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단편] Hello Mr.my Yesterday (안녕 어제의 나)
Articulus 2017-02-28 3
※ 일러두기
1. 욕설과 과격함 함유.
2. 유니온 임시본부 스토리까지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3. 캐릭터 붕괴가 있습니다.
4. 이 단편 내용은 제 인생노래인 Hello Mr.my Yesterday(일본판)의 가사를 기반으로 합니다.
1년 전 오늘, 세계는 크게 뒤바뀌었다. 한 때 유니온 신서울지부의 지부장의 자리에까지 오른 자가 유니온과 싸우기 위해 자신이 이끄는 군단을 데리고 유니온의 총본부인 뉴욕을 침공하였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이 사건은 종결되었지만, 당시의 충격은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큰 충격으로 남아있다.
19년 전의 차원전쟁은 인류사의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이 인간을 적대시하며 전쟁을 준비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던 모든 국가는 새로운 적으로 차원종과 맞닥뜨리게 되었고, 차원전쟁의 발발과 함께 신세계질서가 유니온을 중심으로 지구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위상력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라면 모두 유니온의 통제 아래 자유를 제어당하며 살아야만 했고, 그들은 원하지 않는 힘을 원하지 않는 곳에 써야만 했다. 이타적인 몇몇의 클로저들과 유니온은 그것을 사명이라는 말로 잘 포장했지만, 나에겐 그 사명이라는 말이 그렇게 우스운 것이었고 냉담한 것이었다.
강남을 시작으로 나는 클로저로서의 삶을 시작하였지만 여전히 나만의 자유를 억압당한 채 유니온 아래에서 있기를 싫어했고, 계속되는 싸움과 만남 속에서도 클로저가 왜 그렇게 살아야하는지에 대해서도 여전히 답을 찾을 수 없었다. 나는 그저 유니온이 지급해주는 보수에 합당한 일을 해주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했고, 사명 없는 직업으로서 클로저로서 살아왔다. 유니온은 나에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던 중 결국 1년 전 오늘, 나는 유니온은 사라져야만 하는 조직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강남을 시작으로 수많은 차원종을 격퇴하면서도 나는 유니온이 필요악이라고 생각하였고, 그것을 부정하려는 생각 따윈 하지 않았다. 하지만 데이비드에 의해 침공당한 뉴욕에서 알아버린 진실은 더 이상의 희망을 그곳에서 찾을 수 없게 나의 모든 눈과 이성을 가리었다. 차원종에 의해 차원전쟁이 시작된 것이 아니라 인간의 탐욕이 차원전쟁을 일으키고 그들의 탐욕을 이어받은 것이 바로 지금의 유니온이라는 사실과 그 탐욕의 결정체인 엄마의 클론 실험은 나의 마음이 유니온을 떠나도록 만들기에 너무나도 충분했다.
파괴된 뉴욕의 거리로 작전을 나간 우리 검은양 팀 앞에 나타난 애쉬와 더스트에게 나는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을까.
“나를 받아줘.”
“그 말, 진심이야?”
“나는 유니온에게 복수하겠어.”
날 말리던 팀원들의 목소리는 나의 의지를 저지하지 못했다. 놈들에게 이끌려 이계로 떠나가던 나를 보며 눈물 흘리던 슬비와 유리, 그리고 나를 애타게 부르며 끝까지 눈을 떼지 못하던 아저씨와 테인이를 뒤로 하면서 나는 무심하게 그들의 곁을 떠나갔다.
그 이후로 아무도 나를 찾지 않았다. 검은양 팀은 그 날 이후로 해체된 것인지 소식조차 들을 수 없었고, 내가 애쉬와 더스트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이계에서 본래의 차원으로 돌아갈 때쯤이면 클로저들이 나를 쓰러뜨리기 위해 모여들었고 나는 그들과 싸워야만 했다. 그들은 나를 더 이상 사람으로 보아주지 않았고, 나 역시 그들을 유니온의 충실한 개로만 생각할 뿐 그들을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무모할 정도로 나에게 덤비던 놈들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렇다 할 승리조차 거두지 못한 채 퇴각하거나 눈을 감았고, 아무런 생각 없이 나를 공격하던 이들의 수는 눈에 보일 정도로 줄어갔다. 맹세코 나는 그들을 죽이는 데에 있어서 단 한 순간의 망설임도 한 적이 없었다. 나는 그들을 사람으로 생각한 적이 없었고, 사람을 죽인 게 아니라 자신의 본모습도 모르고 사람에게 달려드는 어리석은 금수(禽獸)를 벌해준 것에 지나지 않기에 나는 살인자조차도 아니었다.
