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슬비/단편] 사랑이 온천에서 시작되네요
Articulus 2017-01-26 19
※ 일러두기
1. 이 이야기는 중국 클로저스 봉인자에서 내놓은 온천욕하는 주인공들 일러스트를 보고 어젯밤에 생각난 이야기입니다. 연재중인 용서해주세요의 이야기와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2. 더욱이 원작의 스토리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이야기이므로, 그저 이런 일도 있겠구나 정도로만 읽어주세요.
3. 세하슬비는 언제나 진리에욧!
4. 이 소설은 'PC'에서 '네이버 나눔글꼴'로 감상하는 것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 BGM으로 '아이유&나윤권 - 첫사랑이죠'를 켜고 보시면 더 좋습니다.
이렇게 있은지, 얼마나 되었을까.
느껴지기론 이 안에 1시간은 있었던 것 같다.
온천 안의 열기 때문에 우리의 몸은 달아올라 있었고, 이미 달아오를대로 달아오른 우리의 얼굴에는 홍조가 가득 피어나 있었다.
"저기, 슬비야."
"으, 응."
"우리 어쩌다가 이렇게 된걸까."
"난들 알겠어…"
온천물 속에 들어가 등만 맞대로 있는 나와 슬비는 얼굴만 붉히고 있다.
대나무로 만들어진 벽 바로 너머에는 유정 누나와 유리의 목소리가, 그리고 바로 그 옆에선 미스틸과 제이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온천의 구조는 너무나도 특이해서, 저 대나무 벽은 이 탕의 끝까지 이어져있고 띄엄띄엄 끊어져있어서 이곳과 저곳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게다가 중간중간 유리로 된 부분이 있어서 조금만 잘못 위치를 잡으면 우리가 있는 위치가 드러나고 만다. 아마도 이런 장치를 하는 것은 일본에 혼욕 문화가 아직도 남아 있는 관계로, 혹시나 혼욕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미스러운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 두 사람은 이곳에서 조금만 움직이더라도 남탕과 여탕에 있는 이들에게 분명히 들키고 만다. 그래서 이렇게 쉽사리 움직이지도 못하고, 감시의 눈빛이 닿지않는 사각지대인 이곳에 우리 두 사람은 가만히 부끄러움을 참으며 있는 것이다.
만약 우리 두 사람이 이곳에서 나간다면, 반드시 저 너머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꼼짝없이 걸리고 만다. 물론 나나 슬비 중 한 명이 나가는 것은 상관없겠지만, 그 다음 사람이 밖으로 나가게되면 우리 두 사람이 이 탕에서 단 둘이서만 있었다는 것을 모두가 알게 된다.
혼욕 문화가 없는 한국에서 온 우리가 이렇게 혼욕탕에 들어와서 단 둘이만 있었다는게 알려지면, 분명히 우리는 큰 오해를 사고 말 것이다. 물론 우리가 잘 둘러대면 어떻게든 오해를 풀 수 있겠지만, 우리를 바라보는 동료들이 시선은 분명히 이상해질 것이다.
우리는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걸까.
***
발단은 이러했다.
강남 사태가 무사히 해결되고, 이 사건을 매듭지은 우리 검은양 팀은 유니온 총본부로부터 표창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요원관리국의 국장에서 신서울지부의 지부장으로 승진한 데이비드 지부장님의 권한으로 우리 검은양 팀의 다섯 명의 클로저들과 우리를 이끌었던 유정 누나는 총 5일의 휴가를 얻게 되었다.
비상근무체제가 해제된 지금에 있어서 5일의 휴가라는 것은 사실상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그리고 공휴일인 토요일과 일요일까지 모두 합쳐서 총 7일이라는 시간동안 푹 쉴 수 있는 긴 휴가이다.
우리에게 이런 휴가를 준 지부장님은 높은 자리에 올라갔기 때문에 아무래도 본인은 쉴 수 없는 모양이었고, 이 때문에 자신을 대신하여 유정 누나에게 휴가를 준 모양이었다.
그리고 우리들은 이 7일의 휴가를 보람차게 쓸 수 있는 방안을 생각했다. 검은양 팀이 집합하는 아지트에서 우리는 열띤 토론을 벌였다. 그리고 국내여행과 해외여행 중 해외여행을 가는 것으로 모두가 만장일치로 합의했지만, 그 이후가 문제였다.
"외국, 외국! 이탈리아에 가면 세계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들을 맛볼 수 있대!"
눈이 초롱초롱해진 유리는 또 먹을 이야기를 하면서 이탈리아로 가기를 주장했다. 나는 사실 그것보다는 이번에 뉴욕에서 개최되는 유명한 게임의 세계 대회에 직접 관람자로 참여해보기 원했기 때문에, 뉴욕으로 갈 것을 건의했다.
