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클로저여! 부산으로 모여라!(1)
파이는예쁘다 2019-06-27 0
“휴가 가고 싶어…….”
언제나처럼 볼프강은 휴가에 대해서 조잘거리고 있었다.
그런 그의 투덜거림에 끙끙거리며 익숙치 않은 업무에 집중 중이던 파이는 볼프강에게 말했다.
“그렇게 가고 싶으시면 성 앞쪽에나 가서 몇 분 간 태닝이나 하시죠?”
“맞아요, 요원님. 요원님 앞으로 처리할 업무가 태산이에요.”
언제나처럼 볼프강의 발언에 파이와 앨리스가 무어라 하는 순간이었다. 그 순간 더워서 책상에 축 늘어져 있던 소마가 벌떡 일어나 외쳤다.
“수영하고 싶어요!”
“말썽쟁이 2호가 웬일로 옳은 말을 하는군.”
“나도! 수영이란 것을 하고 싶구나!!!”
소마의 발언에 볼프강에 세트까지 가세하니 결정권자나 다름이 없는 앨리스는 신음을 흘렸다.
볼프강의 발언은 무시할라 쳐도 2분대의 아이들인 소마와 세트가 저렇게까지 강하게 주장하니 넘어갈 것 같기도 하면서도 안 넘어갈 것 같기도 하고.
신음을 흘리며 고민하는 듯한 앨리스의 반응에 소마는 이때다 싶은 마음에 얼른 루나와 파이를 재촉했다.
“루나~ 파이쌤~ 제발 우리 수영하러 가요! 저 덥단 말이에요!”
“완전무결한 내게 휴가가 필요하진 않─”다라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오늘 사냥터지기 성의 날씨는 말 그대로 폭염이었다.
루나는 더워서 자신 역시도 수영하고 싶다고 대답은 하지 못 하고 끄응, 앓는 소리를 냈고 파이는 자신을 초롱초롱하게 바라보는 소마와 세트의 시선에 애써 피했다.
“재리, 너도 덥지 않아?”
“저요? 저는…….”
재리 역시도 말은 안 했지만, 더워하는 눈치이다.
간절히 수영(을 빙자한 휴가)를 외치는 볼프강과 소마, 세트. 거기다가 소마와 세트의 간절한 눈빛에 결국은 저버린 파이. 말은 안 하지만 퍽 더워보이는 루나와 재리까지 합쳐지니 앨리스가 이길 도리는 없었다.
“오늘 하루만 놀고, 돌아와서 재빠르게 다시 업무에 착수한다면……. 리버스 휠을 준비하도록 할게요.”
결국 앨리스까지 허락하자 볼프강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이 여름 휴가지로서 가장 간절히 원하는 장소를 외쳤다.
“하와이! 하와이로 가지!”
하와이에서 선글라스를 끼며 늘어지게 태닝을 하고, 또 금발의 아름다운 하와이 미인들을 꼬신다면 그만한 하루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볼프강의 검은 속내를 모를 앨리스가 아니었다.
“하와이는 안 돼요. 다른 좋은 곳 없을까요?”
앨리스의 물음에 어디가 좋을지 생각 중이던 재리가 무언가가 떠오른 듯 대답했다.
“부산은 어떨까요? 부산에는 ‘해운대’라는 유명한 해수욕장도 있고, 이런저런 놀거리가 많아서 휴가로서는 안성맞춤일 것 같네요.”
“재리가 안내해줄 수 있어?”
“부산에 가 본 적은 없지만, 여행의 미숙함도 즐거움 중 하나가 아닐까요?”
“하지만, 부산은 너무 멀지 않아?”
적당한 후보가 사라지면 앨리스도 어쩔 수 없이 하와이로 가자는 자신의 제안을 수락할 거라고 김칫국을 제대로 마셔버린 볼프강의 지적에 앨리스는 대답했다.
“리버스 휠이라면 1시간 안에 도착 가능합니다.”
“리버스 휠을 개인적인 휴가에 사용하는 건 그리 좋지 않은─”
“괜찮습니다.”
“그래도 역시나…….”
“괜찮아요. 요원님.”
완벽하게 선을 그어버린 앨리스의 발언에 볼프강은 더 이상 말을 이어나가지 못 했다.
앨리스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 하는 볼프강을 화사하게 웃으며 바라보며 대답했다.
“부산에 가서 입게 될 옷은 제가 준비하도록 할게요. 바로 리버스 휠에 계신다면 준비할 것을 챙겨서 부산으로 향하도록 할게요.”
앨리스의 발언에 사냥터지기 팀이 가게 될 장소는 부산으로 정해지게 됐다.
****
한편, 신서울의 한 건물에서는 13명의 사람들이 땀을 푹푹 흘리며 더위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 누구도 덥다는 말은 하지 못 하고 있을 때였다.
