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랑(龍狼) - 18
플루ton 2020-01-05 1
"트레이너씨? 슬슬 시간인데요?"
"아, 금방 나가지."
자신을 부르는 하피의 목소리에 트레이너는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문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하피가 그런 그의 모습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싱긋 미소지었다.
"어머? 생각보다 양복이 잘 어울리시네요?"
"흠. 그런가?"
"...정말이지. 이럴 때는 '너도 잘 어울리는군'이라고 칭찬으로 답해주시면 안 되나요?"
"흠. 선처하도록 하지.
트레이너의 무덤덤한 대답에 한숨을 쉬는 하피. 위상 섬유로 이루어진 전투복이 아닌 평범한 양복을 차려입은 채로 집을 나와 준비된 차량에 오른 두 사람은 목적지를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벌써 전쟁이 끝난 지 5년이나 지났네요."
"그렇군. 첫 번째 전쟁보다는 시간이 빠르게 지난 느낌이야."
제2차 차원전쟁. 1차 때보다 못지않게 큰 피해를 입었지만, 전쟁 기간은 훨씬 짧았고 복구 작업이 빠르게 진행되었던 만큼 인류가 입은 상처는 아물어갔다. 대부분에 도시는 재건이 끝났고 어느새 사람들은 전쟁의 아픔은 털어내고 평범한 일상을 즐기고 있었다.
"그나저나 정식 지부장이 되는 건 다음 주였던가요?"
"뭐 예정대로 흘러간다면 그렇게 되겠지."
하피의 말에 조금 쑥스러워하는 기색을 띠며 답하는 트레이너. 전쟁 이후 그동안의 공적을 인정받아 유니온의 총장에 오르게 된 김유정은 그녀의 빈자리인 신서울 지부의 지부장 자리에 트레이너에게 추천했다.
위상능력자 그것도 전 범죄자인 자가 지부장의 자리에 오를지도 모르는 초유의 사태에 다른 유니온 상층부는 크게 반박했지만, 김유정은 이를 무시하고 트레이너에게 지부장이 될 것을 계속해서 권유했다. 이에 트레이너는 상층부의 반대를 해결한 후에 이를 받아들이겠다 답했고 그 뒤 갖은 노력의 끝에 5년이 지난 지금 대부분의 상층부는 마음엔 들지 않아 하면서도 그가 지부장이 되는 것에 반대하지 못하는 상황에 다다랐다.
"한때는 처리부대의 대장이었던 트레이너씨가 이젠 유니온의 지부장이라니…. 아직 그렇게 늙은 것도 아닌데 세월이 참 빠르다고 느껴져요."
"내 입장에서 본다면 이미 충분히 나이를 먹었다고 생각한다만."
"그건 트레이너씨 본인에게 하는 말일까요? 아니면 저에게? 후자라면 걷어차 드리겠어요?"
농담 반 진담 반 즐거운 담소를 나누는 두 사람. 하피는 물론 트레이너의 얼굴에도 희미하지만, 미소가 걸려있었다.
"정말~믿기지 않네요. 다시는 얻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평범한 삶을 이렇게 다시 즐기고 있다니…. 그것도 당신과 함께 말이에요."
"확실히. 너와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이런 일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지."
운전하면서 곁눈질로 하피를 살피는 트레이너. 순간 마찬가지로 곁눈질로 자신을 보고 있던 하피와 눈이 맞자 두 사람은 소리 내 웃음을 터뜨렸다.
"결혼을 전제로 한번 사귀어볼까 하는데……. 어떠세요?"
작년 겨울. 복구 작업은 막바지에 이르렀고 그 외에도 다양한 처리업무가 끝난 어느 날 밤 트레이너의 앞에 홀연히 나타난 하피는 위의 대사를 하며 고백을 했다. 당당한 태도를 유지하려던 그녀였지만 양 볼은 살짝 상기되어 있었고 그 초점도 불안함에 안정되지 못했었다. 처음엔 언제나 같은 장난인가 하고 넘기려던 트레이너였지만 그런 그녀의 상태를 확인하곤 작은 한숨과 옅은 미소를 흘리더니 이를 수락했다. 그 후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며 지금은 현재 같은 아파트에서 ** 중인 두 사람이었다.
