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세하유리] 학생
멜라루카 2015-02-07 10
※ 차원종따위 없는 평화로운 학교생활_페러렐
클로저스/세하유리
학생
W. 멜라루카
1.
안녕! 좋은아침~ 분주한 아침 등교길. 등교시간이 임박해서 그런지, 뛰는 애들이 굉장히 많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한 소녀. 허리까지 내려오는 검은색 긴 생머리에 앞머리의 일부는 빨간색 삔으로 고정한, 푸른색 눈동자의 소녀. 교복 명찰에 적혀있는 이름. '서 유 리'. 다른아이들보다 월등히 빠른 달리기 실력으로 아슬아슬하게 세이프. 유리의 뒤에 있던 애들 몇몇은 닫힌 교문을 바라보며 한숨을 쉴 뿐이었다. 교실에 도착한 유리는 제 친구인 정미의 앞으로 다가가 앉았다.
"야호, 오늘도 세이-프!"
"넌 어떻게 된 애가 매일 지각을 밥먹듯이 할뻔하니?"
"에이, 정미야~ 좀 봐줘~"
"보나마나, 밤새 검도 연습했지?"
"아하하.."
"곧 대회 결승이니까 이해는 하겠지만 적당히 해, 네 몸 버리는 일이야."
"알았어!"
정미의 애정어린 충고에 유리는 환히 웃으며 고갤 끄덕였다. 그런 유리를 바라보며 못말린다는 듯, 가볍게 고개를 두어번 저은 정미는 제 앞에 있는 유리를 제 자리로 돌려보냈다. 유리가 자리에 앉음과 동시에 앞문이 열리며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유리는 정미쪽을 돌아보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2.
2교시가 끝나고, 3교시 시간표를 확인한 유리는 아싸! 환희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뭔데? 곁에 있던 정미도 시간표를 확인한 후, 표정을 구겼다. 3교시는 체육. 정미가 제일 싫어하며 유리가 제일 좋아하는 과목이었다. 빨리빨리, 를 외치며 탈의실로 향하는 유리의 뒤를 정미는 한숨을 내쉬며 뒤따랐다. 빠른 스피드로 체육복을 갈아입고 나온 유리는 교실로 돌아왔을 때, 게임을 하고있는 세하를 발견하곤 그의 앞으로 다가가 앉았다.
"야, 이세하! 3교시 체육이야, 왜 준비 안해?"
"이번판만 깨고."
"그 판 깨고 체육선생님한테 깨지려고?"
"……."
"그러니까 얼른 갈아입고 와~"
유리의 말에 세하는 게임의 일시정지 버튼을 눌러서 정지시켰고, 한손에는 체육복, 한손에는 게임기를 들고 탈의실로 향했다. 이어 들어오던 남학생들은 세하와 유리를 번갈아 보더니 히죽, 웃었다. 그 웃음에 기분나쁜 유리는 남학생들의 머리를 한대씩 때리고선 체육관으로 향했다.
3.
학교가 끝나고, 유리는 자연스럽게 세하의 앞으로 다가갔다. 제 앞에 드리워진 그림자에 세하는 고갤 들어 위를 바라봤다. 자신을 바라보며 생글생글 웃고있는 유리를 발견하고는 세하는 슬쩍 고개를 돌렸다. 그런 세하의 앞에 턱하니 앉으며 세하의 책상에 팔을 올리고는 그의 가방을 움켜쥐었다. 가방이 잡힌 세하는 자연스럽게 유리를 돌아볼수밖에 없었다.
"…왜."
"와플 먹으러 가자, 세하야!"
"…와플?"
"응! 며칠전에 정미랑 가서 같이 먹었는데 진짜 맛있어! 가자, 세하야!"
"……게임해야 되는데."
"에이, 게임은 집에가서도 할수 있잖아! 와플 먹고 가자, 응?"
"하아……. 알았어."
"아싸! 가자, 가자!"
세하의 대답에 유리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세하의 팔을 잡아끌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세하의 팔짱을 끼고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밖으로 나가는 유리를 정미는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리곤 작게 중얼거렸다.
"쟤가 나랑 와플을 먹으러 간적이 있던가?"
4.
오늘도 어김없이 점심시간에 교실에는 유리와 정미, 둘뿐이다. 다들 밥먹으러 식당에 내려가는 반면, 유리는 매점에서 사오거나 학교 오는 길에 사오는 빵을 먹기에 유리를 혼자 둘수 없다 생각한 정미가 도시락을 싸오기 시작했더니 어느순간부터 점심시간에 교실엔 둘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밥을 먹던 정미가 유리를 빤히 바라보다 툭, 한마디 던졌다.
