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에 싸인 늑대개 캐릭터 단편 : 환생 (中)

윈스텀 2015-07-30 0


대원들도 모두 부상당하긴 마찬가지였다. 날카로운 철 입자로 이루어진 사철에 의해 방호복은 뜯겨나간 지 오래였고, 비루 먹던 개에 물린것처럼 날카로운 상처들이 이곳저곳에 나타났다. 대원 하나가 위상관통탄을 장전하고 김민현에게 조준했다.


널 사살한다, 김민현!”


 쉬이잉!


 총탄보다 빠른 속도로 사철이 날아와 총알을 간단히 산산조각냈다. 이어서 푸른 색 위상력의 기운도 해방한 김민현은 천천히 공중으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트레이너는 피가 흐르는 얼굴을 손수건으로 쥐어싸며 소리쳤다.


사이킥 무브! ***, 벌써 저 정도의 위상력 컨트롤이 가능하다니....**, 빌어쳐먹을! 이봐, 당장 늑대개에게 연락해! 저놈을 꼭 체포해야 돼!”


....으윽...알겠습니다. 늑대개 팀에게 지원을 요청하겠습니다.”


 트레이너는 고개를 떨구며 자신의 어리석은 판단을 탓했다. 역시 A급 위상능력자다. 어쩌면 이 제안을 빌미로 다시 학살을 시작할수도 있다. 그러기 전에 반드시 막아야 한다. 반드시......!

 

**

 

긴급 상황이에요. 트레이너가 김민현이라는 위상능력자에게 치명상을 입었다고 해요. 그리고 김민현은 현재 신서울 강남 GGV로 도주중이고요. 사이킥 무브를 자유자재로 다루고, 특수한 능력 사철로 사람들을 공격한다고 하네요.”


 그래서?”


 나타의 물음에 홍시영이 간결하게 대답했다.


그래서는요, 당장 그 인간을 잡아오세요. 더 소동을 일으키면 우리 벌쳐스만 곤란해진다구요. 알겠죠? 레비아, 나타. 지금 당장 가서 김민현을 체포하세요. 단 죽이면 곤란해요. 그는 우리의 소중한 장기말이거든요.”


, 결국 쓰레기 하나 잡자는 거잖아, 알겠어, 알겠다고!”


 ,레비아도 따를게요. , 그럼 가요, 나타 님.”


 빨리 와, 이 멍청아!”


 레비아는 스태프를 사용해 사이킥 무브를, 나타는 도움닫기로 바로 구로역을 넘어 강남 쪽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시작이 얼마 없지만 나타와 레비아라면 을 잡을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 그녀였다. 하지만 만반의 준비는 갖추어 두어야 하는 법, 홍시영은 전화기를 꺼내 전화를 걸었다.


, 홍시영이에요. 지금 늑대개 팀원들이 김민현을 잡으러 출동했어요. 혹시 모르니까, 원격 초커도 준비해놨어요. 언제든지 쓸 수 있도록. 알겠어요. 최악의 경우에는 사살하라. 그렇게 전하죠. ,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은 홍시영은 씨익 웃음을 지었다. 역시 벌쳐스는 최고의 직장이다. 살인마를 죽이러 간 살인마, 그리고 언제든지 살인마를 죽일 수 있는 나. 정말로 재밌는 군상극이 아닐 수 없다. 홍시영은 원격 초커를 꼭 쥔 채 사악한 미소를 날렸다.

 

**

 

포장마차 여우네에요. 맛있는 거 많이 드시고 가세요.”


소영의 하루는 강남 GGV일대에서 포장마차를 여는 것으로 시작된다. 하루종일 무거운 포장마차를 끌고 다니면서 장사를 하지만, 그래도 손님들이 맛있게 먹어주는 걸 보면 괜시리 기분이 좋아지는 그녀였다. 가끔 클로저들도 맛있게 먹어주고 행복한 표정을 짓는 걸 보면 그만큼 행복할 때가 없었다.


오늘은 손님이 별로 없네. 점심시간이라 그런가......어머? 어서오세요.”


 낡은 후드티를 끝까지 눌러써서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손님이 들어왔다. 머리칼은 덥수룩하게 자라 언제 잘랐는지 모를 정도였다. 누가 보면 딱 탈북자처럼 생겼겠네, 하고 혼잣말로 중얼거리면서 소영은 미소를 지었다.


뭘로 드릴까요? 핫도그도 있고, 떡볶이도 있고, 오뎅도 있고, 튀김도 있어요.”


 “.........오뎅 하나.”


, 오뎅 하나 준비해드릴게요!”


소영의 모토는 500원을 받더라도 손님은 손님이라는 거다. 그녀는 재빨리 오뎅 꼬치를 하나 집어 간장종지와 함께 그의 앞에 내놓았다. 후드티를 쓴 사내는 말없이 오뎅을 우적우적 먹더니 이내 물 한잔을 달라고 그녀에게 청했다.


, 물 여기 있습니다.”


 “.......건강해보여서 다행이네.”


후드티의 사내는 그렇게 말하며 후드를 벗었다. 왼쪽 뺨에 일그러진 얼굴, 매섭게 쳐다보는 눈매, 그리고 소영과 똑같은 갈색 머리카락........물을 건네던 소영은 급기야 물컵을 떨어뜨렸다.


, 오빠?”


 그래.”


 “..........진짜 오빠야?”


 “.....대학생이라면서. 혼자 이렇게 장사하고, 미안하다. 오빠로서 해준 게 없어서.”