그 순간, 더 이상 더위에 이기지 못 한 나타가 버럭 소리질렀다.
“더워!!! 이러다가 더워 죽는 거 아냐?! 에어컨은 도대체 언제쯤 고쳐지는 거야!!! 이미 깡통은 고장났고, 부잣집 아가씨는 더워서 정신 가출한 거 안 보여?!”
“정신이 가출했다니 아가씨께 상스러운 표현은 삼가주시죠.”
하이드가 나타의 발언에 버럭 화를 내듯 말은 했지만, 바이올렛의 상태에 나타의 표현은 딱 알맞았다.
“하이드~”
언제나 도도하고 아름다웠던 바이올렛이 땀으로 젖어 전혀 우아하지 않고 한 손으로는 부채질을 또다른 한 손으로는 옷깃을 휠휠 털고 있었으니까.
“나타, 제발 좀 진정해. 열불을 내면 오히려 더 더워지는 법이라고.”
“아앙? 지금 진정할 수 있어?! 도대체 에어컨은 언제쯤 고쳐지는 거야!!!”
“이미 고치고자 하는 사람들이 밀려서 순서가 쉽게 오지 않네.”
김유정은 애써 웃으며 나타를 진정시키려 했다. 나타가 유정에게 화내려는 순간 작동이 되지 않는 에어컨 앞에 앉아있던 티나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당장 에어컨 기사를 데려오겠다. 제 1급 임무가 되겠군.”
“티나. 진정해라.”
“진정하라고? 차라리 자결하라는 명령이 나은 수준이군, 교관.”
티나의 비꼼에 트레이너는 한숨을 내쉬었다. 트레이너는 힐끔 유정을 바라봤고, 유정은 트레이너의 의미를 알아듣기 무섭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끈후끈 찌는 방에서 빠져나온 유정은 한숨을 내쉬며 핸드폰을 두들겼다.
뚜르르, 핸드폰의 통화연결음이 방에 버금가게 더운 복도 안에 울러퍼졌고 유정은 발을 까딱거리며 전화가 연결되기를 기다렸다.
[여보세요.]
“저 여기 신서울 ㅇㅇ건물 △층 □□□호인데, 언제쯤 도착하실까요?”
제발 지금 당장 도착한다고 말씀해주세요! 유정이 간절히 마음 속으로 빌고 있을 때에 에어컨 기사는 그녀의 바람과 정반대의 발언을 내뱉었다.
[오늘 안에 갈 수는 있는데……. 아직 들려야 할 곳이 많아서 한 5시간 후쯤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5시간 후라니 그렇다면 아이들은 더더욱 폭주할 것이 뻔했다!
유정은 한참동안 고민하다가 때마침 아이스크림을 사러 나갔다 돌아온 쇼그를 발견하고선 화색이 되어서 쇼그에게 다가갔다.
쇼그는 더위를 타지 않는 안드로이드이니 에어컨 기사가 올 때까지 침통이나 다를바 없는 방 안에서 기다려도 괜찮을 것이다.
“쇼그 씨. 부탁하고 싶은 게 있는데.”
“에어컨에 관련된 문제라면 제게 맡기시죠. 트레이너 님과 지부장 님은 검은양 팀과 늑대개 팀을 데리고 적당한 피서라도 가시죠.”
“정말요? 쇼그 씨 덕분에 정말 살았어요!!!”
유정은 쇼그의 손을 붙잡으며 붕붕 휘둘렀고, 쇼그는 아이스크림을 유정에게 건넸다.
유정은 일단은 이 아이스크림으로 아이들을 진정시킨 후에 피서에 관해서 말해줄 계획을 세우며 안으로 들어갔고, 안은 나갈 때보다 더더욱 난장판이 되어있었다.
나타와 세하는 싸우며 그런 둘을 슬비는 말리고, 하이드는 폭주하려는 바이올렛을 막고 있었다. 또 에어컨 기사를 납치하겠다고 난리를 치는 티나와 하피를 레비아가 붙잡았다. 제이는 이미 더위에 K.O 당해 넉다운 되어 있었고, 얌전한 미스틸테인은 퍽 힘겨워보였고, 또 유리는 반쯤은 넉이 나가 있었다.
“아이스크림 먹어.”
유정의 발언에 난장판인 상태는 조금 정리됐고, 다들 하나씩 아이스크림을 물었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하나씩 있어. 뭣부터 들을래?”
어느새 아이스크림을 먹고 다시 부활한 제이가 말했다.
“매도 먼저 맞는 쪽이 낫겠지. 나쁜 소식은 뭐지?”
“일이 워낙에 많아 에어컨 기사가 5시간 후쯤에야 올 것 같다네요.”
