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의 아들 63화
검은코트의사내 2019-07-28 3
"세하야. 이제 알겠니? 지금 그가 하는 일은 너에게 오히려 이로운 일이란다."
"엄마. 타임머신이라는 것은 그냥 단지 시간을 되돌리려고 하는 거잖아요. 제가 태어나기 전으로 돌리실 생각이신가요? 그럼 엄마는 과거로 되돌아가시는 거고요?"
"그래. 설령 그 사람을 만나지 못하더라도 세하 네가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봐. 이런 말도 있잖니. 살아있는 게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다고."
매일 같이 기자들에게 집중 조명을 받고, 어디를 가든 감시당하며, 학교에서도 거의 왕따로 취급될 수준이면 확실히 괴로울 만도 했었다. 그 때마다 아버지의 말씀을 떠올리면서 나는 살아갔었다. 지금은 외로움이 나에게는 익숙한 참이었다. 고등학생이 되고, 유리를 처음 만나면서 내 생활이 조금 나아지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나몰래 그런 걸 계획하고 계실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래서 엄마는 그 계획에 동참하신 거에요?"
"그래. 그런 거란다. 세하야. 그러니까 엄마 마음을 조금은 이해해줬으면 좋겠어."
"다 제가 철없게 행동한 탓이에요. 엄마. 괜히 제가 엄마 아빠의 마음을 아프게 해서 이렇게 된 거였군요. 아버지와 추억도 있었을 텐데 그것을 포기하면서까지 이렇게 하시려고 한 거에요?"
"원래 부모란 게 그런 거란다. 자식이 이렇게 불행하게 사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지. 마음의 상처는 쉽게 낫지 않는 법이라는 거 잘 알고 있으니까."
확실히 지금도 그 기억이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정신적으로 항상 버텨낸다고 해도 계속해서 내 삶을 괴롭히는 법이다. 원래 사람은 나쁜 기억을 잘 기억하는 법이기 때문이었다. 그걸 알고 계시기 때문에 아버지도 이같은 짓을 벌였던 거겠지. 그것 뿐일까? 아버지는 내 의사를 묻지 않고 함부로 행동하실 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말로 아버지가 벌인 일이란 말이죠."
"그래. 그러니까 세하야. 클로저는 그만둘거지?"
"아뇨. 절대로 그만두지 않아요. 저는 아버지가 타임머신만 개발하는 게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가 어떻게 이겨내오고 자라왔는지 아버지는 아시잖아요. 티어매트의 정신공격에도 이겨내시는 분이시잖아요. 타임머신 말고도 다른 방법도 사용했을 거라고요. 겨우 그 정도의 사람이 아니라는 건 제가 더 잘 알아요."
이미 시도하셨다면 진작에 했을 거다. 기껏 생각한 게 그냥 과거의 기억을 없애버리고자 하는 거라니, 절대로 납득할 수가 없었다. 분명히 뭔가 다른 뜻이 있다고 판단이 들었다. 아버지는 누구보다 나에 대해서 잘 아시는 사람이었으니까. 내가 그 외로움을 조금씩 이겨내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계셨던 분이다. 그렇기에 겨우 타임머신 하나로 작동시킬리가 없다.
"엄마. 엄마는 알고 있죠? 그 타임머신이 있는 곳을. 그 자를 막아야해요. 타임머신이 절대로 가동되서는 안 된다고요."
"세하야. 왜 그러는 거니? 넌 누구보다 더 고통스러워했잖니. 앞으로 얼마나 더 힘든 일을 겪을 지도 모르는데 그 기억을 떠안고 가겠다는 거니? 엄마는 네가 그런 일로 고통스러워하는 거 원하지 않아. 너도 마찬가지잖니."
"네. 원하지 않아요. 하지만 엄마. 이 세상에는 고통을 받지 않는 사람은 한 명도 없잖아요.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게 바로 인생이라는 거에요."
내 말에 엄마는 두 눈을 크게 뜨시면서 뒤로 한 걸음 물러나셨다. 엄마 답지 않는 모습이다. 마치 추운 환경에 갑자기 노출된 것처럼 몸을 떨고 있는 게 보였다. 왜 갑자기 이러시는 건지 모르겠다만 그래도 나는 이미 결심했었다. 이 몸이 낫는다면 반드시 막으러 갈 거다. 시간을 되돌린다고? 그런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고통을 겪게 될 일이다. 거기다가 이 세상에는 힘든 시련을 이겨내어 훌륭한 명성을 얻은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들의 행동을 부정하는 셈이 되니 이런 건 올바른 행동이 아니다.
"많이, 컸구나. 세하야. 순간적으로 그 이를 보는 거 같았어."
"엄마?"
"우리 아들, 엄마가 너무 미안해. 적어도 너의 생각을 들어보는 건데, 너무 성급하게 행동했구나."
엄마가 글썽이는 눈물을 닦아내면서 말했다. 아버지라면 나처럼 말씀하셨다는 건가? 그래. 아버지는 강한 사람이다. 위상력이 없다고 해도 어떠한 힘든 일이라도 반드시 이겨내시는 사람이었다. 과로사에도 두려워하지 않을 정도로 강인한 사람이셨다고 봐야 되나? 그건 너무 바보같은 일이지만.
"말씀해주세요. 엄마. 조재현은 지금 타임머신을 가동하려고 하고 있을 거에요. 이미 클로저들을 수많이 습격해서 위상력 에너지를 충분히 모았을 거니까요."
