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가 주마등을 경험하는 이야기

흑신후나 2017-03-05 4

----------------------------------------------------------------------------------------------------------------

 

삶이란 것은 참으로 덧없는 것이였다.

 

자신이 죽지 않으려 수단과 방법을 썼지만 흐르는 세월앞에서는 무력하듯이 사람의 목숨이라는 것은 자기 마음대로 조종할 수가 없는 것이다.

 

"세하야! 정신차려! 세하야!"

 

나의 목숨또한 시간이 다 되면 저절로 꺼질 것이였기에 대강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이세하! 죽지 마! 죽으면 안돼!"

 

이렇게 빨리 꺼질 목숨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조금 더 성실한 생활을 할껄 그랬나보다.

 

"동생! 정신을 붙잡아! 정신을 놓으면 끝이야! **....의료반은 언제 오는 거야! 다 죽어가는 거 안보여?"

 

"형..."

 

모두의 목소리가 비참하게 내 귀로 흘러들어왔다. 온 몸에 힘이 빠지고 시야가 좁아지면서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졸음이 나에게 다가왔고 그 반동으로 내 눈은 점점 감기기 시작했다.

 

"제발...제발.."

 

"안돼!"

 

슬비는 나의 손을 잡고서 있지도 않는 신에게 기대어 기도했고, 유리는 나의 몸을 흔들며 비명을 질렀다.

 

그 소리를 마지막으로 나는 정신을 잃었다.

-----------------------------------------------------------------------------------------------------------------

나에게 죽음은 갑작스럽게 다가왔다.

 

데이비드가 지고의 원반을 흡수하며 시작된 최후의 전투는 악전고투 끝에 점점 기세가 우리에게로 넘어오고 있었고, 그 완강하던 데이비드마저도 우리들에게 함락되어 점점 패배로 치닫고 있었다.

 

"이런.....신에게 바쳐질 '제물'따위가...감히...감히..나를!!""

 

그는 최후의 발악을 시도했고, 우리들에게 거대한 구체가 오고 있었다.

 

하지만 허무하게 공격은 불발되었고,

 

"별빛에...."

 

공격의 여파로 주춤하던 데이비드의 위에서 나는...

 

"잠겨라!"

 

최후의 일격을 날렸다.

 

일격은 제대로 들어갔고, 데이비드는 쓰러졌다. 그가 쓰러지는 것을 확인하고서 우리는 기나긴 싸움이 끝이 남을 확인했다.

 

싸움의 끝을 확인하자. 우리들의 몸은 최대로 받은 피로에 하나 둘 씩 쓰러졌고, 모두가 바닥에 쓰러졌다.

 

"드....드디어...끝난거지?"

 

"그...런 것 같아."

 

유리의 슬비는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한껏 상기된 표정은 여러모로 기쁨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절망으로 변하기 까지는 오래걸리지 않았다.

 

"아직....끝나지....않았다..."

 

데이비드는 아직도 죽지 않았다. 악마같이 일어서 있는 모습에 우리들은 그대로 얼어붙을 수 밖에 없었다.

 

"너희들을...내 길동무로 삼아주마...."

 

데이비드는 마지막 힘을 쥐어 짜내듯이 위상력을 모았다. 검은색의 구가 모여들기 시작했고, 그것을 단숨에 폭발력을 담아서 빛을 모으기 시작했다.

 

슬비와 유리였다. 데이비드에게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그들을 데이비드가 노렸고, 그 구체는 그들을 향해서 날아갔다.

 

"죽어라!"

 

반사적으로 나간 것은 내 몸이였다. 어디서 나왔는지도 모르는 힘으로 앉아있는 몸을 일으켜 세우고, 그 구체를 몸으로 막았다.

 

순식간이였다. 몸에 맞은 구체는 회전을 더하며 팽창했고, 그것으로 인해서 내 몸에서는 피가 솟구쳤다. 아득한 기분이 들고 어지러웠다. 땅이 하늘이였고, 하늘이 땅인 것만 같았다.

 

아직 정신을 잃을 수는 없었다. 넘어가는 정신을 혀를 깨물어서 잡았다.

 

"이거나.. 먹어라!"

 

마지막으로 장전된 건블레이드를 휘둘러 공파탄을 쐈다. 데이비드에 정확히 명중한 공파탄은 굉음을 울리며 터졌고, 데이비드의 육신은 먼지가 되어서 사라졌다.

 

그 이후 내 몸은 쓰러졌다. 비릿한 피맛이 내 혀를 쏘아붙였고, 몸에서 나오는 탄내음이 내 코를 적셨다.

--------------------------------------------------------------------------------------------------

다시 정신이 들었다.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다. 아무것도 없는 새하얀 곳이였다. 어느곳이 정면이고, 어느곳이 측면인지 알 수 없는, 마치 무(無)의 공간같았다.