그녀의 발언에 아이스크림을 먹고 그나마 나아진 11명의 얼굴이 다시금 침울해졌다.
그런 분위기를 환류시키려는 듯 유정이 박수를 치며 말했다.
“다만! 오늘 하룻동안 어딘가로 피신을 가기로 했으니 시원하게 지낼 수 있는 곳으로 가도록 하죠!!! 어디 가고 싶은 곳 없나요?”
“나는 시원한 에어컨이 있는 가구점이 좋을 듯 싶어.”
“저도 가구점 찬성이요.”
각각 자신의 목적(안마기와 게임기)가 있는 제이와 세하.
“나는, 나는! 고깃집! 땀을 실컷 흘렸으니까 고기를 먹으면서 충전하는 거야!”
아이스크림 덕분에 정신이 돌아와서 고기를 먹고 싶은 유리.
“저는……. 어디든지 좋아요.”
“저도……. 더위를 피할 수 있다면 어디든지 괜찮을 것 같네요.”
“아가씨의 의지에 따르겠습니다.”
일단은 더위를 피할 수 있다면, 어디든지 좋은 레비아와 바이올렛, 하이드.
“술집으로 가도록 하죠.”
이곳에 미성년자가 퍽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술집을 원하는 하피.
“아이스크림 가게로 가도록 하지.”
아이스크림을 원하는 티나에.
“크하하핫!!!”
아이스크림으로 맛본 애매한 시원함에 결국은 폭주해버린 나타까지.
현재 이 방은 아이스크림으로 되찾은 평화가 다시 한 번 산산조각이 되려하고 있었다.
“해변가에서 해수욕을 하는 건 어떨까요?”
슬비의 제안에 유정은 곧바로 슬비의 제안을 채택했다.
“좋네! 해변가! 서울 근처에 적당한 곳으로 바로 준비하도록 할게!”
“아! 저 한 번 가보고 싶은 데가 있어요!”
미스틸이 손을 번쩍 들고선 말하자 유정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미스틸에게 물었다.
“어디?”
“부산이요! 여름 한국 여행지로는 부산이 좋다고 잡지에서 봤거든요!”
“부산? 너무 멀지 않나?”
그냥 에어컨이 고쳐질 때까지 잠시 기다리는 장소 정도면 좋을 텐데. 유정은 미스틸의 발언에 살짝 사색이 되었다.
13명의 대인원이 부산에 갈 정도의 비용이라면 차라리 그 돈으로 새 에어컨을 사는 게 나은 수준이었다.
부산은 안 된다. 가까운(싼) 장소로 하자─라고 제안하려는 순간이었다.
“부산 좋은데요?”
“아가씨가 좋다면 저도 좋습니다.”
“부산이라니 괜찮군. 좋은 선택이었다. 미스틸테인.”
“부산이라면, 나도 좋아.”
“부산이라는 데가 있다니 신기하네요! 저도 가보고 싶어요!”
“부산. 좋네요! 즐거울 것 같아요.”
바이올렛과 하이드. 티나, 세하, 레비아. 하피까지 부산이라는 장소에 합세해버렸다.
이렇다면 과반수의 의견이니까 수용하는 것이 옳았다.
유정이 혼란스러워할 때 슬비가 말했다.
“너무 멀고 비용도 많이 들지 않을까요? 어차피 에어컨이 고쳐지면 돌아올 건데 가까운 곳이 좋겠죠.”
“나도 동감이야. 너무 멀면……. 앉아있어야 해서 허리가 아프거든.”
슬비의 의견에 제이까지 합세했다. 이 상태라면 가까운 해수욕장 아니면 수영장으로 넘길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에 입을 열려는 순간 레비아가 시무룩해하며 말했다.
“곤란하셨다면……. 죄송해요.”
“유정 누나. 죄송해요.”
미스틸테인까지 시무룩해하자 유정은 다른 의미로 입을 열었다.
“괜찮아, 테인아. 부산! 부산 좋네! 부산 해운대는 한국에서 제일 유명한 해수욕장이니까 한 번 쯤은 가보는 게 좋다고 누나는 생각해!”
허걱! 내가 도대체 무슨 말을! 유정이 말을 번복하려하자 레비아는 환하게 웃으며 트레이너에게 말했다.
“저 너무 기대돼요! 트레이너 님!”
너무 좋은 듯 환하게 웃는 레비아에,
“뭐, 유정 언니가 그리 말씀하신다면 저도 부산 좋은 것 같아요.”
사실은 가고 싶었지만 참았던 것 같은 슬비.
유정은 파탄이 날 지도 모르는 예산 통장 잔고를 애써 기억속에서 지우며 외쳤다.
“부산으로 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