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3](Remake) (1부 23화) - 영혼과 함께 (完)
버스비는1200원입니다 2018-01-1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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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이천용은 박창우를 데리고 아스트랄이 있는 유니온의 중앙 연구실에 도착하였다. 이미 약속이라도 했던 것처럼 이천용이 중앙 연구실에 들어옴과 동시에 아스트랄과 레이가 이천용을 맞아주었다.
"왔구나. 그래, 그 친구가 박창우라는 아이니?"
"네, 맞아요."
'이 사람... 테레비에서 쪼매 본 적이 있는 사람인디...'
"누구신교?"
아스트랄은 박창우에게 자기소개를 간단하게 한 뒤, 박창우에게 이제부터 무엇을 할 지 자세하게 설명해주었다.
아스트랄은 본인의 능력을 일시적으로 극대화시키면 자기 이외의 주변인들도 영혼을 볼 수 있으며 대화도 할 수 있었다. 그 점을 이용해서 이제부터 할 것이라는 건 아스트랄이 자신의 능력으로 박창우가 그녀와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그럼, 시작한다."
아스트랄은 자신의 양손을 합장하듯 모으고 그 양손에 힘을 조금씩 끌어모았다. 아스트랄의 양손에 조금씩 힘이 쌓여감에 따라 주변의 공기가 조금씩 음산하게 변하는가 싶더니, 이천용과 아스트랄만 볼 수 있었던 그녀의 모습이 박창우와 레이에게도 보여졌다.
"ㅁ, 머고? 갑자기 나타났네."
박창우에게 있어서는 갑자기 나타난 것이나 다름없었으니, 박창우는 그녀를 보자마자 깜짝 놀라고 있었다. 눈을 한 번 비비고 다시 봐도 그녀의 모습은 매우 선명하게 잘 보이고 있었다.
"마, 니가 말한 그 영혼이 이 사람이가?"
"맞아."
"... 암튼, 내한티 할 말이 있다 카든데, 뭔교?"
놀라는 것은 제쳐두고, 박창우는 바로 본론에 들어갔다. 그녀가 왜 자신을 만나고 싶어했는지, 그리고 하고 싶은 말도 있다고 했고, 박창우는 대화를 시작하자마자 그것부터 물어보았다.
"음, 그러니까... 너는 누구야?"
"? 박창우인디?"
"아니, 그게 아니라... 그렇지! 자기가 누구인지 간단하게 소개 좀 해주지 않을래?"
"???"
박창우는 그녀의 황당한 질문에 고개를 갸우뚱거렸지만, 일단 그 질문에 간단히 대답해주기로 하였다.
나이 17세, 신강고등학교 1학년, 이천용의 친구,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이고 싫어하는 음식은 무엇이며... 그런 사소한 것들까지도 대답을 해주었다. 그렇지만 그 어떠한 대답도 그녀에게는 만족감을 주지 못하였다.
"이게 아닌데... 뭔가 좀 더..."
"아니, 할 말이 이게 다인교? 이럴거믄 왜 부른긴교?"
자신을 왜 만나보고 싶었고, 할 말도 있다고 해서 여기까지 따라왔건만 계속 쓸데없는 질문만을 받으니 박창우라도 슬슬 조금씩 짜증이 나기 시작하였다. 박창우가 조금씩 짜증을 내는 모습을 보이자 그녀는 이대로라면 안 되겠다 싶어서 계속 머릿속으로 생각하였다.
"... ㄱ, 그럼 가족은?"
"하아... 가족은 없수."
"가족이 없어?"
"내는 아기일 때부터 산 속에 버려져 있다켔고, 고걸 우연히 등산하는 사람들이 발견해가 고아원에 맡겨부렀으니 가족은 없다카이. 아, 말하니까 생각났는디 내가 버려져 있던 자리가 쪼매 특이했다 캅니다. 머였더라... 투명한 수정으로 이루어진 요람 같은 데에다 버려져 있었다켔구마. 처음 내를 발견한 사람들도 고걸 보고 많이 놀랬다고도 했고."
"투명한 수정...?"
[드... 크...]
"... 아악?!"
그때 갑자기 그녀는 양손으로 머리를 쥐어잡으며 두통을 호소하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갑작스러운 이상한 반응에 깜짝 놀란 모두는 그녀를 진정시키려고 하였다. 그녀는 몸으로 잡을 수도 없는 영혼이었으니 말 만으로 어떻게든 진정시키는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왜 그러는거야? 진정해!"
"와 이러는교?!"
'뭣 때문에 이러는거지...?!'
"으... 으으...!"
[부탁... 남... 해줘...]
"... 헤라클레스..."
"!!!"
'방금 뭐라고...?!'
