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저씨하고 세하가 나오는 짭글] F.F
아저씨의매력은무궁무진해 2017-04-29 0
(F)ast (F)ood
*주의! 이 글은 굉장히 건전합니다!
*근데 남정네 둘 밖에 안 나옴!
*내용도 짧음!
촌티 나는 선글라스로 눈매를 가린 청년(이라고 부르기도 뭐한 나잇대지만.)이 소파에 털썩 앉으며 생각을 곱씹었다. 간만에 얻은 휴식 시간이 이렇게까지 그리워진 적은 과거의 차원전쟁 이후로 꽤 오랜만에 생긴 것만 같은데. 작은 규모로 시작해서 여기까지 오는 데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린 건지……. 손가락을 쥐락펴락 하며 제 나이를 세어보곤 검은양 팀의 일과들을 같이 생각하니 애들을 돌보는 시간이 껴서 더 늙어가는 것만 같더라. 하지만 기분이 썩 좋지 않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어른이 된다는 건 정말 허무한 과정이라 여겨도, 지금은 역시… 10점에서 10을 부정하는 것보단 6:4로 고치는 게 낫겠지. 물론 부정 측은 6이겠지만. 그래도 연락을 받고 나왔던 시기보다는 꽤 많이 나아진 거 같군. 어린 애들로 뭐하는 짓이냐 따지고 있던 게 엊그제 같았는데. 사람이 아무리 한결같게 있으려 해도 결국에는 조금씩 변하기 나름이겠지. 그래.
소파에 뉘인 몸을 흐느적하게 늘여놓곤 제 뒷목을 툭툭 두드렸다. 앞으로도 오래 살아갈 몸인데, 너무 일찍 병든 거 아니냐. 억울하긴 하지만 차마 불만을 토할 수도 없었다. 제 푸념을 남에게 털고 싶지 않은 심정 덕이었을 거다. 잠이나 청할까 하고 소파에 앉았던 몸을 밀어 올려 눕고는 선글라스를 벗으려고… 했으나. 문고리에 낮선 이의 손이 걸치는 소리가 들렸다.
“아저씨. “
……라고, 백발의 청년을 부르는 목소리가 귀에 스쳤다. 문고리를 당겨 문짝을 끄는 데까지는 누구인가 싶었건만, 익숙한 목소리에 청년은 편히 소파에 누워있는 자세로 고개를 들었다. 이세하구나. 타이밍도 참 절묘하지. 청년은 꿍얼거리며 벗으려다 만 선글라스를 다시 제 눈가에 밀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일이야, 세하 동생. “
”먹을 거 사왔어요. 테인이가 외출이란 걸 오랫동안 해보고 싶다고 해서……. “
“그래… 아, 아니, 응? 너, 아이들하고 놀아줄 성격이 아니지 않았나?”
“유리가 신이 나서 나까지 반 강제적으로 끌고 갔거든요.”
“저런.”
지쳤다는 듯 축 처진 눈빛으로 멋쩍게 웃어 보인 세하의 표정에 안쓰럽다는 듯 고개를 두어 번 내저었다. 대충 세하의 표정만 훑어볼 때는 몰랐는데, 뭘 사오기라도 했나 싶어서 제이는 세하의 손에 시선을 두어보았다. 단순하게 짜진 예상대로, 세하의 손에는 갈색 종이봉투가 들려있었다. 익숙하게 봐온 문구와 기름진 냄새에 제이는 당황한 시선으로 세하에게 말을 걸었다.
“…… 도, 동생. 혹시 먹을 거란 게…….”
“왜요?”
“내가 건강 챙겨야 할 몸인 거 알잖아, 동생은.”
“알고 있어요.”
“알고 있으면서도 사온 거야?”
“건강을 죽어라 챙기는 것도 알고, 아저씨가 이걸 좋아한다는 것도 알고 있는데.”
무심하게 제이의 말에 반격을 퍼붓는 세하의 태도에,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이었단 걸 말한 적이 없음에도 그것을 족집게처럼 정답을 집은 세하의 공략 능력에 제이가 크게 놀랐다. 아침에도 건강, 점심에도 건강, 저녁에도, 밤에 건강 타령을 하는 늙은이 냄새가 나는 아저씨가 좋아하는 음식이 기름지고 싸구려 티가 팍팍 나는 햄버거라는 것 자체가 예측하기는 힘든 부분이었을 거라 생각하니 당연하기도 하겠지. 정곡에 찔린 말 따라 움찔거린 제이가 다시 말을 이었다.
“대체 그런 건 어디서 알아온 거야.”
“내 직감으로요.”
“뭐?”
“농담이에요. 베로니카… 누나가 알려줬죠, 뭐. 아저씨하고 같은 팀이었다고 했잖아요.”
“…….”
“모두가 똑같은 걸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 그 공식은 NPC 공략 때도 성립되는 부분일 거고.”
누나한테 조언을 구해봤어요. 세하는 어깨를 으쓱이곤 종이봉투 안에서 따끈한 햄버거 냄새를 풍기는 것을 꺼내 내밀었다.
“그래도 안 되는데.”
“에이, 오늘 하루만. 딱 한 번만이라도 챙기라고요.”
“그래도, 이걸 먹게 된다면 얻는 마이너스만큼 약을 챙겨야…….”
“또 그 소리예요? 진짜로 그렇게 나오실 거면 돌려줘요. 유리한테 줘버리게.”
세하와 제 손에 쥐고 있는 햄버거를 번갈아가면서 쳐다보곤 한참 동안이나 골머리를 앓았다. 그래도 남 성의를 생각해줘야겠지. 무심한 애인 줄 알았는데, 주변인에게 물어보면서까지 조사할 줄은 예상에도 못 뒀단 말이야. 제이는 짧은 시간을 들여, 세하가 퉁명스레 쳐다보는 것을 통해 과거의 자신을 겹쳐보곤 어이가 없어 작게 웃었다. 비슷하구나. 갑작스레 웃는 제이의 표정에 세하는 왜 저러는 걸까 싶으며 제이의 대답을 기다리기만 했다.
눈매를 숨기는 선글라스 덕에 어디 나사가 하나 빠진 듯한 얼굴 덕에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세하는 짐작을 할 수가 없었다. 고민을 늘어놓는 때에 결정적인 판단을 내리겠다는 것일까, 제이가 입을 열곤 작게 끄덕이며 말했다.
“세하 동생의 말대로……. 그래, 오늘 하루만 먹는 걸로 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