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스-트릴로지/ 시놉시스-추방자.
CodeW2 2020-01-28 0
- D a u g h t e r o f D r a g o n -
[ S y n o p s i s - O u t c a s t e ]
#: 앞서 설명 드립니다. 이 작품은 클로저스 팬픽이지만 적잖은 부분이 개편, 확장, 그리고 변화되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마르셀리나 행성.
용의 군단 영지. 용의 심판대.
기분 나쁜 어둠이 짙게 깔린 붉은 땅. 그 위에 세워진 넓고 웅장한 법정. 그 뒤로 깔린 황혼은 불길하게 저물고, 용의 위상은 그 그림자를 타고 하늘 높이 솟는다.
법정 안은 전시 때임에도 불구하고 꽉 차 있었다. 그 안을 채운 이들은 뭔가를 기다렸다. 자리에 무표정하게 앉은 법관들. 그 아래 위치한 고위 관료들. 바닥에 대열을 갖춘 병사들도.
대열을 갖춘 병사들은 가장 높은 자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곳을 사이에 두고, 선봉장 안다리스와 부군단장 아스타로트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병사들은 이를 보고 속삭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그 날인가... 눈엣가시가 나가는 날이군."
"그러게나 말이야. 그 계집년을 보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네."
"공주... 아니. 이제 사형수인가?"
"반역죄를 저질렀으니 그 정도는 책임져야지."
그들이 주고받는 대화에 야유와 조롱이 가득했다. 아래 병사들이 숙덕이는 와중에 법관들은 무표정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 아래 위치한 관료들은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그 표정 뒤로 의미심장함이 흘렀다.
잠시 침묵이 흐르던 와중에 쇠사슬에 묶인 소녀를 두 위병이 끌고 왔다. 그 가녀린 몸은 위병들의 우락부락한 팔뚝이 잡아끄는 쇠사슬에 금방이라도 찢어질 듯 했다. 백발에 자색 눈을 가진 소녀는 어떻게든 필사적으로 법정에 서지 않으려 했다. 위병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를 재촉했다.
"꾸물거리지 말고 빨리 가!"
"**라! 내가 무슨 짓을 저질렀단 말이냐!"
가녀린 모습과는 다르게 소녀는 이렇게 소리쳤다. 부당한 것에 대항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를 본 병사들이 야유와 조롱을 던졌고, 온갖 욕지거리와 비아냥 거림이 들렸다.
"뭔가 착각을 하고 있나 본데, 넌 이제 공주가 아니야!"
"반역죄를 저지른 주제에 뻔뻔하군!"
"짐승으로 태어난 주제를 파악하라고! 반역자!"
"끝까지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다니. 정말 구차하기 짝이 없군."
그러나 소녀는 이렇게 말했다.
"시끄러워! 시끄럽다! 내가 대체 뭘 잘못했다는 것이냐!"
그녀는 자신을 모독하고 야유하는 대중에게 악을 썼지만, 그 목소리는 대중의 고함에 뭍혔다. 그 사이 심판대가 가까워졌고, 그녀의 얼굴이 비참함과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저항하며 어떻게든 뒤로 물러나려 했다. 그러자 위병들은 쇠사슬을 동시에 잡아당겼고 소녀의 몸은 허공에 떴다.
곧이어 철퍼덕 소리와 함께, 소녀는 나동그라졌다. 그녀는 고통으로 신음하며 일어나질 못했다. 위병들이 그녀를 억척스럽게 일으켰다.
"똑바로 서지 못하나? 반역자 주제에 너무 기어오르는군."
"...."
소녀는 몸을 떨고 있었다. 수척해진 몸은 고통에 저항하지 못했고 눈물이 앞을 가렸다. 마음 속에는 절망이 회오리치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이고 힘겹게 서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초췌한 몰골로 선 소녀를 어느 누구도 동정하지 않았다.
