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클로저스-12화-(늦어서죄송합니다)
버드미사일 2016-03-02 1
“정말
터무니 없는 일에 휘말렸구나. 나는….”
선생님이
나타의 안내를 받고 집으로 도착하고 우리의 설명을 듣고 괴롭다는 듯이 머리를 잡고 신음을 내뱉으신다.
“교장
선생님 괜찮아요?”
“아, 괜찮아. 아마도. 그나저나
나는 도움도 안되겠네”
자신이
무력하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인지 교장선생님은 조금 우울하다는 듯이 목소리가 작아지셨다. 나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기에 그저 가만히 있기만 했다. 그러다 교장선생님이 무슨 다짐이라도 하셨는지 이내 끙끙거리던
얼굴을 펴시고 진지한 얼굴로 변하셨다.
“내가
이렇게 고민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니. 어쩔 수 없는 일이면 그냥 가만히 있는 수밖에”
“죄송해요. 이런 일에 끌어들여서”
“괜찮아. 말했다시피 어쩔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그리고 오히려 내가 미안하지. 이런 일에 이 내가 해줄 수 없는 게 없으니까”
교장선생님은
나를 위로를 하듯이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씀하셨다. 나는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이 오랜만이었기에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왠지 기분 좋은 느낌이다.
“마스터. 전화 왔어”
교장선생님과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세이버가 수화기를 들고 나에게로 왔다.
“누구한테서”
“데이비드”
데이비드라는
말에 모두 경계하듯이 얼굴이 굳어버렸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이슬비양]
수화기에서
데이비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차분하고 온화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 속에서는 알 수 없는 날카로움이 느껴졌다. 그 목소리에 잠시 응축했지만 나는 용기를 내서 말을 이었다.
“무슨
일이시죠”
[무슨
일 때문에 전화를 했는지 자네라면 알고 있을 텐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요”
나는
계속해서 모르는 척했다. 아직 그의 속셈을 모르기에 그의 속내를 알아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행동이었다. 데이비드는 계속해서 똑 같은 말을 했지만 이내 인내심이 바닥을 냈는지 목소리가 낮아지더니 나를 위협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한다.
[내
인내심을 시험할 들지 말게나. 자네만 손해일 테니]
“….알겠습니다”
더
이상 시간을 끌어봤자 나에게 이득이 될것이 없어 그대로 모르는 척을 그만두었다. 그러자 데이비는 화가
풀린 것인지 다시 원래의 목소리로 돌아왔다.
[그럼
무슨 일 때문에 전화를 했는지 맞출 수 있겠나]
“성배전쟁
때문이죠? 버서커의 마스터씨?”
내가
단도진입적으로 이야기를 하자 데이비드는 한방 먹었다는 듯이 호쾌하게 웃기 시작했다. 어찌나 목소리가
큰지 수화기를 통해서 소리가 흘러나와 그의 웃음소리를 들어버렸다. 그의 웃음소리가 불쾌한 것인지 대부분
인상이 구겨졌다.
[이렇게
돌직구를 날리다니. 정말 대단하군]
“틀린
말인가요”
[아니. 맞는 말이야. 오늘 자네들에게 성배전쟁에 대해서 제안을 하러 왔네]
“제안이요?”
[그래. 제안. 어떤가? 듣고
싶나?]
나는
모두의 의견을 알아보기 위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모두 고민을 하다가 이내 괜찮다라는 의사를 표했다. 나는 알겠다는 의사를 표하고 다시 수화기를 잡았다.
“네. 우선 들어보죠”
[내가
제안할 것은 간단하네. 자네들, 버서커를 쓰러뜨리고 싶나? 내가 도와주지. 어떤가?]
“네?”
데이비드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모두 어안이 벙벙한 얼굴이 되었다. 자신의 서번트를 쓰러뜨리는 방법을 알려주는 제안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두 생각했을 것이다. 데이비드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어째서
당신이 알려주는 거죠? 당신, 이 전쟁에서 이기고 싶은 게
아닌가요?”
[이제
신부님이라고도 불러주지는 않는군]
“쓸데없는
이야기 말고 어서 이유를 말해요”
[상당히
입도 거칠군. 뭐, 그건 제쳐두고 이유를 말해주지. 버서커는 내 범주를 넘었어]
“뭐라구요?”
[이해를
못했나? 쉽게 말해서 그는 내가 조종할 수 있는 그런 존재가 아니야.