특히나 그들이 클로저로서 차원종이 되어버린 나를 상대하기 위해서 공격해온 것이 아니라, 나중에 알고 보니 유니온은 나의 목에 특수요원 승급이라는 포상을 걸었고 이 기회에 한 몫을 두둑하게 챙기려던 이들이 나를 공격해 왔었던 것이었다. 탐심을 유발하여 한 사람의 목숨을 거두려고 하는 모습은 정말 유니온다웠다.
그러던 중 어느 날 그들은 방침을 바꿨고, 나를 상대하기 위해 나와 초면인 클로저들을 보내는 것을 그만두었다. 즉 관계를 맺었던 이들을 주축으로 나를 상대하게 하였다.
처음엔 늑대개이었다. 나타와 레비아 그리고 하피 씨를 시작으로 하여, 바이올렛 씨와 하이드 씨, 마지막엔 트레이너 씨와 티나 씨가 차례로 나를 공격해왔다. 나는 그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그들을 쓰러뜨려야만 했고, 그들의 몸에 결국 손을 대고 말았다. 나의 이성은 그들을 공격해서는 안 된다고 수없이 외쳤지만, 살아남고자 하는 욕구는 나의 이성을 좀먹고 그들을 공격했다.
특히나 그들이 클로저로서 차원종이 되어버린 나를 상대하기 위해서 공격해온 것이 아니라, 나중에 알고 보니 유니온은 나의 목에 특수요원 승급이라는 포상을 걸었고 이 기회에 한 몫을 두둑하게 챙기려던 이들이 나를 공격해 왔었던 것이었다. 탐심을 유발하여 한 사람의 목숨을 거두려고 하는 모습은 정말 유니온다웠다.
그러던 중 어느 날 그들은 방침을 바꿨고, 나를 상대하기 위해 나와 초면인 클로저들을 보내는 것을 그만두었다. 즉 관계를 맺었던 이들을 주축으로 나를 상대하게 하였다.
처음엔 늑대개이었다. 나타와 레비아 그리고 하피 씨를 시작으로 하여, 바이올렛 씨와 하이드 씨, 마지막엔 트레이너 씨와 티나 씨가 차례로 나를 공격해왔다. 나는 그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그들을 쓰러뜨려야만 했고, 그들의 몸에 결국 손을 대고 말았다. 나의 이성은 그들을 공격해서는 안 된다고 수없이 외쳤지만, 살아남고자 하는 욕구는 나의 이성을 좀먹고 그들을 공격했다.
원래는 부상만 입히는 것으로 끝내려고 했다, 하지만 끝에 가서는 결국 그들의 목숨을 끊어놓아야만 했다. 그들은 늑대개라는 이름처럼 한 번 나를 물면 집요할 정도로 놓아주지 않았기에 이것만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결속력이 무척이나 강한 그들은 동료를 잃게 되자 더 이상 나를 이세하로 보아주지 않았고, 나를 죽여야만 하는 무언가로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나는 똑같은 참극을 되풀이하였다.
한 때 공동전선을 이루었던 전우들과 이런 식으로 싸움을 하는 것은 결코 원하던 바가 아니었고, 그들의 피가 묻은 손을 나는 수없이 물에 닦아내었다. 하지만 사라지지 않는 피 냄새는 코 근처에서 아른거렸고 지워지지 않는 혈흔이 내 온 몸과 손에서 나를 살인자라고 외쳤다. 그렇기 때문일까, 수없이 부정해도 살인을 하였다는 인식은 절대로 나의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살인? 아니야, 그들은 사람이 아니야. 사람은 여기 있잖아? 바로 너 말이야.”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있어? 생존은 그 어떤 것보다 가장 우선되는 거야. 너는 지극히 사람다웠어, 이세하.”
그들을 죽여야만 했던 사실에 주저앉아버린 나에게 남매는 위로를 남겼다.
그들의 말대로이다. 만약 그들을 죽이지 않았다면, 나는 이미 죽어서 없어졌을 것이다. 그렇지만 도저히 나는 살인을 합리화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이 결코 사람 외의 것으로 여겨지지 않았기에.