이를 본 병사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법정의 분위기가 흐트러지기 시작했을 즈음, 안드라스가 목청을 높여 말했다.
"모두 정숙하라! 용께서 입장하신다!"
그러자 일순간에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법정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그 침묵을 깨고 피식하는 비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엉뚱하게도 그것은 소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그녀는 자조로 찬 표정으로 비웃고 있었다.
그 표정은 자신의 상황이 어떻게 됐는지 비로소 알게 됐다는 표정이었다.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비웃는 거냐!"
위병이 그녀의 머리를 걷어찼고 풀썩하는 소리와 함께 소녀는 쓰러졌다. 가격당한 곳에서 피가 흘러 소녀의 눈에 들어갔고, 그녀는 눈을 뜨지 못했다. 쓰러져서 일어나지 못하는 그녀를, 위병들은 또 거칠게 일으켰다. 그녀는 비틀거렸고, 그 사이 용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근엄함과 위용으로 찬 모습을 드러내자 모두가 고개를 조아리며 예를 차렸다. 바로 헤카톤케일이었다. 그는 지혜의 용으로 불리는 존재였고, 모든 군단의 귀감이자 영예롭고 위대한 영웅으로 칭송받는 자였다.
그는 모두의 예를 받으며 재판석에 앉았다. 이는 그가 재판을 이끄는 것을 의미했다.
"모두 자리에 앉으시오. 짐이 친히 이 심판을 진행하겠소."
그 목소리에 모두 경하하듯 자리에 앉았다. 소녀는 여전히 비틀거리고 있었다.
"지금부터 심판을 진행하겠다. 반역자여, 그대는 자신의 죄를 인정하는가?"
"....."
지금껏 비틀거리며 눈을 뜨지 못했던 소녀는 마치 그에 화답하듯 두 눈을 부릅떠 헤카톤케일을 노려보았다. 두 눈에 들어간 피 때문에 그녀는 마치 피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 모습에 독기와 분노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다시 한 번 묻겠다. 자신의 죄를 인정하는가?"
"....."
그녀는 여전히 노려보기만 할 뿐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
"무엄하다! 용께서 말씀하시지 않느냐! 어서 대답해라!"
보다못한 위병들이 그녀를 몇 차례 위협했으나 요지부동이었다. 그녀는 여전히 같은 행동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자 병사들이 주먹을 들며 이렇게 소리쳤다.
"저 계집년에게 본때를 보여줘라!"
"와!!!"
그들은 소녀에게 야유를 보내며 주먹을 휘둘렀다. 자신들의 하늘이자 법인 헤카톤케일에게 보이는 무엄한 그 태도를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소녀는 이번에 군중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 시선에는 원한과 증오, 독기와 분노가 가득찼다. 마치 지옥에서 솟아오른 야차같은 광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 한기가 닿자 야유를 퍼붓던 병사들은 조용해졌고, 그 기는 헤카톤케일이 앉은 재판석까지 닿았다.
"...어디 마음대로 지껄여 보아라! 한심한 것들!
고작 아녀자 한 명이 두려워서, 사내들이 모여 작당해 이 지경으로 만들다니! 반역과 하극상을 일으킨 건 내가 아니라, 바로 너희들이다! 오늘 일을 기억해라. 너희는 반드시 대가를 물을 것이다!"
그녀는 추상같은 기세로 분노와 저주를 퍼부었다. 그러자 야유를 퍼붓던 군중은 한순간 압도된 듯 조용해졌다. 하지만 잠시 뒤, 그들은 더 격렬하게 야유와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법정 안은 삽사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그러자 안드라스가 경고를 담은 눈으로 군중을 바라보았다. 다시 주변이 잠잠해지자, 헤카톤케일이 다시 입을 열었다.
"다시 한 번 묻겠다. 반역자여. 자신의 죄를 인정하느냐?"
"...대체 몇 번을..."
