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자신껀 너 스스로 챙기라고. - 세하슬비
이베군 2015-02-14 2
유니온 신서울 지부, 고층 빌딩의 높은 곳으로 이전된 검은양팀의 사무실.
이전의 그 사무실과 별 다를것 없지만, 달라진것이라면 조금 넓어 졌다는 것 뿐이랄까.
서쪽을 향한 창문이 있는 이 곳은 해가 질때의 석양이 정말로 멋진 곳 이었다.
일요일인 오늘, 강남이 거의 다 복구된 현 상황에도 불구하고 모여있던 검은 양 팀은 모든 일을 끝내고
슬슬 흩어 지려 했다. 그때-
"자, 여기."
"응? 이게 뭔데?"
"오! 슬비야! 이거이거 초콜릿이지!"
아, 맞다. 오늘은 2월 14일, 발렌타인 데이였던가.
까맣게 잊고 있었다. 힘든 전투의 연속 이후로, 강남이 복구 막바지에 있다 해도 클로저로써의 임무는 끝나지 않았다-라고 해도, 원래 이런 기념일은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뭐, 몇년 전-그러니까 중학생때 까진 수고하시는 부모님들을 위해 순수한 마음으로 초콜릿 한 개씩 드렸었지만.
그 당시, 위상력을 가졌다고 따돌리지 않았던 고마운 친구들 몇명에게도 한개씩 주긴 했다. 그래도 별로 친하진 않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 초콜릿을 준비한 적은 없었다.
지난 십몇년 동안 이런 기념일은 많은 논란을 일으켜 요즈음엔 정말 친하거나 소중한 사람들 몇, 또는 커플들끼리만 서로 챙겨주는 날이다.
마트에서도 발렌타인 데이가 되면 그저 초콜릿 세일을 조금 할 뿐이었다. 초콜릿을 좀 많이 묶음 판매한다던가.
흠, 근데 다른 누구도 아니고 우리들중 가장 관심 없을 것 같은 리더님이 챙길줄이야.
그러고 보니, 작년 빼*로데이 때도 슬비가 오늘처럼 우리 팀 다 모아놓고 한명 한명 줬었지.
그때 빼*로 뒷면 메모장에 게임좀 그만해가 적힌걸 보고 상처입었었다. 그런 선물에도 그런 말을 써놓다니..
"우와 누나! 이거 포장 귀여워요!"
"그,그래? 고마워."
응? 아, 초콜릿 포장지에 검은양 마크가 붙어있다. 우리팀 소속을 나타내기 위해 배부하는 건데, 그냥 마트에서 팔 리는 없고,
포장지도 보니 아마 슬비가 직접 만든건가 보다.
"슬비야, 이거 너가 직접 만든거야?"
"응? 아,으응."
"오, 대장 그런것도 할 줄 알아?"
"예. 집에서 검색해서 만들어 봤어요. 리, 리더로써 팀원들을 챙겨줘야 겠다고 생각해서."
흠, 거리며 슬비가 어느새 붉어진 얼굴을 떨어트린다. 헤, 부끄러워 하는건가?
작년 빼*로 데이엔 그냥 마트에서 산 빼*로 였는데.
무심코 손을 보니 반창고가 붙어 있다. 화상이라도 입은건가. 임무수행할땐 그렇게 조심스러우면서, 평소에는 덜렁거린다니까.
"자 그럼 이건 유리꺼. 이건 테인이꺼- 이건 제이 아..오빠꺼에요."
"아, 고마워!"
"고맙습니다, 누나!"
"뭐, 단걸 좋아하진 않지만. 가끔은 상관 없겠지.고마워, 대장."
"아, 그래서 아저..오빠꺼는 좀 쓰게 했어요."
제이 아저씨라 하는걸 의식적으로 끊고 오빠를 붙인다. 계속 오빠라 불러달라는걸 무시하기가 그렇다며 오빠라 불러준다.
벌써 2주나 지났는데도 익숙해지지 않는다는게 문제지만.
아저씨는 그렇게라도 해줘 고맙다지만, 나라면 슬플것이다. 자신을 보자마자 아저씨가 떠오른다는 것 이니까.