하지만 슬비는 내 의견을 묵살하며 말했다.
"이세하, 게임 이야기좀 그만해! 뉴욕은 제외야. 나라면 게임보러 뉴욕을 갈 바에, 사랑과 차원전쟁에서 나왔던 헐리우드에 가보겠어."
"야, 그건 너 생각이고! 따분하게 그런 곳을 왜 가냐?"
"너처럼 게임만 볼 바에야, 나는 돌아다니면서 실제 드라마에 나왔던 장소들을 둘러보겠어!"
우리 두 사람이 으르렁거릴동안 제이 아저씨와 테인이는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테인아, 넌 어디에 가고 싶냐?"
"움, 전 오랜만에 독일에 가보고 싶어요! 아저씨는요?"
"난 캐나다에 가보고 싶구나, 거긴 공기가 정말 깨끗하다니 건강에도 좋겠지. 안 그래, 유정 씨?"
아저씨의 말에도 유정 누나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저 우리의 말이 나올 때마다 누나의 표정이 어두워져만 갔고, 그러다가 누나는 어렵게 말을 꺼냈다.
"저기, 모두들 잘 들어요."
나와 슬비도 말싸움을 멈추고, 누나를 바라보았다.
누나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조용했기에, 저절로 주의가 그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유니온에서 지원해주는 휴가비로는, 지금까지 말한 이탈리아나 미국, 캐나다, 독일같은 먼 나라까지는 갈 수 없어요."
"네엣?!"
"미리 말해줬어야 했는데, 정말 미안해요 모두들. 그래서 절충안을 내보려고 해요."
우리 모두는 누나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유정 누나는 과연 어떤 절충안을 내놓을까?
"제한된 자본으로 자연, 볼거리, 먹을거리, 이 모든 것을 다 충족할 수 있는 곳으로, 저는 일본을 제안하겠어요. 특히 그중에서도 북해도 쪽을 추천하죠."
"음, 나쁘지 않군. 난 찬성이야."
"저도요! 일본은 한 번도 안가봐서, 기대되어요!"
유정 누나의 제안에 아저씨와 테인이는 곧바로 찬성의견을 던졌다.
솔직히 나는 일본은 별로다. 특히 북해도라면 일본의 가장 북쪽에 있는 홋카이도를 말하는 것일테고, 거기서는 내가 원하는 게임 대회도 열리지 않는다. 어렵게 얻은 해외여행의 기회가 그냥 쉬러가는 거라면, 차라리 집에서 쉬면서 게임을 하는게 더 좋다.
"언니, 꼭 거기를 가야하나요?"
슬비 역시 나처럼 불만인가보다.
아마 이 녀석은 정말로 사랑과 차원전쟁 촬영지 성지순례라도 뛰고 싶은 모양이다.
누나에게서 '이게 최선이야'라는 답이 돌아오자, 얼굴에 잔뜩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슬비는 고개만 끄덕거렸다. 아마도 슬비는 누나의 제안대로 갈 것 같고, 그렇다면 유리는 어떨까?
"언니, 북해도가 어디에요?"
"북해도는 일본 가장 북쪽에 있는 섬이야. 위도가 높아서 지금쯤이면 거긴 겨울이나 다를바가 없어."
"으, 저는 추운게 싫은데. 언니, 역시 다른데로 가면 안될까요?"
나이스, 서유리.
그렇게 나가는거야!
"유리야, 추운 날씨에 따뜻한 일본식 라면이 먹고싶지 않니?"
"일본식 라면… 따뜻한 라멘… 그리고 우동…"
녀석의 입에 침이 걸리기 시작했다.
잔뜩 입맛을 다시는 것을 보니, 분명히 저 녀석은 그곳에서 자신이 음식을 먹는 것을 상상하고 있는게 틀림없다.
내가 아는 서유리라면, 분명히 넘어간다. 100% 넘어간다.
"언니, 저 거기 가게에 들어가서 마음껏 먹어도 되요?"
"응? 어, 어어. 될, 걸?"
"진짜죠! 진짜죠!"
역시 넘어가고 말았다.
저 먹보의 식성은 어딜 가지 않는다. 사실 저 녀석은 무엇을 먹든 맛있게 그리고 배부르게만 먹으면 끝이다. 결국 이 중에서 반대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그렇게 가면 저는 빠질래요. 저는 집에 남을게요."
"세하야, 팀이 움직이는데, 같이 가는게 어떻겠니?"
