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세.와. 리메이크 10화(상)
최대777글자 2015-05-05 2
reader side 허시혁
“...하아...”
‘깼다가 잠시 화장실좀 갔다왔는데 요즘 애들 참 험악하단 말이야...’
책상에 있는 낙서를 보며 생각했다. 내가 왜 그들에게 이런 짓을 당해야 하는건가, 나에게 그들을 지킬 의무가 있는건가. 아니, 애초에 왜 나를 싫어하는 것인가... 그건 아마 내 태도 때문일 것이다.
‘질투심 때문인가...?’
위상력이 없는 일반인들은 클로저가 될 수 없다. 관련된 일은 할 수 있지만 그것도 미리 준비가 필요한 법. 위상능력자들은 수습요원생활 십몇 년이면 정식요원도 될 수 있으니 위상능력자들은 편하게 취업할 수 있는 말 그대로 인생티켓을 태어나면서부터 갖고있는 사람이라는 선입견이 일반인들의 머릿속에 단단히 박혀있긴 하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왜 내가 이런짓을 당해야 하는거냐고...’
누군가를 지키고 싶어서 이 일을 자처한건데, 내가 지켜야할 사람들이 나를 혐오한다면 지킬 의무는 없지 않은가.
‘됐어, 신경끄자.’
낙서로 더럽혀진 책상위에 엎어질려 생각하다가 뒤돌아서 반을 나왔다.
‘반에 있어봤자니 땡땡이나 쳐야겠다...’
그리 생각하며 복도를 걸어가다가 계단을 올라갔다. 계속해서 올라가자 보인건 옥상문. 관리가 엉망인건지 학생들이 일부러 이런건지 자물쇠는 부서져있었다. 덕분에 문을 쉽게 열 수 있었고 높은 곳에서 풍경을 볼 수 있었다.
“하아... 구경할 것도 없지만 그냥 이러고 있는것도 나쁘진 않겠지...”
옥상 끄트머리에 걸터앉아서 중얼거렸다. 잘못하면 밑으로 떨어져서 죽을 수도 있지만 이제 이런곳에서 떨어져봤자 조금도 다치치 않는 몸이 되어버렸으니 신경쓰지 않는다.
“음? 누구야?”
“아...”
뒤쪽에서 누군가가 오는 소리에 그쪽을 봤다. 앞머리가 한쪽눈을 가렸고 다른 한쪽 눈의 눈매가 꽤나 날카로웠으며 목에 있는 십자 목걸이, 양쪽 귀에 달려있는 해골 귀걸이가 매우 인상적인 남학생이었다. 그 남학생의 손에는...
“어이, 그거...”
“아? 너도 한 대 태우려고?”
담... 배?! 이 녀석, 말로만 듣던 ***인가?! 일단 여기서는 당황하지 않고..
“설마, 담배는 백해무익(百害無益)이라고. 난 그런거 절대로 안 펴.”
“나도 피고싶지는 않아. 끊고 싶기는 하지만 두 번 경험하니까 바로 중독되더군. 이런 건 절대 시작하면 않되지.”
“...”
“그래서...”
“응?”
“무슨 고민이 있길래 평소에는 잠만 자던 녀석이 그런 심각한 표정으로 옥상에 올라와서 땡땡이를 치냐?”
“...별 거 아니야.”
생각보다 불량한 녀석은 아닌 것 같았다.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내 옆에 와서 옥상 끄트머리에 걸터앉았다.
“애들한테 X먹으려니 기분 더럽지?”
“윽... 말투가 꽤나 험악하구만.”
“네가 이해해라. 요즘 취업하려면 안 그래도 힘든데 너 같은 위상능력자들은 일방통행으로 길이 열려있다는 선입견이 박혀있을 테니까. 그 정도는 너도 잘 알고있겠지?”
“그야 예상은 했지.”
“애들은 그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는 거야.”
“그러는 너는 아냐?”
“아니, 나도 모르지. 하지만 알지도 못하는 주제에 그거에 대해서 뭐라 할 자격은 없다는 자각정도는 하고 있어.”
“...너 *** 맞냐?”
“...맞을... 걸?”
녀석의 말투, 남을 배려해주는 듯한 말은 전혀 불량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그의 입에 물려있는 담배는 녀석이 확실하게 불량학생이 맞음을 말없이 보여주고 있었다.(다시 생각해보니 입도 꽤 거친게 ***인게 확실하다.)
“너, 이름이 뭐야?”
“...김철민.”
“그래...”
“왜 네 이름은 안 알려주냐?”
“어차피 알고 있으면서 뭘.”
“하긴.”
[전화가~ 왔소~ 폰을 드시오~]
“잠깐 전화좀.”
