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타×레비/현대물] #8그녀는 자기 마음을 확신하지 못한다.
Respiratory 2017-03-05 3
"으음..이거랑...그리고 이거랑..."
화창한 일요일 아침.
나는 아침식사를 마치고 외출을 하기 위해 짐을 꾸리고 있었다.
공부할 과목의 교과서와 문제집과 함께 아침에 만들어 놨던 도시락도 잘 정리해서 가방에다가 집어넣었다.
"....좋아. 이제 슬슬 가볼까?"
만나기로 약속한 도서관은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기에 너무 여유부리다간 늦을지도 모른다.
외출복으로 갈아입은 나는 싸뒀던 짐을 챙겨서 집을 나왔다.
인근 지하철을 타고 세 정거장 정도 이동하자 곧 눈앞에 커다란 도서관이 눈에 들어왔다.
"아,레비아~!여기야 여기~!!"
도서관 출입구 앞에서 기다리던 미스틸이 자신을 발견했는지 손을 흔들며 불러댔다.
"안녕 미스틸? 일찍 왔네?"
"아니야. 나도 온지 얼마 안됬어."
"그래? 그나저나...선배는 아직 안오셨나?"
주위를 둘러봤지만 오기로한 선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우웅...그래서 말인데 정말 오는거 밎아? 그 선배말이야."
"응. 분명 오신다고 그러셨어. 그렇다고 약속을 어기실 분도 아니고."
자존심이 강해 자기가 한말을 물리거나 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렇게 미스틸과 같이 잡담을 나누며 기다린지 10분 가량 지났을 때였나?
저 멀리서 익숙한 푸른색 인영이 이쪽으로 달려오는게 보였다.
"아,오셨다. 선배~ 여기에요~."
소리쳐 부르지 그 쪽도 나를 알아봤는지 바향을 바꿔서 이쪽으로 달려오셨다.
"하아..하아...느,늦어서 미안하다...하아...젠1장..."
한참 전부터 뛰어왔는지 선배의 숨은 거칠었고 얼굴고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자세히 보니 이마에는 굵은 땀방울이 흘르고 있었다.
"하하. 괜찮아요. 근데 무슨 일 있으셨어요? 왜 그렇게 뛰어 오신 거에요?"
"아, 그..그게 말이지..."
선배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결국 한숨과 함께 이유를 설명해 주셨다.
"에휴 ..아니...내가 어제 새벽까지 작업을 좀 한다고...그래서 버스에서 잠시 눈좀 감는 다는게 그대로 잠들어 버렸지 뭐냐."
"에? 새벽까지요? 그럼 많이 피곤하시 겠다. 그치?"
미스틸을 말마따나 선배의 눈밑에는 연하지만 다크써클이 내려 앉아있었고 달려온 것 때문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상당히 피곤해 보였다.
"그...많이 피곤 하시면 딱히 저희 공부 도와주지 마시고 돌아가셔서 쉬셔도 상관 없는데..."
"아아...걱정말라고. 늦은 시간까지 작업해본게 하루 이틀일도 아니고. 자자. 그만 떠들고 들어가자고."
내 제안을 거절한 선배는 우리 둘의 등을 밀며 도서관 안으로 들어가길 제촉했다.
선배의 등쌀에 떠밀려 도서관으로 들어선 우리는 비어있는 창가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나와 미스틸이 나란히 앉고 선배가 반대쪽에 앉는 형태로 앉은 우리는 곧바로 시험 공부에 들어섰다.
나와 미스틸을 가져온 문제집을 펴고 문제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참고서나 학교에서 나눠준 프린트 같은 것들이 어느새 책상을 가득 매워갔다.
그와 대조적으로 선배의 책상 앞에는 몇권의 노트만 올려져있고 한산했다.
딱히 기출문제 같은 걸 푸는 것도 아니고 선배는 그저 공책에 옮겨적은 내용만을 눈으로 훓으며 확인할 뿐이었다.
그에 의아해하던 미스틸이' 그렇게 해서 공부가 되나요?'라고 물어보기까지 했다.
그에 대한 선배의 대답은 더 황당했지만.
"내 경우엔 그렇게 문제를 풀면서도 전교 1등 못하는 너희가 이상하다만?"
선배의 말에 따르면 자신은 이제껏 문제로 공부를 한적이 거의 없다고 한다.
수학이나 과학같은 특정 공식이나 응용이 필수적인 과목이면 몰라도 국어나 영어 같은 경우는 수업시간이나 자습시간에 메모해 놓은 정보만 훓어도 어지가한 수준 이상의 점수는 맞을수 있다나?
