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퍼레이션 나인 -제516화- [진압의 시간(鎭壓の時間)]
호시미야라이린 2015-12-27 1
그런 오펠리아에 대한 미련을 서유리는 도저히 버리지 못하고 있는데 그녀를 과거의 청순가련했던 시절로 돌려놓고 싶다며 끊임없이 그녀를 설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정작 그녀가 뭔가 호응하는 척도 하지를 않는다는 것이 큰 문제라면 문제. 그녀에게는 농담도 통하지 않는 여자일 뿐만 아니라, 여자들이 일반적으로 좋아하는 것들이나 취미생활을 즐기는 것과 완전히 반대되는 개념이다. 그녀는 쇼핑이나 뭐 그런 건 정말로 싫어하는 성격이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시장이나 마트에 가더라도 본인이 살 것만 재빨리 사고 나오는 개념이라 하면 될까? 이런 저런을 다 둘러보며 몇 시간을 보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경향이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지도 모르겠다.
오펠리아는 언제나 그렇듯 말이 없는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아무런 말도 하지를 않고 지낸다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일까? 하지만 너무나도 그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덕분에 아무렇지도 않다. 또한 그녀의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녀의 눈빛을 잘 봐야만 한다. 아무런 눈빛의 변화도 느끼는 것은 어렵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보는 사람이 스스로 파악할 줄을 아는 능력이 필요하다. 속을 전혀 알 수가 없는 여자 오펠리아. 만약 그녀에게 이성이 다가온다고 해도 아무런 감정이 없을 터. 오펠리아는 ‘연애감정(戀愛感情)’ 이라는 것은 쓰레기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인생에서 실패한 것들이 정신승리나 하고 싶어서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오펠리아는 그냥 혼자서 사는 것이 더 좋다. 혼자서 사는 것이 서로에게 불편하지 않고, 오히려 더 편하니까.
“......”
“언제나 그렇듯 열심히 훈련에 임하구나. 오펠리아.”
“......”
“듣기만 해도 된다. 오늘 너에게 따로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니까.”
“......”
“오펠리아. 평양에서 또 ‘공산반군(共産叛軍)’ 이 쳐들어와서 점거했다고 한다.”
“......”
“특경대가 거기까지 가기에 시간은 너무 촉박하다. 그대가 해줄 수 있나?”
“......존명.”
오펠리아가 정보국 요원으로 보이는 자에게 ‘존명(尊命)’ 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그 상대방의 명령을 존중하며 그것을 그대로 따르겠다는 의미이다. 부하 장군이 상급 장군에게 하는 말이기도 한데 자신의 목숨을 걸고서라도 그 임무를 기필코 완수하겠다는 그런 결의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말이기도 하다. 어쨌든 오펠리아가 누구와 함께 가지도 않고 오로지 단독으로 평양으로 향하는데, 평양을 지금도 ‘서경(西京)’ 이라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니 그냥 서경으로도 함께 병행표기를 하겠다. 오펠리아가 평양의 고층빌딩 옥상으로 도착하고 보니 역시나 공산반군 녀석들이 무장을 하고서 또 점거시위를 하고 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재건하자!’ 라는 이상한 문구가 새겨진 플랜카드는 물론이고, 북한의 국기였다고 하는 ‘인공기’ 가 평양시청에 게양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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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만하면 언제라도 공산반군들이 나타나 평양을 점거하고, 휴전선 이북지역을 수복하여 조선의 독립을 하겠다는 그들. 처리하고 또 처리해도 끝이 없는데 기존에 그들을 은밀하게 진압했던 그 학생들로도 안 된다면, 벌처스 정보국의 요원인 오펠리아에게 요청할 수밖에 없다. 오펠리아가 평양시청으로 걸어 나가자 무수히 많은 수의 반군 병사들이 ‘88식 자동보총’ 및 ‘98식 자동보총’ 까지 들고서 겨눈다. 오펠리아는 자신의 무기를 철저히 숨긴 상태로 두 손을 들고 걸어 나간 덕분에 투항으로 간주되어 그들의 포로가 된다. 그러나 저들은 포로를 살려두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최대한 빨리 작전을 시작해야만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반군들은 물론이고 반군 지휘관들이 입고 있는 전투복을 보니, 독일에서 직수입했다는 신형 전투복이란다.
독일에서 직수입한 신형 전투복을 입을만한 부대라면, 당연히 ‘호위사령부(護衛司令部)’ 출신의 공산반군이라 봐도 무방하다. 쉽게 말하면 ‘북한 최고지도자 경호부대’ 라고 하면 될까나? 88식과 98식 자동보총을 어떻게 저들이 가지고 있는지 모르지만 이것들이 폭풍호 및 선군호 전차들까지 평양 곳곳에 배치하여 특경대들의 진압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전차들까지 있으면 특경대는 장갑차도 들일 수가 없는 상황이라 그렇다. 오펠리아가 아무런 말도 없이 반군들에 끌려나와 평양의 가장 한가운데 광장에 선다. 반군들이 미제 식민지 남조선에서 온 첩자이기에 사형에 처한다! 라고 말하며 그녀를 향해 총을 겨누는데, 당연히 북한식 공개처형인 것. 입에 재갈을 물리는 반군들.
공산반군들이 오펠리아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검은 안대를 눈에 씌우며 공개처형을 준비하는데, 당연히 58식 자동보총을 든 사형집행인들이 쏠 준비를 한다. 방아쇠를 당기려는데 오펠리아에게서 엄청난 양의 맹독이 사방으로 흩뿌려지며 사형집행인들이 독에 의해 몸이 녹아내리며 죽는다. 그리고 거기서 끝이 아니라 ‘위상력 개방’ 이라는 것을 발동하자 마치 핵폭발이라도 일어난 것과 같은 이펙트가 발생하고, 거대한 버섯구름이 형성되어 평양 전체가 일순간에 초토화가 되어버린다. 당연히 평양 시내 전체가 황무지와 같이 되어버리고, 반군들은 물론이거니와 포로로 잡혀있던 시민들까지 사실상 떼죽음을 당한 것이나 마찬가지! 오펠리아는 본인을 포박하던 나무와 밧줄도 위상력 개방으로 없어져버렸으니 이제 간편하게 위상 게이트를 개방하고 신서울로 돌아온다.
오펠리아가 신서울로 돌아오자마자 많은 언론들이 ‘평양에서 원인불명의 핵폭발’ 이라는 제목으로 긴급속보를 전한다. 도대체 평양에 누가 핵폭탄을 투하하여 파괴시켜버린 것일까? 혹시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공군기를 보내 핵공습을 한 걸까? 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방공식별구역(防空識別區域)’ 레이더로 바로 감지되고 한국 공군기가 출격해 상황파악을 할 것인데 그런 속보도 들려오지 않는다. 중국과 러시아, 미국, 일본 언론에서도 평양의 핵폭발을 긴급뉴스로 보도하며 혹시 평양에 핵폭탄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고 한다. 벌처스 정보국은 당연히 이게 무슨 일인지 다 파악하고 있다. 국장님이 오펠리아를 보고는 이제 언론들도 슬슬 무슨 일인지 파악할 것만 같다고 한다.
“오펠리아. 이제 곧 언론들도 파악할 거다.”
“......”
“핵폭발이지만, 사실은 위상력 개방이란 것을.”
“......”
“평양에는 아무런 방사능 낙진도 검출되지 않고 있어. 그렇기에 원인불명으로 그냥 끝내버릴 수도 있다.”
“......”
“어쩌면 미확인 비행물체의 추락으로 인한 걸로 얼버무릴 수도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