"흠, 그,그리고 여기. 이세하."
"아, 고마워."
내껀 포장지가 파란색이다. 테인이껀 하양, 유리는 분홍. 제이 아저씨는 노랑.
"좋아! 받은 초콜릿은 바로 먹어 줘야지!"
"어? 유리누나 초콜릿에 그게 뭐에요?"
"응? 뭐가?"
유리는 포장지를 초콜릿의 반만큼 뜯고 나머지 반을 잡고 있는데, 반쯤 드러난 초콜릿에 웬 파인 모양이 있다.
유리가 초콜릿을 완전히 꺼내자, 별모양이 그려져 있다.
"아, 그 그거- 그냥 밋밋하게 초콜릿만 주기 좀 그래서 모양을 좀 파봤어."
"호오-"
"사,사실은 검은양 마크를 파볼려 했는데... 그게 그렇게 쉽진 않더라고."
헤, 슬비가 시무룩해 있는 모습이라니. 보기 힘든 모습이다.
"아핫, 제것도 별모양 이에요! 멋져요. 그럼, 잘먹겠습니다-"
"그럼, 나도."
"이,이세하?! 잠깐, 너는-"
응? 왜저런데?
슬비가 왠지 몰라도 필사적으로 말리려고 했지만, 나는 이미 포장지를 빙- 돌려 반듯하게 찢은 뒤였다.
오, 딱 검은 양 마크 위로 찢었네.
아까부터 안절부절 못하는 슬비를 재쳐두고 내 초콜릿도 별모양이겠거니 하며 반쯤 드러난 모양을 보았다.
근데 이거, 다른 애들꺼랑 좀 다른데?
혹시 나만 뭐 잘못 판거를 줬다던가 하는 의심이 들어 초콜릿을 완전히 꺼내보니, 그곳엔 별모양이 아닌-
"헤, 슬비야. 우리껀 다 별모양인데 왜 세하만 하.트.모양이야?"
특정 부분에 점을 찍으며 유리가 물었다.
"으, 그게 그러니까...그, 그냥! 모두 같은 모양으로 하자니 좀 그래서, 그래서 하트 모양으로 한건데, 그게 하필 이세하꺼였을 뿐이야!"
유리가 놀릴 거리 제대로 잡았다는 표정으로 슬비를 쳐다보고 있었다. 슬비는 또 엄청 붉어진 얼굴로 대답하고 있다.
저러니까 유리한테 맨날 놀림당하지. 딱 놀려주고 싶은 표정으로 있으니까.
흠, 어차피 우연히 그렇게 된건데 저렇게 부끄러워 할 필요가 있나?
유리가 계속 슬비를 놀리고, 어느새 다 먹은 미스틸이 흥미롭다는 듯이 관전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주고받자, 더 이상 안되겠다며 제이 아저씨가 끼어든다.
"유리야, 계속 놀리지 마렴. 스트레스는 건강에 안좋으니까. 그리고 한참 그럴 때 잖니?"
제이 아저씨. 마지막에 그게 무슨 의밉니까.
슬비는 마지막말에 유리한테 보다 훨씬 더 당황해서는 말을 더듬고 있다.
말리면서 본인이 더 놀렸잖아?!
나는 이런 놀림에 내가 변명하면 더 안좋아 진다는걸 안다. 또 나랑 엮어 놀리는데 내가 놀릴 수 도 없고.
그래서 그냥 가만히 게임하기를 선택했다. 계속해서 이젠 얼마 안남은 초콜릿을 깨작대며 게임기를 켰는데- 이거, 꽤 잘만들었잖아?
"슬비야, 초콜릿 잘 먹었어. 맛있게 잘 만들었네?"
하고, 다먹고 나서 웃음지으며 아직도 놀림받고 있는 슬비에게 인사하자
슬비가 불타는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붉어져 놓고는 으,응...고마워. 라고 짧고 작은 목소리로 답변해왔다.
"흐응- 재밌었다. 슬비야, 잘 먹었어. 나도 내일 사줄께! 미안하지만 우리팀껀 까먹고 우리집 선물만 샀거든. 그럼 바이!"
