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세末世. - 회상 - 국제 공항 (2)

염향 2017-04-03 1


 콰앙 - ! 쾅 - !


 고막을 터트릴 정도로 거대한 굉음들이 연달아 울려퍼진다. 땅이 뒤집어지고, 작은

 건물들이 내려앉는다. 그 여파로 먼지가 비산하여 시야를 가려버린다. 그리고 이내

먼지를 뚫고 날아오르는 인영이 있었다. 단발 분홍머리의 소녀. 검은양 팀의 리더인

이슬비였다. 특기인 염동 위상 능력으로 날아오른 이슬비는 허공에 떠올라 두 손을

들어올리자 먼지의 안개 속에서 돌덩이, 구겨진 철판, 부서진 플라스틱 보드 등 각종

기물들이 떠올라 그녀의 주변으로 둘러진다. 그와 동시에,


탕 탕! 쾅! 퍽퍽퍽!


 그녀의 염동력에 떠오른 덩어리들은 사방에서 날아온 총탄, 레이저, 포탄 등을 저지

하며 터져나갔다. 그로 인해 다시 먼지의 비산이 이뤄지고 그녀의 모습이 가려진다.

그리고 먼지 속에서 위상력을 입은 칼날들이 빛살처럼 쏟아져 나왔다.


" 으악! "

" 크억! "


 칼날들은 최신예 장비로 무장한 테러리스트, 베리타 여단의 단원들을 휩쓸었다.

하지만 적들은 인원이 많았다. 또 다시 총탄, 레이저, 포탄 등의 폭격이 그녀에게로

쏟아졌고 그녀는 다시 전과 같이 각종 기물들을 염동력으로 끌어올려 방어를 하고

땅에 내려섰다. 그 순간 -


삐빅 - 쾅 !


 하이딩 되어있던 대위상 지뢰가 작동하였고, 다시 급하게 떠오르며 염동력으로 폭

발을 밀어내며 방어를 취한 이슬비. 그러나 지뢰가 작동한것은 순간이었고, 그녀가

급하게 끌어올린 위상력 또한 그리 굳건한 보호막이 되어주지 못했다.


" 꺄악 ! "


 그녀의 가녀린 체구가 허공을 날며 튕겨져 나갔다.


" 슬비야! "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허공 중의 이슬비를 낚아채는 이가 있었다. 긴 생머리를 휘

날리며 한손에는 이슬비를 낚아채내고 다른 한손에는 기다란 장검이 들려있다.

검은양 팀의 서유리였다. 그리고 그 잠깐의 순간이 지나간 후에는 다시 그녀들에게로

베리타 여단의 무자비한 폭격이 쏟아진다. 서유리가 입술을 지긋이 깨물고 막막하게

 앞을 처다보는 찰나.


" 합! "


 기합소리와 함께 그녀들의 전방으로 건블레이드라 불리우는 대검을 든 소년이 잔

영을 남기며 나타난 뒤 대검을 크게 휘두른다. 그리고 그 결과는 놀라운 것이었다.


 콰과광 - !


 눈에 선명히 보일정도로 강력한 위상력이 뿜어져나오며 전방의 폭격을 모조리 분

쇄시켜 버린 것이었다. 그 압도적인 광경에 공격을 하던 베리타 여단의 단원들마저

순간 얼어붙어 버린다.


" 어떻게 저 어린 나이에...! "

" 염동력의 계집애도 성가신데 저런 괴물이...! "


 여단의 단원들이 얼어붙은 사이로 그 위로 반짝이는 빛덩이 하나가 쏘아져 내려와

그들의 중앙에 정확히 박혔다.


 쾅.


 단원들이 놀라며 그것의 정체를 확인하려고 돌아보고 그것이 하나의 거창임을 확인

한 순간 거창으로부터 어마무시한 위상력의 폭풍이 휘몰아치며 그들을 휩쓸었다.

비명을 지를새도 없이 십여명의 인영이 모조리 '갈려'나갔다.


 턱.


 그 처참한 광경의 원인인 거창을 잡아채는 작은 손이 있었다. 작은 체구, 새하얀 피

부, 싸늘하게 조소하며 눈을 번뜩이고 있는 거창의 주인.


" 모두. 죽어버려. "


싸늘하게 끊어 말하며 거창을 쥐는 이는 바로 검은양 팀의 미스틸테인이었다.


" 테인. "


 그 모습을 못마땅한 듯 쓴 표정을 지으며 처다보던 대검의 소년, 검은양 팀의 이세

하가 미스틸을 부르자 화들짝 놀라며 미스틸이 어색한 표정으로 미소지었다. 그것도

잠시 이내 미스틸이 표정을 굳히며 훌쩍 날아오른다. 그리고 그 자리에 포탄이 날아

들어 폭발이 일어나고 폭발의 여파로 날아오는 돌무더기를 위상력이 한 껏 담긴 건블

레이드로 일일이 처내며 이세하가 외쳤다.


" 서유리! 이슬비를 데리고 물러서! "


" 아니. 난 괜찮아. "


" 슬비야! "


 순간 주변의 기압이 변한 것을 느낀 이세하가 멈칫하였고 서유리가 이슬비의 이름을

외쳤다. 그리고 이마가 찢어져 피범벅이 된 얼굴로 서유리의 품에서 몸을 일으킨 이슬

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 테러리스트들... 절대 용서할 수 없어. "


 말과 동시에 퍼져나가는 강대하고도 세밀한 위상력. 그리고 전방위에 생성되는 거대한

워프홀 동시에 주변에 주저앉았던 작은 건물이 또 다른 워프홀에 삼켜지며 사라진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전방위의 워프홀로 소환되는 건물.


쿠구구궁 - !


" 으음... "


 그 모습에 침음을 삼키는 이세하.


' 이게 인간과 인간이 싸우는 무자비한 전장의 광기인가... '


 게임으로는 많이 접해보았지만 실제로 접하는 인간끼리의 동족살해의 현장에 선 이세

하는 몇일전부터 치루고 있는 이 살육의 현장에서 점점 자신의 도덕적 무언가가 마모되

어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검은양 팀의 다른 이들에게서 그 모습이 외부에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 또한 보고 있었다. 이게 아니라는 생각과 함께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드는

모순적인 이성에 이세하는 혼란스러웠다.


' 심지어 저 냉정하고도 정의론을 주장하는 이슬비마저... '


 첫 날의 전투에서는 미스틸과 제이를 제외한 모두가 구토와 멀미등을 일으키며 지극히

혼란스러워 했으나, 그것이 둘째 날이되고 셋째 날을 넘어서면서 혼란보다 분노라는 격

렬한 감정이 몸을 지배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정의로운 대의명분은 이쪽에 있었고,

테러리스트라는 악의 이름은 저쪽에 있었으므로 도덕적 관념이나 생명 존중의 가치관

따위는 뇌리에서 점점 잊혀져갔다.


' 더 이상 전투를 진행하다가는... 나는, 우리는 변해버리는게 아닐까? '


 아니면 이미 변해버린걸까... 라고 생각하며 이세하는 다시 건블레이드를 고쳐 잡고 전

장으로 몸을 날렸다. 이미 이세하 자신의 손에도 십수명의 테러리스트의 피가 묻어 있

었으므로 마음은 혼란스러웠으나 몸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 그나저나 이 아저씨는 어딜 간거지? "

2024-10-24 23:14:47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