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유리] 어느 아침

루이벨라 2017-01-29 5

※ 지인 분의 썰을 바탕으로 써보았습니다.
※ 둘이 클로저인 상태로 결혼에 골인한 상태.





 거울도 ** 않고 능숙하게 뒤로 머리를 올려 간단하게 묶는 소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소년이 물었다.

 -왜 머리를 묶기 시작한 거야?
 -응?

 그제야 소녀는 소년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걸 알아차린 모양이다. 머리를 마저 묶던 소녀는 뭘 그런 걸 물어보냐는 듯 배시시 웃었다.

 -묶는 게 더 예쁘지 않아?
 -...
 -에에, 그런 농담도 못 하니?

 소년이 살짝 붉어진 얼굴로 아무 말도 안 하자 소녀는 왜인지 모르게 살짝 삐친 듯 했다. 그런 것도 잠시, 소녀는 이내 얼굴을 피고 이유를 말하기 시작했다.

 -이러는 편이 더 움직이기 편하잖아?
 -...
 -에에, 왜 또 그런 진지한 얼굴을 하는 건데?

 소년의 반응이 소녀는 만족스럽지 못한 모양이었다. 소녀는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 시간을 확인하더니 늦었다며 얼른 소년의 팔을 낚아챘다.

 -자자, 빨리 가자, 세하야!
 -어어, 응...

 소년은 아직도 화끈거리는 제 뺨을 어루만지며 소녀를 따라 걸음을 바삐 옮겼다.



* * *



 "...아."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과거의 일을 꿈으로 꾼 거 같았다. 유리는 머리를 묶고 있었고, 자신은 그 뒤에서 물끄러미 바라보는...언젠가의 과거에 몇 번 있었을 법한 일이었다.

 "으으..."

 야근을 한 뒤에 일어나는 다음날은 괴롭기만 하다. 반쯤 감겨진 눈으로 시간을 확인해보니 오전 10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요 근래에는 무슨 놈의 일이 많은지 며칠 동안이나 철야를 뛰었다. 하지만 그 덕에 오늘 하루만은 특별 휴가를 받았다. 휴가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일어나기는 해야 해서 몸을 일으키는데...

 "...?"

 왼쪽 팔에 묵직한 무언가의 무게가 느껴졌다. 내가 누군가한테 팔베개를 해주고 잔 모양이구나, 싶어서 세하는 그 상대가 누구인지 확인했다.

 아니, 확인할 필요는 없었다. 세상에서 이러고 있을 사람은 자신의 기준에서는 딱 한 명.

 "..."
 "..."

 옆에서 유리가 새근새근 잠을 자고 있었다. 잠이 어느 정도 깨버린 세하와는 달리 아직도 꿈나라 여행을 하는 얼굴이었다. 그 모습이 잠시 귀엽다고 생각해서 뺨을 살짝 눌러보았다. 유리는 짧게 신음만 할 뿐, 일어날 생각은 하지 않았다.

 유리도 어제 세하와 같이 야근을 병행했다. 세하가 더하면 더했지, 유리도 만만치 않은 업무량을 감당해야했고, 새벽에 둘이 겨우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세하의 기억으로는 오늘 유리도 하루 정도 특별 휴가를 받았더랬다. 모처럼의 푹 자는 잠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살며시 팔을 빼었다. 하지만 그런 보람도 없이 유리가 몸을 뒤척이더니 눈을 떴다.

 “...세하야...?”
 “...아, 일어났네...”

 우물우물. 아직도 꿈속에서 해매고 있는 유리에게, 좀 더 자라는 뜻으로 유리의 머리를 쓰다듬는 세하. 그 손길이 좋은지 유리는 옅은 미소를 띄우며 베개에 얼굴을 다시 파묻었다.

 “좀 더 **...내가 괜히 깨웠네.”
 “우음...지금 몇 시야?”
 “10시 다 되어가.”

 10시 다 되어간다는 세하의 말에 유리는 눈을 번쩍, 떴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났다는 말에 억지로 눈을 뜨는 거 같았다.

 “좀 더 자도 되는데?”
 “일어날 거야...”

 목소리는 아직도 꿈속에 있는 거 같다만...? 세하는 토를 달지는 않았다.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일어나는 유리가 손을 더듬으며 무언가를 찾아서 집었다. 머리끈. 하도 오래 써서 그런지 헐렁하기 일보 직전인 머리끈이었다. 일어나자마자 머리부터 묶나...비몽사몽한 상태라 그런지 평소에는 능숙했던 유리의 손놀림은 서툴기 그지없었다. 보다 못한 세하가 유리의 손에 들려있던 끈을 낚아챘다.

 “내가 묶어줄게. 가만히 있어.”
 “으응...”

 유리의 머릿결은 거칠어 보이는 겉보기와는 다르게 부드러웠다. 가지런히 손으로 머리를 모으던 세하에게 유리가 웅얼거리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세하가 머리 묶어주는 건 처음이네...”
 “...”

 특수 요원이 된 이후, 유리는 임무를 하러 갈 때마다 머리를 묶었다. 풀은 머리도 잘 어울려서 왜 묶고 다니냐며 오늘 아침에 꾼 꿈속에서처럼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 때 유리는 거추장스럽다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말을 했다. 사실 세하가 그 말을 괜히 꺼낸 이유는 그런 단순한 이유를 듣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저 그 머리도...잘 어울린다고 말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결국 그 이야기는 밖으로 내뱉지 못했지만. 이런 류의 감정은, 표현하기 어려워하는 자신이니까.

 그 잘 어울린다는 말을 지금까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정성스럽게 마지막 바퀴를 돌려 고정시킨 세하가 말했다.

 “다 했다.”
 “우와, 세하도 잘 묶네.”

 세하가 처음으로 묶어준 머리가 유리는 꽤나 마음에 든 눈치였다. 이리저리 매만져보고, 거울로 두 번이나 확인하고 있었다. 어느 새 잠은 다 달아난 표정이었다. 왠지 모르게 신나하고 있던 유리가 말했다.

 “그럼 오늘 아침은 내가 차릴게. 세하도 피곤할거 아니야?”
 “피곤한 건 마찬가지지. 그냥 둘이서 하자.”

 그리고 가끔 네 요리 실력을 못 믿겠거든. 장난스럽게 내뱉은 뒷말에 유리는 볼을 크게 부풀었다. 그, 그래도 요리 실력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유리는 정말 진지하게 대꾸했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자기도 모르게 살짝 웃음이 새어나갔다.

 살짝 곁눈질로 보니 어느 덧 옆으로 와서 열심히 달걀을 깨치고 있는 유리가 보였다. 어느 사이엔가 무언가를 집중하고 있는 유리의 표정은 세하가 좋아하는 표정 중 하나가 되었다. 유리 자신은 모르겠지만 무언가를 집중하고 있는 유리는, 입술이 살짝 뾰로통하게 튀어나와있다.

 “달걀은 왜 그리 많이 깨?”
 “으응? 오믈렛 할려고 그러지!”
 “...또 태우는 건 아니겠지?”
 “에에, 아니야! 나 오믈렛 이제 엄청 잘해!”





[작가의 말]

갑자기 저리 끝나는 건 지금 작가가 오믈렛을 먹고 싶어서입니다(?)
2024-10-24 23:13:38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