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스x단간론파) 희망과 절망의 클로저 8화

검은코트의사내 2018-06-06 1

슬비가 나를 불러낸 곳은 양호실이었다. 이곳까지 따라오라고 한 뒤에 내게 보여주었다. 일단 옷 부터 갈아입어야되는데 갈아입을 옷이 없으니 이거야 원, 이런 피투성이인 옷차림으로 계속 있어야하는 상황이었다. 양호실에 와서 나는 그녀가 알아낸 것을 말했다.


"이곳에서 유리가 약이라도 꺼내갔던 모양이야."

"그걸 어떻게 알아?"

"근거는 없지만 어제 유리가 내게 물어본 적이 있었어. 바로 BTA 약에 대해서 말이야."


나는 과학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BTA약이 뭔지 모른다. 영어도 길게 적혀있어서 별로 상관하지 않았다. 가만, 유리가 왜 BTA약을 물어본 거지? 이 약의 효능이 대체 뭐길래 그러는 건지 모르겠다.


"저기 슬비야. BTA약이 대체 뭐야?"

"나중에 학급재판 때 알려줄게."

"에? 무슨 소리야?"

"그럼 조사를 잘해봐."


혹시 슬비는 날 의심하는 건가? 그런 거라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녀도 나를 유력한 용의자라고 보고 있으니 말이다. 아무튼 양호실을 조사해본다. BTA약이 대체 뭐야? 그리고 그 밖에 여러 약품들이 있는데 말이다. 으응? 비어있는 약도 있네. 다행히 알아볼 수 있게 한글로 적혀있다. 수면제? 이 수면제 약통이 왜 비어있는 걸까?


"이상하네."


누군가가 수면제 약을 다 차지하려고 가져간 건지도 모르겠다. 가만, 수면제? 왜 이렇게 뭔가 걸리는 거지? 사건과 관련있는 게 틀림없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아래에 있는 수납장을 열어본다. 이곳에는 수혈팩이 있었다. A, B, AB, O형까지 전부 말이다. 이 수혈팩들이 각각 혈액형마다 5팩씩 들어있다는 메모지가 있었다.


갯수를 세어봤는데 A형 수혈팩만 4개고 나머지는 5개였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딩동댕동-


갑자기 종소리가 울리더니 TV스크린 화면이 나타났다. 그러자 검은날개가 모습을 드러내며 방송한다.


-자, 학생여러분, 학급재판 시간이 되었습니다. PDA의 지도를 참고하여 10분 내에 학급 재판소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아니, 아직 뭔가 부족한 게 있는 거 같았는데 말이다. 그래. 하나만 더 찾아봐야겠다. 내 생각이 맞다면 그것이 거기에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재빨리 달려가서 내 방에 있는 쓰레기통을 **본다. 아무것도 없었다. 으으... 내 생각이 틀린건가? 내가 알아낸 것들을 다시 한번 종합해본다. 먼저, 내 방 현관문손잡이가 고장났다는 점, 유리는 권총으로 즉사했으며 이마가 구멍난 것 외에는 아무런 상처도 없었다. 그리고, 내 옷에 묻은 새빨간 피, 흉기는 유리의 권총, 양호실에서 보았던 BTA약, 그리고 비어있는 수면제 병, 그리고 없어진 수혈팩 하나. 이 모든 것을 종합해보면 사건 과정을 유추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일단 내 자신을 믿는 거다. 어쩔 수 없이 이건 내가 할 수밖에 없을 거 같다. 하지만 과정을 설명한다고 해도 범인을 찾지못하면 의미가 없는데 말이지. 아무튼 간에 해볼 수밖에 없을 거 같았다.


*  *  *


학급 재판소로 모였다. 전원이 말이다. 이곳에는 내려가는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여기에 타는 건가? 우리는 아무 말도 없이 엘리베이터에 타기로 했다. 전원이 탑승하자 나는 아래층 버튼을 눌러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내려간다. 드디어 시작인 거다. 학급재판이 말이다.


다른 사람들은 나를 범인으로 의심하고 있다. 진범을 찾아내지 못하면 모두 죽게 되니까 내가 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해서든 반론을 제시하는 수밖에 없다. 이제 시작인 거다.