갑자기 위병들이 소녀에게서 떨어졌다. 그러자 번개가 떨어졌고, 그녀는 쓰러졌다. 그을린 상태로 경련하며, 소녀는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분노에 찬 시선은 여전했다.
"다시 한 번 묻겠다. 반역자여. 자신의 죄를 인정하느냐?"
"...당치도 않..."
다시 번개가 떨어지자 찢어지는 비명이 들렸다. 소녀는 몸을 비틀며 고통스러워했다. 이 광경을 보며 군중은 두려움에 떨었다. 그 번개의 주인은 다름아닌 헤카톤케일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묻겠다. 반역자여. 자신의 죄를 인정하느냐?"
"...."
소녀는 고통과 수치심으로 몸을 떨고 있었다. 서 있을 힘은 고사하고, 대답할 힘도 없었다. 이를 지켜보던 헤카톤케일은 손짓하며 말했다.
"좋다. 그렇다면 짐이 경들에게 묻겠소. 이 반역자가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말해보시오."
관료들에게 발언권이 주어졌다. 이를 기다렸다는 듯 누군가가 일어섰다. 불타는 구체와 코브라로 장식된 관을 쓰고, 화염무늬가 새겨진 갑주를 입고 있었다. 그는 목소리를 높이며 자신의 주장을 펼쳤다.
"모두들 아실 겁니다. 저 반역자의 어미가 짐승이라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저 자를 동족으로, 공주로 대우해 왔습니다! 위대한 용의 피를 받았기에 근본적인 존재를 눈감아 주면서 말입니다.
그러나 저 반역자는 우리에게 앙심을 품고, 군단을 뒤집기 위해 그동안 자신의 힘을 은밀히 키워왔습니다! 자신의 본성을 이기지 못하고 은혜를 저버린 저 자에게 자비는 필요 없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인류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전시 상황입니다.
이런 때에 반역을 일으켜서 혼란을 초래하려 한 죄를 결코 가볍게 처분해서는 아니될 것입니다! 소신은 용께 아뢰겠나이다. 저자를 마땅히 사형시켜야 합니다!"
이어 다른 관료들도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두 말할 필요도 없이 모두가 사형할 것을 촉구했다. 관료들의 말을 들은 헤카톤케일은, 이번에는 법관들에게 말했다.
"좋소. 그럼 법관들은 어찌 생각하오? 저자를 사형시키는 것이 마땅하다 생각하오?"
"여부가 있겠사옵니까. 용이시여. 지금같은 전시 상황에, 아니 반역을 도모한 자들은 전부 죽음으로 다스려야 할 것입니다."
법관들은 무표정하게 대답했다. 이를 보는 관중들은 환호하며 소녀에게 야유를 퍼부었다. 이로서 소녀의 사형은 결정되었다. 헤카톤케일은 모두의 의사를 확인하고 판결을 내리려 했다.
그 때였다. 누군가가 급히 법정 안에 들어서며 헤카톤케일의 앞에 엎드렸다. 그는 말단 병사였다. 왠지 모르게 초조해 보이던 관료들 중 한 명이 그를 향해 호통치기 시작했다.
"감히 재판을 진행하는데 난입하다니! 누구냐!"
병사는 어쩔 줄 모르고 그저 엎드려 있었다. 가만히 그를 바라보던 헤카톤케일은 한 손을 올려 관료를 제지하고 말했다.
"진정하시오. 자, 무슨 일로 이곳에 들어왔느냐?"
"용이시여. 더스트 님의 친서이옵니다."
병사의 말에 모두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법관, 관료, 병사들 할 것 없이. 안드라스와 아스타로트 마저도 얼굴색이 변했다.
이를 가만히 지켜보던 헤카톤케일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모두 조용히. 병사여. 친서를 읽어라."
"알겠습니다. 용이시여."
병사는 그의 명령에 따라 일어섰다. 그는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친서를 크게 읽기 시작했다.