"설마 네가 진심으로 나에게 청혼을 할 줄이야."
"아, 그때 이야기는 하지 말도록 하죠. 떠올리기만 해도 부끄러우니까."
당시의 일은 떠올린 하피는 얼굴을 붉히며 창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이전의 그녀였다면 잘 보이지 않았던 반응. 사귀기 시작한 이후로 조금씩 변해가는 그녀의 모습에 트레이너는 흐뭇한 미소를 띠며 차의 속력을 높였다.
"너도나도 참 여러모로 많이 변했군. 이전이라면 이런 이야기에 그렇게 정직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을 텐데 말이야."
"그렇죠. 예전의 트레이너씨는 이렇게 농담을 주고받거나 하기도 힘들었으니까요."
트레이너의 말에 대답하면서 하피는 처음 만났을 당시의 무뚝뚝하고 가정표현도 적었던 트레이너를 떠올리곤 실소를 흘렸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어느새 그들의 시야에 목적지의 윤곽이 드리웠다.
"뭐~가장 많이 바뀐 거로 따지면 역시 그 두 사람이겠죠?"
창문 너머로 보이는 목적지,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와 간소한 구조물로 장식된 예식장을 바라보며 하피는 여러 감정이 묻어난 목소리로 중얼거렸고 이에 트레이너도 말없이 동의하고는 비어있는 공간에 차를 주차하였다. 차에서 내린 하피는 들고 있던 핸드백에서 한 장의 편지를 꺼내었다.
'청첩장. 장소:신서울 중앙 예식장. 날짜:3월 17일 오전 11시. 오던지 말든지 알아서 해라.'
꺼내든 편지의 한쪽에는 청첩장이라는 글자와 함께 이곳의 위치와 시간,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발하는 듯한 한 줄의 문장이 적혀있었다. 다른 미사여구 없이 필수적인 내용만 적어놓은 청첩장은 이를 쓴 사람의 성격을 잘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하며 하피는 미소지었다.
"그 두 사람이 벌써 결혼할 줄이야. 역시 요즘 아이들은 성장이 빠르다니까요?"
"확실히 얼마 전 그 청첩장이 왔을 때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지."
어느새 차에서 내린 트레이너가 그녀의 곁으로 다가왔고 두 사람은 천천히 교회 안으로 들어갔다. 분비는 사람들 사이를 능숙하게 빠져나간 두 사람은 곧 청첩장에 적힌 예식장의 앞에 멈춰섰고 거기에 적힌 이름을 보며 다시 한번 웃음을 흘렸다.
신랑 : 나타 | 신부 : 레비아
함께 동고동락하고 정쟁을 헤쳐나간 동료, 그중에서 가장 어리고 가장 험난한 삶을 살았을 두 사람이 결혼한다는 사실에 두 사람은 진심으로 기뻐하며 그 이름을 한동안 가만히 바라보았다.
"일찍 오셨네요. 트레이너씨, 하피씨. 두 분 다 오랜만에요."
그러던 중 뒤에서 들려오는 반가운 목소리에 두 사람은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거기엔 하늘색 긴 장발을 땋아 올린 바이올렛과 그 집사인 하이드가 걸어오고 있었다.
"바이올렛양? 거기에 하이드씨까지. 이게 얼마 만이에요?"
"이렇게 얼굴을 마주 보는 건 1년 만이군요."
"그러게요. 두 사람 다 잘 지내셨죠?"
"아. 너야말로 잘 지냈나?"
반가움을 감추지 않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 네 사람. 그도 그럴 것이 바이올렛과 하이드는 전쟁이 끝남과 동시에 벌처스의 본사로 돌아가 그동안 김가면에게 맡겨두었던 경영권을 넘겨받고 직접 사업운영에 나섰다. 그 탓에 다른 늑대개의 팀원들과도 만나지 못하고 가끔 통화로 목소리를 듣는 정도밖에 그녀의 안부를 확인할 길이 없었다.