그 짧은 한 마디를 마지막으로 그녀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아스트랄은 그녀가 마지막으로 말한 짧은 한 마디를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가 말한 것은 '헤라클레스', 1만 년 전에 존재한 인간 영웅의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이천용의 전생이라는 사실 외에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던 그녀가 어떻게 헤라클레스의 이름을 입에 담았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어찌됐건 그녀가 헤라클레스의 이름을 말한 것부터 이미 간단히 지나칠 수 없는 문제였다.
'어떻게 헤라클레스의 이름을... 그렇다는 말은...'
"아스트랄 씨, 저 분은..."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저 사람은 헤라클레스가 살던 1만 년 전에 살았던 사람임이 분명해. 그것도 아마 헤라클레스와 면식이 있는 사이일지도..."
'대체... 저 사람은 정체가 뭐지?'
.
.
.
불의 성역
"아스트랄인가? 무슨 일이지?"
- 그게 실은... -
"... 뭐라고? 그게 사실인가?"
- 예, 그래서 혹시 알고 계시는 게 있으실까 하고 이렇게 연락을 드렸습니다만... -
"흐음... 헤라클레스의 지인 중에선... 아니, 들어본 적이 없군."
- 그렇군요, 실례했습니다. -
"......"
'헤라클레스를 알고 있는건가...?'
.
.
.
"아스트랄 씨, 메테우스 님께서는 뭐라고 하셨나요?"
"본인도 들어본 적이 없으시다고 해."
"그렇다면 대체 저 분은 어떻게..."
"이제부터 차근차근 알아가봐야지. 어쨌거나 간만에 집중할 문제가 하나 생긴 모양이야."
'뭐가 됐든간에 저 사람이 기억을 되찾도록 만들어야 해.'
"으음... 어...?"
두통을 호소하다가 정신을 잃었던 그녀는 5분쯤 지나고 나서야 다시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다. 그녀는 왜 자신이 쓰러졌던 것인지 기억이 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니 물론, 쓰러지기 직전에 자신이 '헤라클레스'라는 말을 내뱉은 것도 기억이 나지 않고 있었다.
"진짜로 기억 안 나?"
"응, 미안..."
"그래도 아무런 이상은 없어보여서 다행이다."
"혹시 내 걱정 해준거야?"
"그거야 뭐... 갑자기 쓰러졌는데 걱정이 안 될 리도 없고..."
"헤헤, 고마워. 왠지 기쁘다."
그녀는 언제 그랬냐는듯 다시 어린아이처럼 활발한 모습으로 이천용의 곁을 맴돌며 두둥실 떠다녔다. 그녀를 한참 바라보던 아스트랄은 이천용과 박창우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하였다. 그 부탁은 바로 어느 때든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놓치지 말고, 그녀가 뭔가 기억이 날 것 같은 기미가 보이기라도 하면 적극적으로 나서서 기억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라는 것이었다.
"뭐... 알겠어요."
"정말? 고마워, 천용아!"
"대신 귀찮게는 굴지 마. 알았어?"
"알았어~!"
'진짜 괜찮으려나...'
"괜찮다니까!?"
"부탁인데 내 마음 좀 그만 읽어!"
다음날
"천~ 용~ 아!"
"우왓? ㅁ, 뭐야!"
아침해가 뜨자마자 그녀는 침대에 누워 코까지 골면서 편한 모습으로 자고 있는 이천용을 크게 불러서 깨웠다. 이천용은 화들짝 놀라며 용수철처럼 튀어오르듯이 누워있던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두리번거리면서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그녀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놀자!"
자신과 놀아달라는 것이었다. 편하게 자고 있다가 갑자기 자신을 불러서 일어났는데 그저 놀아달라는 것이었다니... 이천용은 너무 어이가 없어서 이성의 끈이 하나 뚝 하고 끊어지는 기분이 들었지만 어떻게든 이성의 끈이 끊어지지 않도록 유지하였다.
"... 오늘은 토요일이니까 쉬자 좀!"
그렇게 말하며 이천용은 그녀에게 지금은 자신을 가만히 내버려두라고 말한 뒤에 다시 이불을 덮고 누워버렸다. 하지만...
"놀자! 놀자구! 나 엄청 심심해!"
"크... 으윽...!"
그녀는 절대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더 생떼를 부리는 것이었다. 결국 참지 못한 이천용의 이성의 끈이 '뚝-'하고 끊어졌다.
"놀 거면 혼자서 놀아! 내가 분명히 말했었지?! 귀찮게 굴지 말라고! 당장 나가! 시끄러워서 도저히 못 쉬겠네!"
"말이 너무 심하잖아! 굳이 그런 식으로 말해야 돼?"