그로부터 일주일 후, 애쉬와 더스트는 나에게 또 다시 유니온을 공격할 것을 지시했다. 다시 돌아간 내부차원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건, 다름 아닌 검은양 팀이었다. 유니온은 늑대개마저 나를 없애는데 실패하자 이번에는 검은양을 보낸 것일까?
나를 제외한 네 명의 팀원들, 그러니까 테인이, 아저씨, 유리, 슬비는 다짜고짜 싸움을 걸어온 것이 아니라 처음에는 이야기를 걸어왔다. 그들의 이야기는 자수해서 법의 심판을 받고서 다시 함께하자는 이야기이었다. 처음에는 너무나도 달콤한 이야기였지만, 이런 의심이 들었다. 자수를 하게 된다면 나는 사형을 당할게 뻔한데, 이들은 나에게 어째서 죽음으로 찾아가라고 하는 것일까. 나는 그저 살아남기 위해 지금 이 자리까지 왔는데 이제는 스스로 죽으라니,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일까. 그들은 나를 죽이고 싶어 하는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나는 도저히 그들을 공격할 수 없었다. 유니온은 나에게 조금의 동정심이라도 남아있다면 그들을 쉬이 공격할 수 없으리라는 생각을 했을 테고, 그 예상은 정확히 적중하여 나는 그들에게 손 끝 하나 댈 수 없었다.
나는 그들에게 더 이상 찾아오지 말 것을 요구했고, 그 말대로 그들은 더 이상 나를 찾아오지 않았다. 나는 아마 그 때, 그들에게 이런 바람을 가지고 있었는지 모른다. 말은 그렇게 했을지라도, 제발 나를 데리고 이 미쳐버린 일상에서 나가달라고. 하지만 아무도 나의 바람을 읽어내지 못했고, 그들은 내 눈 앞에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이제 완전히 버림받았다.
누구에게 기댈 곳은 없고, 나는 이제 철저히 홀로였다.
유니온에게 복수하겠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이 길을 택했지만, 이제는 절망과 슬픔만이 남았다. 나는 동료들을 죽였고, 동료들을 마음에서 몰아냈다. 그 결과가 이럴 뿐이라는 것을 어째서 나는 몰랐나.
이 일이 바로 한 달 전의 일이다.
그리고 오늘, 나는 멍하니 이차원의 붉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세하, 뭐하고 있어?”
“더스트.”
“이거 알아? 오늘이 너와 내가 한 편이 된지 딱 1년이 되는 날이야.”
나는 이제 완전히 버림받았다.
누구에게 기댈 곳은 없고, 나는 이제 철저히 홀로였다.
유니온에게 복수하겠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이 길을 택했지만, 이제는 절망과 슬픔만이 남았다. 나는 동료들을 죽였고, 동료들을 마음에서 몰아냈다. 그 결과가 이럴 뿐이라는 것을 어째서 나는 몰랐나.
이 일이 바로 한 달 전의 일이다.
그리고 오늘, 나는 멍하니 이차원의 붉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세하, 뭐하고 있어?”
“더스트.”
“이거 알아? 오늘이 너와 내가 한 편이 된지 딱 1년이 되는 날이야.”
겨우 1년.
벌써 10년은 지나간 것 같은데, 이렇게나 시간은 늦게 가고 있다. 나는 더 이상 그녀의 말에 반응하지 않고 다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의 말은 아직 다 끝나지 않은 모양이다.
“1년이 된 기념으로 네 소원을 하나 들어줄게.”
“소원.”
소원이라.
하나 있지.
“나를 과거로 보내...”
소원을 말하려던 찰나, 갑자기 눈앞이 흐려지더니 내 주위는 완전히 어둠으로 휘감겼다.
내가 눈을 뜨고 있는지, 아니면 감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온통 흑색이 주위를 감싸고 있다.
그러다 빛이 보였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곳을 향해 걸어갔다.
점차 주위가 밝아지더니 어느 새인가 나는 어두운 공간을 벗어나 있었고, 눈에 들어오는 건 꽤나 눈에 익은 옛날의 어느 아파트 단지의 풍경이다. 2년 전 이 일대가 재개발이 되어서 이런 건물들은 사라진지 오래이다. 내가 이걸 기억하는 이유는 과거의 내가 혼자서 자주 놀러왔던 놀이터가 이 근처에 있기 때문이다. 정말로 나는 과거로 온 것일까?
