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는 위상력과 함께 63화

검은코트의사내 2018-01-10 0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이새야님."

"아... 네... 잘 부탁드려요."


이거야 원, 유미나 공주님에 이어서 실비아라는 빛의 정령까지 맡게 되다니 말이다. 정령이 있으면 편하기는 하지만 언제라도 불러낼 때 이름을 불러내면 되는 건가? 뭐, 드래곤에 대한 솔직한 감상을 말했을 뿐인데 정령과 계약을 할 정도라니 좀 놀랐다. 유미나도 소환수랑 계약을 맺었다고 했었지? 이 사실을 알리면 둘이 똑같이 소환사로써 잘 어울린다는 소리를 하는 게 아닌가 불안해했다.


"좋다. 이새야. 사람들에게 알려라. 이 파르니아의 말을 말이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저기... 여기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경고문을 만들면 되지 않을까요?"

"경고문?"

"대륙에 존재하는 인간 마을은 여러군데가 있습니다. 그 마을에 하나하나 알리기에는 전달이 안 될 수도 있으니 여기 산으로 들어오는 입구마다 설치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 경고를 무시하면 파르니아님께서 처벌하셔도 상관없다고 봅니다."


드래곤이 처벌하는 것은 최소 사형이상이겠지.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드래곤이 모처럼 경고를 했는데 무시하는 게 잘못이니까 말이다. 나는 일단 표지판을 만들기로 했다. 음, 그래. 내 무속성 마법이라면 가능한 일이다. 혹시 나무조각이나 나뭇가지가 있냐고 묻자 파르니아는 금방 나뭇가지를 가져왔다. 확실히 원래있던 세계에서 경고문은 나무아니면 강철로 만들어졌었지. 나무 표지판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모델링.]


좋아. 성공이다. 직사각형 모양의 커다란 나무조각과 길게 늘어진 기둥이 완성이다. 게임에서도 많이 본 옛날 표지판이다. 이제 이 곳에 글씨를 작성하면 되는 일인데... 나는 쓰는 것을 못하겠다.


"여기에 파르니아님의 필체로 경고장을 적어주시면 될 거 같습니다."

"내가 이걸 적으란 말이냐?"

"네. 파르니아 님의 필체로 적어야 그 사람들이 이 경고장이 누군가가 장난으로 쓴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 테니까요. 그걸 무시하는 행위야말로 파르니아님에 대한 모욕이라는 뜻으로 쓸 수 있습니다."

"흐음, 그거 맘에 드는군. 짐의 말을 듣지 않는 자는 모욕으로 알고 처단한다라... 그 방식 맘에 들었군. 좋다. 내가 직접 글씨를 적어주지."


파르니아님은 직접 자신의 손으로 표지판에 글자를 남겼다. 깃펜과 잉크는 내가 건네주었다. 나는 글을 읽을 줄 알지만 잘 쓰지는 못하는 편이다. 한국말만 써봤고, 이세계 어로는 잘 안써봐서도 있지만 쓰는 순서도 너무 복잡해서 포기해버린 나였다. 내가 못하는 것 하나 추가다. 난 글을 읽지만 쓰지는 못한다. 이 말을 듣고 날 이상한 사람으로 보기는 했지만 말이다.


"저... 이걸로 끝입니까?"

"뭐가 잘못되었나?"

"아... 아닙니다. 그럼 이걸 산으로 들어오는 입구에다 세우겠습니다."


드래곤이라고 하지만 경고문이 너무 짧았다. '산에 쓰레기 버리면 죽는다. -빛의 드래곤 파르니아-' 라니... 뭐 됐다. 이것만 해도 충분히 의미가 전달되니까 말이다. 드래곤이 산에 쓰레기 버리면 인간들 다 죽인다는 내용이 다인데 더 설명이 필요할 것도 없을 거 같았다. 나는 [게이트]를 사용하여 산으로 들어오는 입구 앞까지 왔다.


"여기에 꽂으면 됩니다."


