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는 위상력과 함께 52화
검은코트의사내 2017-11-09 0
내가 백작을 한방 먹인 건 30년 전 게임에서 그 진가를 보여준 주인공의 모습을 흉내낸 것이다. 그렇다. 난 따라쟁이에 불과하다. 그리고 책을 많이 읽은 데다가 국어성적도 좋고 미스터리 스릴러 게임도 많이 해봤기에 그렇게까지 몰아갈 수 있는 거라고 나는 확신했다. 분명히 그 게임에서는 '로직 체스' 라고 부른 거 같았는데 말이다.
나는 최신 게임말고도 고전게임도 해봤었다. 고전 게임치곤 명작이라고 불리는 게임을 많이 해보았다. 체스는 둬본 적은 없지만 그냥 머리싸움이라는 걸로 알고 있다. 머리라면 아마 슬비가 전문이겠지. 이번에는 백작에게서 저택수사를 허가받게 유도해**다. 그런데 백작은 지금 치귀법권을 이유로 거부하는 중이다. 치귀? 치외도 아니고 치귀라고 하니 뭔가 좀 발음이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뭐 상관없다. 공주님께서 말하신 것까지 생각해보면 이 남자가 용의선상에 오르는 사람이라는 걸 증명해야된다는 것이다.
"백작님은 스스로를 용의자라고 표현하지 않으신다는 것입니까?"
"그래. 내가 왜 폐하를 시해하겠나? 그리고 내가 어떻게 폐하의 잔에 독을 탄다는 거지?"
"독을 어떻게 탔는지는 모르지만 백작님이 폐하를 시해할 동기는 있죠. 그건 바로 미스미드 왕국과 동맹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겨우 그런 것만으로 폐하를 시해한단 말이냐!!?"
겨우 그런 것? 이 사람이 외교를 뭘로 보는 거야? 왠지 화가 나네? 다른 왕국과 동맹을 맺는 거나 전쟁을 하는 건 매우 중요한 건데 겨우 그런 것이라니? 이것도 귀족이라고 떠드는 거야? 얼굴에 주먹을 한방 날려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진정하고 이야기를 계속한다.
"한 왕국과 다른 왕국과의 동맹이 그렇게 중요한 사항이라는 걸 모르시는 건 아니실 텐데요? 제가 왕궁에 오기 전까지 소식을 듣고 있었습니다. 미스미드 왕국과의 동맹에 그렇게 반대하셨다고 하시던데요? 겨우 그런 것 가지고 폐하에게 필사적으로 반대합니까? 요즘 귀족들은 겨우 그런 문제를 가지고 쓸데없이 큰소리 치는 게 취미인가 보죠?"
술집에서 사람들에게 정보를 들은 보람이 있었다. 이미 귀족들에 대한 정보는 입수했었으니까 말이다. 성인업소에나 가는 주제에 외교를 우습게 봐? 이런 녀석들은 귀족이라 할 자격도 없다. 당장이라도 박탈을 해야 될 거 같았지만 내게는 그런 권한이 없다. 내 말을 들은 라크레트 백작님은 정곡을 찔렸는지 잠시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 이노옴!! 날 우롱하는 것이냐!?"
"폐하의 잔에 손을 댈 수 있는 사람은 메이드와 폐하, 두 사람 뿐입니다. 공주님에게 들었습니다. 귀족들도 손을 댈 수 없다고 하던데요? 그리고 폐하의 잔을 관리하는 사람이 관리를 허술히 했을 리도 없죠. 저는 독을 묻힌 사람이 메이드들 중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그 메이드들 중에 용의자가 있다는 거 아니야!! 얘기는 다 끝났군."
"아뇨. 메이드들은 폐하를 시해할 동기가 없습니다. 레온 장군님에게 들었습니다. 폐하의 인품으로 인해 메이드들이 전부 그분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폐하를 시해할 리도 없습니다. 폐하를 살해할 동기가 있는 건 수인차별주의자 귀족들 뿐이고 그 귀족들 중 한분이 메이드를 협박하거나 뇌물공세를 해서 독을 타게 유도한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어이가 없군.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건가? 그런 걸로 날 용의선상에 올리겠다는 건가?"
"아니라는 근거를 대십시요. 전 이미 근거를 댔습니다. 폐하를 시해할 동기, 그리고 살해과정에 의한 추리, 이건 분명히 맞을 겁니다. 오리가 씨가 범인이 아니라는 걸 인정하시는 거죠? 그렇다면 메이드와 폐하자신 외에는 폐하의 잔에 손을 댈 수 없습니다. 그리고 메이드들은 살해할 동기가 없으므로 협박이나 뇌물공세로 독을 묻힌거다. 이게 틀렸다는 근거를 대십시요. 어서!!"
내 말에 라크레트 백작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는 독을 묻힌 실행범을 아직 발설하지 않았다. 나중에 신변에 위험이 있을까봐다. 또 한번 두 주먹을 쥐다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테이블을 발로 차며 나가려고 했다.
"백작님. 저택 수사는 해도 괜찮겠지요?"
"맘대로 해라!!! 이새야라고 했지? 앞으로 조심하는 게 좋을 거다."
쾅! 하면서 문을 세게닫고 간다. 훗, 저택을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다. 그가 용의자라는 것을 증명했으니 말이다.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면 아마 내 주장에 반드시 반박하게 되어있지만 상대가 무식한 귀족이라서 천만 다행이었다. 만약에 슬비가 상대였다면 아마 내가 밀렸겠지. 그 녀석은 머리가 좋고 자기 주장이 뛰어나는 편이니까 말이다.
