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타×레비/현대물] #7 그는 그녀의 향기에 취했다.(수정완료)

Respiratory 2017-02-26 2

"하아아암...그디어 끝났나."
마지막으로 수업을 하던 교사가 나가는 것을 확인한 나는 크게 하품을 하며 하교할 준비를 시작한다.
하지만 복습할 자료들을 다 챙긴 것을 확인하고 교실을 나서려는 순간 핸드폰이 진동하며 발걸음을 멈춘다.
누군가 하는 궁금증에 통화버튼을 누르니.
"아, 나타선배? 저 한휘성인데 지금 어디계세요?"
핸드폰 너머로 여로모로 귀찮은 후배의 목소리가 전해져온다.
"...이번엔 또 무슨일이냐? 쓸데없는 거면 가만 안놔둔다?"
"에이~너무 겁주지마요. 그런거 아니니까. 그래서 지금 어디세요?"
사람좋게 말해오는 녀석덕분에 피로함을 느끼며 나는 후문에서 만나자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하교하는 학생들 틈을 누비며 후문에 도착하자 평소 애용하는 후드티를 교복위에 껴입은 안경잡이 소년이 눈에 들어온다.
"아,선배 오셨어요?"
여전히 사람좋은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는 녀석에게 한숨을 내쉬며 나는 용건을 재촉한다.
"아~그게 말이죠. 제가 얼마전에 선배가 보고싶어하시던 영화표를 구했거든요? 그래서 싼값에 팔아드릴까 하고요."
"? 설마 그 영화표를 구했어? 주변 영화관은 다 매진이던데?"
"후후후. 저만이 아는 비밀 루트를 통해 어렵사리 한장 구했어요. 그래서? 어써질래요? 으악!!!"
짜증나는 미소를 지으며 꺼내든 영화표를 눈앞에서 흔들어 대는 녀석을 한 대 쥐어박아주고 나는 잠시 생각에 잠긴다.
좋아하던 소설을 토대로 만들어진 영화라 꼭 보고싶었지만 개봉 이후로 보려고 할때마다 표가 매진되어서 볼수없었던 영화였다.
지금 사지않으면 눈앞의 물욕 오른 후배놈은 곧바로 티켓을 팔아버릴 것이다.
"하...좋아. 그래서 얼마에 팔건데?"
한참을 생각한 끝에 나는 지갑을 꺼내들며 말한다.
그러자 휘성이는 곧바로 눈 빛을 바꾸며 흥정에 들어갔고 결국 원가에 1.5배의 값을 지불하는 것으로 거래가 이루어졌다.
"헤헤~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전 바쁜일이 있어서 이만~."
거래가 끝나자 녀석은 뭔가에 쫓기는 듯한 속도로 빠르게 자리를 벗어났다.
"저녀석 왜저래? 뭐 상관 없나? 그런 것 보다고 드디어 이걸 볼수있게 됬네. 후후후"
기분이 좋아진 나는 곧바로 영화표에 새겨진 날짜와 시간을 확인한다.
'날짜는...오늘이네? 뭐 저녁 시간대라 상관 없나....응?"
영화표에 쓰여진 정보를 읽어가던 내 눈에 한가지 묘한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커플석]
"............"
순간 머릿 속에서 수백수천가지의 생각이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것을 반복하길 5초.
"하...휘...성!!!!!!!!!!!"
나는 순식간에 머리끝까지 차오른 화를 토해내며 범인이 도주한 방향을 돌아**만 이미 범인은 시야를 벗어난지 오래였다.
다음에 만나면 반쯤 죽여버리겠다 다짐한 나는 티켓을 바라보며 고민에 빠졌다.
"끙....이미 돈을 줘버려서 버리긴 아까운데...그렇다고 커플석에 혼자서 보자니....하아...미치겠네..."
영화 상영 시간까진 꽤나 시간이 남았지만 그전에 저녘식사도 해야하기에 될수 있으면 빨리 결정을 내려야했다.
한창 고민하던 도중 내 머릿속에 요근래 자주 어울린 은발의 소녀가 떠올랐다.
휴대폰을 손에 들고 잠시 생각에 잠긴 나는 혀를 차며 저장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전화기 너머로 듣기좋은 여성의 목소리가 전해져 오고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내 용건을 말했다.
.
.
.
"...따라와 줘서 고맙다."
"아. 아니요.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고..."
전화로 상황을 설명하자 레비아는 커플석 부분에서 당황하긴 했지만 꽤나 가볍게 자신의 권유를 들어주었다.