나로써는 도저히 그를 막을 수 없네. 지금까지 일어났던 사건들은 모두 그의 독단적인 행동일세]
“그럼
당신은 마스터 살인에 아무런 관계도 없다는 건가요”
[아니. 솔직히 말해서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 그의 행동은 나도 찬성했으니까]
“지금
장난하는 겁니까”
나는
상당히 차가워진 목소리로 읊조렸다. 내가 이렇게 화난 것은 아마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지금 그가 나를 가지고 장난을 치고 있다는 느낌이 화가 난다. 버서커를
조종할 수 없다면서 우리에게 협력을 요구한 주제에 그의 살인 행동에 아무런 반대도 없이 그것을 찬성했다고? 사람을
놀리는 것도 정도가 있지. 다른 사람들도 이 이야기를 들었는지 모두 어이가 없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오직 세이버만이 아무런 표정의 변화가 없이 마치 무관심하다는 듯이 눈을 감고 있었다.
[지금
내가 장난을 해서 무슨 이득이 있겠나. 나는 자네에게 장난을 지지 않았네]
그는
오히려 억울하다는 듯이 말을 했다. 나는 그 태도에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를 뻔했지만 세이버가 내 어깨를
잡으며 말렸다. 나는 간신히 화를 누르고 냉정히 말했다.
“다음을
말하시죠”
[그러지. 좀더 설명하자면 나는 그의 움직임을 막으려고 했었네. 그의 살인행동은
동의했으나 그 범주가 점점 우리 교회에서 커버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갔지. 그래서 령주를 사용해서 그를
막으려고 했지만 령주가 통하지 않았어]
“령주가…통하지 않아?”
[오해가
있을까 봐 말해두겠는데 령주는 제대로 작동했네. 령주나 성배에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었어. 다만, 그가 너무나도 강했지]
“무슨
소리죠?”
[그에게는
특별한 힘이 있어. 그 힘을 발동하면 마법은커녕 그가 마음만 먹으면 물리적인 충격도, 마술적인 공격도 통하지 않지. 내가 령주를 발동했을 때도 그 특별한
힘으로 령주를 무효를 했어]
“그럼
그는 무적이라는 말인가요?”
[그렇게
말할 수도 있지]
데이비드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그가 마음만 먹으면 아무런 공격도 통하지 않는다니. 이 얼마나 부조리한 이야기인가. 나는 앞이 어두워지는 것 같았다.
“마스터
잠깐만”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을 때 세이버가 나에게서 수화기를 가져갔다.
“어이”
[오. 자네는 세이버군인가]
“그래서
우리에게 협력할 내용은 뭐지”
[그렇군. 내가 자네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은 그에게 어떻게 대향해야 하는지 매뉴얼을 알려주는 것이다. 어떤가]
“기달려”
세이버는
수화기를 내려놓고 어디선가 종이와 펜을 가져와서 다시 수화기를 잡은 후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적으면서
입술을 피가 나오도록 정도로 깨물더니 “알겠다”라는 말을
하고는 계속해서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럼
끊어”
세이버는
용무가 끝났는지 거세게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흥분한 듯한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
“무슨
일이야”
나타가
그런 세이버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드는지 세이버에게 질문한다. 세이버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말을 한다.
“그것보다
이것을 봐”
세이버는
그런 자신의 신경을 종이로 옮겼다. 모두 모여서 종이에 쓰여있는 내용을 확인한다. 대부분 버서커의 능력이나 사용하는 기술에 대한 것들이 상세하게 적혀있다. 마치
게임에서 몬스터를 공략하라고 주는 듯한 정보와도 같은 느낌이었다.
“근데
왜 그렇게 화가 난 거야?”
세이버가
왜이리 화가는 듯한 것인지 모르기에 나는 화가 난 이유를 물어봤다. 애초에 그가 화가 난 것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기분이 안 좋다는 것은 확실하다. 내 질문에 세이버는 고민을 한다. 말하기 힘든 모양이다.
“말하기는
힘들지만 지금은 데이비드가 그렇게 좋지 못한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알아둬. 내가 지금 말을 하지 않아도
별 문제 없으니까”
세이버가
솔직하게 말하면서도 자신이 들은 문제를 말하려 하지 않는다. 모두가 세이버의 고집을 아는 것인지 더
이상 그에게 질문을 하지 않았다.