수학과 과학도 점수가 높고 어려운 문제 위주로 몇 문제를 풀어본게 다라고 한다.
어지간한 문제는 그걸 응용하면 풀린다나?
'...결국 선배가 천재라는 소리잖아요...'
딱히 자랑하는 기색이 없는걸 보면 자신은 자신의 머리가 뛰어나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도 물어보는 질문들은 전부 자세하게 설명해주었기에 공부는 순롭게 진행되어 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오후1시에 가까워질 무렵이었다.
"후아....배고프다..."
속에서 느껴지는 공복감에 집중이 잘 되지 않는지 미스틸이 결국 펜을 내려놓으며 중얼거렸다.
"그러고보니 밥때가 다 되긴 했군..."
"그럼 식사를 하고 다시 공부를 해볼까요?"
공부하던 자료들을 적당히 정리한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조용히 자리를 옮겼다.
도서관 뒤쪽에 자리한 넓은 공터.
거기엔 공부하다가 지쳐 몸을 움직이거나 바람을 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애초에 운동을 목적으로 온 가람들도 꽤나 있었다.
"아,저기 자리 비었다."
그런 공터 구석에 나무 그림자로 적당히 가려진 장소를 확인 한 우리는 그곳으로 가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자,여기 두사람 몫의 도시락이에요."
"우와~ 맛있겠다. 고마워 레비아~"
"흠...뭐 잘 먹으마."
두사람에게 아침에 싸온 도시락을 나눠준 나는 밥을 먹는 와중에 틈틈히 두사람의 반응을 살폈자.
만들어온 도시락은 김도시락이었다.
한입 사이즈로 뭉친 밥을 김으로 싼뒤 한통에 10개씩 담아두고 그와 같이 먹을 오이 냉국과 김치나 장조림 같은 짭짤한 반찬들로 반찬칸을 채웠다.
도시락을 싼게 처음은 아니지만 역시 남에게 자신이 만든 음식을 맛보여주는 것은 언제나 긴장될 따름이다.
다행히 두사람은 아무 불평없이 도시락을 먹었고 특히 미스틸이 먹는 내내 맛있다는 표정을 얼굴에 걸고있었다.
"후아~잘먹었어 레비아. 맛있었어!"
"응. 칭찬 고마워 미스틸."
"...나도 잘 먹었다."
다먹은 도시락을 건네준 선배는 입가심거리를 사러 간다며 도서관 내의 매점으로 향했고 미스틸 또한 그 뒤를 따라갔다.
나는 두사람에게 적당한 음료를 부탁한 뒤 빈 도시락 통을 정리해서 다시 공부하던 자리로 돌아갔다.
잠시후 마찬가리로 돌아온 두사람이 사온 음료로 입가심을 한뒤 우리는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영어 지문을 독해하던 도중 해석이 애매한 부분이 생겨 나는 조용히 선배를 불렀다.
그런데 아까까지만 해도 재깍재깍 반응하던 선배에게서부터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의아해 하며 고개를 들어보니 한손으로 턱을 괸 채로 책을 읽는 자세로 선배는 잠을 자고 계셨다.
아마 안그래도 어제밤 늦게까지 작업을 했던 탓에 피곤했던 몸이 점심식사 후의 식곤증까지 겹쳐지자 버티지 못한 것이리라.
어차피 선배의 도움이 필수적인 수학이나 과학같은 과복은 이미 오전중에 질문이 끝났기에 나는 미스틸에게 선배가 깨어나지 않게 조심하자는 주의를 주곤 다시 공부쪽으로 관심을 돌린다.
하지만 공부하는 중간중간 내 시선은 교과서의 지문에서 벗어나 맞은편의 선배의 자는 얼굴로 옮겨졌다.
평소 날카로운 인상과 달리 잠들어 있는 선배의 얼굴은 인상이 부드러워져서 tv에 나오는 연예인들 조차 고개를 숙일만한 미모였다.
미모라는 표현을 일반적인 남자의 외모를 칭찬하는데 쓰는게 이상할지도 모르지만 선배의 모습을 표현하는데 이보다 적합한 표현은 없으리라.
날카로운 턱선과 평소의 겉보기에는 차가워 보이는 푸른 눈빛은 남성스러움을 강조하는 반면 갸름한 얼굴과 일반인 보다 창백한 새하얀 피부 그리고 목 아래까지 내려오는 기다란 머리칼은 여성스러움이 느끼껴지게 했다.
