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세.와. 리메이크 17화(상)
최대777글자 2015-06-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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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동
*:시점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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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휴가까지 와서는 이게 무슨 일이야... 그래도 덕분에 꽤 재밌어 지긴 하겠지만 말이야...’
레이드(?)를 뛰기 전에 검을 뽑아서 상태를 체크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역시 클로저에게 휴가 따위는 없다 이건가... 거기다가 이번 임무는 지금까지 경험해본 적따위 없는 위험한 일일 텐데...’
검날에서 눈을 떼고 전투준비를 하고 있는 애들을 향해 눈길을 돌렸다.
“이세하! 중요한 상황인데도 꼭 게임을 해야겠어?!”
“아 세이브파일이 제대로 있나 확인좀 한 것 뿐이거든?!”
‘에휴...’
그들을 보고 있자니 속으로 한숨이 절로 나왔지만 그와 동시에 웃음도 약간 나왔다. 전혀 긴장되지도 않고 위험하다는 생각도 다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동생, 왜 한숨을 쉬고 그래?”
“그냥요. 쟤네들 보고 있자니 뭔가 긴장도 풀리고... 약간 안심도 되는 것 같아서리...”
“하하, 나랑 하는 생각이 거의 같군. 시혁이, 검은양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지?”
갑작스러운 그의 질문의 취지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일단 아는대로 대답하기로 했다.
“위상력이 발현된 청소년들로 이루어졌다는 것 정도... 그러고보니 제이형은 청소년이라고 불리기에는 너무나도 늙으셨는데(초 극딜) 어떻게 검은양에 소속되어있는 거예요?”
“쿨러헉....”
“죄송죄송, 아무튼 어떻게 검은양에 소속되어있는 거예요?”
제이형에게 사과한 후 재차 질문하자 그가 입가의 피를 닦아내며 대답했다.
“아이들로만 이루어진 팀은 경험히 매우 부족하여 위험할 가능성이 크니 내가 보호자역할로 붙은 거야.”
“...부담스럽진 않나요?”
내 질문을 들은 제이형은 한참동안 아이들을 쳐다봤다. 세하와 슬비는 아직도 게임 때문에 말다툼을 하고 있었고 유리와 미스틸은 웃으면서 대화하고 있었다.
“부담스러운 걸 넘어서 무섭지. 누가 보기에도 퇴물인 내가 저 아이들을 잘 지킬수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내 입으로 말하기는 뭐하지만 난 이제 진짜로 아저씨잖냐. 그래도, 세하나 유리, 슬비, 미스틸을 보면 안심이 되거든.”
“...”
“무엇보다 시혁이, 너한테는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엥? 저요?”
제이형의 갑작스러운 말에 내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자 그가 웃으면서 이쪽을 봤다.
“다른 세계에 왔음에도 불구하고 금방 적응하고, 세하나 아이들과도 금방 친하게 지내고.. 말렉도 쓰러뜨릴 만큼 강한데다가... 그런 멋진 말도 할 줄 알고 말이야.”
“...그런 멋진 말...?”
“기억 안 나냐?”
[내가 당신몫까지 싸워주겠어.]
“아...”
순간적으로 떠오른 기억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쪽팔려서 참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끄아아.... 오글거려...”
“하하, 그래도 내게 그런식으로 말해준 건 네가 처음이었어.”
“끄으윽...”
머리를 잡고 몸을 최대한 움츠린 채로 부들부들 떨었다. 그렇지 않으면 몸이 소멸해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지금도 내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아니, 처음은 아닌가...”
“네?”
“아무것도 아냐.”
제이형의 말을 제대로 듣진 못했지만... 뭐 어떤가 하고 넘겼다. 검을 도로 검집에 집어넣고 자리에서 일어나 다리를 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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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벌써 같은 장소만 몇 번은 온 것 같은데?”
계속 숲길을 걸어가다가 내가 불만을 토로하자 앞서가던 팡이 뒤돌아 나를 마주보고는 입을 열었다.
“결계가 미로처럼 이루어져 있어서 그런 거니까 어쩔 수 없어. 같은 곳을 또 온 것처럼 보이는 건 일부러 괴물들을 헷갈리게 하기 위해서야.”
“응? 결계라는 건 장막처럼 전개되어있는 그런 게 아니었어?”
“아니, 그들을 밖에 나오지 못하게 하는 건 신전 그 자체야. 약한 괴물들은 차원문을 넘어오기 쉽지만 강할수록 그게 어렵듯이 웬만큼 강한 괴물들은 나오지 못하지만 잡병들은 나오는 경우가 간혹 있으니까 미로처럼 이루어진 결계를 만든 거야.”
팡의 말에 의문을 느낀 세하가 질문하자 팡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은 빠져나왔다 이거지...’
팡의 말에 아까전에 차원종들과 싸웠던 것을 떠올리며 속으로 태클을 걸었다. 그런데 그러다가 문득 무언가 궁금한 점이 생겼다.
“그럼 우리도 신전 안으로 못 들어가는 거 아닌가?”
“괴물들의 뼈를 이용하면 일시적으로 그 안에 들어가는 문을 열 수 있어. 지금은 우선 그걸 모으러 가는 거고.”
“그래...?”
“아, 도착했다.”
팡의 말과 동시에 숲의 끝이 보였다. 빛을 따라서 숲 밖에 나오자 보인 건 아침에 상대했던 늑대처럼 생긴 차원종 몇 마리였다.
“뭐야, 겨우 이게 다야?”
차원종의 수가 예상했던 것보다 많지 않자 이세하가 약간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자 차원종들이 전부 이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는 하나같이 하늘을 향해 울부짖자 어디에 숨어있었는지도 몰랐던 차원종들이 한꺼번에 파도가 일어나 듯이 몰려왔다.
“...꼭 물어봤어야 했냐?”
“토 나오게 많군...”
“...미안.”
마치 개미떼를 연상시키는 차원종들의 수에 모두가 입이 쩍 벌어졌고 그중 세하는 얼굴이 매우 어두워진 채로 조용히 사과의 한 마디를 중얼거렸다.
“그럼 다들 수고해~”
“아!!!! 이거 호위퀘스트였던 거냐아!!!!!!!!”
{검기방출}
일단 이쪽으로 돌진해오는 차원종들 몇몇을 처리하기 위해 검기를 쏘고 곧바로 다들 전투태세에 들어갔다. 이제보니 이것은 호위전, 팡이 다치지 않게 지키면서 이 많은 녀석들을 전부 쓸어버리고 무엇보다 뼈까지 모아야 하니 정말 까다로운 퀘스트나 마찬가지로구만...(뭐, 만약 게임이라면 그냥 몬스터를 죽이는 것만으로도 아이템이 드랍되었겠지만.)
“으라챠!”
바로 앞까지 다가온 녀석을 베자 그것을 시작으로 우리들과 차원종들의 난전이 시작되었다.
“길 비켜!!!”
{칼슘차징}
제이형이 온 위상력을 방어로 돌리고 차원종들을 마구 날려버리며 질주하자 그와 충돌한 차원종은 하나같이 직장상사가 보고서를 던지듯 흩뿌려졌다.
“캬아... 역시 제이형의 싹쓸이는 언제봐도 속 시원하다니깐...”
‘나도 뒤쳐질 수는 없지.
그를 구경하는 것을 그만두고 곧바로 나도 차원종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으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