쿠릉-


엘리베이터가 멈춘 뒤에 문이 열리자 우리는 어두운 곳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불빛이 각 자리를 비추었다. 우리가 향하는 좌석인 건가? 좌석은 총 15좌석으로 되어있었다. 우리가 처음에 여기에 갇혔던 총 인원의 수와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서로를 마주할 수 있게 원형으로 좌석이 배치되어있었다. 그리고 우리 좌석들과 좀 떨어진 곳에 위치한 왕좌, 내 감이 맞다면 그 사내가 앉는 것일 거라고 판단했다.


뚜벅뚜벅거리는 소리로 검은코트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내 왕좌로 자연스럽게 앉았다. 그런 다음에 곧바로 재판의 시작을 알렸다.


"자, 지금부터 학급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 피해자 서유리를 죽인 검정을 찾아내 투표하세요. 투표는 딱 한 사람만 지적할 수 있습니다. 과반수 투표로 인해 결정된 사람이 검정이면 그 검정만 처형하고, 검정이 아닌 경우에는 검정 외에 나머지가 처형당하게 됩니다. 그럼 학급재판을 시작해주십시요."


사내가 씨익 웃으면서 말한다. 저 얄미운 녀석, 이제는 피할 수가 없었다. 분하지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목숨을 건 학급재판이 말이다. 시작을 알렸지만 막상 뭐부터 이야기해야될 지 몰라서 곤란해하고 있었는데 슬비가 먼저 말을 꺼냈다.


"먼저 범인이 쓴 흉기부터 이야기하자."


슬비의 말에 나타는 나를 노려보면서 말했다.


"흉기는 무슨, 어차피 저 녀석이 범인이잖아. 저거 봐. 피투성이인 옷차림을 하고 있는 게 나 범인이다! 라고 말하는 거 같잖아."

"난 범인이 아니야!"


항변했지만 전체적으로 날 믿지 못하고 있었다. 하긴, 내가 유력한 용의자니까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를 범인으로 지적하고 있는 눈빛이지만 검은양 팀은 그렇게 보고 있지 않았다. 제이 아저씨는 이번에 입을 열었다.


"흉기는 서유리의 본인 권총에서 발포되어 즉사했어. 어떻게 보면 자살인 가능성이 있겠지만, 굳이 세하의 방에서 자살을 한다는 건 뭔가 부자연스러워."


확실히 그건 부자연스럽다. 하지만 유리가 애초에 자살을 할 리가 없지 않는가? 그녀가 자살을 할 리가 없다. 그렇게나 밝았는데 왜 갑자기 그런 선택을 한단 말인가? 절대 유리가 자살을 할 이유가 없다고 나는 확신했다. 그렇게 생각하던 참에 이번에는 하피씨가 나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흐음, 분명히 권총으로 살해당한 건 맞긴 한데, 왜 하필 이세하 요원의 방에서 살해당한 걸까요? 혹시 이거 아닐까요? 서유리 요원이 이세하 요원을 지키려고 하는데 범인에게 총을 뺏겨서 살해당한 건지도요. 일어나자마자 서유리 요원의 시신이 몸 위에 올라와있었다고 했죠?"

"네. 그렇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이세하 요원이 범인이 아닐 수도 있겠네요."


하피씨는 내가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믿어주고 있는 듯 했다. 믿어주는 사람이 한명 더 늘어나서 안도했다.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티나라고 불리는 하얀머리 소녀였다.


"단정짓기에는 이르다. 어쩌면 이런 전개일 수도 있다. 서유리 요원이 이세하 요원을 살해하러 왔다가 반대로 살해당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장이 자신의 방이었으니 권총을 바닥에 던져 외부인인 것처럼 위장할 수도 있다."


그녀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다시 나를 의심하는 분위기다. 그리고 한참 조용해지자 이번에는 슬비가 나섰다.


"과연 그럴까? 이세하가 범인이라기에는 너무 이상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야."

"무슨 뜻으로 말하는 건가?"

"가장 중요한 게 있지 않을까? 유리가 어떻게 해서 세하의 방에 들어갔느냐야. 세하야. 너 어젯밤에 문 안 잠그고 잤어?"

"아니. 분명히 문단속하고 잤어. 문을 잠궜다고."

"그럼 이번에는 그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죠."