띡. 띡. 띡. 펑. 띡. 띡. 띠익. 삐리리리.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중학교 1학년 쯤 나왔던 게임 안의 미니게임으로 들어간 게임의 소리인데, 그 당시의 나는 꽤 이것을 재미있게 했었다.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보았을 때, 어릴 적의 ‘나’가 그네에 걸터앉아 무척이나 재미있는 표정으로 게임기를 돌리고 있었다.
정말로 내 소원대로 이루어진 것이다. 나는 과거의 나를 만나고 싶었다. 그리고 과거의 나를 죽이고 싶었다. 만약에 그렇게 된다면 미래의 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네 옆에 걸터앉았다.
어린 나는 내가 바로 옆에 앉은 것도 신경 쓰지 않으며 게임을 하고 있다. 나 역시 품속에서 오랫동안 보관해놓았던 게임기를 꺼내들었다. 지난 1년 동안 단 한 번도 켜지 않은 것이라 방전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시험삼아 켜본 것이지만, 다행히도 게임기는 잘 작동이 되었고 10% 정도의 배터리가 남아있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이 녀석이 하고 있는 게임과 똑같은 게임을 켜본다.
설치한지 벌써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잘 돌아가고 있다. 그 동안 수많은 게임이 나왔음에도 이 게임을 지우지 않았던 것은 내가 이 게임을 꽤나 재미있게 플레이했기 때문이다. 범죄자들을 주인공으로 하여 많은 사람들을 죽인 후 마침내 이 가상 세계의 최고의 어둠이 되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게임은 지금의 나와 무척이나 닮았다.
달그락하는 소리와 함께 총에 탄창을 넣을 때의 착 하는 소리가 들리자, 나에게 신경 쓰지 않는 녀석도 내게 시선을 돌렸다.
“형도 이 게임해요?”
어린 나는 내가 바로 옆에 앉은 것도 신경 쓰지 않으며 게임을 하고 있다. 나 역시 품속에서 오랫동안 보관해놓았던 게임기를 꺼내들었다. 지난 1년 동안 단 한 번도 켜지 않은 것이라 방전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시험삼아 켜본 것이지만, 다행히도 게임기는 잘 작동이 되었고 10% 정도의 배터리가 남아있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이 녀석이 하고 있는 게임과 똑같은 게임을 켜본다.
설치한지 벌써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잘 돌아가고 있다. 그 동안 수많은 게임이 나왔음에도 이 게임을 지우지 않았던 것은 내가 이 게임을 꽤나 재미있게 플레이했기 때문이다. 범죄자들을 주인공으로 하여 많은 사람들을 죽인 후 마침내 이 가상 세계의 최고의 어둠이 되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게임은 지금의 나와 무척이나 닮았다.
달그락하는 소리와 함께 총에 탄창을 넣을 때의 착 하는 소리가 들리자, 나에게 신경 쓰지 않는 녀석도 내게 시선을 돌렸다.
“형도 이 게임해요?”
어린 ‘나’가 어른인 ‘나’에게 물어온다.
나는 고개만 끄덕일 뿐 목소리는 들려주지 않았다. 녀석은 자신이 하던 것을 잠시 멈추고 내 게임기의 화면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우와, 스토리 다 깬 거예요? 저도 다 깼어요!”
이미 사춘기에 접어든 이 무렵의 나는 무서울 정도로 말수가 줄었다. 이전에 이미 큰 사건이 일어난 이후로 나는 더 이상 친구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일은 없었고, 게임에만 집중하고 오로지 그 안에서 나만의 시간을 찾으려고 했었다. 내가 이야기를 나눈다고 해도 딱 게임 이야기일 뿐, 누군가와 우정을 나누며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건 이때로부터 한참 후의 이야기이다. 이 당시의 내가 말을 먼저 걸었다면, 그것은 내가 자신과 같은 게임을 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 때문이겠지.
“넌,”
“응?”
“이 게임 주인공이 된다면 어떨 것 같아?”
“그야,”
놈은 무척이나 자랑스럽게 말했다.
“난 이런 사람처럼 안 될 거예요!”
“어째서, 단정 지을 수 있는 거지?”
“그야, 전 클로저가 돼서 사람들을 구할 거니까요!”
기대한 것과는 다른 답이 나왔다.
분노가 터져나왔다.
분노가 터져나왔다.