“그럼
이제 자도록 하자. 데이비드가 내일 바로 싸우러 오라고 하더라고. 장소는
교회에서 싸우는 걸로 했어”
“데이비드가
배신할 가능성은?”
“충분해. 그라면 배신하고도 아무런 손해를 입지 않을 정도의 사람이니까”
“그럼
위험한 거 아니야?”
“위험하지만
아마 이 순간이 아니라면 다시는 그와 싸울 수 없을지도 모르지. 솔직히 말해서 버서커와 싸우려면 우리
모두 힘을 합쳐도 부족할거야. 결국 모 아니면 도인 셈이지”
모두
그 말에 공감하는 듯 하다. 어쩔 수 없기는 하다. 나도
버서커와 싸워서 이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도 못했으니까. 함정이라도 이런 작은 기회조차도
버릴 수 없었다. 이야기가 일단락되자 모두 각자 잠자리를 찾아갔다. 나타와
세이버는 1층에서 나머지는 2층에서 자기로 한다.
“그럼
푹 쉬어. 내일은 어떻게 될지 모를 테니까”
“그래. 너희도 잘자”
나타와
세이버는 어디서 잘지 1층에서 서로 의논을 나누고 있을 때 우리는 내 방으로 향한다. 다행히도 내 방은 넓은 편이여서 4사람이 자기에는 충분했다. 이렇게 보면 내가 어떻게 이런 넓은 곳에서 잠을 잤나 싶다.
“후와~편하다”
“유리야. 제대로 누워서 자야지”
유리가
침대에 다이브를 하듯이 뛰자 교장선생님은 유리에게 주위를 준다. 유리는 멋쩍게 웃으면서 일어난다. 지금 시간은 11시. 조금
늦은 시간이다. 모두 자리에 누워서 잠을 청하려 한다.
“음. 슬비야. 궁금한 게 있는데”
잠을
자기 위해서 눈을 감고 있을 때 옆에서 유리가 나에게 궁금한 것이 있다면서 나에게 질문을 해온다.
“뭐가
궁금한데?”
“슬비는
오빠 좋아해?”
***
“뭐
마실래?”
나타와
잠자리를 연구하다가 얼추 잘 수 있을 정도로 정해지고 나는 목이 말라서 부엌으로 향한다. 나타도 목이
말라서인지 같이 따라 나왔다.
“뭐가
있는데”
“물이랑
커피, 차 정도려나?"
“술은
없냐?”
“어린애
혼자서 사는 집에 술은 뭔 술이야? 그리고 내일은 싸움이 있는데 그런 거 마시는 거 아니다?”
“칫”
“근데
너는 언제부터 그렇게 술을 마셨어?”
“꼰대가
알려줬다. 왜, 불만있냐?”
“아니. 그다지 없어”
나는
이런 대화를 나누면서 커피를 내린다. 나타라면 꽤나 달달하게 만드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나타는 자신이 왜 커피 같은 것을 마셔야 한다며 불평하지만 그렇게 싫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커피를 내리는 동안 우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밖에서
마실래?”
커피가
어느 정도 내려졌을 때 나는 밖에서 마시자고 나타에게 권했다. 나타는 좋다는 것인지 아무런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커피를 텀블러에 나눠 담고 나타에게 건네준다.
나타와 나는 어디서 앉아서 마실까 하다가 문뜩 내가 처음 왔을 때 이곳 지붕의 경치가 좋았다는 것을 알고 지붕으로 올라간다. 지붕에서 바라본 경치는 정말 좋았다. 멀리서 보이는 도시의 불빛이나
밤에 비춰지는 달빛, 산에서 들려오는 바람소리도 좋았다. 상당히
분위기 좋은 장소였다. 나타와 나는 조용히 커피를 마시면서 그런 경치를 구경했다. 무슨 이야기라도 해야할 텐데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정말
괜찮겠나?”
그러자
나타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나타가 먼저 말을 경우는 드물어서 어색하기는 했지만.
“뭐가”
“그
꼬맹이랑 싸울 수 있겠냐고”
“……싸울
수 있겠지”
“…..그래”
나타는
내 말을 듣고는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 아마 더 이상 말해봤자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러면
너는 어떤데. 트레이너와 싸울 수 있겠어?”
“내가
말했지. 드디어 그 꼰대와 싸울 수 있다고. 싸울 수 있어”
“어째서
싸우고 싶은데?”
