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스 외전 - 하얀악마 2편

이제나는돌아서겠소 2015-01-12 2

  여기저기 쳐있는 거미줄을 손으로 이리저리 쳐내며, 은이의 손을 꼭 붙잡고 앞장서서 통로를 걷고 있다. 통로는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빛이 미치는 부분이 적어졌으며, 몇 분 후에는 밀실의 방의 창문에 가림막이 가린 듯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계속 걸어가고 있는데 은이의 손을 잡은 손에서 자그마한 떨림이 느껴졌다.

“언니, 나 무서워.”
‘아차, 나는 훈련을 받아서 어둠 속에서도 어느 정도 볼 수 있지만 은이는 아니지.’
“언니 곁에 꼭 붙어있어. 언니가 곧 랜턴을 켤게.”

내 배낭에 있는 랜턴을 꺼내 스위치를 켜자 암흑 같던 통로가 일순간에 환하게 밝혀졌다. 그제야 은이는 마음이 놓인 듯 내 손을 꼭 잡았고, 다시금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밝다 밝아! 이제 나 하나도 안 무서워.”

은이는 내 앞으로 쪼르르 달려 나와 빙글빙글 돌며 여기저기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은이야, 그래도 조심히 가야지.”

내 앞에서 두리번두리번 거리는 은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다시 손을 잡고 주위를 경계하며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나아가고 있는데 갑자기 은이가 내 등을 톡톡 치기 시작했다.

“무슨 일 있어?”
“언니... 저거 저거.”

 은이는 손가락으로 무엇인가를 가리키기 시작했다. 그곳을 보니 세월이 많이 지난 듯한 남성용 옷가지와 함께 썩고 앙상한 뼈만 남은 시체의 머리 부분이 눈앞에 놓여 있었다.

“언니... 저거... 해골 아니야?”
“응? 그러네.”
“언니 나 무서워.”
“은이야 걱정하지마 언니가 있잖아. 걱정마.”

그 말을 듣고 안심한 듯 해골 근처로 가서 이리저리 살펴보던 은이는 그것을 발로 툭툭 건드려보더니 갑자기 들어 올리고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왁! 언니 무섭지?”
“쿠무쉬... 당장 그분을 내려놓으렴!”
엄한 목소리로 은이에게 말을 하였고, 은이는 약간 풀이 죽은 듯 살짝 고개를 떨구었다.

“알았어... 언니...”
“은이야 잘 들으렴. 그 분이 어떤 사연이 있으셔서 돌아가셨는지는 모르지만, 그런 행동은 나쁜 행동이야. 다른 분들의 유해를 함부로 욕보이면 안 되는 거야. 알았지!”
“응, 앞으로 잘할게 언니.”

  은이에게서 그분을 받아 그 자리에 내려놓고, 그 앞에서 정중히 묵념을 하였다. 그리고 옆에서 은이도 나를 따라하며 같이 묵념을 하기 시작했다.

“아저씨, 함부로 해서 죄송해요. 천국에 계시길 빌게요.”

은이에게 잘했다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은이의 손을 잡고 길을 재촉했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나 우리는 지하통로의 입구에 다다랐다. 입구의 문을 열고 나가자 밝은 햇살과 함께 푸르게 우거진 숲들이 우리를 반겼다. 지하통로의 퀘퀘한 냄새에 익숙해져 있다가 밖으로 나와 맑은 공기를 마시니 기분이 상쾌해졌다. 멀리에는 굽이치듯 흐르는 카불 강이 눈에 보였으며, 강을 넘어서는 도시, 아사다바드가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삑- 삑- 삑!』

배낭 안에서 내비게이터를 꺼내 우리의 목적지인 파키스탄으로 가는 길을 검색하기 위해서 여러 버튼 등을 조작하였고, 우리가 가야 할 길과 입체영상들이 기계 위로 투사되었다.

“이 숲에 있는 작은 마을을 지나고 저 강을 건너면 아사다바드에 도착할거야. 거기에서 우리가 만나야할 사람을 만나고, 휴식한 뒤에 탈 것을 타고 파키스탄까지만 가면 안전할거야.”
“언니 어쨌든 밥 좀 먹고, 조금 쉬었다 가자.”

‘이 정도까지 오면 그 녀석들도 쫓아오지 못하겠지.’

“그래, 간단하게 요기하고 쉰 이후에 출발하자.”

배낭에 있던 상자를 꺼내고, 그 상자의 버튼을 누르자 얼마 지나지 않아 군침이 도는 식사가 우리 눈앞에 펼쳐졌다. 많이 걷느라 허기가 진 우리는 식사를 허겁지겁 한 뒤, 나무 그늘에 앉아 쉬기 시작했다. 

“아~ 배부르고 좋다~ 경치도 예쁘고, 역시 나같이 감수성 풍부한 소녀는 이런 경치를 봐야 한다니까.”