그대로 놈의 멱살을 붙잡았고, 어린 나는 무슨 상황이 벌어지는지도 모른 채 들고 있던 게임기를 바닥에 떨어뜨리곤 자신을 붙잡은 내 양손을 풀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아마도 자신이 위상능력자라서 이 정도는 쉽게 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가본데, 이를 어쩌나 나도 위상능력자인걸.
나는 곧바로 놈을 힘껏 모랫바닥에 집어던졌고, 땅에 부딪힌 어린 나는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나를 노려본다.
놈의 시선이 너무나도 증오스러워서 있는 힘껏 놈의 배를 짓밟았다. 놈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뭐? 클로저가 돼?”
놈의 시선이 너무나도 증오스러워서 있는 힘껏 놈의 배를 짓밟았다. 놈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뭐? 클로저가 돼?”
내가 분노한 이유는 단 하나다.
나는 자라면서 단 한 순간도 클로저가 되겠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이 녀석은 아마도 중학교 1학년쯤의 나일 테고 그 때쯤이면 위상력과 유니온 모두가 미워서 한창 방황하던 때였을 텐데, 놈은 어떻게 입에서 그렇게 증오스러운 말이 쉽게 나온다는 말인가. 녀석의 말을 듣자마자 나는 이 녀석이 과거의 나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했고, 곧바로 이런 일을 저질러버리고 만 것이다.
“당신도 위상능력자잖아! 왜 이러는 거야!”
나를 부르는 호칭이 형에서 당신으로, 그리고 어투는 존댓말에서 반말로 바뀌었다. 놈이 나를 향해서 적개심을 품고 있다는 뜻이다.
너무나도 그 건방진 모습에 화가 밀려와 다시 한 번 놈의 배를 짓밟았다.
“으아악!”
“다시 한 번 지껄여봐. 클로저가 된다고?”
“그게 위상력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 가지는 사명이자 꿈이잖아!”
“개소리 집어치워, 이세하. 나는 그딴 사명이나 꿈은 없으니까.”
“어떻게 내 이름을, 알고 있는 거야...”
“어떻게? 알려줘?”
나는 품속에서 증오스러운 무언가를 꺼내었다.
언젠가 유니온을 완전히 짓밟게 되면, 마지막으로 남은 총본부장의 앞에서 이것을 보여준 후 박살내면서 놈의 목숨을 거두려고 남겨둔 것이었다. 바로 나의 클로저 요원증이다. 이것을 놈에게 보여주자, 놈은 꽤나 놀란 얼굴을 보였다. 아마도 자신의 이름과 무척이나 닮았기 때문인데다가, 심지어 요원증에 표기된 생일마저도 자신과 똑같기 때문이겠지. 아마도 놈이 내가 자신과 동일인물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너, 뭐야!”
당신에서 너로 호칭이 바뀌었다. 놈은 완벽히 나를 적과 동일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게 틀림없다.
아마 제 딴에는 나에게 반발할 정도의 자신감이 있다는 것을 표현해보기 위한 것이겠지만, 나에겐 웃음거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그대로 비웃음으로 되돌려주며 말했다.
“너가 본 대로야, 나는 미래의 너야.”
“...”
“단 한 번도 나는 사명이라는 걸 생각해본 적이 없어. 클로저는 이용당하다가 버려질 뿐이야, 엄마 꼴을 보고서도 아직도 못 깨달은 거야?”
“엄마는 늘 클로저이었던 자신을 자랑스러워하셨어!”
“그렇게 늘 집에 갇혀 밖에도 마음대로 못나가고, 해외여행 한 번 못 가본 채 평생을 썩어 나가면서, 믿었던 사람들에게 배신을 당하며 병X 같이 살아가는 것이 너는 자랑스러워?”
“...”
“너도 다르지 않아. 내 꼴을 봐, 유니온의 진실을 깨닫고 차원종이 되어버린 미래의 너를!”
“나는...”
말해봐, 어린 이세하.
피하고 싶은 진실을 마주한 너란 녀석은 얼마나 현실도피를 할 수 있을까?
“내가 희생되더라도, 내게 소중한 사람들을 구하고 말거야.”
“...”
“절대 너처럼 현실에 좌절해서, 꿈을 포기하진 않겠어! 알겠어!?”
** 새X.
죽어버려.
“크허어어억, 커어억!”
“죽어.”
“이거, 커억! 놓아...”
죽어버려.
“크허어어억, 커어억!”
“죽어.”