하고는 실컷 슬비를 놀려먹은 유리는 유유히 사라져 갔다.
테인이도 앗,저두요! 하고 가고, 제이 아저씨는 그럼 잘있어- 하고는 우리둘만 남기고 사라졌다. 멀리서 청춘이구만 하는 소리가 들린것 같지만, 무시하도록 하자.
"너, 너는 집에 안가?"
"아, 나는 이거 조금만 더 하다가."
아까의 붉은 얼굴은 어느새 진정되었지만, 우리 옆으로 지고있는 붉은 석양 때문에 좀 다른 색깔의, 아름다운 붉은색으로 변해 있었다.
아, 물론 그녀의 얼굴도 아름답지만- 아 잠깐. 내가 지금 무슨 생각하는거야. 안그래도 집중해야 하는 게임인데- 아 죽었다.
그녀가 아까부터 아무 소리도 없고, 곁눈질 해도 가만히 서서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길래 뭐지 하고 쳐다보자 그녀도 날 쳐다보는 중 이었다.
그리고 눈이 마주치자 둘이 동시에 얼굴을 떨궜다. 뭐야 이거, 되게 분위기 이상하잖아.
"넌 집에 안가?"
이 어색한 분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말을 걸었다.
"아, 집에 가야지. 그래."
...이거 뭐야. 또 이상해 졌잖아.
그녀는 또다시 가만히 날 응시하고 있고, 난 또다시 게임기를 응시하고 있다.
음, 좋아. 난 여기서 빠져나가야 겠어.
게임기를 주머니에 집어넣고, 의자에서 천천히 일어나는데, 아까부터 서있는 슬비를 혼자 남겨두고 떠나기에는 마음에 걸렸다.
간단한 인삿말이라도 해야겠지,음...
"슬비야, 같이 갈래?"
그냥 혼자 내버려두기 좀 그래서 던진 말이었는데, 그녀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짐을 챙기고 문 앞에 섰다.
"뭐해? 안가?"
"아, 응. 가야지."
... 이런 전개일줄은 몰랐는데. 가지 않고 있길래 뭔가 처리할 일이 있나 했더니. 뭐 상관없지. 임무때문에 같이 다녀본 적도 많고,
요즘은 등교도 같이 하니까-라지만, 역시 어색했다. 사적으로 같이 나가본적이 없진 않지만 많지도 않고, 등교때처럼 유리라는 윤활제도 없고.
같이 유니온 지부를 나와 대략 7분간 어색하게 함께 걸었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 나는 게임을 켰겠지만, 오늘은 왠지 그녀의 잔소리가
두려웠다.
'너는 걸으면서도 게임하니? 그러다 사고나면 어쩔려고!'
...어디선가 환청이 들리길래, 그만 뒀다.
그렇게 조금 더 걸으니, 묵묵히 같이 걷던 슬비가 흐응- 하고 날 보았다.
"뭐야? 왜 그래?"
"아, 그냥 너가 게임을 안하길래, 웬일인가- 해서."
아, 결국은 또 그 얘기냐.
"뭐 게임하면 또 옆에서 뭐라 그럴꺼잖아?"
"흠, 그러니까. 아쉽네."
"뭐가?"
"하루라도 게임으로 뭐라 하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을것 같아서 말야."
"그런 악취미는 그만둬줘라..."
"집에 가선 뭐 할건데?"
"역시 게임이겠지."
"좀 다른 취미를 가질 생각은 없니?"
"예를 들면?"
"드라마 라던지."
"너야말로 다른 취미를 가질 생각은 없냐..."
그때 문득, 옆의 마트에서 초콜릿을 파는게 보였다.
흐음. 역시 이녀석, 자기건 안만들었겠지?
"잠깐. 여기서 기다려봐."
"응? 왜?"
마지막 말엔 대답하지 않고 마트에 들어가, 간만에 부모님 드릴 생각으로 적당한 크기의 초콜릿 두개와 페*로로쉐 5개 묶음을 사려다가, 역시 돈도 많이 버는데 5개론 안될것 같아 옆의 발렌타인 특전 페레*로쉐 묶음을 샀다.