"그래. 맞아. 지금은 메카 차원종들을 생산하는 데 주력하고 있어. 원래 계획이라면 조재현과 전광그룹 전명훈 회장이 메카 차원종들과 함께 타임머신에 탑승시킨 채로 과거로 갈 계획이야. 그리고 지금의 미래를 바꾸려고 하는 거지."
"엄마. 한 가지만 대답해주세요. 전광 그룹은 왜 도와주는 거죠?"
"메카 차원종의 판권이 전광그룹 회사에 있기 때문이야. 차원문이 처음 발생했을 때 차원종이 대량으로 출현했잖아. 그 차원종들을 상대로 메카 차원종들이 투입해 그들을 무찌르게 된다면 당연히 정부에서는 그걸 대량 생산하게 하겠지. 그렇게 되면 전광그룹에 막대한 이익이 생길 테고 미래에는 세계에서 제일 가는 그룹으로 성장하게 될 거야."
그렇군.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차원문은 전세계적으로 발생했다. 메카 차원종의 활약이 전세계로 알려지게 된다면 반드시 강대국 정부들은 그것을 사들이려고 할 것이고, 전광그룹은 해외진출까지 하면서 그것을 대량 생산하려고 할 것이다. 그렇게 될 수록 막대한 이익을 얻게 되는 거니까. 금방 부유층으로 되는 것도 일도 아니라는 얘기겠지. 안 그래도 돈이 많으면서 더 돈을 벌려고 하다니, 사람의 욕심이란, 정말로 끝이 없는 게 맞다고 봐야 될 거 같았다.
"으윽. 몸이 빨리 나아졌으면 좋겠는데. 엄마. 지금 알려주세요. 그 타임머신이 어디있는지."
"알았어. 대신에 나도 같이가. 아들 혼자 가게 하지 않을 거야."
"네."
이번에는 믿어도 될 거 같았다. 녀석을 상대로 혼자서는 힘들지도 모르지만 엄마와 함께라면 이겨낼 수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 * *
어두운 지하에 오랫동안 작동하지 않는 거대한 타임머신 기계에 붙어있는 먼지를 정성스럽게 닦아낸다. 마치 거대한 우주정거장 모양처럼 되어있는 기계. 조재현은 한시도 이것을 소중히 여기지 않은 날이 없었다. 이제 곧 작동이 될 준비가 되었기 때문이다. 타임머신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겠지만 그 전에 준비할 것이 있었다. 바로 메카 차원종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지금 전광 그룹 유능한 기술자들이 총동원해서 나서고 있기 때문에 곧 끝나가게 되어있다.
조재현의 옆에서 담배를 하나 문 채로 지켜보는 백발 노인이 있었다. 전광 그룹 회장 전명훈이었다. 막대한 재산을 가진 재벌이었지만 이보다 더 얻는 것에 대한 욕심이 있기 때문에 이 계획에 가담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타임머신으로 과거로 가서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일이 순조롭게 돌아가는 군요. 이대로 방해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괜한짓 한 거 아닌가? 그 이세하라는 녀석, 위상력도 강력하다는데."
"그래봐야 제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회장님께는 매번 도움만 받는 군요. 이 빚을 어떻게 갚아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빚이라니... 오히려 내가 고맙다고 봐야지. 더 이상 괴로워하는 것은 사절이니까. 난 아들을 살릴 거야."
전명훈 회장이 과거로 가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18년 전, 차원전쟁이 발발했을 때 차원종에게 아들을 잃은 적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메카 차원종들을 투입하게 된다면 피해규모는 적어질 뿐만 아니라 자신의 아들도 살려낼 수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한 줄기의 희망을 가진 셈이었다.
"꼭 잘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드님도 살려내시겠죠."
"그대야말로, 아버지인 조세훈 박사를 잘 살려냈으면 좋겠다."
"네. 그리고 망할 국민들에게 지옥을 보여줄 겁니다. 남의 일이라고 해서 말을 함부로 하고, 당연하듯이 말하는 이기적인 인간들에게 돈의 권력이 뭔지 제대로 보여줄 겁니다."
"약속하지. 그대를 나 다음의 권력자로 삼아줄 거네. 마음껏 복수를 하게나."
"네. 감사합니다. 회장님."
조재현은 씨익 한 번 웃으면서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조세훈 박사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것은 다른 존재였지만 국민들의 목소리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았다.
'한 명의 희생으로 모두가 살면 된 거잖아.'
'그 사람은 유니온 사람이야. 우리를 위해 죽는 게 당연하지.'
그 말들을 떠올릴 때마다 미간이 찌푸려지고 있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몰라도 그에게는 누구보다 소중한 아버지였으니까. 어렸을 때부터 잘 보살펴주신 고마우신 아버지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을 용서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을 지켜주는 클로저들도 용서가 되지 않았었다.
"후우, 앞으로 며칠 남았습니까? 타임머신 가동할 준비는 이미 끝마쳤습니다만."
"앞으로 2주일 정도 남았네. 그 때가 되면 충분한 양의 메카 차원종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 거야."
"가능하면 서지수 씨도 와주셨으면 좋겠군요. 과거의 이세진 박사와 만나게 하려면 본인이 직접 가야 될 겁니다."
"내가 연락을 하겠네."
회장이 휴대폰을 꺼내 연락을 시도했다. 조재현은 타임머신을 보면서 씨익 한 번 웃었다.
To Be Continued......
타임머신 가동까지 앞으로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