이천용이 거친 말투로 소리치자 그녀도 이번에는 이천용의 이런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모양인지, 당황한듯 보였다. 그렇지만 그녀도 물러서지 않고 반박하였다.
"그쪽이 이렇게 말하도록 만들잖아! 아, 됐어! 혼자 놀던지 말던지, 기억을 찾던지 말던지, 알아서 해!"
"뭐...? 그럼 넌... 내가 어디로 가줬으면 좋겠다는 말이야?"
"그래! 제발 그래줬으면 좋겠다!"
그렇게 대화를 잘라버리고 이천용은 벽 쪽을 향하도록 돌아누워 그녀를 보는 척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잠깐 동안 이천용의 뒷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다가 이내 조심스럽게 작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알았어... 그렇게 할께..."
"......"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이천용의 방에서 나갔다. 영혼이니까 문을 열지 않고 그냥 통과해서 나갔지만, 이천용은 그녀가 방에서 나갔다는 사실을 느낌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녀가 가고 나서 이천용은 이제야 푹 쉴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아직 완전히 취하지 못한 잠을 마저 청하였다.
그녀가 나가고 나서 몇 시간이 지났을까, 그녀는 아직까지도 이천용의 집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잠에서 깬 이천용은 그녀가 아직 돌아오지 않을 것을 보고 조금 의외라고 생각하였다.
'오래 못 있어서 다시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금방 돌아오겠지'하는 생각을 하며 이천용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아침을 건너뛰고 점심을 차려 먹었다. 그리고 평소에 하는 간단한 트레이닝을 하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소파에 잠시 몸을 앉혔다가 이천용은 거실 벽에 걸려있는 시계가 가리키고 있는 시간을 보았다. 시계가 가리키고 있는 시간은 5시 50분... 이제 곧 있으면 저녁이 된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었다.
"하아... 정말이지, 이러니까 귀찮다고."
결국 이천용은 계속 돌아오지 않고 있는 그녀를 찾아나섰다. 제일 먼저 학교에 찾아가봤지만,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평소에 가본 곳이라면 학교와 유니온 본부의 중앙 연구실 뿐이었으니, 이번에는 후자 쪽으로 가보려 하였다.
유니온 본부의 중앙 연구실에 와봤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아스트랄에게도 물어봐도 오늘 그녀의 모습은 보질 못했다고 하였다. 이천용은 조금씩 이상한 불안감이 들기 시작하면서 점차 급한 발걸음으로 그녀를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달리고 있었다.
"대체 어디로 간 거... 응?"
한참을 달리다가 신강고등학교에서 조금 떨어진 장소에 있는 대공원의 정문을 지나칠 때, 이천용은 그 정문 가까이에 있는 한 벤치에 그녀가 조용히 앉아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녀를 발견한 이천용은 한숨을 짧게 쉬고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어딜 갔나 했더니, 여기에 있었어?"
"아, 천용이구나... 왜 온거야? 네가 분명 나보고 어딘가로 가버렸으면 좋겠다고..."
"말이 그랬던거지. 누가 이렇게 오랫동안 돌아오지 말래? 아무튼 어서 돌아가자."
이천용은 집으로 돌아가자고 말하였지만, 그녀는 들은 체 만 체 하다가 조심스럽게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도 괜찮아? 난... 널 엄청 귀찮게 했잖아."
"그래, 그렇긴 하지. 그래도... 나도 잘못했어."
"?"
"아무리 그렇다고는 해도 뭐랄까... 나도 말이 조금 심했다고 할까... 아무튼 나도 잘못했어, 미안해."
이천용은 자신도 괜히 짜증이 나서 심하게 말했다고 생각하여 그녀에게 고개를 한 번 푹 숙이며 사과의 말을 전하였다. 이천용이 고개까지 숙이면서 사과를 하니, 멍한 표정으로 있던 그녀도 조금씩 놀라면서 이천용을 바라보았다.
"천용아..."
"자, 그럼 이제 돌아가자."
"... 응."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까 그쪽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모르겠네."
"그것도 그렇네. 괜찮다면 천용이 네가 이름 하나 지어줬으면 좋겠어."
'이름이라...'
"... 그럼 기억을 찾기 전까지는 '이천희'라고 불러도 되겠어?"
"'이천희'... 좋아!"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해, 천희야."
"나도 잘 부탁해, 천용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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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하 님, '레비아' 님께서 통보를 보내셨습니다. 내용은... '지구의 시간으로 이틀 뒤, <용왕제(龍王祭)>가 열린다' 라고 합니다."
"아, 벌써 그렇게 됐구나."
"답장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물론 '참석한다'라고 전해줘."
"알겠습니다."
'새로운 용왕은 과연 누가 될까... 기대되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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