거기에 몸의 라인조차 너무 가늘지도 너무 두껍지도 않은 필요한 근육만 발달시킨 가늘고 늘씬한 몸이라 선배의 모습은 멋지다는 생각과 함께 예쁘다는 생각 또한 동시에 들게했다.
그 증거로 도서관에 있는 사람들은 남녀 가릴거 없이 잠들어 있는 선배의 보습을 힐끔거리기 바빴다.(여자수가 압도적으로 많긴 했지만.)
그런데 문득 나는 자신이 선배를 바라보는 시선드 그중에서도 특히 여성들의 시선에 묘한 불쾌감을 느끼는 것을 깨닳았다.
'내가 왜 이러지?'
물론 시선의 중심인 선배라면 동물원 원숭이 꼴도 아니고 이게 뭐냐며 자신에게 집중되었을 시선을 불쾌해 했을 것이다
그런데 제3자인 자신은 왜 불쾌한 감정을 느끼고 있지?
그런 의문이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결국 선배는 저녁시간이 되어 집으로 돌아갈 때쯤에야 잠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공부를 끝까지 봐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저녁을 사주고자 하셨다.
처음엔 거절했지만 이렇게라도 안하면 보답을 다 치루지 못한 것 같다며 선배가 우기셨기에 결국 우리는 선배에게 이끌려 근처 음식집에서 밥을 얻어먹었다.
신사가 끝나자 선배는 가볼 곳이 있다며 계산을 마치고 어디론가 달려가셨기에 나는 미스틸하고 둘이서만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탔다.
"...그런데 말이야..."
버스를 타고 한창 집으로 돌아가던 도중 미스틸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레비아 너랑 나타 선배랑 무슨 사이야? 혹시 사귀는 사이야?"
"에에?! 그, 그런거 아니야...!"
갑작스레 던져진 너무나 당혹스런 질문에 나도 모르게 큰소리로 답해버렸다.
"그런 것 치곤 너랑 선배 묘한 분위기를 풍기던데? 아니 애초에 레비아 니가 나말고 다른 남자랑 어울린 경우가 거의 없잖아?"
날카롭게 날아들어오는 미스틸의 질문에 나는 진땀을 흘리며 해명에 나섰다.
"서..선배하고는 우연히 만나서 알게된 사이야. 딱히 많이 친하지도 않고 그냥 서로 부탁하면 들어주는 사이일 뿐이라고...."
"정말? 정말로 그 선배랑 아무일 없었어??"
귀엽게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어오는 미스틸에게 나는 필사적으로 부정했다.
"저, 정말이야 선배하고는 아무일도 없었어....!!!
'최근에 모델일 해준거랑 영화를 같이 본거 빼고는..'
속으로 얼마전에 있었던 선배와의 부끄러웠던 일들을 떠올리면서 나는 미스틸에게 해명했다.
"흐음~아니면 별로 괜찮지만...."
결국 추궁을 포기한 미스틸을 자세를 바꿔 바깥의 경치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그에 나도 한숨을 내쉬며 긴장을 풀었다.
그리고 속으로 조용히 생각해 보았다.
'나는 선배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거지?'
분명 선배는 좋아한다.
까칠해 보이지만 언제나 자신을 신경써 주시고 도와주니까.
하지만 그게 한사람의 남자로서 좋아하냐고 묻는 다면 그건 답하기 애매하다.
그리 오래 살진 않았지만 이제껏 살면서 누군가를 남자로서 좋아해본 적은 몇번인가 있다.
그런데 그때 느꼈던 감정과 선배로부터 느껴지는 감정을 비교해보면 뭔가 비슷하면서도 어딘가 다르다.
그렇기에 나는 내가 선배를 좋아하는지 확신할 수가 없다.
확신할수 없기에 나는 그저 이 의문을 마음속에 담아둔다.
그와 동시에 머릿속으로 또다른 의문을 떠올린다.
'선배는...날 어떻게 생각하고 계실까?'
창밖의 하늘을 올려다보며 나는 그 생각을 머릿속에서 되새겨본다.
복잡한 자신의 머릿속과는 반대로 해가진 하늘을 구름 한점 없이 맑았으며 살며시 떠오른 초승달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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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저번주에 클립보드의 오류로 #3를 다시 올렸다가 몇시간 후에야 눈치채고 고치는 불미스런 사고가 있었지만 즐감하시고 추천과 댓글을 남겨주시고 가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잘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