"그래서, 이세하랑 진도는 어디까지 나갔어?"
"풉!"
정미의 말에 유리는 먹고있던 우유를 살짝 뿜었다. 유리의 태도에 깜짝 놀란 정미가 뭐, 뭐야. 왜그래! 하고 외쳤고 유리는 미안, 하고 말하며 휴지를 가져다 튀긴 우유를 닦아냈다. 그러면서도 유리의 머릿속엔 정미의 말이 맴돌고 있었다.
"그, 그게 무슨소리야, 정미야?"
"뭐야. 너네 사귀는거 아니었어?"
"어?"
"너네 사귀는 줄 알았는데."
"왜?"
왜냐니. 정미는 어이없는 유리의 말에 하. 작게 헛웃음을 흘리곤 유리를 향해 조곤조곤 설명하기 시작했다. 게임할때 곁에 누가 있는걸 끔찍히도 싫어하는 이세하가 너만은 곁에 두고 게임을 했다는것, 게임 도중에 누가 말거는거 싫어하는 이세하가 네 말에는 하나하나 대답해주는 것, 이리저리 끌려다니는거 싫어하는 이세하가 너한테만은 예외라는거. 정미의 말을 들은 유리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것이, 정미가 한 말들이 전부 맞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너네가 사귀는 줄 알았는데."
"정미야 …. 그, 그게…."
"응?"
"시, 실은 나 세하를 좋아하는데…. 세하는 어떨지 모르겠어…. 그, 그리고 고백이나 이런것도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어…."
"유리야……."
"그래서 나는-"
5.
"나는 이대로가 좋아…."
툭. 문을 열기 위해 올렸던 세하의 손이 허공을 가르며 떨어졌다. 그리곤 슬금, 뒷걸음질 쳐 벽에 등을 기댔다. 주르륵. 그 상태 그대로 미끌어져 바닥에 주저앉았다. 화악. 잔뜩 새빨개진 얼굴을 제 손으로 가린 세하는 자신이 들은 말을 곱씹었다. 나를 좋아한다. 유리가. 자신이 잘못들은게 아니라면 분명 유리는 자신이 좋다고 했다. 그렇지만 고백같은걸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다며 이대로가 좋다, 고……. 이대로가 좋아? 아니, 난 안좋아. 세하는 자리에서 일어나 뒷문을 열고 반으로 들어갔다.
"어? 세, 세하야?"
들은건 아니겠지? 라는 표정으로 정미를 바라보는 유리의 앞으로 다가간 세하는 유리의 손을 잡고서 교실 밖으로 나왔다. 뒤에서 따라오는 유리가 세하야? 야, 이세하! 내 말 안들려? 이세하! 하며 계속 외쳤지만 계속 무시한 체, 학교 옥상으로 올라왔다. 언제나 그랬듯이 열려있는 문을 열고 들어가 유리를 마주보고 섰다. 갑자기 똑바로 바라보는 세하에 유리는 살짝 당황한듯, 그리고 부끄러운듯 양 뺨이 붉어졌다.
"서유리."
"으, 응."
"좋아해."
"…어?"
잘못 들은게 아닌걸까 하는 표정으로 자신을 보는 유리가 귀여워보이는지, 세하는 평소에는 보기 드문 미소로 웃으며 유리의 앞으로 한발, 더 다가왔다.
"좋아한다고, 서유리."
"…… 지, 진짜야?"
"진짜. 뭣하면 여기서 다 들리게 외칠수도 있어."
"…해, 해줘."
세하의 말에 유리는 긴장한 표정으로 세하를 보며 해달라 말했고, 유리의 말에 세하는 난간으로 다가가더니 크게 숨을 들이셨다. 그리곤,
"신강고등학교 2학년 C반 서유리는 오늘부터 2학년 C반 이세하 여자친구다!"
크게 외치고선 유리를 향해 뒤돌았다. 잔뜩 붉어진 얼굴로 세하를 바라보던 유리는 달려가 세하의 품에 안겼다. 갑작스레 달려와 안긴 유리에 놀랐지만 이내 부드럽게 유리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나, 나도 좋아해, 세하야-"
이날 이후로 둘은 교내 닭살 커플이라고 불리기 시작했다나 뭐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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