“이거, 커억! 놓아...”
놈의 목을 조른다. 있는 힘껏 조른다. 몸에 있는 모든 위상력으로 팔의 힘을 강화시켜서, 놈의 목을 조른다. 목의 혈관들이 막혀 맥박수가 늘어가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놈의 목을 있는 힘껏 졸랐다. 파랗게 질려가는 놈을 보면서 나는 소리 질렀다.
“너가 뭔데! 너 따위가 뭔데 훈계를 해!”
“...”
“동료가 내 손에 죽어가! 동료가 내 곁을 떠나가! 믿었던 사람들이 날 버렸어! 그런데도 넌 그딴 꿈이 입에서 나와!?”
“난 너랑은..., 다르니까!”
“커헉!”
쓰러져만 가던 놈이 내 목을 있는 힘껏 붙잡았다. 그리고 나와 똑같이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고작해야 중학생인 녀석에게 목이 졸리는 것임에도 숨이 막히는 건 똑같았다. 놈도 위상력을 쓰고 있는 게 분명하다. 일단 목이 졸려 숨이 잘 쉬어지지 않으니 놈의 목을 조르던 힘도 조금 약해졌고, 그 기세를 타고 놈은 더욱 내 목을 **오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해서 놈에게 주도권을 넘겨줄 마음은 추호도 없다. 놈은 반드시 내가 죽이고 말 것이다.
놈과 나는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서로를 고통스러운 눈으로 노려보며 목을 졸랐다. 놈과 나는 서로를 부정하며 서로를 죽이기 위해서 발버둥을 쳤다. 한참을 엎치락뒤치락 하며 모랫바닥 위를 구르던 우리에게 싸움의 결말이 지어졌다. 불과 싸움이 시작될 때 놈의 위에 올라타고 있던 것은 나였는데, 어느 샌가 뒤바뀌어 내가 놈의 아래로 내려오고 놈이 내 위로 올라탔다. 그리고 목을 조르는 힘은 나보다 놈이 더 강해졌다. 그것은 위치 상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자신을 조르는 힘이 점차 약해지는 것을 느끼자, 놈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돌아가.”
“뭐...?”
“미래로 돌아가서, 네 잘못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용서를 빌어. 내가 너라면, 그렇게 할 거야.”
“...”
“너도 엄마한테 그렇게 배웠을 거 아니야..., 이세하!”
엄마는 자신이 클로저였던 것을 단 한 순간도 원망한 적이 없었다.
언제나 웃음을 지으며 긍정적으로 살아오셨다. 내가 위상능력자임을 원망했을 때에도 클로저가 되기 싫다고 소리쳤을 때도 엄마는 언제나 나에게 희망을 말해주었다. 그게 내가 기억하는 엄마 서지수의 모습이었다.
놈에게 목이 졸려서일까, 점점 눈앞이 어두워져간다.
정신이 흐릿해져가는 것 같고 놈의 모습도 점점 흐려져만 간다.
이렇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나밖에 모르는 바보 얼간이라서 이제 와서 뒤늦게 나의 결정을 후회했다. 그들에게 버림받는 게 두렵다면, 처음부터 그들을 버리지 말았어야 했다.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았더라면, 적어도 이런 최후는 맞이하지 않았을 텐데.
미안해.
정말로 미안해.
모두에게 미안해...
***
“세하야~”
“이세하! 빨리 일어나지 못해!”
“이세하! 빨리 일어나지 못해!”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눈이 떠진다.
일어나보니 나는 앉아있었고, 눈앞에는 한껏 웃고 있는 유리와 나를 보며 으르렁대는 슬비가 있었다. 그리고 그들 뒤로는 나를 보면서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고 있는 나타와 하피가 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여긴, 어디야?”
“잠깐 쉬라고 하자마자 낮잠을 자더니 이상한 꿈이라도 꾼 모양이지? 뉴욕이지, 어디긴 어디야!”
"그렇다면 나는 지금...”
“세하가 정말 꿈이라도 꾼 모양이야. 우리 세하, 잠자고 일어난 모습은 어린아이 같아서 귀엽네?”
슬비의 훈수와 유리의 농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지금까지 내가 겪었던 일들이 꿈인 것이 분명했지만, 더 확실하게 그 악몽이 꿈이길 알아차리기 위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둡고 칙칙한 하늘과 파괴된 방공호의 콘크리트들, 나는 분명히 뉴욕의 유니온 임시본부에 있다. 정말로 모든 것이 꿈이었던 모양이다.