‘뭔 벨소리여!?’
갑자기 김철민의 핸드폰에서 벨소리가 울리자 김철민이 전화기를 들고 수신버튼을 눌렀다.
“네, 기남이형. 네, 네. 어이쿠, 그거 큰일 날 뻔했군요... 네?!”
‘무슨 큰일이라도 났나?’
옆에서 김철민의 표정과 말을 엿듣고 있던 나는 대충 뭔가 좋지않은 일이 일어났음을 짐작했다.
“이런... 알겠습니다.”
[삑]
“음...”
갑자기 김철민이 주머니에서 무슨 기계장치같은 막대기를 꺼내더니 위로 치켜들었고 막대기의 끝에서 푸른빛이 반짝였다.
“야, 허시혁. 이거 보이냐?”
“응? 그게 왜?”
“이거 사실 차원이상현상 탐지기야.”
“...그런걸 네가 어떻게 갖고 있는건데?! 아니, 애초에 그게 왜 그렇게 빛나는 건데?”
“이게 파란색으로 빛난다는 건...”
“크우아아아아아!!!!!!!!!!!!!”
“잠깐만, 이거 설마...!!”
멀리서 뭔가가 날아오는 소리와 익숙한 울음소리가 들리자 바로 그쪽을 보고 우리를 향해 날아오고 있는 걸 피하기 위해 김철민을 옆으로 밀었다.
“우왓, 야!”
[쿠웅!!!!!!!!!]
그대로 트룹배셔가 내 위로 떨어졌지만 나는 곧바로 그걸 받아냈다. 거대한 공을 받아내듯이.
“오오, 너 힘 완전세다.”
“안 그래도 팔 부러질 것만 같거든!!”
곧바로 내 위로 떨어졌던 트룹배셔를 저 멀리 던져버리고 외쳤다. 그리고 곧장 아래쪽을 내려봤고 그 순간 경악했다. 학교를 향해 무수히 많은 차원종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 벌써 몇 마리가 학교 안으로 들어왔어?!”
[차원종 경보, 차원종 경보, 주변의 모든 민간인들은 신속히 대피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제서야 울리면 어떡하냐고, 야 김철민! 너도 얼른 대피해라!”
그렇게 말하고 바로 학교안으로 돌아갔다.
“저 자식 저거 괜찮으려나...”
.
.
.
“꺄아아아!!!!!!!!!!!!!”
교내에서 울려퍼지는 비명소리, 그 소리를 듣고 3초안에 그곳을 향해 달려가 검을 뽑아 휘둘렀고 내 검에 베인 건 쬐끄마한 스캐빈져였다.(물론 일반인들은 이 조그마한 녀석한테 상처조차 줄 수 없지만.)
“괜찮아?”
이 여자애는... 나와 같은반에 있던 애다. 첫날 나를 아니꼬운 눈으로 보던 아이들 중 한 명이었지만... 그래도 그들을 구하는게 내 의무니 손을 내밀었다.
“........”
“뭐해, 빨리 안 일어나고. 얼른 빠져나가지 않으면...”
“싫어, 너도 괴물이잖아...”
“....”
그 말은 내게 있어서 굉장히 짜증나는 단어이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여자애한테 화를 낼 수는 없지 않은가. 내밀었던 손을 치우고 걸어갔다.
“길만 내줄테니 알아서 가라.”
그리고 곧바로 복도를 막고 서있는 차원종들을 마구 베어넘겼다. 그와 동시에 그들의 피가 나를 적셨지만 조금도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 복도에 남아있던 차원종들을 전부 처리하고 주저앉아있던 여자애를 다시 뒤돌아봤다. 공포를 느끼는 듯이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래, 나도 괴물이야.”
“.........”
다시 다가가며 말하자 내 시선을 피했지만... 나는 다시 그 여자애에게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그딴 건 내가 너희들을 지키는데 아무런 상관도 없잖아?”
“...”
드디어 내가 내민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툭툭 터는 소녀. 그걸 본 나는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하지만... 사실 이 학교를 나온다고 해도 그닥 안전한 것은 아니다. 아직 특경대들도 도착하지 않았고 학교 전체는 차원종들에게 둘러싸인 상태, 다른 애들이 바깥에서 싸우고 있는게 보였고 학생들은 이 학교에 고립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거 큰일났는데, 차원종들이 우리 학교만 노리고 있는 건 아닐테니 강남전체가 위험해졌을지도 모르겠군. 그렇다면 특경대들이 오기는 더더욱 어려워진다...’
“저기...”
“응?”
학교를 나가기 위해 복도를 걷고있는데 갑자기 여자애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그... 미, 미안...”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