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필연 - 06
비랄 2017-02-15 0
신은 존재할까? 아니면 없을까? 저 질문에 대답은 없다. 단지 질문만 있을 뿐.
***
힘을 동경하고, 탐하고, 지키고 싶다. 인간의 모습이란 결국 저거다. 나도 원래는 그런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정작 얻어보면 이건 도저히 탐할 것이 아니란게 느껴진다. 얻어버리면 존재가 무의미해지고, 이윽고 사라진다. 이 존재의 일말도 이해히지 못한다. 기껏해야 전지전능함 정도가 이곳의 존재하며 할 수 있는 전부다.
게다가 저 설명 자체도 무의미하다. 이건 존재에 속하지 않는 것. 이건 생각과 표현이란 존재의 범주에 들지 않는다. 그런 것이 생각하는 이성을 가지고, 그 존재를 표현하고, 지금 이렇게 세상에 있다. 지금 나에게 이 말이 의미있지는 않다. 지금은 단지..
...이곳에 존재하며 행동하는 것이 나의 전부일 뿐이다.
***
늑대개 팀과의 교전 이후. 나는 내 문제를 해결해 그들과 대화하는데 성공. 그들은 내가 자신들의 배에 승선하도록 했다. 당연히 나에 대해서 온갖 조사가 시작되었지만, 단지 내가 위상력을 가지지 않고, 적대적인 존재는 아니라는 것이 저들이 알아낸 전부였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 질문도 받았다.
"당신은 누구시죠?"
"여행자."
이번엔 딱히 말을 꾸밀 생각은 없기에 적당히 대답만 했다. 물론 태도가 이러니 나를 보는 시선이 좋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순순히 조사를 받으니 일단 내가 적대할 의사가 없음은 믿어주는 눈치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나는 신용불가의 이방인. 당연하지만 이곳에서 자유롭게 행동하지 못한다. 나는 인공지능 휘하의 선내의 보안 시스템에 집중 감시를 받고 있으며, 이곳의 함장에게서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 다른 조건으로는 내 힘을 계속 조사하게 하는 것. 이게 그들이 나한테 한 요구이다.
물론 전부 의미없는 요구다. 이미 그들은 나를 조사하며 자신들이 나를 통제할 수 없음을 알고있다. 왜냐햐면 나를 조사한 결과는 내 힘이 위상력이 아니란 것과 동시에 그들이 감당하지 못하리라 생각되는 수준을 보여줬으니 말이다. 물론 전부 내가 의도한 결과들이지만 말이다.
결국에는 나를 감시하며 방치하는 것이 그들에겐 최선이었다. 그리고 이는 내가 원하는 것이다. 딱히 저들에게 의심갈 행동만 하지 않으면 나는 자연스레 그들 주변에 머물 수 있다. 이 정도의 위치가 앞으로의 계획을 원하는 형태로 진행하는데 적당하다.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적당히 배안에서 지내기 시작했다. 당연히 경계의 대상이라지만 미지의 존재. 나에게 대화라도 걸어오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들의 말에 적당히 맞추며 상대를 해줬다.
아예 다른 세상 사람인 내가 대화를 할 수 있는 이유는 여기에 오자마자 제압한 특경대 사람들의 기억에서 언어를 익힌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있어서 완전히 미지의 존재이기에 나한테 가장 관심을 쏟는 사람은 이 배의 과학자들이었다.
주로 나한테 말을 거는 과학자는 둘이었는데 한명은 여기 기술을 책임지는 여자였고, 다른 한명은 자기 기술 때문에 고민이 많은 여자였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후자는 이상한 복장이었지만 말이다.
당연히 나에게 물어보는 것은 자신들이 궁금한 요소로써의 내 힘에 대한 것과 다른 세상에 대한 것이다. 물론 대충 대답해줬다. 적당히 그녀들이 답이라고 납득할 것으로만 말이다. 그런데 둘은 태도가 좀 다른 느낌이다.
먼저 나한테 처음 질문한 과학자는 이랬다.
"실례하죠."
"음? 조사할게 아직 더 있었나?"
"아니 그게 아니라.. 저는 정도연이라고 해요. 이곳에서 기술 서포트를 담당하고 있죠. 몇 가지 여쭤볼게 있어서요."
"어... 내가 말할 수 있는 선에서라면 대답해 줄 수 있어. 위험한 내용은 당연히 말 안할거고."
"그렇군요.. 그럼 질문하죠. 혹시 다른 세상에도 의수같은 것이 있나요?"
"음.. 있었네. 분명히 기계가 아니라 순수하게 나무나 금속으로만 만든 것도 봤어."
"그래요? 혹시 그에 대해서 아신다면 있다면 설명 해주시겠어요?"
"그래 뭐.. 여기에서 의미있는 거라면.. 일단 유동적인 금속을 기반으로..."
이 정도연이란 과학자는 나에게 말하고 싶은 발르 차분하게 질문하고, 내 설명을 신중하게 들었다. 그러다가 무언가 떠오르면 감사를 표하고는 자리를 떠났다. 참으로 훌륭한 과학자의 표본이라 할 수 있는 모습이다.
그에 반해서 나중에 온 다른 과학자는..
"저.. 저기.."
"어..? 뭐.. 뭐야? 용건이 있으면 저쪽 사람들한테 하라고? 그리고 나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니까 끌어 들여도 나올게 없다고?"
"아.. 아니에요!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 유니온의 과학자라고요!"
