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사랑을 안 하는 거랑 못 하는 건 다르다구
설현은바이올렛 2018-06-26 0
인류 최대의 발명이라면 게임을 꼽을 것이다. 게임만큼 매력적인 게 세상에 또 있을까? 이세하의 생각이다.
영 못하는 공부와는 다르게 게임 센스는 발군이었다. 롤 티어는 챌린저. 천상계인 것이다.
"석봉아, 궁!" 세하
"어.. 알았어." 석봉
굼떠보이는 석봉의 겉모습과는 다르게 실력은 만만치 않았다. 역시 챌린저인 것이다. 만 명 중 2~3명 될까 말까하다는 챌린저 둘이 같은 학교 절친이었다.
보통 온라인으로 같이 게임을 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PC방에 와서 말로 소통하며 게임을 하기도 한다. 둘의 호흡은 괜찮은 편이라 승률도 좋다.
둘은 게임을 끝내고 분식집으로 갔다. 이세하가 고른 메뉴다.
"맵.. 맵다." 잘 못 먹는 석봉
"오뎅 먹어 그럼." 세하
세하는 클로저라는 특수한 배경 때문에 고립되어 있는 원인이 크지만, 석봉은 은따가 아니라 왕따였다.
석봉은 이목구비만 따져 보면 여자애처럼 얄상한 외모다만 꾸미질 않아서 더벅머리에 음침해 보였다.
게다가 멸치에다 싸우려고 하는 의지도 없어서 쉽게 시비가 걸리고 괴롭힘당했다.
"세하랑 친구여서 정말 다행이야.." 석봉
"갑자기? 아니 뭐.. 나도 너 없었으면 놀 사람도 없었을 테니까 윈윈이지." 세하
그런 **인 석봉이 나쁜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된 계기가 세하와 친해지면서부터였다. 맨손으로 벽돌도 부술 수 있는 클로저는 공포의 대상이기도 했으니까.
석봉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게임 같은 건 부모님 용돈이 아니라 스스로 돈을 벌어 구매하는 것이다. 약해 보여도 의외로 생활력이 있었다.
"부럽다, 석봉아.." 떡볶이를 먹다가 세하
"나, 나를? 어째서..?" 석봉
"내가 딱 원하는 베스트 인생 플랜이 너야. 자유롭게 게임만 할 수 있는 거." 세하
석봉은 손을 절레절레 휘둘렀다.
"클로저가 그런 말을 하면 안 되지.. 네 능력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의 생명이 보호받는데.." 석봉
"선비 보소~ 아, 슬비한테 너 소개팅 주선해주려다가 까였어." 세하
에엑!! 석봉은 자리를 벅차고 일어나 세하의 멱살을 잡았다. 이..이..이 **?
"엇..." 세하
"왜...?" 석봉
"그냥.. 네가 좋아하는 것처럼 보여서. 슬비 얘기 나오면 칭찬뿐이고." 세하
석봉은 멱살을 풀었다.
패왕색 패기에 세하는 식은땀을 흘렸다.
석봉은 쪽팔림에 머리를 감싸쥐었다.
"너라서 깐 게 아니고 그냥 연애할 생각이 없대." 세하는 심심한 위로를 했다.
"아니야.. 나 같은 거 여신(슬비) 님에 비하면 가까이 가기만 해도 정화당해서 죽을 거야." 석봉은 자존감이 낮았다.
"네가 언데드도 아니고 설마.. 슬비 아니더라도 세상에 예쁜 여잔 많으니까." 세하
석봉은 눈에 쌍심지를 켰다.
"위선자! 넌 키도 크고 금수저니까 얼마든지 만날 수 있겠지!" 석봉
"모솔이거든요.." 세하
"나는.. 키도 작고 힘도 약하고.. 이번 생엔 글렀어. 환생 시스템 같은 거 없나요? 흑흑." 석봉
세하는 물론 석봉을 친구로 아꼈지만 이런 다크다크한 분위기 때문에 언짢았다. 그래서 예쁜 여자친구를 사귀게 함으로서 자신감을 갖길 바랐는데..
"너도 얼굴만 따지고 보면 씹 미소년이야. 방탄 저리 가라라니까." 세하
"아냐.. 난 혼자가 편해. 여자는 불편하고 무서워." 석봉
"그건 동의하긴 하지만.. 사랑을 안 하는 거랑 못 하는 건 다르다구." 세하
세하는 탁자를 탁 쳤다.
"좋아, 결정했어! 오늘 헌팅해서 2:2데이트 간다." 세하
"아서라.." 석봉
"까이는 것도 경험이야. 차여도 같이 차이는 거니까 데미지가 절반씩이잖아." 세하
"그건 그렇지만.." 석봉
석봉은 못 이기는 척 세하를 따라나섰다. 자존감은 낮아도 여자를 밝힐 활기찬 남고딩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