"그나저나 의외네요? 선배처럼 꼼곰한 사람이 교환전에 확인도 하지 않았다니."
"음...그렇게 말하면 할말이 앖네. 워낙 기대하던 거라서 말이지..."
안그래도 신경쓰이던 부분을 찔러 들어왔기에 나는 시선을 피하며 말을 흐린다.
저녘을 때우기 위해서 영화관 근처 햄버거 가게에 들린 우리는 각자 새우 버거와 불고기 버거를 하나씩 주문해서 기다리고 있다.
상영관 근처라 그런지 가게안에는 사람이 분볐고 우리 차례가 올려면 시간이 꽤 남아있었다.
그래서 나는 주문한게 나올 때까지 이런 일에 끌어들인 사죄의 의미로 녀석이 시험공부를 좀 도와주기로 했다.
"자, 한번만 설명할테니까 잘들어두라고. 여기선 이렇게 치환을 해서 계산하는게 편하거든?"
"아~...이렇게 푸니까 정말로 쉽게 풀리네요?"
"그래. 그리고 여기서는...."
그렇게 녀석이 고민하던 수학문제는 5~6정도 설명해 줬을 때 진동벨이 울리며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내가 음식을 받아오는 사이 레비아는 방금 전까지 꺼내놓았던 문제지와 필기구들을 정리했다.
"...그러고 보니 오늘 보는 영화 선배가 읽은 소설이 원본이라고 하셨죠? 무슨 내용이에요?"
"그건 직접 니가 보도록해. 설명하면 재미가 떨어지니까. 그나저나 영화 같이 봐준 보답으로 뭔거 원하는 거 없냐? 들어줄수 있는 거라면 들어주겠다만?"
"에? 딱히...재미있는 영화를 보여주시는 거면 그걸로 충분한데..."
"아니 그건 따라오면 당연히 따라오는 부수입이고. 내가 감사의 표시로 해줬으면 하는걸 말해보라고."
"으음....그럼..."
햄버거를 오물거리며 골똘히 생각하던 녀석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이번주 주말에 도서관에서 친구랑 같이 시험 공부를 할건데... 그때 오셔서 가르쳐 주시면 란될까요?"
"? 겨우 그걸로 괜찮아?"
생각보다 소박한 질문에 나는 의아해 했지만 녀석은 그것이면 충분하다고 하니 그러겠다고 수락했다.
그러자 녀석은 짐짓 기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식사를 재개했다.
식사를 마친 우리는 곧바로 영화관으로 들어갔다.
아직 시작하기까지는 여유가 있었기에 영화를 보는 동안 마실 음료수 등을 사러갔다.
"이건 내가 살께. 뭐마실래?"
"에? 그럼....환타로 부탁할게요."
고개를 끄덕여 대답한 나는 환타와 콜라를 각각 한잔씩 주문하고 방금 밥을 먹었기에 팝콘은 중간 사이즈로 1개만 주문했다.
"자, 슬슬 들어가자."
"아,네!"
그렇게 우리는 나란히 영화관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저..선배...여기 맞죠?"
"...아..마, 맞는거 같네.."
우리둘은 표에 나온 자리....바로 커플석 앞에 서게 되었다.
의자 두개가 하나로 하나로 이으면서 중간의 팔걸이를 없애버린 그 좌석은 말그대로 앉으면 어쩔수 없이 두사람이 서로 닿게 되는 형태였다.
"끙...다행히 생각 보다 넓은 것 같긴 하지만.."
"이거....분명 닿겠죠?"
나와 레비아는 서로 눈치만 보며 어찌 해야할지 몰라 좌석 앞을 서성거렸다.
상연시간이 가까워지자 사람들이 들어오며 점점 자리를 채워갔다.
"저...앉을까요?"
의외로 녀석쪽에서 먼저 자리에 앉으며 나를 재촉했다.
부끄러운지 내 시선을 피하며 옆자리에 앉으라는 재스처를 취해온다.
"...아,알겠다."
나는 최대한 녀석을 의식하지 않는 척 하며 그 옆에 살며지 착석한다.
서로 옷깃이 스칠정도의 거리.
우리는 서로를 최대한 의식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영화 스크린으로 눈을 돌린다.
곧 상영관이 어두워지면서 영화가 시작했다.
영화의 제목 'Wolf Sehnsucht nach Freiheit'.
독일어로 자유를 갈망하는 늑대라는 뜻으로 묘한 초능력이 발현된 세계에서 실험체로써 살아가던 소년이 자유를 찾기위해 온갖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며 결국엔 자유를 쟁취한다는 내용의 영화로 이미 외국에선 베스트 셀러로서 유명한 소설이다.