“뛰어넘고
싶었으니까”
나타는
커피를 마시면서 말을 잇는다.
“한번도
그 사람에게서 이긴 적이 없었어. 단 한번도. 나랑 싸울
때는 무지비하게 싸우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 인간 너무 물러터졌어. 단 한번도 진심으로 나와 싸운 적이
없었어. 그래서 짜증났다고. 항상 남을 깔보는 듯한 그 태도가….그리고 그 상태로 그냥 가버리는 게 어디 있냐고”
나타는
과거를 회상하다 이내 슬픈 듯한 얼굴이 되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의 기분이 어떤지 이해를 하기 때문이었다.
“이제서야
겨우 기회가 왔어. 그 꼰대를 이길 수 있는 기회가 말이야”
나는
웃으면서 그 이야기를 들었다. 그가 그 사람을 이기고 싶은 것은 그저 그 사람을 동경했기 때문일 것이다. 내 생각에 불과할 뿐이지만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다.
“너랑
이렇게 이야기하는 건 처음일지도 모르겠네”
“시시한
이야기지만”
어쩐지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싸우던 상대와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재미있는 일이겠지만. 그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일 있을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일에 대한 불안감을 치우고 싶은 것이었는지, 아니면 허탈한 감정을 채우기 위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나는 그저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것뿐이다.
“그럼
마지막으로 물어보겠다”
그러다
나타는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가 무슨 질문을 할지 왠지 예상이 된다.
“데이비드에게
무슨 소리를 들었지? 알려줄 수 없나?”
나는
한 순간 망설였다. 내가 데이비드에게 들었던 말을 나타에게 말을 해도 괜찮을지. 하지만 나타라면 말을 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런 느낌이 들었다.
“데이비드가
몇 가지를 더 말하기는 했어. 하나는 이 전쟁이 끝나도 자신을 건드리지 말 것”
“쓰레기자식….”
나타는
내 말을 듣고 바로 데이비드를 모욕했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뻔뻔한 말이었다.
“그리고
자신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다른 마스터들의 안전을 보장해주겠다더군”
“………그리고”
“또
하나는 나에 대해서”
“그
쓰레기자식이 너에 대해서 뭘 안다고 그래”
“그렇지만
그냥 흘러 들을 수 없는 이야기더라”
“뭔데?”
“나만이
그를 죽일 수 있고, 싸우면 나도 죽는다는 이야기”
나타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허탈한 웃음소리를 내었다. 그렇겠지. 자신이
지금 들은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아직 제대로 이해를 못했을 테니까. 솔직히 나도 아직 실감이 안 난다.
“그건
무슨 소린데”
“버서커가
쓸 수 있는 기술 중 하나는 자신 이외의 존재에게서는 절대로 피해를 입지 않는 기술이 있었지? 그 말은
그 기술을 쓰고 있는 동안 자신이 자해를 하지 않는 이상 절대로 죽을 수 없다는 뜻이야”
“그게
네가 죽어야 하는 이유는 아니지 않나?”
“더
들어봐. 그에게 피해를 주기 위해서는 그가 자해를 해야 하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바랄 수 없는 이상이지. 근데, 만약에 그와 완전히 똑 같은 존재가 있다면 그에게 피해를
줄 수 있지 않을까?”
“너…..”
“나는
그와 같은 존재. 같은 사람이야. 그에게 피해를 줄 수 있겠지. 그렇다면 그를 쓰러뜨릴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거야. 그럼
여기서 문제. 지금까지 이야기했던 것 중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무엇일까요?”
나는
장난치듯이 나타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타는 짜증난다는 듯이 주먹으로 내 머리를 때렸다. 상당히 아프다. 이렇게까지 강하게 때릴 필요는 없었을 텐데. 나타는 나를 때리고 한숨을 쉬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다.
“네가
그 자식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지 확실하지 않다는 거”
“정답이야”
나타가
정답을 말하고 나는 실없이 웃었다. 그냥 웃은 것이다. 아무런
의미도 없이, 아무런 목적도 없이, 아무런 즐거움도 없이. 그저 웃을 것이다. 그런 나를 보는 나타의 표정을 정신 나간 사람을
보는 듯한 표정이었다. 딱히 뭐라고 말을 할 수도 없었다. 내가
나를 생각해봐도 나는 정신 나간 사람인 것 같다.