 

'나..죽은 건가?'

 

일어나서 걸었다. 공격을 받았을 터인 몸은 웬일인지 가벼웠고, 부상도 없었다.

 

계속해서 걸었다. 걷다보니 어디선가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익숙한 소리야.'

 

익숙한 소리를 따라서 가보니, 오후의 공원이 나에게 펼쳐저 있었다.

 

약 5년 전 없어진 놀이터의 사이로 어린아이들이 둥그렇게 모여 있었고, 그 속에서는 한 아이가 있었다.

 

"괴물 주제에!"

 

모인 아이들은 하나같이 험악한 얼굴로 안의 아이를 괴롭히고 있었다.

 

어떤 아이는 조소하고 있었으며, 어떤 아이는 손가락질 했고, 심한 아이들은 발로 흙을 차서 아이에게 뿌리거나 아이의 주위에 침을 뱉기도 했다.

 

"엄마가 눈 색깔이 다르면 가까이 가지 말라고 했어! 괴물이라고."

 

"괴물이 우리를 죽일지도 몰라!"

 

게속해서 폭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금색의 눈을 가진 아이는 가만히, 그저 가만히 눈을 피하고 고개를 숙일 뿐이였다.

 

바로 이세하. 자신이였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자신의 미래가 확인한다. 참으로 역설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이런게 주마등이라는 건가? 정말 주마등 한번 가혹하네..'

 

어린시절의 기억이 암전되었고, 다시 밝아졌다. 이번에는 중학교의 기억이였다.

 

"아니야!"

 

"크억!"

 

중학교 교복을 입은 자신과 친구 한 명이 보였다. 그 친구와는 중학교 때 싸운 친구였다.

 

"뭐가? 넌 괴물이야. 단지 사람의 흉색을 한 괴물이라고! 뭐, 내가 틀린 말 했어? 여기 있는 애들 모두! 네가 사람이라고는 생각 안 해 **! 괴물아!"

 

"으아아아아!"

 

그 녀석의 머리를 주먹으로 때렸가. 바로 기절한 친구였지만 그 녀석을 나는 한참을 때렸다.

 

"...알파퀸의 아들이라면, 힘을 바르게 사용해야 한다."

 

선생님이였다. 선생님은 화를 내며 나에게 달려들었다. 잘못은 한 것은 그 친구였지만 내가 더 혼이 났었다.

 

"괴물주제에..."

 

선생님의 한마디에 나는 그 자리를 도망쳤다.

 

그 때의 기억이 다시금 떠올랐다. 정말 더러운 기분이였다. 나도 모르게 힘이 빠졌다.

 

힘없이 앞을 걸었다. 하지만 나오는 것은 하얀색의 공간 뿐이였다.

 

괴로웠다. 정말 괴로웠다. 어릴 때의 기억은 정말 잔인하게도 나에게 다시금 비수를 꽃았고, 나는 또 다시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보고싶어.'

 

다시 한번 밝아지는 공간. 그곳에서는..

 

"야! 이세하! 게임기 안 끌래?"

 

"야. 이것만 하다가 끝낸다고 했잖아!"

 

"세하 너는 게임 중독인 것 같애. 그러지 말고 우리 한번 차원종들이나 잡자고! 잡으면 실적도 올라갈 거고~  그러면 우리는 정식요원도 될 수 있다고! 그거 알아? 정식요원은 4급 공무원이래!"

 

"동생. 게임하다가 눈 나빠진다. 건강이 최고야. 그런 의미에서 이 형님의 특제 야채 주스를 마셔보는 건 어때?"

 

"우웅... 형 놀아줘요~"

 

팀원들이 있었다.

 

중학교 이후로 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 다시는 친구를 사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런 상황에서 엄마가 보낸 '검은 양'은 그저 할 일 없는 방과 후 활동에 불과했다.

 

처음에는 그저 놀이 삼아서 이 일을 하게 되었다. 싫증나면 관두려고 설렁설렁 일을 처리했고, 게임기를 놓지 않았다.

 

그렇지만...

 

모두와 일을 해결해나가면서, 모두가 성장해 가면서, 점점 마음을 열었다. 그들이 있었기에 나는 지치지 않았고, 그들이 있었기에 나는 눈 앞에 닥친 적들을 물리칠 수 있었다.

 

점점 해결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동료들도 늘어났다.

 

"어머~ 세하군. 반가워요. 우리 같이 게임해** 않으실래요?"

 

언제나 나에게 능청스럽게 다가오는 하피씨.

 

"이세하. 그 게임이라는 것은 재미있나?"

 

무표정이지만 마음씨가 느껴지는 티나씨.

 

"행! 그 따위 게임, 이 나타님이 모조리 클리어 해주지!"

 

자신감 넘치는 나타.

 

"저...저도 게임을 해보고 싶어요..세하님..

