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제이유정] 추파
멜라루카 2015-02-07 9
클로저스/제이유정
추파
W. 멜라루카
1.
구로역에 도착해서 늘 그래왔듯, 검은양 팀의 일원들을 작전구역으로 보냈다. 늘 그래왔듯. 늘 그래왔듯. 항상 해왔던 일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따라 왜 이렇게 불안한걸까. 유정은 역사에 있는 벤치에 앉아 잘근, 입술을 깨물었다. 보낸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탁, 타닥, 하는 발소리와 함께 검은양 팀의 일원들이 속속 도착하기 시작했다. 테인이, 슬비, 유리, 세하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이. 상태를 보기위해 그들쪽으로 다가간 유정은 깜짝,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제이씨! 팔이!"
"응? 지금 걱정해주는건가, 유정씨?"
"세상에……. 어쩌다 이러신거에요!"
"이거, 유정씨가 걱정해주니 좋네."
"팀의 일원이니 당연하잖아요!"
진심? 거짓? 유정은 제이의 말에 작게 한숨을 내쉬곤 제이의 팔을 잡았다. 제법 깊게 패인 상처에 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근처에 있던 은이가 다가와 제이의 상처를 보고 놀라 호들갑을 떨자 제이는 유정에게 했던것과 똑같이 행동했다. 자신에게 했던 행동과 똑같이 하는 제이에 유정은 질투아닌 질투를 느끼곤 상처만 치료해주고선 걸려온 전화를 받으러 살짝 뒤로 물러섰다. 그런 유정을 바라보고 제이를 바라본 고등학생 세명은 동시에 고개를 가볍게 젓고서는 제이에게로부터 살짝 떨어졌다.
2.
"지금부터 신강고로 이동할꺼야. 이동은 선우 란씨에게 부탁해."
"옛써!"
검은양팀을 뒤로하고 유정은 특경대 대원들과 이동했다. 늘 그래왔듯 제이는 란이에게도 추파를 던지고 있었지만 정작 란이는 무심했다. 란이의 바이크에 시동이 걸리고, 란이의 성격이 바뀜과 동시에 검은양팀은 낯빛이 새하얘졌다. 죽을것같아. 유리의 중얼거림에 모두 동조하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신강고에 도착하자마자 유리는 세하의 손을 잡고 자신들의 반으로 뛰어올라갔다. 슬비는 곁에 있던 테인이의 손을 잡고 학교 안내를 시작해줬고, 제이는 유정에게 향했다.
"음?"
유정에게 가던 중, 유정이 누군가와 얘기하는걸 발견하고 제이는 그쪽으로 향했다. 유정의 앞에 있는건 다름아닌 예쁜 여자. 금발의 머리를 한쪽으로 올려묶은, 몸매도 좋은 여자였다. 제이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 유정은 큼큼, 제이의 헛기침 소리에 뒤를 바라봤다.
"제이씨? 언제왔어요?"
"방금. 근데 이쪽은?"
"Hi~ 캐롤리엘 이에요, 캐롤 이라고 불러주세요~"
여성스럽고 간드러지는 목소리에 제이는 아아, 작게 웃었다. 이름이 제이에요? 캐롤의 질문에 제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다정해보이는 둘의 모습에 유정은 번갈아 바라보다 이내 홱, 뒤돌아 은이쪽으로 걸어갔다. 제이가 따라오겠거니. 꽤 멀리 떨어지고나서 뒤를 돌아보았지만 유정의 뒤에는 휑한 고등학교의 복도만이 있을 뿐, 제이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설마 싶어 교무실의 문에서 슬쩍 바라보자 역시나. 캐롤에게 추파를 던지고 있는 제이를 발견했다.
3.
"캐롤씨는 쉬는 날에 뭐하나?"
"Oh. 저는 실험을 한답니다."
"실험?"
"Yes! 차원종의 샘플로 하는 실험이요. 굉장히 재밌답니다."
"그래서 연구원이 된거구만."
"네, 맞아요."
다정히 대화를 나누는 두사람의 모습에 욱씬, 가슴 언저리가 아파왔다. 유정은 교무실 문에서 벗어나 은이의 곁으로 다가왔다. 왜그러냐는 은이의 질문에도 유정은 추욱, 늘어져있었다. 그렇게 세하와 유리, 슬비와 테인을 임무를 보내곤 제이를 기다리는데 싱글벙글, 웃으며 걸어오는 제이의 모습에 울컥, 왠지 모르게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래, 유정씨. 이번엔 어디로 가면 되지?"