“넌
정신 나간 놈이야. 나 이상으로”
“많은
걸 경험하다 보면 이렇게 되나 보네”
“후…..복잡하군. 이제 내려가지. 마실
것도 없는데”
나타는
자신이 받았던 텀블러를 흔들며 지붕에서 뛰어 내려 부드럽게 착지한다. 매우 익숙한 것 같다. 나도 익숙하지만. 나도 같이 땅에 내려가자 나타는 문을 열면서 말을
한다.
“나나
너나 정신 나간 건 마찬가지니 하는 말이지만……죽지나 마라. 너
때문에 귀찮아지는 건 질색이니까”
나타는
언제나 저런 태도다. 전보다 달라졌어도 언제나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는 성격. 저게 진심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저런 태도가 그를 잘 표현하고 있는 것이겠지.
나타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하늘을 바라보면서
주머니에서 내가 깎아놓았던 장식을 꺼내 들어 달에 비추어 보았다. 검은 보석은 달빛을 머금은 채 아름답게
빛난다.
“내일
줄 테지만….이게 행운의 상징이 되어 주기를”
이
보석이 행운이 되어줄지 아니면 불행이 되어줄지. 나는 행운이 되어주기를 바라면서 보석을 다시 집어넣고
집으로 들어갔다.
***
“무슨
소리야?”
유리의
발언에 잠을 청하려던 사람들도 깨어났다. 유리는 아직도 장난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고 아쳐와 교장선생님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내..내가 누구를 좋아한다고”
“시치미
때지마. 좋아하는 거 맞잖아?”
“슬비야. 누구 좋아하니?”
이내
교장 선생님도 흥미를 가지고 이야기에 동참하셨다. 이래서는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을 것 같다.
“유리야. 슬비가 누구를 좋아하니?”
“아마
세하오빠일 껄요?”
“세하? 세하가 누구니?”
“저
아래 계신 분 입니다”
“어머어머”
두
사람은 자기들만의 세계의 빠진 듯 정작 중요한 나를 신경 쓰지 않고 이야기를 한다. 아쳐는 그런 대화가
재미있는지 바라만 보고 있다. 그나저나 유리랑 선생님은 이야기를 한 적이 없을 텐데 이렇게 죽이 잘
맞을 줄이야. 의외다.
“그래서
언제부터 좋아했어? 처음 만났을 때부터?”
“좋아하는
거 아니라니까”
“그럼
세하오빠를 어떻게 생각해?”
“그…건”
유리의
압박에 도저히 답을 해줄 수 없었다. 분명 뭐라고 답을 해줘야 하지만 뭐라고 답을 못한 채 머뭇거리고
있었다. 나는 분명히 답을 할 줄 알았는데.
“어머….”
“이렇다니까요”
“아직
자신을 모르는 구나”
“다시
한번 생각해볼래? 나는 교장선생님이랑 같이 이야기 좀 하고 있을 테니까”
두
사람은 다시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졌다.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는 수 밖에 없었고 그들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생각하고 있었다.
“이봐”
내가
생각에 빠져있을 때 아쳐가 슬그머니 다가와 조용히 나에게 말을 걸었다.
“무…무슨 일이세요”
“혹시
자신이 세이버를 어떻게 생각하나 모르겠어?”
“…..뭐라고
답하기 힘드네요”
이런
애매한 답을 내놓은 나를 보더니 아쳐는 나에게 조언을 해주었다.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서 잘 모르겠으면 그 사람의 인상을 다시 생각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야”
조언을
들은 나는 내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천천히 생각해봤다. 처음에 그를 만났을 때는 순전히 놀라움이 있었다. 내가 서번트를 소환한 것에 대한 놀라움. 그 이상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었다. 왜냐하면 처음 만난 존재였으니까. 그래서 내가
처음 서번트를 만났을 때는 서번트는 감히 다가가기 힘든 그런 존재였다. 그들은 신화나 이야기 속의 영웅이거나
신비로운 존재들이 가득하니까. 하지만 그러 내 생각은 금방 부서졌다.
