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스x단간론파) 희망과 절망의 클로저 6화

검은코트의사내 2018-06-04 1

시청각실에서 우리는 각자 받은 DVD를 보았다. 일단 내가 먼저 본다. 그리고 화면이 나타났다. 지금은 혼자서 지내는 듯한 엄마, 내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 다음에 화면이 바뀌었다.


"뭐... 뭐야 이게!?"


엄마가 십자가에 양 팔에 못이 박힌 채로 피를 흘리면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엄마가 저렇게 쉽게 당할 리가 없는데 말이다. 차원종들 대부분이 두려워 했던 우리 엄마인데 이렇게 당할 리가 없다. 유니온에서 한 짓인가?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거짓말이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된다. 맞아. 이건 거짓 영상일 수도 있었다. 엄마도 유니온에 대해 잘 알텐데 순순히 당할 리가 없다. 아니 잠깐만... 만약 저게 진짜라면 어찌보면 가능할 지도 모른다. 애쉬와 더스트, 저들이 이곳에 잡혀오게 한 게 검은코트의 사내가 한 일이라면 우리 엄마도 당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설마 그럼 우리 엄마보다 더 강한 인물이라는 건가? 그게 사실이라면 나는 어떻게 해야될 지 모르겠다. 엄마도 이기지 못한 인물이라면 나도 검은양 팀도 이기지 못한다는 뜻이니까 말이다.


"안 돼!!! 싫어... 거짓말이야!!!"


옆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는 사람이 보였다. 유리였다.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로 외치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얼굴이 다들 새파래진 채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그 중 가장 충격받은 게 바로 유리였다.


"이게 바로... 녀석이 말한 동기군."


슬비도 조금은 떠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애쉬와 더스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했다. 뭘 봤길래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하루라도 빨리 여기서 빠져나가야 될 거 같았다. 하나밖에 없는 가족인 엄마다. 엄마가 정말로 사망한 건지 아닌지 내 손으로 직접 확인해야했으니까 말이다.


"여기서 나가야 돼..."


유리는 갑자기 떨고 있었다. DVD를 꺼낸 뒤에 어디론가 뛰어간다. 대체 뭘 봤길래 저러는 걸까? 일단 걱정이 되어서 따라가본다. 다른 사람들은 각자 충격적인 영상을 봐서 한동안 굳어있었던 모양이다. 애쉬와 더스트는 멀쩡해보였지만 말이다.


*  *  *


"유리야!"


어디로 간 거지? 여기서 나가야된다고 했으니 현관으로 간 게 아닌가 싶어서 그곳으로 뛰어갔다. 판단은 적중했다. 유리는 문을 열려고 애를 쓰고 있는 게 보였지만 워낙에 단단해서 그녀가 아무리 힘이 쌔도 부서지지 않을 정도였다. 저렇게 나가고 싶어하는 유리의 모습은 처음봤다.


평소의 분위기 메이커였던 그녀를 이렇게 절망있게 만든 영상이 대체 어떠한 내용이었을까?


"저기, 유리야."

"세... 세하야."


유리는 현관문고리를 잡은 채 추욱 늘어지고 있었다. 유리에게 물어보았다. 그 영상이 어떤 거였냐고 말이다. 그러자 유리는 흐느끼기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말을 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잖아. 혹시 우리 엄마와 죽은 것과 비슷할 정도로 절망적인 영상을 보고 이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해... 나가야 되는데... 나갈 수가 없어."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도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정말로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나갈 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여기서 살면서 탈출할 방법을 찾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유리야. 나도 마찬가지야. 여기서 나가고 싶어. 방법은 반드시 있을 거야. 유리야."

"무슨 방법 말하는 거야? 우리 중에 누군가가 살해될 지도 모르는 이곳에서 무슨 방법이 있다는 거야!?"


울먹거리면서 두 손으로 내 가슴을 때리고 있었다. 꼭 어린애가 투정부리는 거 같다. 이제 청소년인데 철 좀 들 때가 되었는데도 말이다. 유리는 어렸을 때도 이랬다. 정작 슬픈 일이 있으면 내게로 와서 가슴을 때리면서 투정부리곤 했다. 그 습관이 아직도 남아있는 모양이다.


"아무에게도 살해당하지 않게 내가 널 지켜줄게."

"뭐? 세하야."
"널 끝까지 살릴거야. 물론, 아무도 죽게하지 않아. 살인이라니 말이 안 되잖아. 검은날개 녀석이 노리는 게 바로 이거야. 우리끼리 살인을 저지르게 시켜서 마지막에는 전부 다 죽이게 하는 거지. 굳이 살인게임을 강요한 이유가 있을거야."
"강요한 이유... 라고?"


유리는 몰라도 나는 짐작하고 있었다. 굳이 살인게임을 왜 시키려고 할까? 애쉬와 더스트, 우리 엄마까지도 제압할 정도의 인물이라면 우리가 굳이 살인게임을 하지 않아도 흑막 혼자서 우리를 얼마든지 가지고 놀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살인을 저지르지 않자, 오히려 동기를 부여해서 강요하고 있다. 그건 즉, 우리가 단체로 모여있으면 그 녀석이 곤란해진다는 얘기다.