"신강고등학교 본관으로 가주세요. 애들도 다 거기에 가있으니까요."
"저런, 우리 애들 먼저 보낸ㄱ……"
"왜 제이씨 애들이죠?"
"응?"
"그 아이들은 제가 관리하는 아이들이에요, 따지고 보면 제이씨 아이들은 아니지 않나요? 혹시 그 '우리 애들' 에 저도 포함된다면 그건 정중히 사양하고싶네요."
"어, 어? 유정…씨?"
"빨리 본관으로 가셔서 애들이나 도와주세요."
그럼 이만. 유정은 그렇게 말하고선 손에 들고있던 서류철로 시선을 옮겼다. 유정이 화난 이유를 전혀 모르는 제이는 어리둥절하다 이내 신강고 본관으로 향했다. 멀어지는 제이의 뒷모습을 보며 유정은 으으……. 작게 앓는 소리를 내더니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그리곤 콩, 콩. 주먹을 말아쥐곤 제 머리를 치기 시작했다.
"멍청이. 제이씨한테 화내서 어쩌자는거야……."
4.
"얘들아, 할 말이 있는데."
본관의 정리가 끝나자마자 제이는 모두를 붙잡고 진지한 톤으로 말을 꺼냈다. 처음 보는 제이의 진지한 모습에 유리는 까르륵, 웃으며 아저씨, 그런 모습 안어울려요! 하고 말했지만 제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유정씨가 나한테 화를 냈어."
"네?"
"유정 언니가요?"
"누나가 아저씨한테 왜요?"
"그게…."
똘망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테인을 무릎에 앉힌 제이는 모두를 향해 낱낱이 말하기 시작했다. 캐롤과 얘기하고 와서 임무를 받을때 '우리 애들' 을 운운한것, 그 얘기를 들은 유정이 격하게 화를 낸것. 제이의 얘기를 듣는 동안 아이들의 표정은 점점 싸늘히 식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곤 이내…….
"어후, 답답해라! 유정 언니가 아저씨를 좋아하니까 그런거잖아요!"
"……엥?"
"맞아요. 딱 봐도 누나가 아저씨를 좋아하는거네요."
"……그, 그게 무슨!"
"언니가 아저씨를 좋아하는데 아저씨는 캐롤 언니한테 작업걸고 그러니까 언니가 화난거잖아요! 그치, 세하야!"
"응. 유정 누나도 불쌍하지. 왜 아저씨를 좋아해서는……."
"확실히, 유정언니에게 고백하는게 좋은것같아요, 제이 아저씨."
슬비마저 확고한 대답을 주자 제이는 모두의 말에 거한 충격을 받는 듯, 한동안 어버버 한 표정으로 앉아있기만 했다. 그런 제이에게 얼른 고백하세요! 유리가 마지막으로 직격타를 선물하고는 모두 유정에게로 돌아갔다. 한동안 가만히 앉아 생각하던 제이도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나 유정에게로 향했다.
5.
"유정씨, 나 좀 **."
"네?"
제이의 말에 유정은 아까 자신이 화낸것에 대해 뭐라 하려고 하나 싶어 살짝 긴장된 표정으로 제이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평소와는 달리 진지한 모습에 꿀꺽, 절로 침이 삼켜졌다. 제이는 자신의 앞에 있는 유정의 손을 꼭, 잡았다. 갑작스런 제이의 행동에 당황한 유정이 뭐하는 짓이냐며 손을 빼내려 할때, 제이가 입을 열었다.
"유정씨."
"네, 네?"
"좋아해."
"……네에?"
"그동안 유정씨 마음 몰라줘서 미안해. 나도 유정씨 좋아해."
"……그, 그게 무슨…!"
제이의 말에 유정의 얼굴은 걷잡을 수 없이 붉어졌고, 그런 유정을 보던 제이는 하하, 크게 웃고는 유정을 제 품에 가뒀다. 제이의 품에 안긴 유정은 으…. 작게 앓는 소리를 내고는 품 안에 편히 안겼다.
6.
"제이씨."
"응?"
"오늘도 캐롤한테 저녁먹자고 하셨다면서요?"
임무를 받던 도중, 유정의 말에 제이는 슬쩍,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자신은 티를 안내겠다고 용쓰는것같지만 딱 봐도 나 질투해요. 하는 느낌이 있다. 대놓고 웃을 수 없는 제이는 입꼬리만 올려 웃고서는 유정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장난이지, 당연히. 다녀올게 유정씨."
내일은 어떻게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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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블로그에 있는 클로저스 단편소설은 다 퍼왔습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