 소영은 빨개진 얼굴로 빽 소리쳤다.


닥치라구! 오빠가 우리한테 해준 게 뭐가 있는데? 부모님 죽인 거? 집에서 도망친거? 그 이후로 우리 남매가 어떻게 살았는지 알아? 시환이 오빠는 다니던 대학 그만두고 돈 버는 거면 몸도 판다는 회사 벌쳐스에 들어가서 개처럼 일하고 있고, 나는 대학도 휴학하고 포장마차 끌면서 하루에 열시간씩 일하고 있어. 부모님 제사도 못 지낸다고. 다 오빠......오빠 때문인거 알면서......이렇게 철면피를 하고 찾아와? 이 나쁜 놈아!”


 “.......미안하다. 소영아. 하지만 내가 그런 게 아니야. 부모님은 내가 죽이지 않았어.”


 소영이 가차없이 말했다.


웃기는 소리 하지 마. 우리 아빠 엄마는 니가 죽였고, 무고한 시민들........집 가던 아이랑 엄마, 그리고 이름 모르는 할아버지....다 니가 죽였어. 알아? 그리고 뭐? 죽이지 않았다고?”


 사실이야. 난 기억이 없어. 다 내가 한 짓이 아니야. 믿어 줘, 소영아.”


 넌 싸이코패스야.....싸이코패스라고....제발......제발 우리랑 없는 것처럼 살아줘. 우리 인생을 이렇게 만들었으면.....최소한 속죄는 해야될 것 아니야......이게 뭐야...어흐흑....”


그만....그만해. 내가 한 게 아니라잖아!”


 급기야 김민현은 소영의 목덜미를 콱 하고 움켜쥐었다. 갑작스런 조임에 소영은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고 꺽꺽대는 소리만 냈다.


내가 한게 아니라고!”
....커억..."

 

 

거기까지다, 김민현. 그 누나를 놔 줘.”


 ....커억.......나타?”


 그래, 나타 님이시다. 놔 줘, 이 자식아. 단두대!”


쉬잉, 콰앙! 나타의 날카로운 검압이 민현을 베고 지나갔다. 몸 속에 두르고 있는 사철로 막아내긴 했지만 살짝 생채기가 남을 정도로 강한 베기였다. 그 옆에는 빗자루를 탄 여자아이가 소영을 염력으로 끌어당기고 있었다.


네놈들은 뭐냐!”


 우리? 우리는 개들이지. 아저씨 같은 나쁜 놈들 잡는 개들.”


 너희들이 설마....늑대개?”


 그래, 아저씨. 위상능력자가 아저씨만 있는 줄 착각하면 안되지. 기껏해야 B급 차원종한테 빌빌거릴것처럼 보이는데, 반항은 그만하고 항복하라고. 그래야 안 다치지.”


 사철 분쇄!”


 콰아아아앙!


 여우네 포장마차 뒤쪽에 있는 골목을 산산조각낸 김민현이 높게 날아올랐다. 사이킥 무브를 통해 사거리를 확보하고, 동시에 두 명을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나타는 비열한 웃음을 터트리며 달려들었다.


카하하하하! 그래야지, 아저씨! 그래야 싸우는 맛이 있지! 결전기, 무간옥!”


위이이잉!


 검은색의 에너기 빛 한줄기가 일시에 섬광처럼 민현의 몸을 관통했다. 사철로도 막을 수 없는 빛의 휘광이었다. 타오르는듯한 열기를 느끼며 민현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커억! 사철로 못 막다니.......”


 나타는 발길질로 민현을 뻥 차버리며 말했다.


어이, 아저씨. 우리한테 반항하면 이렇게 되는 거야. 알간? 확 그냥 조용히 따라오라고 할 때 따라올 것이지. 우리 꼰대마냥 이것저것 잡소리는 많아서. 망!”


 ,레비아는 당신을 체포하겠어요. 위상의 구속구!”


1급 보안구역에서 봤던 것과 같은 소재의 구속구가 민현의 팔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안 된다. 두 번째로 잡히면 정말로 끝이다. 민현은 비호처럼 날아올라 레비아의 옆에서 훌쩍이고 있던 소영을 잡아채갔다. 이윽고 사철덩어리로 만든 검으로 소영의 목을 겨누고는 소리쳤다.


한 발자국이라도 움직이면 그대로 벤다.”


 .....너 이자식, 돌은 거 아니야? 자기 여동생이잖아!”
쉬잉.


날카로운 사철이 소영의 목을 살짝 그었다. 희고 아름다운 목덜미에서 따뜻한 피 한줄기가 뿜어져나왔다.


거짓말이 아니다. 얼른 무기를 버리고 도망가라. 그러면 나도 더 이상 피해는 주지 않겠다고 약속하마.”


 그건 좀 곤란한데, 우리는 아저씰 체포하라는 명령을 받았거든. 체포 못 하면 우리도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라서 말이야. 크하하하!”


, 나타님! 그만 하세요! 납치범을 자극시키면 안 되요.”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나빠지는 것은 민현의 상황이었다. 벌써 소식을 듣고 강남 GGV일대는 특경대 대원들이 점령하고 있었고, 늑대개 팀원도 두 명이나 멀쩡하게 살아 자신을 겨누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동생을 죽여야만 하는 선택지만 남아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소영아.......하나만 말할게. 오빠는, 나는.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제발 그만 해. 차라리 나를 죽여. 무고한 애들 잡지 말고, 날 죽이라고!”
 


  마지막회로 이어집니다. 

 

2024-10-24 22:37:23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