"나의 충실한 부관, 헤카톤케일에게 말하노라. 최근 그대가 반역자 한 명을 처단하려는 것을 알고 있다. 반역죄는 중죄이며, 지금같은 전시 상황에서 사형판결이 매우 합당한 결과라는 것도 말이지.
하지만 잠시 제지해주길 바란다. 그 아이의 사형을 유보하고, 평생 그 죗값을 치르도록 하게 하여라. 이것은 나의 명령이고, 위대한 존재의 뜻이다. 당장이라도 반역자를 벌하고 싶은 그대들의 심중은 이해한다. 하지만 우선 내 계획에 따라주길 바란다. 그대는 내 마음을 잘 알고 있겠지?
그럼 용의 진군 때 보자꾸나. 나의 충성스러운 부관이여."
더스트라는 이름에 모두가 술렁이고 있었다. 소녀 역시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더스트. 그녀는 이름 없는 군단의 참모장이자, 군단장이었다. 또한 모든 군단의 대표이며 절대적인 존재였고 신의 대리자였다. 재와 먼지의 여왕이라는 이명을 가진 그녀는 모든 것을 재와 먼지로 만드는 권능을 가졌고, 그만큼 강대한 힘과 권력의 정점에 선 존재였다.
그런 그녀가 직접 서신을 보내는 경우는 거의 전무했다. 대부분의 명령을 병졸로 전달하고 거의 모든 의사를 혼자 결정하던 그녀가 이런 서신을 보내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었다.
좌우지간 그녀의 명령은 매우 절대적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그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명령을 행해야 했다. 비록 그것이 자신의 뜻에 반하는 것이라도.
결국 소녀를 사형할 수 없게 되었다. 친서 내용을 들은 헤카톤케일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 침묵을 지켰다. 법관들은 무표정으로 일관하고 있었고 관료들은 불만과 의문을 표하고 있었다. 관중은 여전히 술렁였다.
소녀는 벌벌 떨고 있었다. 억울함과 공포, 두려움이 눈망울에 가득 차 있었다.
"다들 고정하시오. 최후의 판결을 내리도록 하겠소.
다들 동요하는 가운데, 헤카톤케일은 침착하게 선언했다. 모두가 그의 판결을 기다렸다.
"짐은... 우리의 뜻대로 이 반역자를 처형하기로 했었소. 그것은 나와 그대들이 원하는 바였고, 우리의 질서를 세우기 위한 본보기이며 우리의 미래를 위한 판결이었소."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그러나 더스트 님의 명령을 사사로이 어길 수는 없는 법. 군단의 규율에 따라 짐은 그 뜻을 받들 것이오. 대신 그대들의 의중을 받아들여 사형이 아닌 가장 강한 형벌을 내릴 것이오. 이에 대해 그대들은 어찌 생각하오?"
"위대하고 지고하신 용의 따르겠나이다!"
모두가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관료들은 못마땅해 하는 듯 했지만, 만장일치로 군단장의 뜻에 동의했다. 소녀는 여전히 일어서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를 위병들이 일으키자, 헤카톤케일이 말했다.
"반역자를 끌고 가라. 내가 친히 그자를 심판하겠다."
"알겠습니다. 용이시여."
위병들은 그녀를 어딘가로 끌고 갔다. 소녀는 정신을 차렸는지 눈을 떠 재판석에 앉은 헤카톤케일을 바라봤다. 이어 자신에게 내려질 판결을 바꾼 말단 병사에게도. 병사는 그녀를 돌아보고 있었으나 그 이상의 행동은 하지 않았다. 소녀는 자조에 찬 미소를 띄며 힘없이 끌려갔다.
재판이 끝난 후, 헤카톤케일과 그의 부관들은 재판소 뒷문을 통해 어딘가로 향했다. 도착한 곳은 여러 개의 혼종 알, 생체 샘플이 가득한 실험소였다. 알과 샘플에서 흘러나온 검은 액체들은 반추형의 큰 껍데기로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검은 액체는 투명한 흰자 같은 액체 안에 담겨져서 태동하고 있었다.
