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의 호기심 노트 - 이슬비는 츤데레인가?

수지고등학교 2016-08-07 2

호기심.

모든 발견과 발명의 출발점.

호기심은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지적 생명체들이 가지고 있는 본능이자 욕구다.

기이한 것에 관심을 가지는 마음.

미지의 것을 탐구하고자 하는 욕구가 없었다면, 인류는 분명 이렇게까지 발전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인류의 발전과 진보를 위해, 호기심이라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였던 것이다.

 

그러나 호기심의 대상은 미지의 것이므로 그 리스크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

말하자면, 리스크가 없는 호기심은 없다.

혹시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호기심은 고양이를 죽인다, 라는 말이 있다.

어째서 고양이인지는 일단 제쳐두고, 이를테면 호기심과 그에 따르는 리스크라는 것은 등가교환의 법칙이라고 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현실에는 현자의 돌이 없는 관계로, 하이 리턴이라면 그만큼 하이 리스크.

아무리 생각해봐도 리스크가 없는 것 같다면, 그 경우에는 ‘호기심에 대한 탐구를 실천하기 위한 용기’가 리스크가 되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저 격언에서는 ‘고양이의 죽음’이 리스크가 된다.

 

여기서 문제.

과연 인류가 지금까지 발전하는 데에 있어서 거쳐 왔던 호기심에는 리스크가 없었는가?

정답은 아니다.

불이 뜨겁다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불을 만져봐야 했을 것이고, 독을 먹으면 죽는다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독을 먹어봐야 했을 것이다.

말했듯이, 모든 호기심에는 리스크가 동반된다.

그렇다면 우리의 조상들은 그 사실을 몰랐을까?

역시 정답은 아니다.

우리의 조상들도 그렇게까지 바보는 아닌 관계로, 그런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리스크를 감수해가면서까지 호기심을 충족시켰는가.

그 정답은 ‘궁금했기 때문’이다.

왜 그런 행동을 했느냐, 고 묻는다면 단지 궁금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아니, 사실이 그렇다.

 

별 의미 없이 한 행동일지 몰라도, 결과적으로 그 행동으로 인해 인류는 발전했다.

그렇다면 내가 호기심 본의로 하는 행동들도 인류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궤변이라고 욕해도 좋지만, 결국 나는 내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다.

 

오래 기다리셨다.

‘이세하의 호기심 노트’, 지금 바로 시작한다.

 

 

이슬비에 대하여.

 

 

이름 이슬비.

나이 18세.

혈액형 O형.

신장 154cm, 체중 40kg.

신강 고등학교 2학년 E반의 학생이자 국가차원관리부 특수처리반 검은양팀의 리더.

 

인게임뿐만 아니라, 팬 만화나 팬 소설 등 여러 가지 2차 창작에서 주로 엮이는 것은 나와 이슬비이다.

물론 나를 서유리나 우정미랑 엮는 커플링도 있지만, 사실 이슬비에 비하면 그 수는 적은 편이다.

그만큼 나와 이슬비의 커플링은 인기가 많다.

어쩌면 단순히 이슬비가 인기가 많은 건지도 모른다.

솔직히 말해서, 클로저스 내 여자 캐릭터 중 이슬비의 인기는 단연 탑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핑크 머리에 벽안이라는 요소와, 대사에서 묘하게 묻어나오는 츤데레틱한 발언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게임만 하는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웃길지 모르지만, 게임과 현실은 구분해야 한다.

온라인 게임의 신부가 여자아이일지라도, 마땅히 구분해야 하는 것이 게임이고 현실이다.

이슬비가 츤데레라고 생각하는가?

한 달, 아니 하루만 같이 임무를 수행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나에 대해서 이슬비에게는 데레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츤데레와 얀데레를 합친 다음 데레를 빼고 남은 게 이슬비다.

오히려 나한테는 별 반응이 없다가, 차원종 소식만 들리면 바로 뛰쳐나가는 걸 보면 오히려 나보다 차원종을 더 좋아하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따, 딱히 이슬비가 나한테 데레데레했으면 좋겠다는 건 아니라고?

