학교에 차원종이 침입한 적이 있었다. 그 때도 C급 이상의 차원종들이 나타나 난리를 피운 적이 있었다.
학교는 난장판이 되고 학생들은 피해를 입었다. 학교에 애착이랄 것은 없지만 자신이 속한 곳이었다.
그런 곳이 피해를 보는 건 보고 싶지 않았고, 무엇보다 괴물에게 사람의 생명이 위협 받는 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세하는 그리 사회적인 성격이 아니었다.
친구를 많이 사귀는 것보다 게임을 더 하는 게 좋았고 가능하면 혼자 있고 싶었다.
그런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세하에겐 신념이 있었다. 검은 양에 들어오면서부터 마음에 품은 신념.
그것은 차원종 따위에게 사람이 피해를 보는 이 비뚤어진 세상을 바로잡겠다는 것이었다.
그런 생각은 세하가 지금의 몸이 되자 더욱 선명해졌다. 그것이 왜인지는 몰랐다. 어쩌면 그의 어머니인 알파퀸의 위상력이 영향을 끼친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차원종 따위에게 사람이 피해를 보게 놔두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신강 고등학교로 도착한 세하와 제이는 바로 위상력이 느껴지는 곳으로 달려갔다.
“멈춰-!”
때마침 차원종 한 마리가 넘어진 학생 한 명을 향해 흉기를 휘두르려 하고 있었다.
그걸 본 세하의 심장이 쿵 하고 울렸다. 다급함이 뇌리를 지배했다. 그 순간 세하의 몸이 한 줄기 푸른 불꽃이 되어 벼락처럼 차원종의 앞에 나타났다.
건 블레이드에 장전된 특수 탄환에 위상력을 주입하며 방아쇠를 당기자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거대한 불꽃이 한 방향으로 쏟아졌다.
-키아아아아아!!
그 불꽃은 삽시간에 거대한 차원종을 재로 만들어 버렸다. 위상력의 질 자체가 달라진 듯한 위력.
확실히 위상력 증폭제의 효능은 있는 것 같았다.
“괜찮… 우정미?”
“누, 누구…?”
“일단 여기서 벗어나야 돼! 일어나! 아저씨, 다른 애들을 부탁해요!”
“세하야. 무리하지 마라. 건강이 제일이야!”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