힘을 주어서 표지판을 지면에 꽂았다. 이러면 들어오는 사람들이 한번씩 보고 가겠지. 물론 장난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그 다음에 파르니아가 어떻게 처리하는 건 내가 막을 수는 없다. 경고를 무시한 대가를 치르는 것 뿐이니까 말이다. 드래곤의 방식은 잔인하지만 그들의 종족만의 역사를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흐음, 그대는 정말 특별하군. 도대체 무속성 마법을 몇 개나 사용할 수 있는 거지?"

"전 무속성 다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마법의 효과와 특성을 알게 된다면 말이죠."

"그런가? 재미있군. 그대는 생각보다 흥미로운 인간이야. 전 무속성 마법을 사용하는 인간은 한명도 없었는데 말이지."

"의심은 안하십니까?"

"짐은 이미 느끼고 있다. 그대가 가진 알수 없는 기운이 말이다. 그리고 엄청난 마력, 엘프의 마법사조차도 뛰어넘을 수준, 마치 우리 동족과 똑같은 규모로 느껴진다. 아니... 그 이상... 어쩌면 신의 영역에 도달한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라면 네 말을 의심할 필요는 없노라. 허나... 우리 드래곤에 맞설정도의 마력을 가지고 있는 네가 왜 나에게 예의를 지키는 지 모르겠군. 이유를 말해줄 수 있나?"


드래곤은 모든 종족에게 자신에게 거역하지 말라고 하는 이유는 그만큼 자신들의 힘이 강해서라는 이유 하나였다. 강한 힘을 가진 드래곤들이야 말로 대륙의 약한 종족에게 함부로 대할 수 있는 그런 위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강자가 지배한다. 약육강식의 개념을 가진 그들의 습성이었다. 그걸 알기에 나는 그들의 기분을 맞춰주는 거 뿐이다. 다른 나라에 가면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해주고 가능하면 행동해주는 것도 당연한 거 아닌가?


파르니아는 내 행동이 아까부터 이해가 안 된 모양이다. 마치 자기가 고개를 숙여야되는 게 아니냐는 식으로 말하니 말이다. 드래곤이 인간에게 고개를 숙인다? 그건 좀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 절대 그렇게 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들도 자존심이 있지 동족들에게 그런 모습을 보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창피해서 견딜 수 없을 것이다.


"그대는 나에게 고개를 숙일 이유가 전혀 없다. 방금 보여준 마법으로 그게 증명이 되었다."

"허나 대륙의 역사에 가장 위대한 종족인 건 사실입니다. 거기다가 수명도 저희 인간보다 긴 만큼 오랫동안 살아오신 대륙의 삶의 연장자아니십니까? 제가 경어를 쓰는 것과 예의를 갖춰서 대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흐음. 그대는 정말 겸손한 마음을 가졌군. 욕심이라고는 전혀 없는 인간이다. 짐이 오늘 대단한 자를 만난 거 같군. 하하하하하."

"파르니아님과 비교하면 저는 한참 떨어질 수준입니다."

"그만해라. 과한 겸손도 짐에게는 불쾌하게 될 수 있느니라. 그대가 정말로 맘에 들었다. 언제든지 찾아와도 좋다. 단, 이 산에 쓰레기는 버리지 않는다면 말이지."


머리에서 빛이 나고 있었다. 빛의 드래곤, 지금까지 자세히 얼굴을 안 봐서 몰랐는데 하얗게 된 긴 생머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노란 눈동자, 우리 엄마가 생각난다. 하지만 눈 앞에 있는 사람은 우리 엄마가 아니라고 속으로 외친다.


"감사합니다. 파르니아님."

"파르니아라고 불러라. 경어는 필요없다. 짐은 그대와 친구가 되어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대륙에서 오래살든 적게 살든, 모두 다 똑같이 살아있는 생명체 아니더냐? 앞으로 경어도 쓰지 말아주길 바란다."