"아아..."
"공주님. 괜찮으세요?"
공주님은 이런 자리에서 분위기가 살벌해진 게 익숙하지 않은 모양이다. 아니면 마안을 많이 써서인가? 현기증으로 쓰러지려는 걸 내가 간신히 붙들었다. 으음, 공주님의 몸을 만지다니... 설마 이걸 빌미로 날 **라고 생각하지는 않겠지? 일단 자리에 앉혀놓고 말했다.
"공주님은 여기서 쉬십시요. 저 혼자 조사하겠습니다."
"아니요. 저도 가겠어요. 잠시 어지러웠을 뿐이네요. 그리고... 귀족이 상대인데도 당당하시네요. 왠지 모르게 의지가 되고 그러네요."
그거 칭찬인건가? 일부로 내 경계를 푸려고 하는 수작인 거 같았다. 그렇게 존경하는 눈빛으로 봐도 소용없어요 공주님. 저는 다 아니까요. 사실은 모험가인 저를 감시하려고 오신 거잖아요. 물론 폐하의 진범을 찾는 게 주 목적이지만 동시에 나를 감시하려는 거겠죠. 일단 나는 여기 집안 내부를 조사한 다음에 다른 데로 가기로 했다.
"백작님이 레이네 씨를 알고 계신다는 건 틀림없는 거겠죠?"
"네. 거짓말을 하고 있지는 않았어요."
폐하가 왜 공주님을 보냈는지 알 거 같았다.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봐 거짓말을 탐지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용의자에게 폐하에게 독을 탔냐고 물어볼 수는 없다. 단지 시킨 것에 불과하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특정한 메이드에게 독을 타게 시켰냐면서 대놓고 물을 수는 없다. 레이네씨의 신변이 위험해질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간파의 마안이라해도 사람이 속으로 말하는 것까지 읽는다는 건 절대 아닌데다가 사이코패스처럼 범죄를 저지르는 데 아무 감정이 들지 않는 사람일 경우에는 마안으로 파악하기 어려울 것이다. 원래세계에서 뉴스로 나온 적이 있었다. 범죄지수가 낮은데도 연쇄살인을 저지르고도 아무런 감정을 보이지 않고 있는 공허한 사람이 있었다. 거짓을 말해도 거짓말 탐지기가 감지를 못할 정도로 말이다.
세상에는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종족이 바로 인간이다. 어떤 인간은 파괴하고, 어떤 인간은 되살리고, 보호하고, 지키고, 서로 죽이고 선을 넘어버리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공주님의 마안이 절대적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다만 내가 상대한 무식한 귀족은 단순하니까 문제없다고 **만 말이다.
메이드에게 독을 타게 시켰냐고 물어보는 건 나중에 쓸 카드로 아끼기로 했다. 그 귀족에게 물어봐도 범인인 걸 알 수 있겠지만 아직 증거가 모자란다. 그 독이 어떤 독인지도 알아야되고 벨파스트 왕국 대사에게서도 미스미드 왕국 분위기를 들어야했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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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하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수상한 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독이라면 바로 제거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이거야 원, 벌써 이렇게 해가 졌다. 공주님에게 왕궁까지 모셔다드린다고 말하자 그분은 좀 더 조사하고 싶다고 말씀하셨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고 했다.
"그럼. 그렇게 할게요."
"모셔다 드릴게요. [게이트]"
"아... 이건 뭐죠?"
[게이트]를 처음보니 당연한 반응이다. 놀라는 반응도 이제 지겹군. 아무튼 이 문을 통해 곧바로 왕궁 입구로 모셔다드렸고, 공주님을 안으로 바래다 준 다음에 곧바로 레온 장군을 찾아간다. 경비병들은 아직도 나를 노려본다. 경계를 하는 거겠지. 기사단장 리온 블리츠님이 있으면 좋으련만... 그러면 내가 안심해도 될 사람이라고 증인을 서주시기도 할 텐데 말이다.
"새야 공. 미스미드 왕국으로 갔던 벨파스트 대사를 불러들었네.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는 게 더 나을 거 같아서 말이야. 어떤가?"
"한번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미스미드 왕국이 어떤 분위기인지 알아**다. 오리가 씨는 벨파스트 왕국과 적대할 생각이 없다고 나오지만 수인족 한명만의 이야기로만은 미스미드 왕국을 신뢰하지 못하는 건 나도 마찬가지니 말이다. 애초에 그런 왕국을 가본 적도 없다. 그리고 대사님이 처음만난 수인족이다. 그것만으로 신뢰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그 부분은 귀족들의 입장과 똑같다. 그렇기에 나는 미스미드 왕국으로 간 대사님의 이야기를 들어볼 생각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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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이새야라고 합니다. 직업은 모험가입니다. 폐하의 명으로 독을 넣은 범인을 찾고 있습니다."
"처음뵙겠습니다. 폐하를 구해주신 분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시에틀이라고 합니다."
라크레트 백작과 마찬가지로 중년 귀족이었지만 수인 반대파는 아니었다. 나는 곧바로 본론으로 넘어갔다. 미스미드 왕국이 어떤 분위기였는지 그리고 우리와 정말로 동맹할 의사가 있었던 게 분명한 지 말이다. 그리고 오리가 씨가 가져온 와인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