몸소 시범을 한 번 보여봤다. 이 정도는 해줘야 츤데레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이슬비의 커플링은 공장에서 뽑아내는 것 마냥 양산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얼마 전, [세슬]이라는 머리말이 달린 글을 읽어봤다.

 

“누구냐, 얘?”

 

이슬비가 이렇게 츤츤거리냐? 이슬비가 이렇게 데레데레거려?

아니, 생각해보니 츤츤거리기는 한다.

무심코 입 밖으로 소리가 튀어나왔는데, 내가 아는 이슬비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나의 슬비는 이렇지 않아! 같은 게 아니다.

다르다.

다르다기보다, 틀리다.

그렇다, 틀린 것이다.

절대 이슬비는 츤데레가 아니다.

내가 하는 말에 얼굴을 붉히지도 않고, 결코 말을 더듬는 일도 없다.

인게임의 일러스트는 잘못 그린 거고, 말을 더듬는 건 대사 스크립트 담당의 실수가 초래한 결과다.

그리고 2차 창작하는 사람들.

당신들 그냥 츤데레인 편이 엮기 쉬워서 그렇게 그리는 거지?

츤데레라고 하면, 우정미도 있는데 왜 하필 이슬비냐, 이 핑크머리 충들아.

오히려 이슬비보다는 우정미가 츤데레잖아. 누가 세하X정미 좀 만들어 봐요. 나 좀 보게.

뭐? 이슬비도 츤데레라고? 하하, 이 양반들 좀 보소.

내기를 해도 좋다, 나는 이슬비가 츤데레가 아니라는 것에 만원을 건다. 넌 뭘 걸 것이여?

쫄리면 오버워치 하러 가시던가.

 

이슬비는 츤데레인가?

 

그렇게 되어서, 이슬비에게 고백을 해보았다.

어이, 뭐가 그렇게 되어서냐.

 

“뭐?! 지, 진심이야…? 아, 아무리 그래도 너무 갑작스러운데…. 우, 우우, 저기, 그러니까 그게….”

 

조금 강하게 밀어붙여 보았다.

 

“아니, 그, 나도 싫은 건 아니지만, 뭐랄까, 그, 이런 건 아직 이르다고 할까,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한다고나 할까, 저, 절대 싫은 건 아니지만, 오히려 환영이지만….”

 

혼자서 뭐라고 중얼거리는 모습을 보며, 더 건드리면 오히려 역효과라는 생각에 조용히 지켜보기만 했다. 단지, 조금 빤~히 쳐다봤다.

 

“우, 우으, 뭘 보는 거야.”

 

빤~히.

 

“아, 아우우….”

 

빤~~~~~~~~히.

 

“아, 알겠어! 알겠으니까 그렇게 빤히, 그러지 마!”

“뭘 알겠다는 건지 정확히 말해줬음 하는데~?”

 

보고 있자니 재밌어져서, 조금 능글맞게 얘기해 보았다.

 

“우, 우우… 사, 사귈게요….”

 

으음, 뭔가 나쁜 짓을 하는 기분이려나.

데레데레한 느낌이 조금 있는 것 같긴 하지만, 그건 아마 내가 너무 밀어붙여서 그럴 거다.

애초에 츤이 없으니 츤데레는 아니지?

슬슬 사실대로 얘기할 때도 된 것 같아서, 슬비를 불렀다.

 

“아, 슬비야? 사실은….”

“그, 그래도 착각하면 곤란해! 따, 딱히 네가 좋아서 사귄다거나 그런 건 아니니까?! 내가 거절하면 팀워크에도 문제가 갈 거고, 그, 그래서 사귀는 거니까?!”

 

…님들, 만원 가져가세요.

 

슬비에게 사실대로 말한 건 사귀고 나서 72일 후의 일이었다. 큿!

2024-10-24 23:10:32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