영화가 진행되던 도중 나는 살며시 눈만을 움직여 레비아를 살펴보았다.
다행이 제법 마음에 들었는지 이미 내가 옆에있다는 것은 잊은 채로 영화에 집중하고있다.
쓴웃음 지으며 바라보자 영화스크린의 빛을 받아 반짜이는 은발과 도톰하고 윤기 흐르는 입술이 눈에 들어온다.
순간 알수없는 감정이 흘러넘쳤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다시 영화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디어...자유를...찾았어....'
자신을 구속하던 모든 것을 떨쳐내고 마지막 적을 쓰러뜨린 주인공이 넓게 펼쳐진 하늘을 보며 줄얼거린다.
그뒤 주인공이 같이 **동락하던 여자 동료와 결혼하고 가정을 이루는 장면이 나오며 영화는 끝을 맺었다.
영화가 끝나고 관객들이 한사람씩 일어서며 나갈 준비를 한다.
"후....제법 잘만들었네...어땠냐? 볼만했...?!"
영화의 감상을 물어보던 나는 순간 흠칙하며 놀랐다.
돌아본 레비아의 눈에서 한줄기의 눈물이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너...우냐?"
"네? 아...그...너무 감동 적이어서..."
옷소매로 눈물을 훔치며 레비아는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너 너무 눈물이 많은거 아니냐?"
"헤헤..그런가요."
그런 녀석에게 쓴웃음을 지어보이며 우리는 영화관을 나섰다.
"그나저나 정말 감동적인 영화였어요...분명 이거 소설이 원작이랬죠?"
"어. 왜? 소설도 빌려주랴?"
"아,괜찮으세요?"
"뭐,더럽히지만 마라."
그렇게 잡담을 나누며 우리는 돌아가는 버스에 올랐다.
버스엔 사람이 별로 없어 한적했고 우리는 창가쪽에 나란히 자리잡고 앉았다.
내릴 정류장까지는 30분이 넘게 남아있기에 나는 창밖의 야경을 바라보며 기간을 때웠다.
그때,
"? 어이."
어깨에 무언가 내려앉는 것 같아서 돌아보니 레비아가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로 잠들어 있었다.
"...어이...어이~."
살며시 흔들어 가며 깨워**만 녀석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오늘 내 몫까지 도시락을 쌌었지...그럼 아침에 일찍 일어났을 테니...피곤했겠네.'
레비아의 사정을 추측한 나는 목적지에 도착할때까진 이대로 자게 내버려 두기로 했다.
레비아가 편히 잘수있게 자세를 좀 바꾸어 제대로 기대게했다.
그러자 몸이 달라 붙어 오는 것과 동시에 이전에 맡았던 녀석이 채향이 느껴진다.
달콤하고 부드러우며 안심되는 향기.
그 향기에 이끌려 녀석을 내려다 보니 이번엔 그 붉은 입술이 눈에 들어온다.
립클로즈라도 발랐는지 묘하게 윤기가 흐르고 촉촉해 보이는 작고 예쁜 입술.
뭔가에 홀린 듯이 나는 천천히 고개를 움직에 그녀 입술에 내 입술을 가져간다.
"...."
짧은 입맞춤.
서로의 입술 끝이 살짝 닿았다 떨어진 정도의 키스라고 부리기 애매한 행위였다.
좌석에 가려져 다른 사람들에겐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한순가 좀더 격렬하게 그녀의 입술을 탐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선배...같이..가요..."
그 순간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잠꼬대에 나는 순식간에 정신을 차린다.
"뭐...뭘 하려던 거냐 나는..."
방금 내가 하려던 일을 자각한 나는 움직일수 없는 오른손 대신 왼손으로 양 눈을 누르며 탄식한다.
그와 동시에 옆에서 세상모르고 편하게 자고 있는 레비아가 얄미워 그녀가 깨지 않게 힘을 주어 그볼을 꼬집었다.
그에 반응한 그녀가 신음을 했지만 그게 또 귀여웠기에 녀석의 볼을 꼬집고 있던 손을 놓은 나는 가방에서 작은 메모장과 열필을 꺼냈다.
무릎위에 메모장을 올려놓고 오른손만을 움직이며 녀석의 자는 모습을 그려나갔다.
"...이건 예상치 못한 부수입이구만..."
어깨에 기대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잠든 그녀를 보며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정류장에 도착할 때까지 몇장 더 녀석의 모습을 그림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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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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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4 23:14:11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