"과.. 과학자..? 확실히 가운을 입긴 입었네... 아니 그런데 왜 그런 옷을 입고있어?"
"우우.. 그런 일이 있죠.. 연구소에 빚이.. 아.. 아니. 이게 아니지.."
"뭐야? 무슨 상품이라도 판매하려던거 아니었어?"
"그러니까 아니라고요! 일단 저는 물질 변환 연구소의 이빛나라고 하는데요. 질문할게 있어서 찾아왔어요."
"어.. 대답할 수 있는 거라면 대답해 줄게. 당연히 위험한 내용은 말 못하고."
"그렇군요... 혹시 차원 이동에 관해서 말해 주실 수 있나요?"
"으음? 그건 좀 무리인데..."
"네? 왜죠? 다른 차원에서 우리 차원으로 직접 이동해 오셨다고 들었는데요?"
"아니. 경우에 이게 경우에 따라서 엄청 위험해서 말이야. 까딱 잘못하면 별은 물론이고 세상이 통째로 날아갈 위험이 있어."
"네에!? 그게 무슨..?!"
"음.. 그게 전에 어떤 세상에서.."
이 이빛나란 여자는 아무래도 자기가 속한 연구소에서 만든 기술에 대해서 나한테 질문하려고 했던거 같다. 근데 그 기술이란게 교환이란 형태로 일단 완성되서 다행이지. 만약 다른 세상의 존재성에 간섭하는 저 기술이 잘못된 형태로 만들어지면 재앙이 일어날 수도 있다.
물론 인간적으로 걱정은 한다지만 이미 그들의 기술은 완성되어있다. 저거에 만족하지 않고 쓸데없는 짓을 하려는 사람만 없다면 안전할테니까. 그녀도 저 기술의 안정성에는 확신이 있겠지만 세상에는 만약이란게 존재하는 법이다. 적당히 위험한 면을 설명해주니 살짝 겁을 먹고는 그대로 가버렸다.
아직 초기인 저 기술의 발전은 계속되겠지만 저렇게 위험을 아는 사람이 주의만 한다면 앞으로 큰일은 일어나지 않을거다. 물론 그녀에겐 당장 연구소의 빚이 문제겠지만 그건 내가 신경 쓸 문제는 아니다. 그냥 그녀가 좀더 노력하면 되는 일이니까.
***
"야! 너! 잠깐 거기 서!"
부정적인 감정이 잔뜩 담긴 목소리가 뒤엇 들려온다. 이거 아무래도 귀찮은 느낌이 든다. 그냥 무시하는 방법도 있지만 저 목소리의 주인은 그랬다간 더 귀찮은 일을 벌일거다. 그냥 들어주자.
"나타였나? 왜 그러지?"
뒤를 돌아보니 표정을 잔뜩 구긴 나타가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눈에서 오만가지 분노가 느껴지는게 아무래도 전에 싸우다가 날려버린게 화근인거 같다. 게다가 저놈 성격만 본다면 당장 나한테 달려들어도 이상하지 않다. 그럼에도 그러지 않는 것은 녀석이 경험한게 많아서 그런 것이리라.
"몰라서 물어!? 전에 나를 잘도 날려줬겠다? 이번에는 내가 너를 박살내주지!"
이젠 아예 구크리까지 빼들었다. 이거 아무래도 대충 대답한게 저 좁은 속을 건드린 모양이다. 아무래도 한번 제압해야 상황이 해결될거 같다. 적당한 정신 계열 기술은 녀석의 인생 경험이 워낙 그래서 통하지 않을테니 이번에는 일이 커지기 전에 빨리 제압하는게 최선인거 같다.
그렇게 귀찮음이 만연한 표정을 지은 나와 죽일 듯이 노려보며 살기를 내뿜는 나타는 대치했다. 게다가 내 표정이 그러니 녀석의 살기가 더욱 뿜어져 나온다. 이거 한번 시작되면 상당히 시끄러워질 것이다. 그렇게 나타의 자세가 낮추며 움직이려는 순간.
-"나타. 거기까지다. 너는 그에게 이길 수 없어."
복도의 스피커를 통해서 이 배의 함장. 트레이너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거 그가 상당히 골치가 아픈가 보다. 스피커에서 들리는 한숨이 푹푹 꺼지는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그도 그러겠지. 아직 나타의 부상은 완벽하게 회복되지는 않았다. 미미한 경상만 있다지만 말이다.
"뭐!? 꼰대! 내가 저딴 자식보다 약하단 거야!?"
-"그래. 너는 그보다 약하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렇게 날아가지는 않았을테니 말이야."
"다.. **! 그건 저 자식이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아무래도 정해진 주인이 있는 광견은 그 주인만이 말릴 수 있나보다. 겨우 말만으로 저리 다룰 수 있다니 말이다. 역시 오랜 세월에 걸쳐서 형성된 관계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 어차피 나중에 이런 일이 생긴다면 함교로 텔레포트라도 하겠지만 말이다.
-"이건 이제 그만하지. 나타. 그와 같이 함교로 와라. 그와 같이 이야기할 것이 있으니 말이다."
목소리가 끊기고, 나타는 온갖 욕설을 지껄이며 나와 함깨 함교로 향했다. 방금 나한테 쏟아대던 살기는 없어지고 트레이너를 향한 짜증만이 녀석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 같다. 나야 귀찮은 일이 사라져서 좋지만 말이다. 나중에 트레이너한테 금이라도 줘야할지도 모르겠다.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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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왜 이걸 쓴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