"이제 사장이신데 이렇게 나오셔도 되는 건가요?"
"후후. 걱정하지 마세요. 급한 일은 이미 모두 끝내놨으니까요. 거기에 제가 직접 뽑은 간부들이 열심히 하고 있을 테니 제가 없더라도 아무 문제 없어요. 거기에 동료의 결혼식인데 설령 무슨 일이 있더라도 찾아와야죠."
"호오. 그거참 훌륭한 생각이로군."
""""?!!!""""
한참을 이야기하던 도중 네 사람은 어느새 이야기에 끼어든 익숙한 목소리에 놀라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정돈한 은발을 포니테일로 묶어놓은 티나가 거기서 손을 들며 인사했다.
"모두 오랜만이군. 그동안 잘 지냈나?"
"티나씨야말로 잘 지냈어요? 전투 교관의 업무는 할만한가요?"
"말도 마라. 자신들의 힘에 취해서 날뛰는 애송이들을 달래느라 과부하가 걸리지 않는 날이 없다."
깊은 한숨을 내쉬며 한탄하는 티나. 전쟁이 끝나고 어느 정도 복구 잡업이 끝나자 티나는 김유정과 트레이너의 추천에 따라 유니온 아카데미의 전투 훈련 교관으로서 일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조금 망설인 그녀였지만 주변의 설득을 들은 끝에 이를 수락했고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린 위상능력자들을 훈련시켰다.
각자의 사정으로 ** 중인 트레이너와 하피를 제외하면 별로 만나서 이야기할 기회가 없던 그들은 그렇게 한동안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것보다 슬슬 신랑·신부를 만나러 가봐야 하지 않을까요? 좀 있으면 다른 사람도 와서 보기 힘들지도 모르는데."
그러던 중 시간을 확인한 하피가 제안을 했고 이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였다. 그들은 우선은 신랑이 준비하고 있을 대기실로 가기로 정하고 발을 옮겼다. 얼마 걷지 않아 그들은 문이 닫힌 대기실 앞에 도달했고 트레이너가 대표로 노크를 하자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야?"
귀찮다는 듯 퉁명스럽고 짧은 남자의 물음에 모두 짜기라도 한 듯 동시에 쓴웃음을 흘렸다.
"우리다."
"뭐야? 꼰대 너희들이었냐? 뭐해? 빨리 들어오라고."
이에 트레이너도 마찬가지도 짧게 대답하자 목소리의 주인은 조금 기쁜 기색을 흘리며 그들을 재촉했다. 이에 트레이너는 문고리를 잡고 천천히 대기실의 문을 열었다.
"여? 왔냐?"
문을 열고 들어가자 창가에 서 있던 나타의 모습이 드러났다. 입고 있는 새하얀 턱시도에는 백금색의 자수가 놓여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고 있었으며 안에 입은 검은 와이셔츠 위로 금색의 넥타이가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전쟁 이전부터 조금씩 기르던 긴 청발은 한쪽으로 넘기고 꽁지머리로 한데 묶어 늘어뜨리는 것으로 멋을 내었다. 거기에 평소에 그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옅은 화장까지 끝난 상태였다. 원래 꾸미지 않은 평상시의 모습으로도 수려한 외모를 자랑하던 나타였다. 그런 그가 작정하고 꾸미고 나니 그 모습은 마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왕자를 연상시켰다.
"이것 참. 옷이 날개라더니 정말 못 알아보겠다. 나타. 아주 잘 어울리는군."
이를 찬찬히 살펴보던 트레이너가 찬사를 터뜨렸고 이에 나타는 머쓱하게 볼을 긁적였다.
"안 어울리게 칭찬은. 너무 추켜세우지 말라고. 불편한 걸 억지로 입고 평생 하일 없던 화장까지 하느라 미칠 지경이라고."
