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슬비)(출혈 있음) 세하랑 슬비가 쇼핑몰일대 가는 글1
리네라임 2015-02-12 2
강남의 한 파괴된 쇼핑몰에는 두 명의 요원이 잔당소탕 임무를 받고 출동해 있었다. 묵묵히 눈 앞에 나타나는 차원종들을 쓰러뜨리는 슬비와 달리 세하는 끊임없이 투덜대고 있었다.
"잔당처리라며? 이렇게 많은데 무슨 잔당이야!"
"조용히 하고 임무에 집중해."
"...예, 예."
성의라곤 하나도 없는 대답에 한숨만 푹 내쉰 슬비는 곧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쇼핑몰 중앙의 넓은 홀 한가운데에 B급 이상으로 보이는 차원종이 나타난 것이었다.
전신을 갑주로 둘러싸고 손에는 삼국지에나 나올법한 창을 들고있는 그 차원종은 훈련생 시절 질리도록 퇴치했던 트룹쓰로워랑 모습이 흡사했다.
"이세하! 비트로 써먹기 전에 핸드폰 집어넣어!"
슬비의 협박 섞인 명령에 움찔한 세하는 곧 핸드폰을 자켓 주머니에 넣고 건블레이드를 바로잡았다. 그리고 두 요원은 다시한번 놀랄수 밖에 없었다. 저 멀리 보이던 차원종이 천장의 유리돔에 닿을듯이 도약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포물선을 그리며 세하가 서 있는 곳을 목표로 날아왔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차원종을 바라보던 슬비의 시선이 세하에게로 옮겨갔고, 그녀는 답지않게 욕설을 내뱉었다.
"** 놈."
세하가 날아오는 차원종을 보며 가만히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세하야! 저건 못 막아!"
세하는 슬비의 외침에 아랑곳 않고 왼손으로 건블레이드를 꽉 쥐어들고 오른손을 칼등에 댔다. 언제든지 공격을 쳐낼수 있도록 대비한 자세였지만 저 크기의 차원종이 낙하해오는 힘도 막아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칼자루를 단단히 그러쥔 왼손에선 땀이 배어나왔고, 유성같은 속도로 날아오는 차원종을 바라보는 두 눈엔 불꽃이 튀는듯 했다.
슬비는 확신하고 있었다. 저 일격은 막아낼 수 없다고. 그렇다고 지금 세하를 건드리면 집중력이 흐트러져 더 위험할수도 있었다. 하지만 슬비는 망설이지 않고 세하를 향해 초소형 웜홀을 던지고, 순간이동을 해 힘껏 반격자세의 세하를 밀쳐냈다. 정면만을 신경쓰던 세하는 저항 한번 못 해보고 벌렁 나자빠졌고 세하가 서 있던 자리에선 슬비가 세하를 내려다보며 슬프게 미소짓고 있었다. 찰나의 시간이 지난 후, 차원종은 그것의 창을 앞세우고 마저 낙하해왔고 그 도착점엔 반격 준비를 마친 세하 대신 등을 보인 슬비가 있었다.
슬비의 등을 뚫고 들어간 갈색 창은 배로 나왔을 때는 온통 붉은 빛깔로 덮여있었다. 각혈을 하며 무릎 꿇는 슬비에게 마지막 자비를 베풀듯이 창을 찌른 경로 그대로 빼낸 차원종은 이제 바닥에 누워서 공포, 분노, 슬픔, 절망 등이 뒤섞인 표정의 세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나 때문에 슬비가...."
배에 난 구멍을 움켜쥐고 무릎 꿇은 자세에서 우로 쓰러지는 슬비와 세하를 향해 창을 내려치기 위해 힘을 모으는 차원종을 번갈아보던 소년의 눈에 공포와 슬픔, 그리고 복수심이 차례로 깃들었다. 복수에 ** 자의 힘은 본래 한계를 넘어서는 법. 차징이 끝난 차원종의 창이 내리쳐지는 타이밍에 맞춰 칼을 비껴들어 그 힘을 흘려내는 데 성공한 세하가 곧바로 **듯이 휘두르는 건블레이드는 한방 한방이 결전기 급의 위력을 안고 있었다. 머리, 오른쪽 허리, 왼쪽 어깨, 오른쪽 어깨, 왼쪽 다리에 차례대로 명품 휘두르기를 얻어먹은 차원종은....
멀쩡했다.
물리적인 공격에 뛰어난 내성을 지닌 개체였다. 세하의 전투방식을 되짚어보면 그에게 승산이란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의 적이었다. 복수와 광기가 지배하던 세하의 눈은 곧 원래대로 돌아왔다. 어금니 부근에 느껴진 위화감이 그를 되돌려놓은 것이었다. 부활캡슐이었다. 위급한 상황에서 힘껏 씹어 터뜨려 삼키면 약효가 발휘되는 구조인데, 슬비는 이 캡슐을 씹을 새도 없이 일격을 맞은 것이었다. 이걸 먹일수만 있다면 슬비가 생환하는 것도 가능할지도 모른다.
'30, 아니 20초만 있어도.... 이게 도움이 될까?'
세하가 주머니에서 꺼낸것은 구 모양의 물체였다. 여러 임상시험에서 큰 데미지를 줄 수 없었기 때문에 전투부적합 판정을 받았지만 행운의 징표로 하나 챙겨 다니던 디멘션볼 이었다.
실낱같은 희망을 앞세워 디멘션볼을 개방한 세하는 곧바로 의식을 잃은 슬비에게 뛰어갔다. 슬비가 누워있는 곳은 이미 피웅덩이가 되어있었다. 뒤에서 익숙한 폭음이 들려왔지만 뒤돌아볼 여유조차 없이 슬비의 머리를 받쳐 올린 세하는 자신의 캡슐을 물어 터뜨렸다. 달달한 액체가 캡슐에서 터져나와 입 안에 고였다. 세하는 망설임 없이 슬비의 입에 입을 맞추고서 캡슐의 내용물을 그녀의 입 안에 흘렸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