그것은 삼악(탐욕, 무지, 증오)의 힘이 깃든, 파멸의 짐승이었다. 형체가 뚜렷하게 잡히지 않은 그것은
헤카톤케일은 가만히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것을 옆에서 보던 아스타로트가 그에게 말했다.
"용이시여. 판결을 어찌 내리시겠습니까?"
"짐은 그 반역자를 이 껍데기 안에 가두고 이곳에서 추방시킬 것이오. 때가 되면 이 짐승과 같은 일을 하게 될 것이오."
"그럼 군단의 도구로 만들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소. 더스트 님의 명령이고, 위대한 존재의 뜻이니 짐은 마땅히 그리 할 것이오."
아스타로트의 얼굴이 살짝 찌푸려졌다.
"부관. 무슨 문제라도 있소?"
"아, 아닙니다. 용이시여. 그럼 그 짐승을 왜 반역자에게 씌어 보내시겠다는 것입니까?"
그러자 헤카톤케일은 뒷짐을 진 채 그를 돌아보며 대답했다.
"바로 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라오. 그대들도 알고 있을 것이오.
위대한 존재의 인도 아래 우리는 큰 번성을 이루어 전**를 누렸었소. 하지만 내부의 분열이 일어나며 우리가 가진 위상력의 균형이 깨졌고, 반역자들과 전쟁을 벌이는 사이 이 별은 모성을 잃고 말았소.
우리를 인도해준 위대한 존재께서 내리신 선물, 위상력의 반쪽을 잃어버린 채 우린 수없이 많은 내전을 겪었소. 혼란의 시기가 지난 뒤 군단은 다시 더스트 님에 의해 하나가 되었으나 잃어버린 힘을 되찾아야 했지.
그러나 모두가 아는대로, 차원의 문을 넘어 인류와 마주했을 때, 그 힘은 이미 그들에게 깃들어 있었소. 우리의 힘을 되찾기 위해 우리는 그들을 멸망시켜야 했소. 하지만 그들이 각성함으로서 전쟁은 길어졌고, 우리는 자멸할 궁지에 몰려있소.
군단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우리는 인류를 반드시 파멸시켜야 하오. 이를 위해 짐은 그 반역자에게 파멸의 짐승을 씌워 인류에게 보낸 것이오. 짐승이 그들의 힘을 습득하면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존재가 될 것이오. 그렇게 된다면 비록 용의 진군이 실패하더라도, 인류에게 내일이란 없을 것이오.
결국 그들은, 스스로의 힘에 의해 파멸하게 될 것이오. 이번 대의를 위해 짐과 그대들의 책임이 막중하오. 우리는 군단의 내일을 위해, 인류의 파멸을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싸울 것이오.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오!"
"용을 위해, 이 한 목숨 불사르겠나이다!"
그의 뜻을 알게 된 모든 측근들은 무릎을 꿇고 그에게 경배했다. 그들은 몸소 그의 뜻에 따를 것이었다.
잠시 뒤, 소녀가 끌려왔다. 아까보다 더 수척해져 있었다.
"...왔느냐."
"....."
소녀는 희미해진 시선으로 그를 응시했다. 위병들은 그녀를 내려놓고 물러갔다. 소녀를 가만히 바라보던 헤카톤케일은 그 초췌한 몰골을 보더니 말했다.
"...참으로 한심하구나. 비록 실험으로 태어났다고 하나, 짐의 피를 이어받았음에도 이 정도 밖에 안 되다니. 실망스럽다."
"...실망? 저 필부들의 농간에 빠지고 노망마저 들어 사리분별도 못하시는 용께서 제게 하시는 말씀이십니까?"
관료들이 발끈하여 그녀에게 다가가려 했으나 헤카톤케일은 손을 들어 제지했다.
