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퍼레이션 나인 -제145화- [교환학생의 시간(交換學生の時間)]
호시미야라이린 2015-06-05 1
진서희가 신강 고등학교의 모스크바 분교에 입학하고서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난 어느 날. 그녀는 ‘교환학생(交換學生)’ 차원에서 러시아의 어느 요리학교로 들어가게 되었다. 당시에 서희가 실력이 꽤나 되었던 모양이다. 국내의 요리사 지망생들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요리사 지망생들이 입학하기로 유명한 그 학교. 외국 유학생이라 부르면 될까? 입학하는 인원과 편입으로 온 인원을 모두 합하면 매년마다 약 1,000여 명. 인원이 매우 많다. 사실상의 사립학교에도 불구하고 학비는 학교에서 전액을 장학금과 같은 개념으로 하고 있기에 재학생들은 사실상 등록금을 내지 않아도 상관은 없다. 그러나 세상에 무조건적인 공짜는 존재할 수가 없는 법. 학교생활이 매우 까다롭다.
그 학교는 사실상의 ‘무한경쟁(無限競爭)’ 방식의 교육을 교칙이자 방침으로 내세우고 있기에 각 학년별 경쟁이 정말로 치열하기 그지없다. 게다가 1번 퇴학조치를 당하면, 영구 복학금지 처분까지 내려지기에 시험을 볼 때마다 정말로 피를 말리는 연속이다. 약 5박 6일의 기간에 걸쳐서 합숙을 한다. 물론 이 합숙은 1학년을 대상으로 하는데, 몇 년 전에는 그 합숙기간 동안에 생존에 성공한 학생들이 전체의 30% 미만이었다고 한다. 어쩌면 100명 가운데에 30명이나 10명 정도만 살아남았다고 보면 될까? 진서희가 교환학생으로 올 때엔 합숙훈련을 나가기 직전이었다고 보면 된다. 어쨌든, 무한경쟁 교육방식인 덕분에 졸업까지 성공한 사람들은 전체의 1% 에 불과하단 말도 나오고 있다.
교환학생으로서 온 직후, 5박 6일의 합숙훈련에 참여하게 된 진서희.
100명 가운데에 졸업까지 성공한 학생이 1명에 불과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끔찍하기 그지없는 졸업확률. 합숙을 위한 호텔로 보이는 곳에서 졸업생이자 각 국을 대표하는 내로라하는 쉐프들이 합숙훈련의 감독관으로서 참가했다. 아무리 전체가 다 오지 못했어도, 모두가 요리잡지에 나오던 유명한 쉐프 들이라 동경하는 것은 당연지사. 유일하게 진서희 혼자 무표정한 자세를 유지할 뿐이다. 합숙기간 동안에는 하루에 1회씩 시험을 보는데, 개인별 시험일 때도 있고 2인 1조의 방식으로 시험을 볼 때도 있다. 무한 경쟁인 덕분에 제대로 숨을 쉬는 것도 버거울 정도로 아주 치열할 대로 치열하다.
5박 6일의 합숙을 어떻게 견뎌냈는지는 몰라도, 그녀는 살아남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 기간 동안에 1학년 전교생인 1,000여 명들 가운데에 약 300여 명 정도만 살아남았다.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당시 사람들의 얘기일 뿐이기에 무조건적으로 맞다고 보는 것도 그렇다. 타 학생들도 모두 최선을 다하는 상황에서 진서희도 예외 없이 정말 필사적으로 임한다. 당시에 진서희는 흑발의 긴 생머리를 금발로 염색하고서 그곳에 들어왔다. 본인의 정체를 숨기기 위함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귀족학교를 방불케 하는 크기의 합숙훈련이자 시험장이라 정말로 크고 화려한 건물의 안에 있으니 아무리 그녀라도 속으로는 뭔가 긴장하지 않았을까? 겉으로는 아주 미묘한 만큼의 표정변화가 없다고 해도.
어쨌든, 5박 6일에 걸친 합숙훈련을 마치고서 최종적 생존자는 매우 적었다.
전체 1,000여 명의 1학년 학생들 가운데에 생존에 성공한 학생들은 이번에도 300여 명이다. 물론 그 인원들 가운데에는 진서희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생존하여 학교로 돌아온 직후에 바로 금발머리를 흑발머리로 다시 염색한다. 원래의 머리색으로 돌아가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한 걸까? 그 훈련기간 동안에 1학년으로선 꽤나 유례를 찾기가 힘들 정도의 고득점을 얻고서 귀환한 진서희. 10인회에 소속된 선배들이 마지막 10번째 자리인 1학년 자리를 맡아달라고 요청했고, 그녀도 그것을 수락하게 된다. 그렇게 10인회의 10번째 멤버이자 유일한 1학년의 자리에서 있게 되는데 여전히 조용하게만 있는다.
“......”
“이봐. ‘키사라기 사야(Kisaragi Saya)’ 너 말이야.”
“......네.”
“넌 어째 침묵만 유지하는 거 같다?”
“네. 겨우 1학년인 제가 선배님들에 무슨 이견이라도 내놓을 수가 있겠습니까. 저도 선배님들의 결정에 동의하기 때문입니다.”
“사야가 그렇게 나오다니. 어째 놀라운데?”
“사야. 너 정도라면 뭔가 이견을 내놓으리라 생각했는데.”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사야. 그럼 우리가 하나 부탁해도 될까. 10번째 멤버가 꼭 해야만 하는 일이야.”
“......”
“해줄 수 있지?”
“......네.”