오오, 드래곤이 이런 말을 할 줄 알다니 조금 놀랐다. 드래곤과 친구라... 나쁘지 않을 거 같았다. 드래곤이라면 대륙에 관한 역사지식은 엄청 풍부할 것이다. 역사서에 기록된 게 전부는 아니다. 그러니 역사서에는 기록되지 않는 그들만이 아는 사실들을 많이 알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나는 다시한번 그녀에게 인사를 올렸고, 실비아도 역시 나를 보면서 미소를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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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브르 산에 대한 의문이 풀렸다. 빛의 드래곤이 있기에 몬스터가 접근하지 않았던 것이고 깨끗한 건 그냥 자연의 힘으로 유지된 것이었다. 하긴 살아오는 생명체도 거의 없는데 더러워질 경우는 거의 없을만도 했다. 파르니아에게는 나중에 여기 소풍을 오겠다고 말했었는데 쓰레기만 안버리면 상관없다고 했었다. 버려진 쓰레기들을 치운 뒤에 다시 여관으로 돌아온 나는 소풍계획을 작성하기 시작한다. 일단 이 세계에는 내가 메는 소풍가방같은 건 없으니까 바구니를 몇 개 준비하는 게 나을 거 같았다. 그것도 몇단으로 되어있는 채로 말이다. 그리고 위생을 위해 도시락 안 내부를 깨끗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밥그릇의 재료... 그걸로 만들면 위생에 문제는 없게 되겠지.


소풍갈 때 먹을 음식은 역시 김밥밖에 없다. 모델링으로 김밥마는 도구를 만들고 작업하면 되겠다. 김밥이라... 그러고 보니 엄마에게 배운 게 생각이 나곤 했다. 김밥은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지. 만드는 과정은 조금 복잡했지만 말이다. 에르제 일행이 의뢰하고 돌아오면 의논을 해야될까 생각했지만 그 애들이 소풍이 뭔지 모른다고 했으니까 나 혼자 계획해야될 거 같았다.


"흐음, 일단 재료들을 사야겠고, 그 다음에 뭔가 특별한 이벤트라도 해볼까? 그래. 보물찾기지."


머리 위에 전구가 불켜지는 느낌으로 떠올렸다. 보물찾기, 마침 수중에 모인 돈이 어마어마하니까 상품을 많이 살 수 있을 거 같다. 상품이라면 여자애들이 좋아하는 것과 남자애들이 좋아할 만한 악세사리 같은 거면 좋겠지. 물론 먹을 것도 준비할까? 그러면 야에가 승부욕에 불타오를지도 모르니 말이다.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는 맛있는 음식을 내가 만들어서 포장을 해보는 것도 좋을 거 같았다. 음, 그래. 옷도 괜찮을 거 같았다. 생각나는 게 너무 많아서 뭐부터 해야될지 조금 헷갈린다. 일단 먼저 해야할 일은 소풍에서 행할 계획이다. 첫번째로 정상에 오르는거고, 두번째로는 호수같은 곳에서 자연의 바람을 느끼고, 드래곤과의 만남도 해볼까? 그들은 드래곤을 한번도 만난적이 없으니까 말이다. 이번에 만나게 해주는 게 좋을 거 같다. 모험가로써 활동하려면 어떠한 강적을 만날 지도 모르는데 드래곤을 피해버리는 건 말이 안 되지.


으음, 그리고 마지막으로 보물찾기 이벤트... 이렇게 대충 작성하면 될 거 같았다. 다시한번 검토해본다.


{1. 피브르 산 정상오르기. 2. 드래곤 파르니아와 대면식. 3. 보물찾기.}


대충 이런식이면 될 거 같다. 좋아. 설계는 완료했으니 이제 보물찾기 상품과 산에 오르는 데 필요한 물품들을 사러 가볼까? 의뢰에 힘들게 일하는 육체를 단번에 씻어내는 이벤트를 내가 주관하고 있는 내 자신이 왠지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유미나 공주는 아직도 신경이 쓰이지만 뭐 상관없다. 지금은 소풍을 즐기는 게 먼저라고 본다.


To Be Continued......

2024-10-24 23:18:17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