"싫어요, 누나. 전 집에 남아서 게임이나 할거예요. 그동안 바쁘게 임무 뛰어다니느라 게임도 못했다고요."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건 어떻겠니?"
"싫어요."
절대 안 따라갈거다.
무슨 유혹을 해도 안 따라갈거다.
"좋아."
"응?"
이슬비다.
이 마녀같은 녀석, 또 무슨 말을 하려고…
"유정 언니, 이번 휴가 우리 모두 다 반납할게요. 대신 전원 출근하기로 하는게 어때요?"
"윽… 추, 출근이라니, 슬비야, 그건 좀."
"팀원이 안 간다는데, 어떻게 리더가 혼자서 떠날 수 있겠어요? 안 그래, 이, 세, 하?"
저런 눈으로 나를 빤히 바라본다는 건, 나한테 안쉬려면 일하고 쉬려면 같이 쉬자고 협박하는거다.
이 마녀, 끝까지 나를 괴롭히겠다 이거지?
"좋아."
"…?"
"그러면 같이 가줄게. 대신, 절대 불만하지 않기다?"
"그래, 좋아. 절대 불만하지 않겠어. 불만하면 두고봐."
"내가 할 소리야."
찌릿하고 나와 슬비 사이에 따가운 시선이 오갔다.
그래, 이거 싸우자는거지?
좋아, 이슬비. 누가 이기나 한 번 해보자.
이렇게 나와 슬비의 냉전이 시작되었다.
.
.
.
휴가가 시작되는 다음 주 월요일 새벽, 우리는 국제공항으로 모여들었다. 이미 예매해놓은 비행기 티켓을 챙기기가 무섭게 우리는 비행기에 탑승했고, 난 자리에 앉자마자 그대로 잠에 골아 떨어졌다. 사실 오늘 떠나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새벽 일찍 일어날 일은 없었을 것이고, 때문에 나는 무척이나 피곤해있었다.
사실 더 큰 이유는 하나 더 있었는데, 그건 좌석의 문제였다. 내 좌석 바로 옆좌석은 이슬비의 자리이고, 그 옆은 유정누나의 자리이다.
사실 나야 예전부터 이 녀석을 좋아했으니까 별 상관은 없지만, 지금 이 녀석과 나는 냉전 중이다. 누군가 한 명이 먼저 건드리기만 하면 곧바로 전쟁을 시작할 수 있는 수준의 긴장관계인데, 내가 혹시나 이 녀석을 건드리는 행동을 하게되면 우리는 또 싸우게 되고 말 것이다.
남자가 여자를 건드리는 건, 그 여자에게 관심이 있다는 이야기라고 한다.
그래서 나도 은근히 이 녀석한테 만큼은 때로는 장난도 치면서 일부러 관심을 끌어보기 위해 도발도 해보 지만, 그것도 지켜야 할 선이 있다. 그 선을 넘으면 분명히 이슬비는 나를 싫어하게 될테니까 주의해야지.
그래서 나는 곧바로 자리에 앉자마자 잠자는 시늉을 했고,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
잠에 빠져든 것 같은데, 어디선가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누구의 목소리인지는 모르겠는데, 분명히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의 목소리인 것만큼은 확실했다.
그 목소리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슬비라는 아이, 좋아할까?"
이상한 물음이었다. 하지만 분명히 답이 있는 질문이다.
당연한 걸 왜 물어? 난 그 녀석을 너무나도 좋아한다.
사실 녀석을 좋아하게 된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지만, 동료를 넘어 이제는 그 아이가 여자로 보인다.
나는 목소리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야, 누가 그런 녀석을 좋아할 것 같아? 애늙은이고, 고집쟁이고, 원칙주의자인 그런 녀석을."
목소리는 다시 나에게 물어왔다.
"정말로?"
나는 무척이나 자신넘치게 말했다.
"하지만 난 아니야. 이슬비이니까, 그것만으로도 난 그 아이가 좋아."
이상하게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분명히 나는 말했는데도, 나에게 들리는 분명한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저 내 생각 속에서 말한 그대로의 답일 뿐이었다.
그러자 목소리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그리고 나도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쿵, 하는 충격이 느껴졌다. 깜짝 놀라 정신을 차려보니, 비행기가 활주로 위를 달리고 있었다. 아마도 방금 전의 그 충격은 활주로에 착륙할 때 잠깐 느껴진 충격이었나보다.
난 지금까지 잠들어 있었던 걸까?
아마도 꿈이었나보다. 꿈에서까지 이슬비와 관련된 꿈을 꾸다니, 이세하라는 남자는 그 아이에게 푹 빠진게 분명하다.
잠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는 변한게 하나도 없이, 비행기 안이었다.