슬비가 회의를 진행하는 듯 했다. 대체 뭐야 저녀석? 혹시 다 알고 있는 거 아니야? 사내의 눈치를 본다. 그는 와인이나 마시면서 구경하고 있었다. 저 얄미운 녀석, 남 일이라고 저러는 거 봐. 이번에 우리는 다시 논의를 시작한다. 현관문으로 어떻게 들어왔느냐를 말이다.


이건 내가 생각해도 금방 알 수 있었다. 드라이버를 이용해서 나사를 빼내서 문 손잡이를 망가뜨린 거 아닌가? 나는 그렇게 생각이 들었다. 이건 누구나 다 알 거 같은데 말이다.


"세하야. 너는 알고 있지? 네가 범인일 수 없는 이유 말이야."

"어, 현관문 손잡이 말하는 거지?"


슬비가 묻자 나는 곧바로 대답했다. 저 녀석, 대체 무슨 생각하는 거야? 혹시 내가 해결해주길 바라는 건가? 아무튼 간에 나는 어리둥절해하는 티나의 말에 곧바로 대답한다.


"현관문 손잡이 말이냐?"

"그래. 알다시피 여긴 내 방이야. 만약 내가 범인이라면 서유리를 불러내 유인해서 죽였다는 얘기잖아. 그런데 왜 굳이 문 손잡이까지 망가뜨릴 이유가 있을까? 나라면 절대 그렇게 안해."


내 말에 가만히 듣고만 있었던 바이올렛 아가씨가 입을 열었다.


"확실히, 이세하 요원님의 행동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부자연스럽네요. 굳이 문 손잡이까지 부술 이유따위는 없을 텐데 말이죠."


내가 범인이라면 왜 현관문 손잡이를 부수겠는가? 문 손잡이를 부순건 이유가 하나밖에 없다. 잠긴 문을 열고 들어가기 위해서다. 그거 외에는 다른 방법을 생각할 수가 없었다. 이런 이유로 나는 범인이 아니라는 게 된다. 잠시 침묵이 흐르자 슬비는 추가로 또 설명한다.


"그리고 세하의 공구세트는 포장된 채 그대로였어. 세하가 문 손잡이를 고장낼 수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범인이 외부인이라는 사실이지."


슬비가 말했지만 나타가 큰 소리로 반박하고 있다.


"헹, 그런 건 저 녀석말고도 그 서유리인가 고깃덩어린가 그 녀석이 문을 부수고 들어온 것일 수도 있잖아. 힘만 있으면 무조건 부술 수 있는데 말이야. 난 너희 검은양 팀 서류를 읽었어. 그 여자는 힘이 좀 쌘 걸로 아는데? 문 정도는 얼마든지 부술 수 있잖아. 안 그래? 문을 부수고 이세하 네놈을 죽이러 갔지만 오히려 반격을 당해 살해당한 거야!!"


나타는 은근 나를 싫어하는 모양이다. 하여간에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나도 반론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유리의 시신을 다시 떠올린다. 이마에 구멍이 난 상처외에는 다른 데에는 아무런 외상이 없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반박할 수 있는 것이다.


"나타! 네 주장은 틀렸어. 만약 서유리가 현관문을 부수려고 했으면 유리의 손에 손잡이를 부수려고 한 흔적이 남아있어야해. 하지만 그녀의 손에는 그러한 흔적이 없었어!"

"뭐라고?"

"유리는 문을 부수지 않았다는 사실이야!"

"그거야 공구세트로 부쉈을 가능성이 크지!"

"그건 아니야!!"


내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까지 나타에게 반박한다. 녀석은 기세등등하게 나오더니 갑자기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내게 공격당하는 게 그렇게도 부담스러운가? 그건 상관없다. 나는 나타의 주장에 모순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었다.


"유리가 공구세트로 부쉈다고? 말이 안 되는 소리야."

"뭐가 말이 안 된다는 건데?"

"당연하잖아. 공구세트는 남자의 방에만 지급이 되어있어. 그리고 여자의 방에는 제봉세트밖에 없다고. 그러니 유리가 공구세트를 썼다는 건 있을 수가 없어!"

"크윽... 뭐야... 그런 거였어!?"


나타는 정말로 몰랐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나타 외에 나를 의심하는 사람들도 내가 범인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한 셈이었다. 이제 내 혐의가 풀렸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 사건 순서를 알아내고 진범을 찾아야될 시간이었으니 말이다.


To Be Continued......


남은 생존자 13명

2024-10-24 23:19:40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