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만약 제저씨가 안경을 벗는다면. -송은이편: 1장-

Maintain 2015-04-05 8

-피융!

"우왁! 이봐! 거기, 사격 조심해!"
몸통 쪽으로 날아온 총알. 나는 간신히 몸을 틀어 피해냈다. 조금만 늦었으면 맞을 뻔했군.
"아, 죄, 죄송해요! 제이 아저씨!"
그 총알을 쏜 장본인-송은이 경정은 내게 사과하고는 내 뒤에 있던 스캐빈저를 잡아냈다. 아마 저걸 쏘려다가 나를 쏜 건가 보군. 
"...은이 너, 오늘 어디 아파? 왜 그렇게 안 하던 실수를 하는 거야?"
"으으... 아니에요. 아픈 데는 없어요. 아무튼 죄송해요..."
진심으로 풀이 죽어 있는 은이 녀석을 보니, 나도 뭐라고 더 쪼을 수가 없었다. 
하아, 이 녀석. 오늘따라 왜 이러는 거야. 뭐 좀 가벼운 녀석이긴 해도, 싸울 때만은 믿음직한 녀석인데. 오늘은 이걸로 벌써 세 번째 오발이다. 그것도 어쩐지 절묘한 느낌이 드는 머리, 가슴, 몸통. 뭐 총 좀 맞는다고 해서 별 문제는 없다. 이미 옛날에 충분히 많이 맞아 봤거든. 하지만 이 정도면 좀 이상한데...
"아니... 이상한 건 모두 다였지."
그래, 생각해 보면, 오늘 아침부터 하나같이 다들 이상한 일 투성이었지...

아침에 검은양 사무실 문 앞에 도착했을 때, 나는 완전히 지친 상태였다. 하루종일 약을 먹지 않았었던 때처럼. 
악몽 때문에 잠을 설쳐서? 악몽 정도야, 이젠 게임 용어로...그 뭐더라...아, 그래. 패시브? 그 정도 수준이라 이젠 익숙하다.
거리가 멀어서? 우리 집에서 사무실까지는 걸어서 고작 20분이다. 20분 정도야, 설렁설렁 걸어가면 전혀 힘들지 않지. 몸이 약하다 약하다 해도, 그 정도로 힘들어할 내가 아니다 이거다.

"왜 다들 그런 표정인 거냐고..."
내가 견디기 힘든 건, 지나갈 때마다 사람들이 보이는 그 표정이었다. 

다들 왜 날 그런 눈으로 쳐다보는 거냐고. 사람들이 지나갈 때마다 왜 날 쳐다보는 거지? 그것도 어딘가 멍하니 나사 하나 빠진 눈으로. 그리고 왜 다들 한 마디씩 수군거리는 거냐고. 차라리 대놓고 욕을 하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무시하고 지나가면 그만이지, 그렇게 못 듣게 수군거리면 신경이 쓰이잖아. 가뜩이나 지금 안경도 없어서 속으로는 엄청 불안해 죽을 거 같구만. 혹시나 해서 인상 한 번 팍 써 보면 알아서 지나가주지 않을까 했는데, 그것도 오히려 역효과고. 쳐다보는 사람만 더 늘어나서, 결국 오는 내내 후드를 뒤집어쓴 채 올 수밖에 없었다. 부담스럽다고. 그런 표정하고 눈빛.

그렇게 피곤한 여정길 끝에 사무소 앞에 도착했다, 여기라면 좀 안심할 수 있겠지. 애들하고 유정 씨라면 적어도 날 그런 눈으로 쳐다보진 않을 테니까. 자, 오늘도 잔소리와 함께 상쾌한 하루를 맞아 보실까. 나느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사무실 문을 열었다.
"휴, 형님 돌아오셨다."
문을 열고 돌아오니, 이미 브리핑을 하고 있엇던 모양이다. 동생, 대장, 막내, 유리 모두 책상에 앉아 있고, 유정 씨는 칠판에 뭔가를 열심히 그리고 있는 중이다. 음, 아주 좋군. 이런 임무에 열중하는 모습. 그리고 그 다섯 명의 시선이, 모두 내게로 쏠렸다. 다들 한 마디씩 퍼부어주려는 거겠지. 그래, 이렇게 잔소리라도 들어야지, 조금은 기운을 차릴 수 있을 거 같다.

"제이 씨! 왜 이렇게 늦어요?! 지금이 몇 시인줄..."
"아저씨. 아무래도 아저씨는 역시 책임감이 부족..."
"아, 아저씨다! 안녕하세..."