기지개를 크게 켜고서 하품을 했다.
비행기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나는 전혀 모른다.
다만 이상하게도 이슬비가 내 시선을 피하기 시작했다는 것만 뚜렷하게 알 수 있었다. 그게 나와 녀석의 관계가 서먹해지기 시작했던 발단이었다.
유정 누나에게 얼핏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봤지만, 누나도 비행기 타고 오는 동안 잠에 빠져있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는듯 했다. 그렇다고 당사자에게 묻는건 완전 아니니, 궁금하더라도 참기로 했다.
만약에 내가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던 거였다면 이슬비가 내가 깨어나기가 무섭게 한 마디 했을테니, 적어도 그런 최악의 일은 벌어지지 않은 모양이다.
그렇게 나는 풀리지 않은 궁금증을 안고서, 일본 여행의 첫날을 시작했다.
우리는 숙소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서 곧바로 관광을 시작했다. 외국은 언제나 그렇듯 낯설고, 우리는 그 낯선 환경에 너무나도 빠르게 적응해갔다. 안되는 일본어 실력을 발휘해가면서 겨우 관광지를 찾았고 맛집을 찾아나갔다.
얼마 둘러보 지도 않은 것 같은데, 날은 금세 저물어갔다. 위도가 높다보니 그런걸까?
여전히 눈이 수북히 쌓여있는 거리에 어둠이 내릴 무렵, 우리는 한 현지인에게 소개받은 라멘가게를 찾았다. 매우 따뜻하고 맛있는 라멘을 정말 맛있게 먹어치웠던 것 같다. 역시 한국 라면과는 다른 일본 라멘은 이 맛에 먹는걸까?
차려진 음식이 담긴 그릇을 다 비우고 나올 때까지도, 슬비는 나와 말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 일부러 나와 시선을 마주치는 것도 피하는게 눈에 선하다. 도대체 내가 비행기 안에서 무슨 일을 저지른걸까? 이쯤되니 불안하기 시작하다.
그렇지만 나는 용기내어 물어보 지도 못했고, 기회를 놓치고 숙소까지 돌아와버렸다.
숙소에 들어가서 남자방과 여자방으로 나뉘어 갈리기 전에 유정누나가 제안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오늘 저녁은 온천욕 어때요?"
"오, 그거 좋은 생각이야. 이렇게 추운 날에는 따뜻한 온천이 최고지!"
그래, 이런 추운 날씨에서 일본의 따뜻한 온천은 최고라고 하더라.
내가 일본에 간다고하니 석봉이가 꼭 온천을 가보라고 했으니, 가볼만 하겠지?
남자방에 들어가서 먼저 탕에 들어가겠다고 나는 옷부터 벗었다. 그리고 밖에서 먼저 몸을 대충 씻은 후, 옷만 갈아입고서 탕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곳에는 혼 탕이 있었다. 그러고보니 일본에는 혼 욕 문화가 아직 남아있다고 했지.
남탕과 여탕도 분명히 있었지만, 나는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혼 탕으로 향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남녀가 섞여있는 우리 검은양 팀이 한꺼번에 모여서 이야기를 하려면 당연히 혼 탕을 가야하기 때문에, 아무런 의심을 할 필요도 없었다.
나도 어쩔 수 없는 남자일까, 문득 타올 하나만 몸에 두르고 있는 슬비를 생각해버리고 말았다.
아, 뜨겁다. 얼굴이 확 달아오른게 분명하다.
무슨 바보같은 생각을 하는걸까.
정신차려, 이세하!
얼굴을 휘휘 저으며 잡생각을 떨어뜨리며 걸었다. 그리고 혼 탕의 입구에 도착해서, 문을 열었다.
드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나무 미닫이문이 열리고, 나는 잠시 얼굴을 빼꼼 내밀어 안을 살폈다. 내가 제일 처음온 모양인지,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안심하면서 나는 옷을 벗고 수건 한 장만 몸에 걸친 후, 따뜻한 탕 안으로 들어갔다.
처음에는 엄청 뜨거웠지만 계속 있다보니 뜨거운 기운은 어느새 몸 가득히 들어왔고, 몸이 풀어지는 느낌과 함께 기분이 매우 좋아졌다. 이 맛을 느껴보라고 석봉이는 나에게 온천에 가보라고 했던 걸까?
그렇게 온천욕을 즐기기를 몇 분, 드르륵 소리와 함께 미닫이문이 열렸다.
누군가 들어온 모양이다. 나는 눈을 살짝 떠서 문 쪽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보, 보 지마, 이세하!"
"…?!"
