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 큐브도는 썰 1

리네라임 2015-01-29 0

(주의: 필자가 승급퀘를 받아본 적이 없어서 큐브라는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 수 있음.)

 

차원종이 된... 나라고?”

세하는 큐브 저 끝에 서 있는 자신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 이런 건줄 알았으면 게임 따위는 일찌감치 집어치우고 진작에 차원종이 되는 거였는데 말이야! 어차피 넌 저항할 수 없어. 인생의 선배로서 하는 충고란다? 크큭.”

무슨 소리야! 난 그런거 되지 않을거야! 어서 덤비기나 해, 나 시간 없다고!”

세하는 진저리쳐진다는 듯 내뱉고는 자기 자신, 그러니까 스트라이커에게 건블레이드를 겨냥했다.

, 이런. 난 내가 좀 더 현명할 줄 알았는데 말이야. 유감스럽게도 아직은 이 힘을 보여줄 때가 아니야.”

곧 세하의 반대편에 두 명의 인간이 나타났다. RPG게임의 몬스터가 리젠되듯 생겨난 그들은.... 슬비와 유리였다. 표정에 아무런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그것들은 마치 인형 같았지만 분명 검은양의 멤버들이었다. 세하도 당연히 그것들이 가짜라는 것 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쉽게 건블레이드를 휘두를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하가 번뇌하는 그 짧은 시간에도 유리는 자세를 낮추고 칼을 휘두를 준비를 했다.

음속베기!’

순간적으로 판단한 세하는 종이 한 장 차이로 음속베기의 유효범위 밖으로 뭄을 굴릴 수 있었다. 하지만 착지동작을 마치고 한숨을 돌리려 한 세하의 눈에 들어온 것은 익숙한 픽스드 나이프 한 자루. 필시 화염폭풍일 것이다. 세하는 깊이 생각할 틈도 없이 나이프가 날아온 방향으로 질주했고, 그 곳에는 슬비가 있었다. 눈 깜짝하는 짧은 순간에 슬비 앞에 도달한 세하는 건블레이드를 치켜들었다. 하지만 직후에 세하는 보고 말았다. 슬비의 눈을. 분명 슬비의 눈이었다. 건블레이드를 치켜든 자세 그대로 뒤에서 울리는 폭발음을 배경으로 털썩 주저앉아 버릴 수 밖에 없는 세하였다.

난 못해... 이런 거... 아무리 가짜라지만... 어떻게 널 베라는 거야....”

세하는 슬비를 올려다보며 말했지만 슬비는 무표정하게 픽스드 나이프를 조준할 뿐이었다. 나이프는 그 소유주가 진짜 슬비가 아님을 증명이라도 하듯 무자비하게 세하를 향해 쏘아졌고, 그 순간 슬비도 유리도 그리고 저 멀리서 광소하던 스트라이커도 모두 연기처럼 사라졌다.

텅 빈 큐브에는 세하의 흐느낌만이 남았다.

 

아쉽게도 세하는 승급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어. 대인전은 무리였던거야?”

김유정 관리요원이 자신을 위로하는 것이 아니라 질책하는 것이라는 건 이세하 본인이 제일 잘 알고있을 터 였다.

죄송해요... 심사에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그래. 이미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다 치고 다음 승급심사를 볼 때까지 열심히 연습하는 거다, 알았지?”

그때 세하와 유정의 대화를 듣던 슬비가 질문을 던졌다.

언니, 제가 시험을 두 번 치룰테니 세하의 승급이 인정될 수는 없을까요?”

... 네가 세하의 요원증으로도 심사를 받고 네 걸로도 받으면 되긴 하겠지만... 규정에 어긋나는 일인데, 괜찮겠어?”

어떤 방식으로도 둘 다 승급하면 좋겠다는 것이 김유정 요원의 속마음이었지만, 이렇게

슬비가 적극적으로 협조해주리라고는 생각 못했기 때문에 되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물론이에요. 어차피 명분뿐인 승급심사잖아요? 외부에 보이기위한. 설령 위에서 알더라도 눈감아줄 확률이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기쁜 듯 고개를 끄덕이는 유정을 보며 슬비는 세하에게 다가갔다.

요원증 줘 봐.”

부끄러운 듯이 약간 고개를 돌리고 얼굴을 붉힌 슬비를 본 세하는 방금 전의 클론과 슬비를 비교해봤다.

어떻게 난 그런 걸 한순간이라도 슬비라고 생각했었을까.’

뭐야, 재도전도 가능해? 그럼 당연히 내가 해야지, 왜 네가 해? 갔다 올게.”

일방적으로 거절한 후 큐브로 도망치듯 들어온 세하는 그 각오가 이전과 달랐다.

 

덤벼, .”

귀신같이 홀로그래밍되는 자신을 보며 새삼 큐브라는 최첨단 시설의 대단함을 느끼고 있는 세하에게 두 번의 튜토리얼은 없었다. 스트라이커는 잡담없이 곧장 세하에게 달려들었으며 그 속도와 힘은 세하의 질주와 비교될 바가 아니었다.(: 영거리포격) ‘오호, 질주를 저렇게도 응용할 수 있구나따위의 얼빠진 생각을 하던 세하는 복부에서 타는듯한 통증을 느꼈다. 1m 정도의 높이에서 떨어져 쓰러진 세하는 한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자신에게 싸울 의지만 있다면 큐브는 이 형상을 계속 유지시킨다는 것. 뒤로 구르며 기상해 내리꽂는 공격을 피한 세하는 곧장 건블레이드를 두 번 올려 치며(: 역전) 무방비 상태의 스크라이커를 공중에 띄웠다. 그리고 이어지는 연계공격. 뜬 스트라이커와 같은 높이까지 점프해 건블레이드를 두 번 발포. 그리고 딜레이 없이 이어지는 바닥을 향한 내려꽂기 후 그 반동을 이용한 올려치기(: 유성검), 그리고 두 번의 강한 폭발.(: 폭령검) 흠잡을 곳 없는 완벽한 액션이었다. 부드럽게 착지한 세하 앞에 낙하한 스트라이커는 곧 언제 존재했었냐는 듯 사라졌다.

2024-10-24 22:22:28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