...음, 저기? 왜 다들 말을 하다가 마는 거야? 거기다 그 반응은 뭐냐? 왜 다들 아까 전에 그 사람들같은 표정을 짓는 거냐고. 눈은 멍해지고, 입은 벌어지고. 완전히 멍해져서는. 괜시리 열받게.
"어...저기, 아저씨... 안경은요?"
이 상황에서 제일 먼저 정신을 차린 건 역시 동생이다. 고맙군 동생.  
"아, 그럴 만한 일이 좀 있어서...아마 한동안은 안경 없이 다녀야 할 거 같다. 그리고 아저씨 아니고 형이라니까."
"정말요? 와~. 좋아요!"
막내야, 네가 절대 그럴 생각이 없다는 건 잘 알지만, 그렇게 진심으로 좋아하는 표정으로 말하면 이 형은 조금 슬프단다. 난 지금 엄청 심란하다고. 그리고 거기 여자분들 셋, 갑자기 얼굴에 화색이 도는 건 왭니까.
"아무튼 유정 씨. 오늘은 무슨 일이지? 브리핑이나 마저 해 줘."
상황도 수습할 겸 해서, 나는 일부러 큰 소리를 내며 의자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유정 씨는 그제서야 깜짝 놀라면서, 아까 못다한 브리핑을 마저 하기 시작했다.
 대충 요약하면, 오늘은 신서울 일대... 특히 대공원 쪽에 차원종이 많이 나타났다는 모양이다. 그곳에 있던 민간인들은 이미 대피를 마쳤고, 오늘은 차원종 수가 조금 많은 관계로 특경대의 지원도 있을 거라고. 송은이 경정도 온다고 한다. 차원종 놈들, 하필 이런 좋은 날씨에 나타나서 사람들을 노리다니... 오늘은 놀러가는 사람들도 많았을 테지. 연인도, 가족도... 그런 사람들의 평화를 방해하다니. 그런 녀석들을, 나는 용서할 수 없다. 나도 모르게 미간에 힘이 들어가 버렸다. 

 ...음, 그래. 용서할 수 없는데...

"저기...다들 오늘 왜 그래?"
이거 하나만은 집고 넘어가야 할 거 같다. 대체 다들 왜 이러는 거냐고. 유정 씨는 브리핑을 하다가도 자꾸 이 쪽을 흘끗흘끗 쳐다** 않나, 대장은 평소답지 않게 브리핑에 집중 못하고 나와 눈이 마주치기만 하면 황급히 시선을 돌리지 않나. 유리 녀석은 아예 지금 멍하니 넋이 반은 나간 거 같다. 동생하고 막내도 크게 다르지는 않아서, 동생은 왠지 모르게 나를 음, 뭐랄까, 게임용어로... 템귀? 엄청 센 사람을 바라보는 것처럼 보고 있고, 막내는 평소와는 다르게 지금 내 무릎위에 앉아 있다. 이래서야 원...
"아, 아무튼 오늘 브리핑은 이상으로 마치겟어요. 그럼 슬슬 출동해 주세요."
유정 씨는 그 말을 끝으로, 나를 한 번 쳐다보고는 빠르게 밖으로 나가 버렸다. 음, 아무래도 내가 너무 늦게 와서 삐친 모양이군. 하긴, 오늘은 좀 많이 늦긴 했지. 나중에 자양강장제라도 하나 사서 기분 좀 풀어 줘야겠어.
"흠흠. 그럼 이제 팀을 나누겠습니다. 대공원은 지역이 넓으니 팀을 셋으로 나누죠."
역시 대장. 임무에 관련해선 철저하군. 그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왔고, 그런 나를 본 대장은 시선을 피하더니, 세하를 데리고는 빠르게 밖으로 나가버렸다. 음... 일단 하나는 정해진 거 맞지?
"저기...유리야?"
"아, 예?! 저, 저는 테, 테인이랑 같이 갈 거에요. 그, 그럼 저 먼저 나가 볼게요!!"
그냥 한 번 불러본 거 뿐인데, 유리 녀석. 뭐가 그렇게 급한지 내 무릎 위에 앉아 있던 테인이를 들쳐메고 밖으로 나갔다. 테인이의 불만 가득한 "우~웅"소리는 덤이다.
 그렇게 해서 순식간에 나 혼자서만 남은 상황. 이거 참... 오늘은 아침부터 계속 섭섭한 상황 뿐이군...
 "뭐, 어쩔 수 없나..."
 차라리 잘 된 거로 생각하자. 나도 솔직히 안경이 없으니 애들하고 유정 씨하고 눈 마주치는 게 좀 거북하기도 했고. 혼자 다니는 게 차라리 속 편하지. 그래, 좋게 생각하자고. 늦게 온 벌이라고 생각하자.
 "음...그래도 보험 하나는 들어두는 게 좋겠지?"
오늘은 차원종이 좀 나왔다고 그랬었지. 아무리 그래도 혼자 다니는 건 조금 위험할지도 모르겠어. 그렇게 생각한 나는, 비상연락망에 있던 은이에게 연락했다. 뭐 애들이야 다른 특경대 녀석들만 있어도 충분할 테고, 은이 녀석 한 명만 있으면 든든하니까. 그리고 뭣보다, 은이 녀석은 적어도 그런 반응은 안 보이겠지.