녀석, 분명히 이 초콜릿 좋아 했었지.
계산하고 마트를 나와 아직 거기에 서있는 슬비에게 다가갔다.
슬비는 멍-하니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있다가, 내 발소리를 들었는지 무언가를 느꼈는지 내가 접근하자 날 쳐다봤다.
날 보곤 뭔가 말을 하려 했지만, 내 손에 들린 초콜릿들을 보곤 얼굴을 붉히며 땅을 봤다.
"다행히 아직 여기 있네."
"내,내가 어딜 가는데?"
"나따윈 무시하고 갈길 갈 줄 알았지."
"흐응, 들켰네. 좀만 더 늦었으면 그냥 갈려고 했어."
"에- 너무해."
"뭐,뭐가."
이 녀석, 오늘 따라 왜 이렇게 얼굴이 붉어지는 때가 많은거야.
"뭐, 됐고. 자 여기."
"으,으응?"
초콜릿을 건네주자 얼굴이 완전 불타오른다.
"이, 이게 뭔데?"
"뭐기는, 초콜릿이지. 보면 모르냐?"
"그, 그니까! 갑자기 이걸 왜 주냐고!"
"너, 또 너 자신껀 안 챙겼지?"
"..."
그랬다. 이 녀석은 작년 빼*로 데이에도 자기건 안챙기고 우리 것만 챙기고, 우리가 다같이 먹는중에 유리가 '넌 안먹어?'라고 물어보자 '나, 난 미리먹었어.' 라고 변명했다.
흐음. 기왕 거짓말 칠거라면, 좀 능숙하게 쳤으면 좋겠는데. 결국 다음날 우리 모두 빼*로를 사 하루 늦게 서로에게 나눠줬다.
슬비가 뻘줌하지 않게 주기 위해서.
그때 슬비가 그렇게 좋아 하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가질 않았다.
"우리것만 챙기지 말고, 너 자신껀 너 스스로도 챙기란 말야. 괜히 우리도 민망해 지니까."
"..."
맨날 자기건 챙기지 않고 남의 것부터 챙기는 모습이, 어찌보면 리더같으면서도 또 어떻게 보면 리더답지 않은 모습이다.
무릇 리더라면 자기까지도 포함한 모두를 챙겨야지.
"고...고마워."
"응?"
"고맙다고."
"헤에, 너 고맙단 말도 할줄 알았냐? 아야!"
... **거렸다가 발 밟혔다. 이녀석이 고맙다고 할떄마다 왠지 새로운 모습처럼 느껴진다.
전혀 그럴것 같지 않은 이미지라 그럴까.
아직은 쌀쌀한 거리에, 데이트하는 커플들이 많아 보였다. 팔짱끼고 다니는 몇 커플들을 보며 세상 좋네- 라는 생각을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근처에서 전투가 벌어졌었는데.
그런데 그 순간-
"뭐, 뭐야?"
"뭐긴. 팔짱낀거지."
말을 엄청 더듬고 얼굴이 빨개진걸 보니 한눈에 엄청 부끄러워 한다는걸 알 수 있었다.
"그니까, 갑자기 왜- 아야! 왜 밟아!"
"조용히 해. 그냥 같이 걷자고."
그 길로 왠지 엄청 들떠 보이던 리더와 둘 각자의 집이 아니라 다른 거리로 향해서 2시간이나 더 걸어야 했다.
여담이지만, 한껏 들뜬 리더를 위해 장단맞춰주는 것도 꽤나 재밌구나- 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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힠... 힘드렁..
어제... 아니 그저깨 할것없이 심심해 하다가 내일 모레면 발렌타인 데이구나- 하고는 핸드폰으로 끄적끄적.
이제와서 메모장으로 바꿔쓴다음에 또 사이트 올리는 양식으로 고쳐쓰니 힘들다....
그냥 쓰고 싶었습니다. 예. 그냥.
실은, 처음엔 저 하트 초콜릿 뒷면에 고백같은거 적어 놓을까- 했는데, 좀 이상할것 같아 그만 뒀습니다.
...세하슬비 많이 써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