"나는 너를 내 딸로 생각해왔다.
실험으로 태어났으나 내 피를 타고났으니까. 나의 백성들과 대신들이 너의 존재를 불편해해도 짐은 너를 받아주었느니라. 그러나 네가 어떻게 행동했느냐? 상황을 이렇게 만든 것은 바로 너 자신이다. 결과를 순순히 받아들여라."
"참으로 해괴망측합니다! 저를 진정 딸로 생각하셨단 말씀입니까?
용께서는 진정 그리 생각하셨습니까? 대신들과 백성들이 저를 냉대할 때, 군사들이 저를 희롱할 때, 제가 애정을 원할 때, 용께서 대체 무얼 하셨단 말씀입니까?
저를 한번이라도 감싼 적이 있으십니까? 한 번이라도 일으켜 준 적 있으십니까? 아니, 단 한 번이라도 저를 자손으로 생각하셨습니까?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용이시여. 그렇게 생각하셨다면, 저를 이리 만드는 게 사리에 맞다 생각하십니까?"
"**라! 반역자!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언성을 높이는 것이냐!"
안다리스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그러나 소녀는 자신의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이 이상 대화를 하는 것은 무의미하구나. 반역자를 처형해라."
헤카톤케일이 손짓하자 안드라스와 무관들이 반추형 알을 가져왔다. 소녀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며 백지장으로 변했다. 그녀는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 지 알고 있었다.
"설마... 저를 진정 파멸 병기로 만드실 생각입니까?"
"널 사형할 수 없으니 우리가 네게 내릴 수 있는 벌을 내리는 것이다. 반역자여. 이것이 군단에 반역을 기도한 자의 말로이니라. 넣어라!"
안드라스가 소녀를 잡아 넣으려고 했지만, 그녀는 재빠르게 그걸 피해 헤카톤케일의 다리를 잡고 놓지 않았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용이시여! 이럴 수는 없습니다! 억울하옵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그에게 매달리는 듯 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하지만 헤카톤케일은 눈물로 얼룩진 소녀의 얼굴을 냉담하게 내려보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 사이 안다리스는 그녀를 거의 빼내고 있었다.
"...반역자에게 줄 자비는 없다."
그는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소녀를 걷어찼다. 그녀는 그대로 힘을 잃고, 안디리스에게 제압당해 알로 질질 끌려갔다. 그 광경을 보는 아스타로트는 심기가 불편해 보였다. 그를 제외한 다른 관료들은 이 상황을 즐기듯 바라보고 있었다.
소녀는 발버둥치며 안다리스에게 저항했지만 오히려 따귀를 맞았다. 그녀는 억지로 알에 밀려들어갔고, 수용액 안에 있던 검은 액체가 그녀에게 스며들기 시작했다.
스며들며 느껴지는 고통에 소녀는 찢어지는 비명을 질렀다. 그녀는 어떻게든 수용액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수용액은 점점 더 그녀를 안으로 잡아당기고 있었다.
"안 돼!!!!"
마지막 절규를 끝으로 소녀는 완전히 수용액 안에 갖혔다. 그 사이 검은 액체는 그녀 안에 완전히 스며들어 그 안에서 태동하며 기분 나쁘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헤카톤케일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나 수용액이 그녀를 천천히 굳혔고, 강제로 웅크린 자세가 된 채 굳어버렸다.
수용액이 완전히 굳자 알의 외피는 그것을 감싸며 완전한 알의 형태로 변했다. 안다리스는 곧이어 가져온 추진기에 알을 단단히 고정시켰고, 헤카톤케일이 하늘을 가리켰다. 그러자, 깊은 암흑을 품고 있는 차원문이 열렸다. 알은 추진기를 달고 공중에 발사됐다.
차원문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둠에 열려 있었고, 알은 그 안에 들어가 잠겼다. 그렇게, 소녀는 추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