"...라고 생각했던 내가 바**..."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은이 녀석도 다른 녀석들하고 별 반 다를 게 없었다. 처음 만났을 땐 좋았다. 기합도 넘치고, 오늘도 차원종을 박살내자고 파이팅 넘쳤다. 그런데 이 녀석, 왠지 모르게 시간이 갈수록 날 자꾸 흘끗흘끗 쳐다보는 횟수가 많아진다 싶다니, 결국은 평소에는 절대 안 하는 오발사고까지 내버렸다. 그것도 세번이나. 뭐 아까도 말했지만 나야 총 맞아도 별 문제는 없는데, 다른 특경대 녀석들이나 애들이 맞았으면 큰일날 뻔했다.
"은이, 괜찮은 거야? 평소답지 않아."
"으...괜찮아요. 저도 오늘따라 왜 이러는지 모르겠네요, 헤헤."
아무튼 우여곡절 해서, 결국 일단 상황은 끝났고. 나는 평소답지 않은 은이 녀석을 바라보았다. 
어쩐지 좋지 않은 안색. 자세히 보면 피부도 많이 거칠고, 눈밑엔 희미하게나마 다크서클까지 져 있다, 피곤함 가득한 얼굴이랄까. 
 그러고 보면 이 녀석... 처음 만났을 때부터 꽤나 많이 굴러다녔지. 강남 지역에서도 맨 먼저 차원종을 막았고, 신강고에서도 인형들한테 여러모로 많이 당했고...뭐, 보는 재미는 있엇지만. 그리고 뭣보다, 데이비드 형을 구출해온 거에 대해선 정말 뭐라고 고맙다고 해야할 지 모르겠다. 생각해 보면 은이 녀석한텐 여러 가지 빚을 졌군,,, 내가 뭔가 해 줄 수는 없는 걸까...

"이봐, 은이."
"예, 예?"
그렇게 다짐한 나는, 은이한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이번 주말...그러니까 토요일에 시간 좀 되나?"
"토요일이요? 왜, 왜요? 시간이야 되긴 하는데."
"뭐... 그 동안 고생 많이 했는데, 아무것도 못 해 주는게 좀 미안해서 말이지. 시간 되면 같이 어디라도 좀 가서 기분 좀 풀고 오자고."
"어...지금 그거..."
"지금까지 계속 고생해 준 거에 대한 보답이야. 앞으로도 계속 잘 부탁하고."
이 정도밖에 못해주는 내 자신이 좀 한심하다... 그래도 내가 해 줄수 있는 건 이런 것뿐이니... 
"알겠지? 그럼 토요일 아침 열시쯤에 놀이공원 앞에서 보자고."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돌아가자며 말하며 뒤로 돌아섰다. 은이 녀석은 한참 동안이나 멍하니 서 있다가, 빨리 오라는 내 말을 듣고서야 허둥지둥 따라왔다. 역시, 사람이 피곤하니까 행동도 굼떠지는구나. 새삼스레 깨달았다.








에구, 안녕하세요. 다시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저번에 쓴 소설 반응이 생각보다 좋아서 저도 놀랬네요.
맨 처음 제저씨를 위로해줄 첫 타자는 송은이 경정이 당첨되었습니다. 사실 송은이도 꽤나 매력적인데 말이죠. 귀엽기도 하고.
적어도 같이 다니면 심심하진 않을 거 같은? 저런 여자친구 하나 있으면 굉장히 좋을 텐데 말이죠. 
분량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마 앞으로 여러 명의 인물이 더 나올 것이고, 한 인물동 2~3 에피소드 정도를 뽑아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길면 아마 4개 정도까지도 뽑을 수 있겠네요.
이번 소설도 재밌게 읽어 주시고, 다음 편도 기대해 주시길.

2024-10-24 22:25:17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