세이버는 마치 오랜 친구를 대하듯 나를 편하게 대했다. 나를 배려하고 항상 필요한 말들을
해주었고 내가 필요한 것들을 해주었다. 너무나도 고마웠다. 그에게
느낀 두 번째 감정은 감사였다. 나에게 이런 행동들을 해주니 항상 고마웠던 것이다. 그러다 나는 어느 순간 그에게 다가가기 힘들었다. 꿈을 꾸었을 때. 그의 과거를 알게 되고 그와 대화를 나누었을 때 나는 그와 비슷한 느낌을 느꼈다. 동질감이라고 해야 하나 잘 모르겠다. 다만, 분명한 건 그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졌고 그와 더 친해지고 싶었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해낼 수 있는 것은 이것이 다다.
“다
생각했나?”
아쳐는
나에게 다 생각을 했는지 물어본다.
“생각은
했지만 잘 모르겠어요”
“나한테
말해주지 않을래?”
“처음에는
그냥 서번트를 만났을 때의 신비함이었어요. 왜냐하면 처음 세이버를 본 거니까. 신비로울 줄 알았고 다가가기 힘든 사람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같이
생활해보니 그런 건 하나도 없었어요. 나를 항상 배려해주고 지켜줬으니까 고마웠죠. 그리고 세이버에 대해서 꿈을 꾸고 많이 달라졌어요. 그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졌고 그와 더 친해지고 싶었다는 것뿐. 제가 말할 수 있는 건 이것뿐이에요”
아쳐는
내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인다. 이해를 해준 모양이다.
“흠…..그렇구나”
어느
샌가 대화를 끝내고 내 이야기를 듣고 있었던 모양인지 유리와 교장선생님은 자리에 앉아서 무언가 의논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유리가 나를 향해 바라보면서 말을 한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슬비는 세하오빠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
“뭐?”
“그를
더 알고 싶다든가 친해지고 싶다고 느껴지는 건 친구끼리 있을 수 있는 경우지만 이런 경우에는 좋아하는 상대에 대해서 더 알고 싶다고 밖에 생각이
안 드는데”
“나도
그렇게 생각해. 슬비가 아직 그런 생각이 안 드는 건 자신의 감정을 알지 못했다는 거 아니야?”
모두가
나에게 자신의 감정을 잘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나는 나는 내 감정에
대해서 잘 안다고 말하려고 했지만 목이 막혀 말을 할 수 없었다. 얼굴이 화끈해지는 듯 했고 심장이
조금씩 빨라지는 것 같기도 했다. 이럴수록 내가 정말로 세이버를 좋아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간다.
“아, 나도 이제 몰라! 모두 빨리 자!”
나는
창피해진 마음을 애써 감춰가며 등을 보이며 누워버렸다. 등 뒤에서 어쩔 수 없다는 것 같은 목소리로
웃고는 다들 누워버렸다. 잠을 청하면서 나는 세이버에 대해서 생각했다.
내가 정말로 그를 좋아하고 있는지 이제는 헷갈리기 시작했다.
***
아침이
밝았다. 이제 싸움의 시간이 되었다. 전투에 익숙해져 있는
나타와 나는 짧은 잠을 청하고는 급히 일어났다. 시간은 아직 5시. 아직 일은 시간이기는 하지만 준비를 하는데 시간은 오래 걸린다. 장비를
정검하고 전투복을 확인한다. 모두 양호한 상태다. 나타도
괜찮아 보인다. 거실에서 준비를 하고 있을 때 2층에서 이리나가
내려왔다. 그녀도 무기나 전투복을 입고 있는 것을 보아 그녀도 준비를 하기 위해서 온 모양이다.
“잘잤어?”
“준비가
빠르네”
“빠르지
않고서야 어떻게 살아남아?”
모두
각자의 인사를 끝내고 준비를 마친다. 시간은 6시. 아직 괜찮은 시간이다. 나는 마스터들이 일어나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기로 한다. 최대한 먹어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오늘은
오랜 싸움이 될 테니까. 음식을 만들면서 겸사겸사 나타와 이리나가 먹고 싶은 음식도 만들어본다. 서번트라고 딱히 음식을 먹을 필요는 없지만 사기를 올릴 수 있는 수단으로써도 좋은 효과는 있을 것이다.
“모두…준비가 빠르네”
음식을
모두 준비해 놨을 때 마스터들이 내려왔다. 복장을 보아하니 움직이기 편하고 전투에 임하는 듯한 복장이다. 모두 나름대로 각오를 하고 내려온 모양이다. 다만 교장 선생님만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지만….이곳에서 너희를 기다릴 수는 있겠지?”
