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자 10화

검은코트의사내 2016-05-14 0

나는 오랜만에 기분좋은 표정으로 학교에 왔다.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이제 내가 차원종으로 변해도 사람을 죽이지 않아도 되니까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죽이고 싶은 상대만 죽인다.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들에게 들켜서는 안된다. 내가 해본 미스터리 군상극게임에서는 상대를 속이기 위해서는 표정부터 티내지 말아야된다는 것이다. 슬비는 내가 알기로는 검은양 팀의 두뇌파다. 전교에서 1등이었으니 그정도는 가능할 거니까 어떻게 해서든 표정에서 티내지 말아**다. 그래, 다시한번 내면의 평화를 반복하면서 평소의 감정으로 돌아오면 되는거다. 내 감정, 내면의 평화, 적어도 그들에게 들켜서는 안된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교실문을 열어젖히면서 들어간다.


"어? 저거..."


저거? 내가 무슨 물건인가? 갑자기 죽이고 싶은 충동이 있다. 평범한 나였으면 아무말도 하지않고 그대로 들어가는데 문득 그놈을 째려보다가 시선을 거두었다. 내가 벌써부터 이런생각이 들게 되다니 말이다. 아무래도 생각했던 것보다 감정을 제어하기 어려울 거 같았다. 내가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이후로 나는 죽이고 싶다는 충동이 조금씩 드는 느낌이었다. 다른 학생들이 나에게 시선을 보낸다. 당연하다. 3일동안 안나왔다가 갑자기 나왔으니 놀랄만도 하다.

나는 애들이 뭐라고 수군대든 무시하고 내자리에 앉아서 교과서를 꺼낸다. 예전에는 노려보는 시선들이 무서워서 쩔쩔맸는데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다. 어째서일까? 아마 게임캐릭터와 같은 입장일지도 모른다. 고렙들이 모여서 나를 욕할 때는 쪼렙인 나라도 어쩔줄 몰라했는데 막상 그들보다 훨씬 높은 고렙이 되니까 그들이 나에게 함부로 욕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PK당할까봐서다. 확실히 힘을 강하게 가진 자에게는 여유가 있다. 저들의 시선을 받아도 맘에 안들면 해치워버리면 그만이다.


"야, 석봉아, 너 어떻게 된거야? 3일동안이나 연락도 안받아서 걱정했잖아."


세하가 와서 말을 걸어준다. 역시나 나를 걱정해준 사람은 얘밖에 없다. 분명히 슬비와 유리도 그럴 것이지만 세하는 내 절친한 베스트 프랜드니까 난 당연히 그가 나를 걱정해줄 줄 알았다.


"응, 걱정시켜서 미안해. 괴한에게 납치당해서..."


"그 괴한이 누군데?"


세하도 우리 부모님에게서 사정을 들었었다. 세하는 내가 괴한에게 납치당한 걸로 알고 있다. 괴한이 방심한 틈에 내가 탈출했다는 사실로 말이다. 세하는 의심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슬비는 혹시라도 의심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모르는 사람이였어. 둥근 계란형 얼굴인데... 미안해. 여기까지밖에 몰라."


"아니야. 괜찮아. 무사한 것만해도 다행이야."


정말 고마운 친구였다. 세하는 누구에게나 상냥했다. 듣자하니 세하는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조금 있다고 하는 소문이 있다. 정작 본인은 모르지만 말이다. 나야 뭐 친구가 잘 되는 것이면 상관없지만 말이다.


-한석봉 학생, 교무실로 와주세요.


방송 스피커에서 나는 소리다. 아마 내가 학교에 왔다는 걸 알고 담임선생님께서 나를 부르신 것일 것이다. 이렇게 생각한 나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세하에게 갔다온다고 말하고 나갔다.




"음, 그런 일이 있었구나. 오늘 수업 제대로 받을 수 있겠니? 선생님은 걱정이 된다. 최근에도 너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잖아."


담임선생님은 내 건강상태를 물어보려고 부르신 거였다. 정상적인 학생이라면 이만한 일을 겪어도 학교에 나와서 수업받기 어려울 것이다. 당연하다. 내가 보통인간이였다면 등교거부를 한달이상 할 정도다. 하지만 내가 지금 차원종인 상태를 모르는 선생님이었기에 이런말씀을 해도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하... 학생의 본분은... 지켜야될 거... 같아서요... 부모님이 내주신... 학비인데..."


나는 떨리는 척하면서 말했다. 미스터리 군상극에서 다른사람의 신임을 얻기위해 하는 수법이다. 자신이 상대에게 어느정도 성의를 보여야 그 상대도 자신을 믿어주는 법이다. 나는 내면의 평화를 반복하면서 담임선생님의 질문에 계속해서 답했고,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마지막으로 한마디하셨다.