선배들이 진서희에게 요청한 것. 아니, 저 당시엔 키사라기 사야란 이름으로 살았던 그녀. 선배들이 그녀에게 요청한 것은 바로 쓸모없는 학생들을 상대로 요리대결을 벌여 가차 없이 퇴학시키는 것. 성적이 나쁜 학생들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지만, 성적이 좋은 학생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 무슨 말이냐면 자신들의 기득권에 저항하고자 하는 학생들까지 처리하라는 것. 원래는 3학년 선배들이 2학년 선배들에게 이 일들을 맡겼지만, 이젠 1학년 멤버가 들어왔기에 후배에게 다 떠넘길 수가 있게 된 것. 그 후로 진서희. 사야는 선배들의 지시대로 블랙리스트를 받아 하나씩 하나씩 숙청해나갔고, 퇴학을 당한 학생들은 모두들 하나 같이 그녀를 향해 비난과 폭언을 쏟아 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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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야가 내놓은 음식들은 심사위원들을 만족시키는데 전혀 손색이 없었고, 완승이라는 점수차를 계속 유지하며 학생들을 무자비하고도 가차 없이 숙청해나간다. 10인회의 3학년과 2학년 선배들에게 받은 블랙리스트의 학생들을 거의 다 숙청시키고서 어느 날. 10인회의 10번째 멤버인 사야가 교장선생님과 이사장님, 그리고 이사진 임원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 불려나온다. 모두들 사야를 향해 메서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그녀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주듯 단 1% 수준의 표정변화도 없는 모습을 보인다. 모두들 그녀를 바라보면서 하는 말이 클로저가 이곳에 입학한 의도가 궁금하다는 목소리를 내비친다. 사야가 교환학생으로 오고, 합숙훈련에서 생존하고, 10인회의 10번째 멤버가 되고서 약 3개월 정도 후라고나 할까? 당시에 러시아에선 클로저에 대한 반감이 매우 심각했는데 얼마 전에 있었던 신강 고등학교 모스크바 분교의 테러도 클로저 때문이란다.
비록 사야가 그 사건의 범인이 아니라고 해도, 이미 그 학교의 총기난사테러사건만 하더라도 그녀를 더 이상 학교에 있도록 할 수는 없다는 것이 이사진들의 공통된 생각. 아무리 사야가 10인회의 멤버로 들어올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지녔다고 해도 학교의 이미지가 극히 나빠질 것을 염려한 모양인지 결국은 퇴학조치를 시킨다. 한 자릿수의 합격률에 해당하는 졸업생들 가운데에도 이사진들이 많이 포진해있는데 그들도 ‘만장일치(滿場一致)’ 의견으로 결국 퇴학건의안은 가결된다. 결국 사야가 10인회의 멤버로서 있었던 기간은 겨우 3개월에 불과했으며, 퇴학사유도 다름이 아니라 ‘클로저’ 라는 신분이기 때문. 퇴학조치를 당한 직후, 짐을 싸고서 떠나는데 아무런 표정변화도 없다.
“......클로저란 신분이 들통 나서 퇴학조치. 하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어.”
“사야! 키사라기 사야!!“
“......”
“너, 오늘 퇴학조치 당했다는데 사실이야? 너 10인회의 멤버잖아!?”
“그래. 그러고 보니, 합숙훈련 당시에 꼴찌 성적으로 살아남았던 네가 나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이렇게 말했지. 날 이기겠다고. 그것도 10인회의 10번째 멤버로 들어갔던 나한테 말이야.”
“......”
“결국은 네가 이겼어. 난 결국 패배했고. 원래 패배자는 말이 없어야만 하는 법이지.”
“사... 사야!”
“나란 존재는 그냥 잊어주길 바래. 어차피 10인회의 멤버고 뭐고... 퇴학조치 당하면 영구복학금지에 그냥 패배자로 평생 낙인이 찍히니까.”
“......”
“설마 나한테 고백이라는 거라도 할 생각이라면 그 따위 생각 당장 버려. 나 같은 여자 좋아해봐야 네 목숨만 날아가게 될 테니까.”
사야가 허리춤에서 검을 한 자루 뽑더니만, 뛰어온 남자의 눈에 총구를 갖다 댄다.
합숙훈련 당시에 최하위 성적으로 겨우 합격선만 통과한 정도로 살아남았던 녀석인데, 당연히 그녀와 동갑이다. 키가 160cm 정도는 되어 보이고 검은 뾰족 머리를 하고 있으며 검은 눈에 왠지 날라리와 같은 느낌을 주는 남자애다. 사야가 최상위 성적으로 합숙훈련을 수료하고, 10인회의 10번째 멤버로 가입한 직후, 그녀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꼭 이기고야 말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던 녀석. 그러나 3개월 만에 클로저란 신분이 발각되는 바람에 퇴학조치를 당해 결국은 그가 이긴 걸로 막을 내리게 되었다. 떠나가는 그녀를 그가 입구까지 쫓아가 뭐라고 말을 하고자 하지만, 오히려 사야는 그의 눈에 총구를 갖다 대는 식으로 가차 없이 차버리고 아무렇지 않게 문을 나선다.
“사야! 나... 난 널!”
“말했을 텐데. 사랑고백이라는 거라도 할 생각이라면, 그냥 지워버리라고.”
“......!!”
“사랑이니 연애니, 그런 쓰레기와 같은 감정을 난 전혀 원하지 않아. 그러니까 그냥 나 같은 건 그냥 기억에서 지워버려. 난 그냥 패배자니까 그냥 지워버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