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모험담 중 일부인 이야기 1-9
한스덱 2018-09-14 0
그 ‘일인 군대’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수많은 투사체들을 발견하고선, 그 가소로운 공격들을 모두 피하거나, 막거나, 심지어는 몸에 정통으로 맞고도 튕겨내버렸다. 그리고 그 믿을 수 없는 광경 때문에 전의를 상실해버린 병사 모두를 조각내려던 참모장 대신 박살내버렸다.
사실
그녀가
차원
전쟁
중에
품고
마음
속에다
간직하던
소원들
중 하나에는, 외부차원만이
간직한
풍경을
감상해본다는
터무니없는
망상이
있었다. 그 어떤
인간도
혼자서
낙오된지
3일을
못 버티고
죽게
될 전장에
끌려와버린
참전용사는, 자신이
전혀
생각치
못한
불행
때문에
그 소원을
마침내
이루게
되었다. 눈부실
정도로
밝은
성격을
가진
그녀는
자신에게
다가온
이 일생일대의
위기를
원없이
즐겨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이 최정예 ‘일인 군대’는 자신이 처음 치룬 전투는 물론이며 그 이후에 벌어진 전투들에서도 꾸준히 승승장구하며 약 4일동안 무사히 살아남았다. 그리고 전쟁에 필요한 보급품들을 전장에서 직접 조달했다. 식량, 물, 의료품은 물론이며 심지어는 이불과 같은 전쟁에 필수적이진 않은 보급품까지 말이다. 무기와 탄약은 건 블레이드와 위상력 만으로 충분했다.
이 유능한 지휘관이 이끄는 일인 군대에게 습격 당한 군단의 병사들은, 자신들의 ‘재앙’을 자신들의 점령지에서도 겪게 만든 이기적인 참모장과, ‘재앙’ 그 자체인 그녀를 저주하면서 파편이 된 채 조각나버렸다. 그리고 이 ‘재앙’을 소문으로 들은 ‘힘’이 부족한 병사들 모두, 두려움과 공포 때문에 밤 잠을 설쳐야만 했다.
한편,
지금 외부차원에서 4번째 밤을 맞이한 그녀 역시 이불을 둘둘 말고선 밤 잠을 설치고 있었다. ‘일인 군대’의 유능한 지휘관인 머리가, 충성스러운 역전의 용사인 신체와, 그 용사의 주 무장인 건 블레이드와 함께 생전 처음보는 전장에 같이 낙오되어 버린지 3초만에 세운 한 가지 목표와 관련된 작전을 구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세운 그 목표의 정체는 ‘승리’가 아니었다.
사실 이 최정예 일인 군대는 전황이 압도적으로 불리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자신이 이대로 계속 전투에서 승리하더라도 그 결말은 무조건 전쟁의 패배라는 불변의 사실을 말이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녀가 첫 번째로 박살낸 대부대는 군단이 가진 총 전력의 1000분의 1보다도 모자란 힘을 가졌을 뿐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박살낸 그 부대를 구성하던 차원종들이 함정의 바닥에 가득 설치된 종이로 만든 가시들에 비견될 정도로 약해서 오히려 더 놀라버렸다. 만약 군단이 그녀를 진심으로 죽일 작정이었다면, 적어도 군단장 중 한 명이라도 그 벌판에 대기시켜 놓았어야만 했다. 그녀는 참모장이 그렇게까지 치밀하게 함정을 파지 않은 이유를, 참모장이 그저 자신한테 쓸모없는 눈엣가시들을 숙청하고 싶었던 것에 불과한 건 아닐까라고 추측했다. 그녀는 그 외에도 다양한 추측을 했고, 그 추측의 대부분은 들어맞았다.
어쨌든 이 일인 군대는 그 첫 번째 전투에서 승리를 차지했지만, 그 기쁨을 조금도 만끽하지 못한 채, 쑥대밭이 된 벌판에서 부리나케 달아났다. 만약 군단장 중의 몇 명이 자신을 방문하기 위해 직접 행차한다면, 그 정중한 사양이 절대로 통하지 않을 만남이 조금도 기대되지 않는 그녀 역시 식은땀을 흘려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에겐 정말로 다행스럽게도, 당시의 군단장들은 그녀가 외부차원에 왔다는 걸 몰라서, 혹은 알고 있었지만 다른 중요한 용무를 처리하느라 인간들의 영웅을 직접 만날 기회를 놓쳐서, 그것도 아니면 작가마저 감히 추측하지 못할 이유 때문에 그 벌판에 친히 행차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