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

하이드에남캐라며 2017-03-05 0

늦은 밤, 조용히 울프팩 팀의 개개인을 분석하고 작전지역을 할당하던 데이비드의 방문 앞에 한 소년이 나타났다. 당당하지 못하게, 쭈뼛쭈뼛. 형,자? 데이비드는 코 끝에 걸쳐있던 안경을 올리며 대답했다. 아직은 아니. 고개를 들지 않아도 누군지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이곳에서 자신을 형이라고 부를 사람은 단 한 사람밖에 없었으니까.

"음, 그게... "
"또 꿈을 꿨구나."
"...응."
"같이 잘래?"
"응!"


손목에 찬 시계를 보니 이미 새벽 두 시. 데이비드는 자리에서 일어나 제 앞에서 베개를 들고 자신을 바라보는 소년의 손을 잡았다. 그래, 형이랑 자자. 데이비드는 굳이 소년이 무슨 꿈을 꾸었는지 묻지 않았다. 처음 자신을 찾아왔을 때와 같은 꿈이라는 것을 알기에. 위상력이 국가적 비밀인 상황에서 손에 꼽히는 위상력을 갖고 태어났던 아이. 아이의 부모는 파란 눈에 은발로 태어난 제 아이를 괴물이라 여기며 이름과 생일 하나 적은 쪽지와 함께 고아원 앞에 버렸다.  차원문이 열리고 전쟁이 시작되어 유니온에서 위상력자를 관리하기 전까지 이곳저곳 고아원을 옮겨다니며 자란 그 아이는 버림 받는 것에 익숙했지만 익숙하지 않았다. 데이비드는 그렇게 버림을 받았던 제 이름을 스스로도 버린 아이, 제이를 침대에 눕혔다. 제이는 종종 악몽을 꾼다고 세 번째 심리 상담에 털어놓았다.

"난, 가끔, 태어난 날 나를 버리는 엄..어머니, 아버지의 꿈을 꿔요."

...기억일까요? 그 말과 동시에 그 어린이의 눈에서 눈물이 투둑, 떨어졌다. 남자와 여자가 괴물이라며 혹 남자는 바람이 아니냐며 여자를 폭행했고 그 여인은 아니라고 발악하다 자신을 버린 후 죽어버리는 그런 꿈. 어린 나이에 차원종이라는 듣도보도 못한 괴생물체를, 사람을 위해서지만 죽여야 한다는 것이 정신적인 충격을 가져다 줄 수도 있기에 시작한 심리상담이었지만 제이는 그 수준을 뛰어 넘는 아픔을 갖고 있던 아이였다. 

"..더, 이상.. 버려지는 건.. 싫은데.."

그 말을 듣고 데이비드는 저도 모르게 제이의 손을 붙잡았다. 우리는, 아니. 나는 널 버리지 않을게 제이야. 눈물을 멈추려 숨을 크게 내쉬고 있던 제이는 결국 소리내어 울음을 터뜨렸다. 데이비드는 제 앞에서 울고 있는 평범한 소년을 끌어안았다. 그렇게 한참을 울던 제이는 데이비드의 가슴팍에 큰 눈물자국을 남기고 품에서 떨어졌다. 살면서 누군가의 앞에서 이렇게 솔직한 감정 표현을 한 것은 처음이라며 멋쩍은 듯 자신의 머리를 긁적였다. 넌 클로저이기 전에 소년이야. 인류를 구하기 전에... 어리광 정도는 부러도 된다고. 데이비드는 제 옆에 누운 제이의 머리를 헝클였다. 조금만 기다려, 형도 이 지긋지긋한 차원전쟁을 끝내려고 많이 노력중이니까. 너처럼 직접 싸우진 못하지만 이 전쟁을 끝낼 방법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 다니고 있으니까. 너같이 어린 소년이 다신 전쟁에 참가하지 않는, 다시 위상력이나 차원종이 없던 그 세상을 만들자.


*

스토리가 업데이트 되기 전 데이비드의 대의를 상상하며 적었는데..지금은 데이비드 나쁜 **..
2024-10-24 23:14:20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