거기엔 타올 한 장만 몸에 두른채 잔뜩 웅크리며 부끄러워하는 슬비가 서 있었다.
내가 상상한 상황이 눈 앞에 당장 펼쳐지니 나도 무척이나 당황스러웠고, 곧바로 고개를 반대로 돌렸다. 그리고 말하기를,
"미, 미안해."
"내가 안에 들어갈 때까지, 절대 보면 안 된다? 알았지!"
"알았어. 빨리 들어오기나 해."
잠시 후 약하게 물이 튀기는 소리와 약한 물살이 살갗에 와닿았다.
아마도 슬비가 온천탕 안에 들어온 모양이다.
"읏, 뜨거워."
"조금만 있으면 괜찮아질거야."
"나도 알아!"
그러면 말하지를 말던가.
한 마디 해주고 싶었지만, 참았다. 사실 싸우고 싶은 마음도 없다. 건드리고 싶지도 않았고, 그냥 이렇게 있고만 싶었다. 적어도 내 말에 대꾸를 해주는걸 보면 나를 완전히 피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묘하게 이곳에 와서부터 느껴졌던 거리감이 조금이나마 줄어든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안심했다.
슬비가 들어온지 10분이 지나고도, 아저씨나 유정 누나, 그리고 유리나 테인이는 여전히 이곳에 오지 않았다. 나만 아니라 슬비도 이상함을 느낀건지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우리는 시선이 맞았다.
곧바로 우리는 서로의 시선을 애써 못 본 척, 고개를 돌려버리고 말았다.
그 때였다.
"우와, 온천이다!"
"드디어 몸을 풀 수 있겠군. 테인아, 깊은 데는 가지마라?"
"우웅! 저도 안다고요."
아저씨와 테인이의 목소리가 너머에서 들려왔다.
대나무로 만들어진 벽 바로 너머는, 아마도 내 기억에 따르면 남탕이다. 저 두 사람은 왜 저기로 들어간거지?
그리고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야아, 근사한 곳이네."
"언니, 언니, 빨리 들어가요!"
이번에 들려온 목소리는 유정 누나와 서유리의 목소리이다.
목소리가 들려온 쪽은 역시나 벽 너머였는데, 아마도 바로 너머의 반대쪽이니 여탕 쯤일까.
도대체 저 사람들은 왜 또 저기에 간거야.
그리고 이번에는 슬비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주 작게, 나에게 물어오는 소리였다.
"저기, 세하야. 우리 잘못 들어온거 아닐까?"
"뭐?"
정말 잘못 들어온 걸까?
아마도 네 명이 저렇게 따로 들어간걸 보면 분명히 혼 탕이 아닌 각자의 탕에 들어가려고 생각했나보다. 나와 슬비만 이곳에 들어가는 걸로 생각했던걸까?
"다같이 모여서 이야기할거라면 여기 들어오는게 맞지 않아?"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다시 벽 너머에서 이야기가 들려왔다.
"어이, 유정 씨, 탕에 들어온 모양이지? 거긴 어때?"
"아주 좋아요, 제이 씨 쪽은요?"
"이쪽도 정말 좋아. 오랜만에 몸이 풀리는 기분이 드니 너무 좋은걸?"
"그나저나 일본에는 혼 탕이라는 것이 있다던데, 여기도 그런게 있을까요?"
"글쎄? 하지만 있다고 하더라도, 아이들을 데리고 그런 곳을 들어갈 수는 없지. 하하하!"
아저씨와 누나의 대화를 듣건대, 저 두 사람은 이곳에 혼 탕이 있는 것도 모르는 모양이다.
게다가 들어갈 생각도 없는 것 같았고.
그렇다면, 슬비와 나만 이곳의 존재를 알고 들어온 걸까?
너무 많이 알아도 고생한다고 언젠가 엄마가 말한 적이 있는데, 아마도 그건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인가보다.
"세하야, 우리 어쩌지?"
"어쩌긴, 여기서 당장 나가야지."
"그렇긴 하지만, 여기 벽이 너무 듬성듬성 있어서 우리가 여기에 있는거 분명히 들키고 말거야…"
슬비의 말대로이다.
저 대나무벽은 듬성듬성 설치되어 있어서, 건너편의 탕이 다 보인다. 우리가 움직이면 분명히 저 틈을 통해 건너편에 있는 사람들 중 아무라도 우리를 보게 될 것이다. 절대 그런 상황이 와선 안 된다, 그러면 나와 슬비가 단 둘이서만 이곳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이상한 생각들을 불러일으키게 될테니까.
나와 슬비가 고민에 휩싸여있을 때, 위기는 또 다시 찾아왔다.
