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터지기 팀 Another Story - 설원의 기사 .2
에델슈타트 2019-06-28 2
"네메시스?"
전달받은 서류속 사진의 거대괴수를 바라보며 볼프강은 흥미로운듯이 되물었다.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설원의 너머에서 어스푸름하게 태동하고 있는 그 거대한 차원종은 그야말로 옛날 괴수영화에서 곧잘 보던 거대괴수 그 자체였다.
"그렇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한달전. 영국 북부에 괴상하리만큼 큰 차원문과 동시에 그 일대를 통째로 설원으로 '변이'시키며 거대 차원종 네메시스가 출현했습니다. 자세한 원인과 어떻게 그렇게 강대한 차원종이 전조나 리스크 없이 나타났는지는 아직 불명입니다만."
지금까지 냉정함을 유지하던 엘렌의 목소리에 떨리는 감정이 묻어나왔다. 어렴풋이 사정이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볼프강은 그 이상 캐묻지는 않았다.
"그리고 수많은 클로저팀이 거대괴수 토벌로 차출되었지만 지금껏 누구도 성과를 내지 못했답니다."
엘렌의 옆에 앉아있던 웨이브진 금발의 아가씨가 파란 눈을 가늘게 뜨며 덧붙였다. 그녀의 이름은 엘리자 로스하임, 영국내에서 꽤나 명문가의 아가씨인듯 행동 하나하나에서 우아함이 느껴졌다.
"어째서입니까? 영국에도 상당한 실력자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던 파이가 서류 다음장에 적혀있는 투입된 클로저팀과 희생자 명단을 보며 복잡한 표정을 지은채 되묻자. 엘리자는 담담하게 서류를 넘겼다.
"바로 거대괴수를 지키는 설원 기사단 때문이에요."
"설원 기사단?"
"예에, 거대괴수에 대한 희생을 동반한 수차례의 탐색 결과, 약점은 어느정도 좁혀졌지만 그 약점을 수호하는게 거대괴수와 함께 나타난 차원종. 코드명 '설원 기사단'이랍니다."
사진상 열기 남짓 존재하는 그 차원종은 드물게도 말모양의 차원종을 탄채 검은색 망토를 두르고 있었다. 고고한 설원에서 꼿꼿히 진형을 갖춘 그 모습은 그야말로 소설이나 영화에서 자주 나오던 기사단의 모습 그 자체였다.
"게다가 그 녀석들을 이끄는 대장격존재. '가웨인'이 가장 큰 골칫덩어리야!"
원한이 있는듯 금발 스트레이트의 소녀, 텐도 사츠키 S 로웰드가 책상을 탕 치며 울분을 토했다. 특이하게도 오른손에 은색 건틀렛을 끼고있는 그녀는 영국와 일본의 혼혈으로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위상력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듯 하다.
"이녀석, 바넷사가 '약점'을 저격하려고 하는 순간 귀신같이 나타나서는 방해하는걸! 아무리 발을 묶어도 망령이라도 된것처럼 빠져나간단 말이야!"
"저, 그럼 네메시스의 약점은 뭔데?"
루나가 흥분해하는 텐도를 진정시킬겸 어색하게 웃으며 묻자 아까 소마의 농담 이후로 조용히하고 있던 바넷사가 등에 매고있던 저격총의 탄창을 꺼냈다.
"본래 저정도의 위상력을 가진 차원종은 이쪽 세계에 아무 리스크없이 나타날 수 없지. 저녀석은 위상력을 심장속의 트리거에 집어넣고, 법칙을 속이고 있는 거다."
"법칙을 속인다고요?"
"아아. 차원압력이란 시스템은 의외로 허술해서 말이지. 편법이란게 여러개 존재한다더군. 너희도 지금까지 몇번 겪지 않았나? 저 녀석의 경우. 위상력을 혈관내의 혈액과 같은 성질을 띄워서 압력을 분산시킨거다. 즉 혈관 세포 하나하나가 약한 차원종이란 뜻이지. 물론 누가 그런 식으로 리스크를 지웠는지는 불명이지만."
"그런게 가능하다니..."
루나가 얼빠지게 대답하자 엘리자는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편법은 공략하기도 쉬운 법이랍니다. 바로 바넷사양의 '위상력전도응집탄환'이 정확히 그 트리거에 박힌다면 그 네메시스를 쓰러뜨리는 것도 가능할거에요."
"하지만 저격을 성공하기엔 저 가웨인이라는 친구가 방해한다는 거군. 그럼 작전은 어떻게 할거지?"
바넷사의 탄창에서 나온 파란색과 검정색이 섞인 탄환을 가볍게 만져보던 볼프강이 무심하게 묻자. 엘렌은 안경을 다시 한번 밀어올렸다.
"일단 서로의 전력을 모르는 상태에서는 작전을 짜기도 애매하겠지요. 어떻습니까? 내일즈음에 모의전투를 가져보는건. 서로 서류상으로는 알수 없는 것들도 있을테니."
"와아! 다같이 노는거군요! 쌤 공같은거 가져올까요? 저 축구 무지무지 잘하는데!"
갑자기 등뒤에서 소마가 기대 만발의 눈동자를 반짝반짝 빛내면서 손을 번쩍 들었지만 볼프강은 익숙하다는듯이 가볍게 소마의 머리를 탁 쳤다.
"노는게 아니라고 했잖아. 모의전투 좋지. 근데 그렇게 느긋하게 해도 되는건가? 언제 녀석이 내려올줄 알고."
"네메시스는 첫 등장부터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물론 꿍꿍속을 모르니 안심할 수 있는건 아닙니다만 적어도 서로의 전력을 알 시간정도는 있을겁니다."
"그렇군, 근데 내가 알기로 하얀 사냥개팀은 5명인걸로 아는데, 한명은 어딨지?"
볼프강이 천천히 실내를 둘러보며 말하자, 엘렌은 곤란하다는듯이 흰 장갑을 낀 손으로 안경을 들이올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아, 그러니까 조슈아는..."
『 내가 궁금한건가, '사냥터지기'의 사서여. 』
그와 동시에 실내에 울리는 소년의 목소리에 바넷사는 미소를 지었고 그와 반대로 텐도는 인상을 확 구겼다. 물론 사냥터지기팀은 어안이 벙벙하게 서있을 뿐이었다.
"조슈아! 내가 또 이상한 짓 하면 가만 안두겠다고 했지!"
『쿠쿡, 어리석은 금빛 사자가 아직 이치를 깨우치지 못했나보구나』
"너, 5층 방송실에 있지? 내가 금방 갈거니까 꼼짝말고 기다려!"
『아, 아앗 미안해 텐도 누나! 제발 오지마!』
텐도가 잔뜩 화난 상태로 방을 나가고, 그 뒤를 재밌다는듯 바넷사가 따라나가자 엘렌은 깊게 한숨을 쉬었다.
"죄송합니다, 조슈아에 대한 소개는 다음으로 미루겠습니다. 여러분들도 지치셨을테니 방으로 돌아가 쉬십시오."
골치 아프다는듯이 미간에 손을 대며 터덜터덜 방송실로 향하는 엘렌을 보며 볼프강은 내심 동질감을 더 깊게 느끼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