"그 녀석은 우리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거야. 우리가 누구야? S급 차원종이라고 불리는 아스타로트도 쓰러뜨렸잖아. 유리야. 그러니까 기운 내. 반드시 우리는 살아갈 수 있어. 알았지?"
"고... 고마워. 세하야... 그런데 저기..."


유리가 다시 기운을 차리고 있었다. 그녀는 이런 표정이 어울린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동경해왔던 그녀의 밝은 표정이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의 제멋대로 정해버린 운명으로 인해 한동안 어두운 표정으로 살아왔었지만 말이다. 그녀가 있었기 때문에 나는 그나마 인생을 괜찮게 살아왔다고 생각이 들었다.


"저기... 세하야... 이거 좀..."

"응? 아아!! 미안."


나도 모르게 두 손으로 그녀의 두 어깨를 잡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얼굴이 빨개진 채로 뒤로 물러난다. 유리도 부끄러웠는지 얼굴을 붉히는 게 보였다. 그러자 그것을 봤는지 검은코트의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우야... 클로저 이세하 요원. 아주 제대로 세웠네요."

"에? 뭘 세웠다는 거야?"

"뭐긴요. 당연히 플래그죠. 아하하하하하하! 전생에 여자꼬시기 대왕인 게 사실인 모양이군요. 어디보자."


이 자식이 뭔 소리 하는 거야? 그리고 품에서 또 뭔가를 꺼내고 있는 게 보였다. 무슨 메모장 같았는데 그것을 읽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으음, 봅시다. 이세하, 얼굴이 잘생긴 탓에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음. 하지만 게임만 하고 다니는 게임폐인성격과, 알파퀸 서지수의 아들이라는 점 때문에 정작 접근하려는 여자들이 없었음. 오우야. 불쌍해라. 얼굴이 잘생기면 뭐해? 엄마가 그 유명한 알파퀸인데 말이야. 하하하하!"

"적당히 하지 못해!?"


조롱하는 말투로 나를 놀리기 시작하자 참다 못해 녀석에게 주먹을 날리려고 했지만 순간적으로 피해버리는 남자였다. 그리고 그대로 헛스윙을 한 나는 그대로 굴러 엎어졌다.


"이것 봐. 내가 방금 피하지 않았다면 교칙 위반으로 넌 처형되었어. 그런데 말이지... 느려 터졌네."


사내가 차가운 표정으로 돌변하면서 말했다. 세하는 이를 뿌득 갈았다. 위상력을 쓰지 못하는 편이니 빠른 공격도 제대로 못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신체적으로 운동신경이 남아있기도 했다. 그리고 검은코트의 사내는 우리를 보며 한마디했다.


"그건 그렇고 말이야. 너희 모두가 있으니까 내가 곤란하는 거라고? 착각도 자유군. 마음만 먹으면 너희 정도는 얼마든지 손아귀에 넣을 수 있어. 애쉬와 더스트도 여기에 잡혀온 걸 보면 모르겠어? 나는 그들의 힘을 뛰어넘을 수준을 가진 거지. 그러니 잘 생각하는 게 좋아. 모두가 살아서 아무리 궁리해봤자, 결국에는 나가는 길을 찾을 수 없으니까 말이야."


검은코트의 사내는 그렇게 말하고 바닥으로 꺼졌다. 그런 헛소리에 넘어갈 내가 아니다. 나는 유리에게 손을 내밀어 그녀를 일으켜세웠다. 그녀는 이제 기운을 차렸으니 다행이라고 판단했다.


"고마워. 세하야."

"으응. 이만 돌아가자."


*  *  *


우리는 저녁식사 이후에 각자 방으로 돌아갔다. 곧 있으면 취침방송이 울리고 있었다. 오늘은 참 엄청난 일을 겪었던 거 같았고, 이만 잠들기로 했다. 오늘 하루 많은 일이 있었으니 말이다.


유리는 괜찮을 거다. 그래. 방문을 확실히 잠그고 자라고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조심할 것이고 말이다. 이대로 안심하면서 잠들기로 했다.


"내일 다같이 모여서 이야기해봐야지."


그렇게 잠들어버린 나다. 하지만 그 다음날 비극이 일어날 거라고는 생각도 못한 채로 말이다.


*  *  *


뭔가 무겁다. 내 몸을 누군가가 누르고 있는 거 같았다. 내 옷이 젖어있었다. 내가 지금 수영장이라도 빠진 건가? 두 눈을 떠보았다. 유리의 얼굴이 눈앞에 보였다. 에? 유리가? 왜 그녀가 내 눈앞에 있는 거지? 그리고 아까부터 내 피부에 뭔가가 떨어지는 소리... 붉은색 액체... 이건 설마?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나는 놀란 나머지 유리를 밀쳐버렸다. 그리고 내 옷이 붉게 물들어있는 모습이 보였다. 유리가 피투성이인 채로 쓰러져있었다. 양팔에도 붉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 숨이 가빠온다. 그리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거짓말이지... 유리야... 그럴 리가 없어.


"유리야... 왜 네가..."


지지지직-


TV스크린에서 검은코트의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좋은 아침입니다. 그리고 여러분, 살인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지금 즉시, 강당으로 와주시길 바랍니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와주십시요.



To Be Continued......


남은 생존자 13명.

2024-10-24 23:19:39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