“어라, 이세하, 왜, 왜 울어!”
“얼레리꼴레리. 슬비가 세하를 울렸대요, 울렸대요~”
“내, 내가 울린 게 아니야!”
“미안해! 모두에게 정말로 미안해!”
하염없이 울기만 했다.
나는 수없이 미안하다고 말했고, 내 모습을 보는 모두는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았고 오히려 감사했다, 내가 이 일상에 돌아왔음에. 꿈에서는 동료들을 저버리고 떠나버렸던 나였지만, 지독한 악몽의 끝에는 일상의 소중함이 더욱 달콤했기에 이렇게 모두에게 용서를 빌 수 있다.
다시 생각해보면 과거의 나는 한 때나마 클로저가 되어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고 싶어 했던 것 같다. 그것이 그동안의 일로 인해 무뎌졌을 뿐, 여전히 마음 한 편에는 꿈으로 남겨져 있나보다.
어느 유명한 심리학자가 꿈은 무의식의 소원이라고 했었지. 꿈에서 보았던 과거의 나, 그 녀석은 나를 보면서 이런 말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
“꿈을 잃지마, 이세하.”
그 녀석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린 것 같았지만 곧 불어오는 바람에 어그러져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확실히 다짐했다,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는 클로저로서 살겠노라고.
절대로 꿈을 잃지 않고 살겠노라고 작게 녀석에게 말해주었고, 왠지 녀석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은 느낌이 환청으로 남아 머리를 맴돌았다.
존잘님과의 단편 내기로 쓴 글입니다.
여러모로 졸작입니다...
여러모로 졸작입니다...
노래를 듣다가 가사에서 과거의 자신에게 미래의 나처럼 되지 말라고 소리치는 세하가 떠올랐어요.
그리고 그 자리에서 써본건데... 영... ㅋㅋ
봐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 단편이 용서해주세요 각 화 사이에 심심풀이로 쓰는 단편의 마지막이 되겠군요.
조만간 용서해주세요 마지막 화로 여러분을 찾아뵙겠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써본건데... 영... ㅋㅋ
봐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 단편이 용서해주세요 각 화 사이에 심심풀이로 쓰는 단편의 마지막이 되겠군요.
조만간 용서해주세요 마지막 화로 여러분을 찾아뵙겠습니다.
아래는 Hello Mr.my Yesterday의 가사 중 일부입니다.
신이 있다면 행복의 정의가 뭔지 가르쳐줬으면 해
친구들은 제각기 꿈을 이루고선 나를 부러워했지
하지만 이제 자랑할 것조차 돌아갈 곳조차 없고
내일을 살아갈 이유조차 찾지 못해 내게선
안녕 과거의 나여(Hello Mr.my Yesterday)
타임머신을 타고 그 날의 나에게 전해주고 싶어, 꿈을 말하는 그대여
“그대의 눈에 비친 미래의 나는 웃고 있나요?”
만약 반세기 만이라도 에디슨이 살아있었다면 시간 여행이 가능했을지도 몰라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 균형을 잃고 벌써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문득 생각해보면 꿈의 성취를 알리는 동창회에도
더 이상 갈 수 없게 되었어, 지금 이 모습으론
안녕 또 다른 나여(Hello Mr.another Way)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의 나에게 이렇게 물어볼게, 꿈을 버린 자여
“10년이 지나고 과연 나였던 너는 웃을 수 있을까?”
이 세상에 태어난 그 날로부터
너와 이 길을 쭉 같이 걸었어
내 삶의 1분 1초가 삶의 흔적이자 그 증거야
아침이 다시 찾아올 때마다 나를 나로서
“잘했어!” 라고 자랑할 수 있는 날까지
마주잡은 두 손을 놓지 말고 믿어줘
엇나가버린 나와 넌 결국 어디로 향하는 걸까
안녕 어제의 나여(Hello Mr.my Yesterday)
타임머신을 타고 그 날의 나에게 전해주고 싶어
목소리가 메말라버려도 목숨 걸고 맹세할게
“꿈이 이뤄질 그때 꼭 맞이하러 가겠어!”
혹시 꿈이 이뤄진다면
희망이 비춰지는 그곳까지 계속
언젠가 있는 그대로 다시 만날 그 날까지
- Hello Mr.my Yesterday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