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종

CuSO4 2017-02-02 1

지구의 끝자락에서 과학자들은 '지고의 원반'을 발견했다.
원반은 폭주하며 지구상의 모든 문명을 뒤집어엎었다.
차원의 틈에서 온갖 미확인 생물체가 나왔고 인류는 혼란에 빠졌다.
그러나 인류는 멸망하지 않았다.
원반의 힘을 부여받은 사람들이 차원의 틈을 닫았다.
차원의 틈이 하나둘씩 닫히기 시작했다.
외계 생물체도 하나둘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외계 차원물질의 꾸준한 연구 및 개발로 인류는 1천년이나 앞선 과학력과 문명을 갖게 되었다.
마지막 차원의 틈이 닫히고, 인류는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술독에 빠진 쥐가 된 것이다.
차원의 틈이 모두 닫히고 원반의 힘은 곧 없어졌지만 인류에게 큰 시련이 닥쳤다.
사람들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사람의 팔다리에 비늘이 돋치고 가시가 돋아나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사람들의 증세는 심화되었다. 
중국에서는 사람이 사람을 물어뜯어 죽이는 사건이 발견되었다.
그 후 과학자들이 이 증상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인류는 차원의 틈에서 흘러나왔던 전염성 고차원 물질이 인체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리고 마지막 차원의 틈에서 흘러나온 그것이 지구를 감쌌다는 것도 알아내었다.
곧 지구는 악몽으로 변했다.
'사람'에게 물어뜯기고, 머리에 가시가 박히고, 죽을 때 까지 얻어맞아버린 시체가 거리에 가득했다.
사람들의 이성은 없어지고 말았다.
인류가 병에 대해 알아내면 알아낼수록 그것은 더욱 가속화되었다.
한때 유니온이라고 불렸던 조직은 최후의 수단으로 전 세계에 남아있는 모든 과학자들을 불러모아 사태의 해결 방안에 대해 물었다.
곧 그들은 작전을 세우기 시작했다.
평행 세계의 차원에 틈을 낸 다음 그곳의 자신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다.
인류는 평행 세계에 발을 들이려 했다.
그러나 그들은 한발 늦고 말았다.
이성을 잃어버린 한 무리의 '사람'들이 조직을 공격해 과학자들을 모조리 감염시키고 말았다.
마지막 인류였던 한 과학자는 발가락이 물리기 직전 평행 세계의 문을 열어버렸다.
자신만이라도 살아남았더다면 도움을 요청했겠지만, 과학자의 목소리는 이미 딱딱거리고 끔찍한 비명을 지르는,
차원종에 지나지 않았다.
더 이상 지구에는 인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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