 

쑥쓰러워하는 레비아.

 

"과연.이것이 게임이라는 것이군요?"

 

기품이 넘치는 바이올렛.

 

그 밖에도 많은 곳을 거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유대를 쌓아갔다. 정말 행복한 순간이였다.

 

화면이 마지막으로 암전되었다 밝아지며 다시한번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모습은 쓰러져 있는 모습과 그 주위에 모두가 모여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바로 방금전에서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이였다.

 

"세하야! 제발 죽지마!"

 

슬비는 내 몸을 쉼없이 주물렀다. 여전히 요지부동인 나의 몸을 그 가녀린 손으로 주물러댔다.

 

"아저씨..세하 죽는 거 아니죠? 그렇죠?"

 

유리는 버틸 힘이 없었는지 제이 아저씨의 몸에 기대어 울고 있었다.

 

"..크윽..."

 

제이 아저씨는 나의 몸과 유리를 보면서 탄식을 하고 있었다. 노란색 선글라스 사이로 물이 흘러나왔다.

 

"으아아앙! 형 죽지마세요!"

 

테인이는 주저 앉아서 울었다.

 

장소는 옮겨졌다.

 

"빨리 의료팀을 보내지 않고서 뭘하고 있어요? 의료팀이 갈 수가 없어요? 아니, 지금 사람이 죽게 생겼는데 그 소리가 나와요? 지금 저희 팀의 클로저가 죽게 생겼다구요! 빨리 보내달란 말이에요!"

 

임시정부의 막사 안이였다.

 

그 속에서 유정이 누나는 무전기에서 소리를 꽥꽥지르고 있었다. 저런 모습은 난생 처음보는 순간이였다.

 

"제발....제발.... 저희 아이 좀 살려주세요...네?"

 

누나는 눈물을 흘렸다.

 

"....."

 

트레이너씨는 아무말 하지 않고서 서 있었다. 많이.. 정말 많이 지쳐보이는 얼굴이였다.

 

"**!"

 

트레이너씨는 바닥을 손으로 내리쳤다. 바닥이 울렸다.

 

그 주위로 늑대개 팀이 모여있었다. 이번 작전에는 후방지원을 하다 물러나 있었기 때문에 임시정부에 막사 안에 있었다.

 

"죽지마...죽지말란 말이야!"

"안돼요...세하님.."

 

"......"

 

"이세하...."

 

"유감이군요."

 

각자의 모습에서 눈물이 흘러나오는 모습이 나의 눈 앞에서 벌어졌다.

 

'하하. 이렇게나 슬픔을 받다니. 나 좀 기쁜데..하하하...'

 

애써 웃음으로 달래어본다. 하지만 달래어지지 않는다. 눈물이 다시 왈칵 쏟아져 나왔다.

 

"죽고 싶지 않아! 난 죽고 싶지 않아! 이제야! 제대로 지키고 싶은 사람들이 생겨났는데. 이제야 친구들도, 사랑하는 사람들도 생겼는데 죽고 싶지 않아!"

 

마음 속에서 토해내었다. 나는 죽고 싶지 않았다. 정말로 죽고싶지 않았다.

 

"아직.... 친구들 한테 고맙다는 인사도 못했다고.. 아직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아한다고 말 못했다고...제발......한 번만이라도 좋으니까... 다시 기회를 주세요.. 신이시여.."

 

쓰러지며 울었다. 정말,,, 다시 한번만이라도....

 

"세하야."

 

무의 공간에서 다시금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고는 나에게로 다가왔다.

 

익숙한 목소리, 익숙한 모습 그는...

 

"아.....빠...?"

 

우리 아빠였다.

 

"그래 세하야. 너는 아직 여기로 오면 안된다. 다시 돌아가. 돌아가서 제대로. 모두에게 인사하렴.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아빠.."

 

"사랑한단다. 세하야. 너도 남을 사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구나."

 

아빠의 손짓에 정신이 아득해진다. 다시금 정신을 차렸을 때는 최종결전의 장소였다.

 

"허억!"

 

가쁘게 숨을 내쉬었다. 다시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었다. 시야가 다시 트이고 입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죽다가... 살아났네.."

 

모두의 모습이 보였다. 각자가 놀란 얼굴을 하고서 있었다. 마치 기적을 본 것 마냥 말이다.

 

"세하야!"

"이세하!"

"동생!"

"세하형!"

 

모두가 나를 껴안았다. 정말... 따뜻했다. 나도모르게 눈물이 흘러나왔다.

 

"모두들 정말 고마워...그리고 사랑해."

 

모두를 껴안으며 나는 작게 속삭였다. 어둠이 걷히고 하늘이 밝아왔다. 문이 닫히고 세상은 평화를 되찾았다.

 

더 이상 놓치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은.

------------------------------------------------------------------------------------------------

 

2024-10-24 23:14:21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