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위상력은 없지만 불행은 많지! 3화 뭔 소리요 의사양반(하)

최대777글자 2015-08-06 1

“...?”

 

순간 내 동체시력으로도 인지할 수 없는 속도로 오세린 요원이 로봇의 머리를 부숴버린 것이다. 본인은 눈을 감고 있는 걸 보아하니 본능적으로 손을 내뻗자 로봇이 그걸 맞고 제압당한 상황... 인 것 같다.

 

굉장하네.”

 

그 말 밖에는 떠오르질 않는다.

 

어라...? 그러고보니 이거 기술지원부 팀장님이 만드신 로보틱 스캐빈져 아닌가? 왜 여기 있지?”

 

, 그거 성능실험 좀 해달라고 한 거였는데... 내구력이 좀 부족한가보네, 그렇게 보고드리면 되겠지?”

 

이빛나 연구원의 의문담긴 말에 쓰러져 있던 안경 쓴 연구원이 한 손만 들어보이며 대꾸하듯이 물어봤다.

 

그러면 되겠네요.”

 

뭔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되는 걸 보아하니 자주 있는 일인 것 같다.

 

... ! 저는 여기까지만... 처리해야할 서류가 쌓여서...”

 

, 수고하세요!”

 

로봇을 부숴버리고 약간 멍하게 있던 오세린 요원은 일이 생각났는지 급히 자리를 떠났다.

 

, 저게 위상잠재력 테스트용 헬멧이에요!”

 

이빛나 요원이 가리킨 곳에는 이상한게 마구 달려있는 헬멧이 있었다. 저런 괴상한 기계장치는 아마... 맨 인 검정2에서 나온 K의 기억을 되살리는 장치 이후로는 본 적이 없다. 게다가 그거 위험부담이 커서 제작자가 평소에는 팝콘 만드는 기계로 쓴다던데..(이거 진짜)

 

이거 좀 위험할 수 있으니 그쪽분은 저 멀리 떨어져 계시는 게...”

 

진짜냐?!’

 

윤 태준은 곧바로 엄청난 스텝을 사용하여 저 멀리 물러났다. 저 자식 저거저거... 뒤로 빨리 걸어가는 운동으로 하는 올림픽 종목이 있었으면 금메달 땄을 기세다.

 

, 여기 앉으세요.”

 

이빛나 연구원의 손에 떠밀려 의자에 앉아버렸다.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으나 곧바로 헬멧이 내 머리에 씌워졌다. 지금 눈치챈 건데 쓰러져 있던 연구원들도 하나 둘씩 일어나 전부 실험실에서 나가고 있다.

 

... 잠깐?”

 

나도 나가야 하려나?”

 

, 태준아?”

 

윤태준도 나를 배신하고 실험실을 나간다.

 

뭔가 잘못됐다, 여기서 빠져나가야만...’

 

의자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무언가가 내 손과 발을 구속했다.

 

뭣이?!”

 

끝나면 저절로 풀리니까 나오시면 돼요~”

 

, 잠깐 당신!!”

 

마지막 남은 이빛나 연구원도 기계를 조정하고 실험실을 나가자 기계에서 웅장한 소리가 나며 무언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려 하고 있다. 마지막 순간에는 주마등이랬나, 추억이 떠오른다던데...

 

그딴 거 없잖아!!!!! 다 사기야!!!!’

.

.

.

한참 안 나오시길래 뭔 일 일어났나 했더니 다 끝났네요!”

 

뭔 일 일어났나 했다니... 나 같은 일반인에게는 엄청난 일이었다고...’

 

아아... 안 죽었으니 일단 다행인가...”

 

의자에서 일어나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위상잠재력 테스트는 내 생에 가장 쇼킹했던 사건 2위에 등극했다. 참고로 1위는 고래잡...

 

어라? 이상하네요?”

 

?”

 

위상잠재력... 없음?”

 

...뭔 소리요 의사양반.

.

.

.

하아... 그런 짓까지 했는데 위상력이 없다니...”

 

커다랗게 유니온이라고 쓰여 있던 건물에서 나오며 신세한탄을 하듯이 중얼거렸다.

 

... 그래도 클로저가 되지는 않았으니 된 거 아니냐? 너 클로저라면 질색하잖아.”

 

그야... 그렇지.”

 

윤태준의 말을 듣자 허탈감이 약간 사라지는 것 같다. 사실 클로저가 되고 싶지는 않았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 자판기다. 초코바 하나 뽑아먹을까~”

 

기분 전환으로 주머니에서 오백원짜리 동전을 하나 꺼내며 자판기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잠깐, 내 가장 큰 특징이 무엇인가, 바로 운이 없다는 것! 그런 사람과 자판기는 상성이 매우 좋지 않다. 지금까지 자판기가 내 동전을 삼켜버린 것도 천 번을 넘긴 이후로는 세지 않았다.

 

‘...에이, 어차피 오백원인데... 삼켜도 별 탈은 없겠지.’

 

그렇게 믿고 동전을 투입, 제일 맛있어 보이는 초코바를 선택하여 버튼을 누르자 초콜릿이 끼워져 있던 용수철이 돌아가며 앞으로 움직인다. 이렇게 자판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은 동전을 삼키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 웬일이래?!”

 

그러나 거짓말처럼 용수철에서 빠져나와 밑으로 떨어졌어야할 초코바가 앞으로 기울어 유리벽에 닿아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이럴수가아아아!!!!!!!!!!”

 

어이쿠, 넌 역시 운이 없다 야.”

 

크윽... , 이럴 때는 당황하지 않고 같은 걸 하나 더 뽑아서 무겁게 만들어가지고 밑에 떨어지게 만들면 되는 거지.”

 

많이 경험해본 듯한 말투다 너?”

 

시끄러,”

 

곧바로 오백원짜리 동전을 하나 더 투입하여 한 번 더 초코바의 버튼을 눌렀다.

 

“...?!”

 

둘이 겹치면 더욱 무거워져서 유리벽에 기대어 서있지 못하고 밑으로 떨어질 줄 알았으나... 그냥 겹쳐서 떨어지지않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다. 물론, 초코바에 의사따윈 없어, 없다고.

 

흐헝... 난 왜 이렇게 운이 없을까...”

 

어휴... 비켜, 난 커피나 하나 마셔야겠다.”

 

내가 우울해져 있는 사이에 윤태준이 지폐를 넣고 커피를 뽑았다.

 

“..., 시훈아.”

 

.”

 

그쪽에 눈길을 주지도 않고 대답했다. 솔직히 지금 너무 우울해서 그쪽을 볼 기운도 없다.

 

난 너랑 달리 운이 좋나보다.”

 

윤태준의 의미심장한 말을 듣고 그쪽을 돌아봤다. 태준의 오른손에는 커피 한 캔, 그리고 왼손에는 내가 뽑으려고 했던 초코바 두 개가 있었다.

 

! 뽑았... 어라?”

 

...”

 

잠깐, 태준아?”

 

이거 맛있네.”

 

그걸 왜 네가 먹어 이 개x끼야.”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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