"후훗~. 너무 그러지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돼요. 나타. 아주 멋진걸요? 그렇죠. 여러분."
어색해하는 나타를 칭찬하며 하피는 다른 팀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다른 사람들도 그녀의 말에 동의하듯 칭찬의 말을 늘어놓았다.
"네. 솔직히 그 미치광이 전투광이었던 나타씨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군요. 정말 멋지네요."
"확실히. 나타 지금의 네 모습은 세간에 떠도는 어지간한 모델과 비교해봐도 동급이상이다. 입만 다물고 있으면 말이지."
"...욕을 하든 칭찬은 하든 하나만 해라 이놈들아."
한마디씩 쓸데없는 말을 덧붙이는 팀원들에게 한숨을 쉬는 나타였지만 그 얼굴에 미소가 어려있었다. 그렇게 한동안 이야기를 이어가며 시간을 보내는 늑대개들. 그동안 싸여있던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어느새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여러분. 슬슬 사람들이 모여들 시간입니다."
한창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하이드가 말을 꺼냈다. 그의 말대로 대기실 너머에서 사람들이 모여드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흠~그럼 아쉽지만 이쯤에서 저희는 물러나야겠네요."
"네. 안 그러면 우리 귀여운 막내의 신부 복장을 찬찬히 볼 시간도 부족할 테니까요."
"그럼 우리는 이만 물러나도록 하지. 그럼 나타. 식장에서 다시 보도록 하지."
이에 다른 팀원들도 이야기를 중단하고 대기실을 나섰다. 그렇게 다른 사람들이 모두 대기실을 나가고 마지막으로 트레이너가 문을 나서려던 순간이었다.
"...그러고 보니 나타. 너에게 한가지 묻고 싶은 게 있다만."
"? 뭐냐 꼰대."
갑자기 멈춰선 트레이너가 조용히 그를 돌아보더니 나타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얼마 전 교도소에 수감되어있던 과거 유니온의 연구원이었던 자들이 수수께끼의 증상으로 동시에 죽는 사건이 발생했다더군."
"헤에~…. 그런 일이 있었냐?"
"......정말 몰랐던 건가? 아니면 그런 척하는 건가?"
능청을 떠는 나타의 모습에 잠시 그를 노려보는 트레이너. 하지만 나타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그를 마주 보았다.
"글쎄? 어떨 것 같아? 응? 꼰대……."
잠시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마주 보는 두 사람. 짧은 침묵이 두 사람 사리에 흐르던 도중 트레이너쪽에서 먼저 실소를 터뜨리며 고개를 돌렸다.
"훗…. 그만두지. 만약 네가 그 사건의 범인이라고 해도 없어져야 할 쓰레기들을 완전히 완전히 처리했을 뿐이다. 아무런 문제도 없겠지."
"뭐, 그런 거지."
"그럼 이만."
짧은 인사를 끝으로 대기실을 나선 트레이너. 그가 나간 문을 잠시 바라보던 나타는 고개를 돌려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 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며 나타는 실소를 입에 머금었다.
"킥-! 꼰대 녀석. 이미 확신하고 있으면서 떠보기는. 뭐 감이 죽지는 않았네."
아무도 없는 대기실에서 나타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전쟁 후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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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아줌마. 나랑 거래하지."
유니온의 비리를 파헤치고 이에 관련된 자들을 잡아들일 포획조를 구성하던 김유정의 앞에 나타난 나타가 던진 첫마디였다. 처음엔 홀로 유니온보다 먼저 손을 써서 연구원들을 암살할 계획이었던 나타였지만 역시 혼자서 세계 곳곳에 흩어져있는 모든 연구원을 붙잡는 것은 무리라 판단했고 이에 한가지 계획을 생각해냈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김유정에게 거래를 제시하였다. 나타가 내건 조건은 다음과 같았다.
•나타를 포획조의 리더로 임명할 것.
•연구원들의 체포는 나타 본인의 손으로 할 수 있게 할 것.