나무 그늘 밑에 깔린 잔디에 드러누우며, 은이는 행복한 표정으로 하늘을 보기 시작했다. 그 시선에 이끌려 하늘을 바라보았다.

“저 구름은 만두, 저 구름은 진빵, 저 구름은 흠... 여하튼 냠냠.”
“으휴, 너는 먹는 것만 생각하는구나.”
“응! 나는 먹는 게 좋아.”
“그럼 나도 누워서 맛있는 구름을 찾아봐야지”

은이가 누워있던 자리 옆에 나도 나란히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며 맛있는 구름을 눈으로 헤아려보았다. 이 구름 저 구름을 헤아리다 보니 슬슬 움직일 시간이 되었다.

“슬슬 일어나서 출발하자.”

은이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운 뒤, 내비게이터가 알려준 길을 따라 숲 속에 있는 작은 마을로 향했다. 은이는 내 손을 잡고 큰 웃음을 지으며 길을 따라 걷기 시작하였고, 내 손을 세차게 흔들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어디선가 나만이 들을 수 있을 만큼 미세한 비명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으며, 불길한 기운이 감지되었다.

“은이야 잠깐만 있어봐, 언니가 길 좀 볼게.”

빠르게 나무 위로 솟구쳐 올라가 보니 우리가 가야할 작은 마을에 불길이 치솟아오르고 있었다. 제니퍼 잭슨의 조준경을 통하여 마을을 살펴보니 ‘스캐빈저’라고 불리는 차원종의 무리들이 마을을 침략하고 있었다.

‘이런... 이 마을로 갔다간 은이가 위험하겠군. 조금 시간이 걸리겠지만 돌아가야겠어.’

나무에서 내려와 은이 곁으로 다가간 뒤 아무 일도 없었다는 표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은이야 아까 간다던 마을 보다는 다른 쪽 길이 낫겠어. 기계가 못 잡아내서 그런지 내가 다시 보니까 다른 쪽으로 가는 길이 더 험하지 않고 좋을 것 같아.”

잠시간 말이 없던 은이는 나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언니 나한테 거짓말 하는 거 있죠?”
“아니, 나 너한테 거짓말 안 해!”
“그러면 나한테 말하지 않은 게 있죠? 말해줘요. 저 멀리서 왠지 모를 위화감이 느껴지고 있어요.”

‘은이가 앞의 마을에 대해서 알게 되면 그 마을을 도와주자고 할지도 몰라. 나 혼자라면 그 정도의 무리쯤이야 거뜬하겠지만 은이가 위험해지게 할 순 없어... 하지만 은이에게 거짓말을 안한다고 앞에서 말해놓고 거짓말을 할 수도 없고...’
은이가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어떻게 해야할지 곰곰이 생각하고...

“세이 언니!”
“알았어... 우리가 가려던 마을이 스캐빈저 무리에게 당하고 있는 것 같아. 하지만 우리는 길을 서둘러야 하고, 위험하니 다른 쪽 길로 가는게 나을 것 같아.”
“언니! 언니 엄청 강하잖아요. 그럼 사람들을 도와줘야죠.”
“쿠무쉬! 내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어떠한 전장에서 크게 다칠지도 모르는 일이야. 그리고 너를 위험에 처하게 할 순 없어.”
“언니, 아까 커다란 통로를 지나올 때 해골 아저씨한테도 그렇게 상냥했잖아요. 그럼 매우 위험한 살아있는 마을 사람들을 구해야죠!”

‘나는 은이가 나처럼 사람들을 해치고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 불행한 삶보다는 다른 사람들을 위하고, 작은 손길이라도 내밀어주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그렇다면 이번에 모범을 보여야... 하지만 은이가 위험해질 수도 있어... 아니야 은이를 적의 시야에 미치지 않는 투명 모듈을 주고, 방어 장치를 설치한 뒤 안전한 장소에 놔두고 내가 얼른 처리하고 오면 될 거야.’
오랫동안 고민 끝에 마을 사람들을 도와주기로 결정했다.

“그래, 그러면 이 투명모듈을 가지고 있어. 이 투명모듈은 다른 사람 시야에 안 보이게 하는 물건으로 위상력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은 사용할 수 없지만 너는 위상력을 어느 정도는 가지고는 있으니 사용할 수 있을 거야. 위험할 경우 거기에 있는 버튼을 눌러. 그리고 조금 더 가서 숨을 수 있는 방어기지를 구축한 뒤 사람들을 구하러 갈게. 그러면 됐지?”
“응, 언니 고마워.”

배낭에서 투명모듈을 은이에게 건네주고 이 근처에 방어 장치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차원종이 함부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초소형 위상력 억제기를 적당한 곳을 찾아 설치한 뒤 은이에게 그곳에서 웬만하면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말라고 한 뒤 제니퍼 잭슨을 들고 빠른 속도로 불타고 있는 작은 마을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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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말 
폭풍전야의 고요함일까요... ^^
2024-10-24 22:21:48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