"그래. 석봉아, 언제든지 아프면 얘기하고 조퇴를 해도 좋다. 알았지? 너무 무리해서는 안된다."


학생을 대하는 선생님의 마음이 느껴진다. 나는 선생님에게 인사를 하고 다시 교실로 돌아갔다.




교실로 돌아오자 이번에는 준우일행이 내자리를 에워싸고 있으면서 내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 선규가 죽은 거 때문이겠지. 준우패거리 중에 두명이 죽었다. 분명히 그건 내가 한 짓이라고 이젠 확신한다. 기억에 없지만 말이다. 분명히 그 일로 내게 할말이 있어서 그런 것일 거라고 확신했다.


"야, 한석봉, 정신질환에 괴한에게 납치까지 당했다며? 너에게 할말있었는데 말이야. 너 선규가 죽은 거에 대해서 뭔가 알고있지?"


"무... 무슨소리야?"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너 평소보다 더 정신병자처럼 행동하잖아. 진혁이가 죽을때부터 이랬어. 그리고 선규가 죽자마자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납치까지 당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우연치고는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었거든. 말해. 너 뭔가 알고있지? 어서 불어."


준우가 내 멱살을 잡고 들어올렸지만 나는 고개를 돌리며 아무것도 모른다고 했다.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만 그런 모습보이면 오히려 의심당한다. 그러니 평소처럼 나는 떨리는 척 하면서 기억이 안난다고 했다.


"하, 이**, 3일동안 학교안나온 게 무슨 낯짝으로 나와!?"


"야, 뭐하는 짓이야!?"


"쳇."


세하가 들어오자 준우는 멱살을 잡은 손을 놓으며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준우일행은 아마 초조하는 거 같았다. 준우의 손에서 떨리는 게 느껴진 걸 보니 확실히 무서워한다는 증거였다. 아마 자신도 죽게될까봐 그런 것이겠지. 저렇게 무서워하는 꼴을 보니 나도모르게 웃음이 나올 뻔 했다. 아차, 이러면 안되지. 내면의 평화주문을 외우면서 평소의 감정으로 돌아와야겠다.


"석봉아, 괜찮아?"


"응. 세하야."


"아, 오늘은 슬비랑 같이 하교를 해. 너에게 몇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데."


"뭐?"


나는 순간 놀랐다. 설마 내가 학교안나올 기간에 대해서 추궁하려는 건가? 분명히 그렇게 생각이 들었다. 슬비는 두뇌파다. 머리가 좋은 애였기에 라이칸 그룹의 리더도 그녀를 먼저 제거하려는 게 아니었나 생각이 들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되나, 슬비가 그들에게 죽는 건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을 적으로 돌리면 나는 더이상 살아남지 못한다. 선택을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다. 라이칸 그룹을 배신하면 그들은 나를 죽일 것이고, 그렇다고 그들의 계획대로 실행하자니 좋아하는 사람을 죽게만든 죄책감에 빠질 거 같아서 초조해졌다.


"석봉아 왜그래?"


"아... 아니야, 나 잠깐 화장실 좀 갈게."


"어? 곧 수업시작인데..."


세하의 말을 무시하고 나는 화장실로 직행했다.




세면대에서 세수를 하면서 생각했다. 어떻게 해서든 방법을 찾아**다. 라이칸 그룹은 내가 검은양 팀과 같이 하교하는 걸 알고 있다. 단지 친하게 지내는 이유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학교내에 들어와서 나를 감시하고 있는 건 아니다. 왜냐하면 내가 그들의 신뢰를 얻었으니 말이다. 그들은 내가 아군인 줄 알고 마음놓고 놔둔 것이다. 이건 분명 잘한거다. 이 점을 이용하면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잔머리를 생각하자, 슬비가 죽지않고 나도 죽지않을 방법을 말이다. 그들은 학교내부의 상황을 모른다. 다만 하교하는 모습만 봐서 친하다는 것만 알 뿐이다. 그래, 그걸 이용하는 거다. 그리고 슬비에게는 내가 잘 말해주면 될 거 같았다. 내가 평범한 인간인 척 연기를 하면서 말이다. 내면의 평화수련을 반복하면서 하면 되는 거다.


딩동- 딩동-


수업시작종이다. 나는 그대로 후다닥 달려가며 교실로 직행했다. 내가 미스터리 군상극을 수백번 안했으면 이런 잔머리는 내가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 가는거다.

To Be Continued......

2024-10-24 23:01:42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