•위의 내용을 지킬 시 나타는 연구원들을 생포하는 것에 전면 협조한다.
일손도 부족했고 이를 거절할 경우 직접 연구원들을 찾아다니며 처리하겠다는 나타의 말에 김유정은 하는 수 없이 그의 거래를 받아들였고 그렇게 나타는 4년에 걸친 작전 끝에 리스트에 있던 모든 연구원의 체포에 성공하였다. 물론 거래의 내용대로 모든 연구원은 생포된 체로 법원에서 심판을 받고 교도소에 갇혔다.
'겉보기에는 말이지.'
나타는 당시 연구원들을 체포하고 그 몸을 구속하면서 한가지 조치를 그들에게 취했었다. 다름 아닌 그들의 영혼에 상처를 새기는 것이다. 만약 눈으로 볼 수 있다면 별거 아니라고 치부할 정도로 얕은 상처다. 하지만 새긴 대상과 장소가 문제였다. 영혼에 새겨진 그 상처는 시간이 지날수록 영혼을 침식하며 조금씩 파괴해가고 종국엔 완전히 소멸시켜버린다. 위상능력자라면 이에 저항하거나 자력으로 회복할 수도 있었겠지만, 일반인은 그러지 못하고 그거 영혼이 망가져 가는 고통을 견디며 죽음을 기다리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물론 치료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름 아닌 영혼에 간섭한 수 있는 자가 영혼에 위상력을 흘려주면 손쉽게 치료할 수 있다.
'문제는 그게 가능한 능력자가 인간은 물론 차원종까지 포함해도 2자리가 될까 말까 한다는 거지.'
결국, 모든 연구원들은 끔찍한 고통 속에서 죽어갔다. 이를 느낀 나타는 마지막으로 한가지 죽어가는 연구원들의 영혼에 새긴 상처, 그 속에 깃들어있던 자신의 영혼의 잔재를 조종해 죽기 직전 그들의 영혼에 직접 전달했다.
'네놈들을 죽이는 건 네놈들이 만든 괴물이다.'
자신들의 업보로 죽는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되며 연구원들은 하나둘 죽어갔고 나타는 먼발치에서 그들을 비웃었다. 마지막 남은 한 사람이 죽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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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 녀석들의 면전에다가 대고 비웃어주지 못한 건 마음에 안 들지만…. 그건 어쩔 수 없지.'
속으로 작은 불만을 말하며 자신의 왼손가락을 내려다보았다. 거기에는 청자색 보석이 장식된 은색의 반지가 반짝이고 있었다.
"만약 그렇게 했었다면……. 이런 날이 올 가능성은 없었을 테니까."
그가 김유정과 거래를 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단순히 효율을 중시해서가 아니었다. 바로 레비아와의 약속. 사랑하는 사람과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그는 자기 욕망을 죽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가 아닌 최선의 복수로 방향을 튼 것이다. 그 후 복수를 마친 그는 유니온으로부터 체포 작전의 보수, 그동안 그가 겪은 일들에 대한 모든 보상금을 받았고 그 돈을 이용해 레비아와 1년간 연인으로서의 삶을 보냈다.
"5년이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이네."
복수에 4년. 연애에 1년. 총 5년간의 노력 끝에 올리게 된 결혼식. 여러 가지 감회에 잠겨있던 나타의 귀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곧 결혼식이 시작됩니다. 신랑은 준비해주세요."
"아, 네. 알겠습니다."
문 너머에서 들리는 직원의 목소리에 답하며 나타는 마지막으로 옷매무새를 정돈하였다. 거울 속에 비치는 자신을 바라보며 나타는 숨을 가다듬었다.
"좋아. 가보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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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생각보다 일찍 끝나서 일찍 올립니다. 이제 다음화로 마무리 할 수 있겠네요. 참고로 모자이크 처리된 단어는 다름아닌 동1거입니다.....대체 이걸 모자이크처리하는 이유를 모르겠네요 그럼 즐감하셨기 빌며 물러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