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양>&<방랑자> / Act.1-3 <붉은 남자>
얼티메이트원 2015-03-13 4
“그런 무모한 짓을 하시다니... 무슨 생각을 하신 거예요!?”
김유정은 두통이 오는 것을 느끼며 소리쳤다. 아무리 과거에 동료였다지만 지금은 [유니온]에 선전포고를 한 집단을 제이 혼자 만나러 간 것에 서운함과 화가 느껴진 것이다.
“지...진정해 유정씨, 어차피 그들의 목적은 나야. 그래서 만나러 갈 수 있던거고”
제이는 식은땀을 흘리며 급하게 자신의 생각을 답하지만, 오히려 그 행동이 그녀의 화를 부추겼다.
“납치라도 당했으면 어쩌려고 그랬을까요~?”
웃는 얼굴로 화내는 것이 가장 무섭다고 했던가? 제이는 고양이 앞의 생쥐처럼 몸을 흠칫 떨었다.
제이가 김유정에게 한창 잔소리를 듣고 있을 무렵, <검은양> 아이들은 시내의 한 카페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왠지 땀을 흘리며 들어온 제이를 보자마자 납치하듯이 무서운 얼굴로 방으로 끌고 들어가는 모습과 잠시만 자리를 피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근처의 카페로 온 것이다. 서유리와 이슬비는 파르페를 먹으며 얘기하고 있었고, 세하는 당연히 게임을, 미스틸테인은 코코아를 마시며 공부를 하고 있었다.
“유정 언니의 그런 무서운 표정...처음봤어”
슬비의 걱정어린 말투에 유리가 맞장구를 친다.
“뭐랄까, 20년 공무원 근무했는데 딱 연금지급을 안하겠다고 공표한 것 같았어..”
“...너라면 충분히 가능하겠다”
세하의 태클에 유리는 무슨 소리냐는 듯이 세하를 보며 또 공무원 연금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세하는 말한 것을 후회하는 표정을 지으며 애써 다시 게임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슬비는 작게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야외라서 다행이네...안이었으면 시끄러워서 쫒겨 날 뻔했어...”
“애들은 저러면서 크는 거지”
갑작스럽게 들려온 목소리에 슬비는 흠칫 놀라며 목소리의 진원자를 바라보았다.
붉디 붉은 머리칼을 하고 핏빛같은 셔츠와 검은 바지를 입은 한 남자가 자신이 쓴 캡(Cap)모자를 만지작 거리며 웃고 있었다. 그의 모습에 슬비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공공장소에서는 조심히 해야하는데...”
유리 또한 그 모습을 보고 무안했는지 얼굴을 붉히며 덩달아 고개를 숙였다. 물론 세하는 계속 게임중이다.
“하하 괜찮아 괜찮아, 너희 나이 땐 다 그러면서 크는거니까..”
그의 호쾌한 웃음에 슬비는 세하를 찌릿 하고 노려본다. 직접적으로 떠들진 않았지만 본의아니게 원인을 제공한 그에게 무언의 질책 표시였다. 세하는 당연하다는 듯이 그 시선을 흘리고 있었지만 말이다.
“호오, 이게임 나름 어려운 축에 속하는데 꽤 실력이 있구만 그래”
어느새 세하의 옆에서 그가 하는 게임을 보며 흥미롭다는 듯이 말하는 남자였다. 처음으로 세하가 고개를 들고 왠지 초롱한 눈빛으로 남자를 쳐다봤다.
“아저씨, 이 게임을 아세요!?”
왠지 흥분한 듯한 그의 목소리에 남자가 웃으며 답한다.
“하하하, 이미 하고 있단다 꼬마.”
“오오오오오오!?”
무척 기뻐하는 세하의 모습을 본 멤버들은 그런 모습은 처음이기에 멍한 표정으로 둘을 쳐다봤다. 심지어 미스틸테인은 혼란스러운 표정이다.
얼마나 흘렀을까? 김유정의 돌아와도 좋다는 메시지를 받은 슬비는 붉은 남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카페를 빠져나갔다. 세하의 급격하게 아쉬워하는 작별을 받은 남자는 아이들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진한 미소를 머금으며 중얼거렸다.
“나중에 다시 만나자구 세하꼬마, 어머니도 잘 지내고 있길 바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