"우와, 아저씨, 여기 보세요. 건너편에 또 탕이 있나봐요!"
"어디보자, 정말이네? 저기가 그 혼 탕이라는 건가보군?"
"아저씨, 저기 보고 와도 될까요?"
테인이가 여길 발견한 모양이다.
큰일이다. 테인이가 여길 들여다보면, 분명히 들키고 만다. 그런 최악의 상황은 막기 위해선, 시선이 쉽게 닿지 않는 곳에 있어야 한다.
다행히도 내가 있는 곳은 약간 구석진 곳인데다가 남탕과는 약간 거리가 있기 때문에, 테인이의 시야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에 비해 슬비가 있는 곳은 완벽히 트인 곳이라, 들여다보면 곧바로 보인다. 슬비가 이쪽으로 움직여주면 안 들키겠지만, 과연 그렇게 해줄까?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나는 슬비에게 작은 소리로 물었다.
"슬비야."
"응?"
"잠깐 이쪽으로 와볼래?"
"미, 미쳤어?"
"우리 둘이 여기 있는거 들키는 것보단 나을거야. 너도 그렇게 생각하잖아."
잠시 머뭇거리더니, 슬비는 나의 제안대로 내가 있는 곳으로 왔다.
"뒤로 돌아, 이세하."
"누가 너같은 얘를 본다고…"
"너, 아까도…"
"아까?"
"아, 아냐. 그냥 뒤로 돌아있어."
"아, 네네."
물 속에 몸을 잠근채로 뒤로 돌았다.
그러자 따뜻하고 포근한 부드러운 무언가가 내 등에 와닿았다. 그리고 열기를 타고 느껴지는 이 향기, 분명히 슬비다.
"이렇게 있으면 안 들키겠지?"
"아마도…"
그래.
이렇게해서 나와 슬비가 지금처럼 있게 되었다.
그래, 이렇게 되어서 우리가 이렇게 붙어있게 되었지.
***
얼마나 이렇게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처음에는 낯설고 부끄러웠지만, 지금이 되니 무척이나 자연스러웠다.
살결을 통해 공유되는 서로의 온기는 물 밖에 있는 우리의 등과 어깨에 내려앉는 차가운 기운을 완전히 몰아내주었다.
이렇게 좋아하는 여자아이 - 이슬비 - 와 딱 붙어있을 수 있게된 거, 내가 그동안 강남을 위해서 열심히 싸운 것에 대한 보답일까? 아마도 신은 정말 살아있나보다.
그렇지만 나나 슬비나,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이 따스한 기운을 느끼기만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잠시 묻혀있던 궁금증이 살아났다.
슬비가 지금까지 나의 시선을 피한 이유. 계속해서 물어보려고 했었지만 나란 녀석은 용기가 부족해서 쉽게 물어보 지 못했다. 단 둘이 있는 지금, 용기내어서 물어봐야겠다.
내가 비행기 안에서 무슨 짓을 했다면, 여기에서 분명히 사과해야겠어. 그리고 더이상 슬비와 서먹서먹한 관계로 지내는 것을 그만두어야겠다.
이렇게 좋은 시간을 이 녀석과 떨어져서 보내는 것은 나로서도 좋지 않으니까.
"저기 슬비야."
"왜."
"비행기 안에서,"
"…"
"내가 너한테 실례되는 행동이라도 한거야?"
"아, 아냐."
대답은 예상외로 부정.
내가 실례되는 무언가를 하지 않았다면, 도대체 왜?
다시 꼬리를 물고 늘어진 의문이 나를 휘감는다. 그리고 다음 질문으로 옮겨졌다.
"그러면 왜 나를 피한거야?"
"내가 언제, 널 피했다고…"
내가 생각해도 꽤나 저돌적으로 물었다. 내가 평상시에 이렇게 직접적으로 슬비에게 물었던 적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특히나 우리의 관계에 대해서 이렇게 직접적으로 물어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가슴이 너무나도 떨린다.
미칠듯이 심장이 쿵쾅대지만, 그래도 물어야만 한다.
이슬비, 너와 서먹해지기 싫으니까. 넌 이렇게 초조한 내 마음을 알까?
"거짓말 하지마. 내가 그런것도 느끼지 못할 것 같아? 비행기 내리면서부터 지금까지 계속 그랬잖아."
"… 아, 니야."
"도대체 뭐가 문제인데? 내가 잘못한게 있다면, 분명히 말해줬으면 해. 사과할게, 절을 하더라도 사과할테니까 말해줘."
"잘못한 거 없다니까…"
"그러면 왜 그러는데?"
이렇게 소모적인 대화는 싫다.
슬비가 확실하게 말해줬으면 좋겠다.