“그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돌아가겠다는
목적지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힘이 되어준다. 모두에게 그녀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큰 의미가 있다. 다시 돌아갈 곳을 알 수 있다.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끝내고 모두 식탁에 모여서 전투 전의 만찬을 먹는다. 모두 조용히 먹는다. 하지만 우울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의지로 가득 찬 분위기였다. 반드시 이기기 위해서 체력을 보충하는 듯한 전사들의 분위기였다. 이
모습을 보면서 나는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자….이제 가볼까”
식사를
끝내고 모두 준비를 끝냈다. 이제 그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향하면 된다.
“어서
가자. 이리나는 유리를 업고 나는 마스터를 업고 갈게. 나타는
주변에 뭔가 없는지 확인만 해줘”
모두
각자의 포지션을 잡는다. 이리나와 나는 각자 유리와 슬비를 업는다.
“왜그래?”
내가
슬비를 업었을 때 유난히 슬비가 긴장한 듯한 것 같다. 몸이 떨리고 심장박동도 살짝 빠른 것 같다. 전투에 임하는 것이 꽤나 긴장이 되나 보다. 어떻게 그녀의 긴장을
풀어줄까 고민하다가. 나는 주머니에 내가 조각했던 검은 보석으로 만든 목걸이를 건넸다.
“이건?”
“내가
만든 거야. 일종의 부적이라고 생각해도 좋아”
내가
건네준 목걸이를 받고 그녀는 한참 그것을 바라보다가 살짝 웃으면서 목걸이를 착용한다. 상당히 그녀와
잘 어울린다.
“고마워”
“고맙긴”
“어이, 거기. 준비됐나?”
나타가
더 이상 기다리기 힘든 것인지 손에 든 쿠크리를 돌리면서 나에게 말을 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준비완료를
알린다. 이리나도 준비가 끝난 모양이다.
“간다!”
나타가
날아오르고 나와 이리나는 그 뒤를 따른다. 나타의 속도를 사람을 업은 상태에서 쫓아가는 것은 힘들었지만
그래도 어찌 잘 쫓아간다. 그러면서 나타는 주위 깊게 주변을 둘러보면서 함정이 없는지 확인한다. 다행히도 아무것도 없는 모양이다.
“이봐. 뭔가 이상하지 않아?”
먼저
향하고 있던 나타가 멈춰 서서 우리에게 질문을 한다.
“뭐가?”
“이
곳이 이렇게 인기척이 없었나?”
나타의
말을 듣고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람들이 없다. 시계를
확인해본다. 시간은 11시.
충분히 사람들이 활발히 움직이고도 남을 시간이다. 뭔가 이상하다.
“뭔가
이상해. 서둘러서 가자”
우리는
서둘러서 교회로 향한다. 내 생각일 뿐이지만 데이비드가 무슨 짓을 저지른 모양이다. 그것 말고는 아무런 가능성도 생각나지 않는다.
“저기
보인다”
어느
정도 달리고 멀리서 교회가 보인다. 우리는 좀더 속도를 내서 교회 앞에 다가섰다. 교회 앞에 다가서자 교회에서는 엄청난 압박감이 느껴졌다.
“이거
엄청난 압박감이군”
“후…….이정도였나”
나뿐만이
아니라 나타와 이리나도 느낀 모양이다. 교회에서 뿜어져 나오는 이 엄청난 압박감. 서 있기도 힘든 정도다. 그래도 우리는 앞으로 향해야 한다. 앞으로 향할 때마다 교회의 문이 조금씩 열리더니 우리를 환영한다는 듯이 활짝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심각한 살기가 느껴졌다. 이 살기는 어디선가 느껴본
살기. 나는 그것들을 알고 있다. 이리나와 나는 마스터들을
내려놓고 잠시 떨어지라고 한다. 조금 있으면 큰일이 벌어질 테니까.
“모두
준비해”
내
지시에 맞추어 모두 전투준비를 한다. 그리고
“방어해!”
문에서
세가지 물체가 날아왔다. 아니, 인물들이 날아왔다. 드디어 싸움이 시작됬다.
늦어버린 버드미사일 입니다. 많이 늦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결말에 대해서 생각하고 정하다보니까 다시써야하는 부분이 많아서 이번 소설부터 다시쓰고 있기에 늦어버렸네요. 기다리시던 분들께 정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늦지 않겠다고 했는데도 늦어서 창피하네요.....앞으로 좀더 성실히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제가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건 이런 짧은 말들 밖에 없네요...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