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세하유리] 의무실

멜라루카 2015-02-07 15

클로저스/세하유리

의무실

W.멜라루카

1.

​'유리야, 지금 당장 벚꽃길로 향해줘! 차원종 경보야!' 아아, 조금 느긋하게 쉬나 했는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검은색 긴 생머리를 가진 소녀, 유리는 꿀같은 휴식시간이 차원종으로 사라짐에 이를 으득, 갈았다.

"단방에 처리해주지!"

오늘따라 의욕이 과다하게 들어간 상태로 전장으로 향하는 유리를 바라보며 제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렇게 가면 크게 다칠텐데. 그렇게 생각하고서는 먹고있던 약을 마저 단숨에 들이키곤 자러 향했다. 으랴으랴! 기합소리를 내며 전장으로 향하는 유리를 슬비가 붙잡았다. 붙잡힌 손목을 바라보던 유리는 슬비의 얼굴로 시선을 옮겼다. 제법 걱정한다는 티가 물씬 뿜어져나오는 얼굴로 슬비는 유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슬비야?"​
"조심해. 다치지 말고."

"아, 응! 고마워!"

유리는 슬비를 향해 환히 웃어주고는 벚꽃길로 파견나가는 은이의 차에 올라탔다. 멀어져가는 차를 바라보던 슬비는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연락을 하곤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2.

"결과 보고할게요, 누나."

"아, 세하야. 어서와. 다친곳은 없고?"

​ "네."

유리가 벚꽃길에서 한창 싸우고있을 무렵, 대공원에서의 소탕작전을 끝마치고 온 세하가 유정에게 경과 보고하러 들렀다. 무전기를 내려놓으며 세하를 맞이한 유정은 세하의 시선이 무전기에 꽃힌것을 단박에 눈치채고는​ 어흠, 작게 헛기침을 했다. 그제야 유정을 향해 시선을 돌린 세하를 보며 유정은 웃었다.

"결과 보고 하러 왔다며.​ 무전기만 보고있을꺼야?"

"아, 네. 이상하게 대공원, 분명 며칠전에 소탕했는데도 굉장히 많은 차원종이 우글거리고 있었어요."

"그래? 그 외 이상한점은 모르겠고?"

"글쎄​ㅇ……. 누나 저 핸드폰 좀 잠시-"

"응, 그래."

유정에게 결과 보고를 하던 도중 울린 핸드폰을 꺼낸 세하는 액정에 뜬 내용에 인상을 찌푸렸다. '유리 오늘따라 기합이 잔뜩 들어가있더라. 뭐 좋은일 있나봐? -이슬비'. …기합이 좋았다고? 기합이 좋았다는데 왜이렇게 불안하지. 세하는 액정을 한참동안 바라보다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3.

​ 아야야. 유리의 입에서 저절로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마지막 남은 한놈을 죽일때 마지막에 살짝 방심했는지, 왼쪽 팔을 제법 깊게 베였다. 움직일때마다 피가 떨어지는건 물론이요, 욱신거림은 상처의 동반자였다. 뚝뚝 피를 흘리는 유리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놀람과 당황, 그리고 걱정이었다. 그런 그들을 향해 괜찮다며 웃어버리고는 유정에게로 향했다. 다치지 않은 오른손으로 노크를 하고 문을 열고 들어서자 유정의 앞에 서있는 세하가 옆으로 살짝 비켰고, 유정과 세하는 밝게 인사하며 들어오는 유리의 팔을 보고 기겁했다.

"유, 유리야! 너 팔이!"

"야, 서유리!"

"에? 까, 깜짝이야- 왜 둘다 소리를 지르고 그래~"

태평하게 소리지르는 두사람에게 헤실 웃어보이는 유리를 보며 유정은 미간을 짚었다.​ 유정의 앞에 서있던 세하는 왼팔에서 피를 뚝뚝 흘리며 들어오는 유리를 바라보며 표정을 있는대로 구겼다. 있잖아요, 언니- 운을 띄우며 유정을 바라보던 유리는 자신의 앞을 막아서는 세하에 의해 발을 멈췄다. 그리곤 있는대로 구겨진 표정의 세하를 의아하단 표정으로 바라봤다.

"세하야, 너 얼굴이 왜그래?"​

"너 일단 나좀 따라와."​

"응?"

"누나, 얘 잠깐 데려갈게요."​

"응, 제발 부탁이니까 데려가​…."

한숨 섞인 유정의 말에 유리는 정말 의미를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세하에게 붙들린체 그의 뒤를 졸졸 따라갔다. 분노가 느껴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유리는 크게 혼날것같다는 예감과 동시에 자신이 왜 혼나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4.

유니온 내부에 있는 의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세하는 유리를 의자에 앉혀놓고 약상자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런 세하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유리는 슬금, 몰래 밖으로 나서려 했다.

"앉아."

세하의 화난 목소리에 나가려던 발걸음을 돌려 다시 의자에 앉은 유리는 약상자중에서 소독약과 거즈, 붕대를 찾아 온 세하의 얼굴을 바라봤다. 할 말은 많은데 치료만 하고 할꺼야. 하는 표정의 세하의 얼굴을 바라보던 유리는 자신의 상처를 바라봤다. 세하는 유리의 맞은편에 앉아 피를 닦아주고, 소독약을 발라주고, 거즈를 댄 뒤 붕대를 감아주었다. 금새 치료가 끝나 나 그럼 유정언니한테 갈게! 하고 일어나려 했으나 오른쪽 손목을 잡고있는 세하로 인해 그러지도 못했다.

"너는 진짜​…."

"왜그래, 세하야~ 늘상 있는 상처잖아, 안그래?"

"늘상 있는 상처라도 이건 정도가 심했잖아, 바보야!"

"어, 어?"

"평소보다 더 깊이 베였잖아! 이랬으면 누나한테 오지 말고 바로 의무실로 왔어야지!"

"그, 그치만 결과보고​……."

"결과보고보다 니가 더 중요해, 니 몸이 더 중요하다고.​ 알았어?"

"으, 응…."

제법 강력하게 나오는 세하의 말에 유리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할수 밖에 없었다. 그런 유리의 행동에 세하는 그제서야 굳은 표정을 풀고 미소를 띄고선 유리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화가 풀렸음을 확실히 알 수 있는 손길에 유리 또한 미소를 띄고 세하를 바라봤다.

5.

한편 의무실 밖

"아아.. 젊은애들한테 밀려난 늙은이의 심정이란…."

약을 받기 위해 의무실을 찾은 제이는 훈훈한 분위기를 풀풀 풍기고 있는 둘의 모습을 보고선 의무실 옆 벽에 기대 쪼그려 앉아 있었다.

-

2024-10-24 22:22:54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