그런데 계속해서 말을 돌린다. 직접적으로 대답해주지 않고 말이다.
그러다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결론에 도달했다.
그걸 입밖에 내려고 하니, 내가 거부당하는 것 같아서 두려웠다. 하지만 물어야 한다, 이것이 진실인지를.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나는 내가 생각한 것을 물어보았다.
"이슬비, 너… 내가, 싫어?"
"…!"
살짝 놀란 표정을 짓는 슬비.
그래. 그런 모양이다. 나한테 의중을 들켜서 저런가보다.
그렇지 않고서는 저렇게 놀랄리가 없지.
역시, 나같이 말도 안 듣는 팀원을 좋아하는 리더는 없지.
괜찮아, 이세하. 넌 어렸을 적부터 거부당하는게 일상이었으니까, 첫사랑쯤은 거부당해도 상관없잖아?
아, 이렇게 생각하니까 엄청 눈물날 것 같네.
입이 말라붙는 것 같아서, 침을 한 번 삼키고 나는 말했다.
"미안. 이런거, 괜히 물어봤어. 내가 바보였나봐."
"이세하…"
"대답 안해줘도 돼. 다 알아들었으니까."
"이세하, 넌…"
"…?"
"넌, 왜 마음대로 생각해?"
그 말에는 상당히 감정이 있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슬비를 잠시 바라보았다. 이미 슬비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슬비의 눈가에는 눈물로 보이는 무언가가 맺혀있었다.
아니, 눈물이 아닐거야. 저건 분명히 땀이나 물일거야.
나는 내가 일순간 생각한 것을 부정하며 다른 것으로 결론지었다.
"내가 널 싫어해? 네가 날 싫어하는게 아니고…?"
"…뭐?"
"비행기 안에서 그랬어. 잠꼬대였지만, 넌 분명히 나를 두고 말했어. 나같은 여자, 누가 좋아하겠냐고."
"…"
오해다.
이건 오해야. 내가 그런 말을 할리가 없잖아.
내가 얼마나 너를 좋아하는데.
나는 부정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야. 내가 그런 말 했을리가 없어."
"아니, 넌 분명히 그랬어. 솔직히 말해, 이세하. 너, 나 싫어하는거 맞지? 그렇지?"
"아니야!"
"그러면 뭔데! 날 싫어하지 않으면 뭐냐고!"
무언가가 막힌 것처럼 답답하다.
울컥하다.
내 마음이 전해지지 않아서, 너무나도 슬펐다.
이런 말을 너에게 듣다니, 너무나도 슬퍼. 그런데 너는 그걸 몰라.
왜?
어째서?
난 널 이렇게 좋아하는데, 넌 왜 내 마음을 알지 못해?
내가 그런 말을 너한테 할리가 없잖아.
그 때 문득 머리를 스쳐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비행기 안에서 꿨던 꿈. 이슬비라는 아이를 좋아하냐고 물었던 그 목소리, 왜이렇게 이 아이의 목소리와 닮아있을까?
설마 꿈에서 들었던 그 목소리는, 슬비의 목소리였을까? 나는 그렇다면 슬비가 묻는 말에 대답했던 것이다. 처음 대답은 분명했지만, 두 번째 대답은 전해지지 않았다. 내 목소리로 나온 답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슬비, 내가 널 싫어한다고 생각해?"
"그러면? 지금 상황에서 다른 답을 기대할 수 있어?"
"너, 내가 잘 동안에 나한테 물었지? '이슬비라는 아이, 좋아할까?'라고."
"… 너, 그걸 어떻게?"
"그리고 난 대답했겠지, 애늙은이고 고집쟁이고 원칙주의자인 너같은 녀석을 누가 좋아하겠냐고.
바보같이, 그런 거에 넘어간거야?"
슬비의 표정을 보아하니, 내가 하는 말이 다 맞나보다.
참 우습다. 이 녀석은 내가 자는 동안에 나한테 그렇게 물었던 걸까? 깨어있을 때나 물어보 지, 바보같이.
"정말로?"
"넌 그렇게 물었지. 그리고 난 아무 말도 안했을테고."
"이세하…"
"그래, 네게는 못했던 그 때의 대답, 다시 해줄게."
목을 가다듬었다.
어쩌면 이건, 이슬비한테 하는 첫 프로포즈가 될 수도 있을테니까.
"하지만 난 아니야. 이슬비이니까, 그것만으로도 난 그 아이가 좋아."
"너, 너…"
"이제, 오해가 풀렸어?"
"하루종일, 사람 마음만 아프게하고. 넌, 정말 넌… 최악이야, 이세하…"
"미안해, 최악이라서. 하지만 그렇게 최악인 남자가, 너를 너무 좋아해. 아니, 사랑해."
이슬비는 말을 잇지 못했다.
나도 더 이상 말 못할 것 같다.
심장이 너무 미칠 듯이 뛰어서, 말하기가 버거울 정도다.
내가 이 정도로 고백할 수 있을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결국 하고 말았다.
그 동안 내가 이슬비, 너한테 하고 싶었던 말, 단 한 마디.
사랑해.
이 말을 이제서야 꺼내놓을 수 있었어.
이제 너의 대답을 기다린다. 네가 어떻게 답하든지, 나는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어. 나는 거부당하는 것에 이미 익숙해져 있으니까.
내 얼굴 만큼이나 붉게 홍조를 띠우며, 어렵게 슬비는 말을 꺼냈다.
"애늙은이고, 고집쟁이고, 원칙주의자인데도."
"응."
"날, 사랑해줄 수 있어?"
그녀의 물음.
더 이상 확인할 것도 없다. 내가 오래전부터 품었던 그 확신을, 슬비에게 전해준다.
"넌 내가 사랑하는, 이슬비이니까."
온기를 두른 슬비의 팔이 내 목을 감았다. 그리고 슬비는 나에게 안겨들었다.
더 이상 생각할 게 없다. 나도 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를 안는다.
서로의 체온을 한가득 느끼며, 우리는 점점 서로에게 녹아들었다.
정말로 따뜻했다,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더.
***
"슬비야! 도대체 어딜 다녀온거니, 온천에는 안 오고?
그리고 세하야, 제이 씨한테 말을 들으니 너도 온천에 안 왔다면서?"
온천 밖의 카페에서 만난 유정 누나가 나와 슬비를 다그쳤다.
사실 우리는 온천에 갔다왔는데. 다행히도 아저씨도 누나도 우리가 그곳에서 단 둘이 있었다는걸 몰랐던 모양이다.
"저는 뜨거운건 별로라 그냥 밖에 나와 있었어요!"
"저, 저도요, 언니. 눈이 예쁘게 쌓여서, 밖을 돌아다니고 왔어요."
우리 두 사람은 잘 둘러대면서 자리에 앉았다. 비행기 좌석처럼 우리가 앉은 자리는 또 다시 맞붙어있는 자리였다.
우리가 시킨 음료는 곧 나왔고, 약간 의아한 표정으로 아저씨가 물어왔다.
"두 사람, 밖에 있다가 왔다면서 안 추워? 그렇게 차가운 음료를 마시는데."
그러고보니 우리 두 사람, 냉음료시켰지.
온천에 있었다는 걸 애써 숨겼는데, 또 다시 들키게 생겼다.
"이냉치냉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제이 씨. 원래 차가운 겨울에 먹는 아이스크림이 더 맛있는 법이에요."
"마, 맞아요. 밖에 있다보니 차가운 것도 별로 안 차가워요. 하하하…"
아저씨는 곧 수긍하고서 더는 물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우리를 향한 관심은 사라졌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는 자연스레 그 이야기 속으로 스며들었고, 우리가 온천에서 혼욕탕에 들어가서 단 둘이 있었다는 사실로부터 자유로워졌다.
온천의 열이 아직도 몸 속에 남아있는 나와 슬비의 몸 속에 차가운 음료가 들어가자, 우리의 몸은 저절로 부르르 떨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아무리 난방을 할지라도 온천 안과 밖은 확실히 차이가 있어서 한기가 분명히 온 몸에 느껴진다.
그럼에도 우리는 추워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테이블 아래로, 우리 두 사람은 손을 맞잡으며 따스함을 나누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이 따스함은 신서울의 4월의 봄날에도 계속될 것이고,
이세하와 이슬비 사이에도 계속될 것이다.
우리의 첫사랑은 이제야 시작이다.
- FIN -
이틀 만에 후딱 써보는 단편.
발퀄이라 죄송합니다... ㅠㅠ
더 이쁘게 잘 쓰고 싶었는데 작가의 필력의 한계입니다.
사실 세하슬비는 아무리 예쁘게 쓰더라도, 그 아름다움을 모두 담을 수 없습니다! 왜나하면 세하슬비는 클로저스의 진리이니까요!
중국 클로저스 봉인자 일러를 보자마자, 세하와 슬비가 온천에 가는 이야기 써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써보내요 ㅋㅋㅋ
쓰면서도 행복했고, 세하슬비라는 커플링을 가지고 이렇게 쓸 수 있어 행복했고...
정말 쓰면서 여러모로 흐뭇했습니다.
읽어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