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

덕후나하는캐릭 2015-07-2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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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서유리 님 완벽하게 미션 완료!"

해맑게 웃으면서 나오는 흑발의 아름다운 소녀가 있었다. 이제 차원종을 처리하는 건 일도 아니라는 듯, 페이즈 건을 빙글빙글 돌리며,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작전본부로 복귀하고 있었다.

"슬비야, 요즘 몸이 노곤해? 작전수행력이 예전 같지가 않..."

자신의 발언에 몸을 움찔거리는 리더를 보며, 유리는 냉큼 말하던 입을 두 손으로 가리지만, 이미 그녀의 완성되지 않은 비판은 비수가 되어 그녀의 마음에 날카롭게 꽂혀버렸다.

"......"

"스...슬비야, 그...가끔 컨디션 안 좋은 날도 있으니 너무 상심하지 말구!"

뒤늦게 위로를 하지만 유독 요즘따라 작전 수행에서 제일 뒤처지는 그녀는 더욱 가혹한 훈련에 훈련을 거듭하여 자신의 몸을 몰아 세웠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그럴 만도...하지..."

힘없이 중얼대는 그녀였다.

지금까지의 싸움은 기초 위상력 만으로도 상대가 가능한 차원종들이 주 상대였다. 특별한 능력이 요구되지 않은, 약하지만도 않지만 ,노력으로 커버가 될 만큼의 전투였던 반면.

앞으로의 싸움은 점점 강해지는 적, 그만큼 선천적인 능력이 성과로 여과 없이 드러나는 전투들뿐일 것이다. 위상 잠재력 수치가 B-인 그녀에게는 같은 훈련을 해도 능력의 강화가

훨씬 뚜렷한 다른 멤버들을 보며, 유독 부쩍 불안해졌고 실제로 결과물에서 점점 차이가 나타나자 불안감은 절박함으로 변화되어 갔다.

"너무 상심 말라구 대장, 나도 이렇게 잘 해나가고 있잖아?"

모종의 이유로 위상력이 뽑힐 대로 뽑혀버린 제이. 적이 강해질수록 그가 설 자리는 점점 없어져 가지만, 서포트 멤버로써 문제없이 활약하고 있다. 물론 이슬비는 그보다는 처지가 나은 상황이기는 하다.

그러나 자신은 그런 지원멤버로 남고 싶지 않다. 자신은 검은양 팀의 리더. 철저한 원톱이 되어 모두를 이끌어 나가고 싶었다.

그런 절박한 상황에서 그녀의 순수함은 점점 변질되어갔다.

"그나저나 세하야, 오늘도 대단하던데?!"

플레인 게이트에서의 차원종들의 수준이 심상치 않다는 걸 느낀 그는 요즘따라 게임을 하는 빈도가 줄었다.

훈련 프로그램도 성실히 참여한다. 그녀가 바라마지 않는 상황이 연출되었지만, 그 상황은 자신에게 있어 마냥 유쾌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게임에 매진하고 훈련도 대충대충 하던 그가 팀에서 무리 없이 따라온다는 건 게으른 천재라고 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런 천재가 이제 본격적으로 노력을 시작하고 있다.

잠재력 B-인 그녀가 추월당하는 건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노력하는 천재가 된 이세하는 이슬비의 위상력따위는 이제 우습게 보일 정도로 팀에서 독보적인 최강이 되었다.

위상 구현력 A+라는 수치가 무슨 소용인가. 소형차는 아무리 능숙하게 다루는게 가능하여도 소형차만큼의 성능을 낼 뿐이고, 그에 비한다면 이세하는 스포츠카였다.

물론 그는 그러한 것을 내색하지 않았다. 이슬비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감정은 점차 열등감에 점점 잠겨지고 있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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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냥 요즘 컨디션이 좀 좋은가 봐."

뭐가 컨디션이 좋다는 거야! 사람 바보 취급하는 것도 유분수지!

"이세하, 요즘은 게임기도 안 갖고 다니나 봐?"

"응? 아...게임이야 물론 엄청 하고 싶지만...요즘 유독 내려지는 임무들이 위험한 것들뿐이잖아? 마냥 놀기만 해서는 민폐라고."

분명 세하가 하는 말은 맞는 말이다. 그가 임무에 충실하고 훈련에 성실히 하도록 잔소리를 쏘아붙인 것도 나다. 

그런데 정작 그런 상황이 되니 왜 이렇게 울화가 치밀지? 분명 정신 차리고 자신의 임무에 충실할 뿐인데, 왜 이렇게 열 받는 거지?!

세하가 수행하는 임무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세하가 하는 훈련의 몇 배를 소화해야 간신히 따라갈 수 있는 나 자신이 비참했다. 자신의 위상 잠재력을 저주했다.

게다가 세하는 그렇게 위상력을 폭발적으로 사용하는데도 불구하고 모발과 눈동자는 변색의 기미가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한계가 대체 어느 정도라는 거야...! 정말! 알파퀸의 아들이라 이거야?!

우리는 그렇게 임무 보고를 위해 보나를 찾았다.

"검은양팀 5명 전원 무사 귀환하였습니다. 정리한 보고서입니다."

나는 이번 탐사의 특징들을 정리한 보고서를 그녀에게 내민다. 꼬마라고는 하지만, 보고받는 입장에서는 완전한 상하관계. 똑 부러지게 해야 한다.

그녀는 늘 받아보는 보고서를 익숙한 듯, 정리된 서류 더미 속에 꽂아넣고는 무언가 전할 것이 있다는 듯. 우리 모두를 향해 넌지시 말을 건넨다.

"캐롤리엘 씨가 할 말이 있다고 하더라고, 다들 일단 들어봐."

우리는 내심 작전수행을 하느라 피곤한 몸을 내색하지 않으려 최대한 노력한 채,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는, 우리의 앞에는 얼마 지나지 않아 찰랑거리는 금발을 드러낸 채 조심스럽게 입장하는 캐롤 씨를 맞이했다.

"Oh...다들 피곤할 텐데, 미안해요...공문을 꼭 전달해야 한다는 지침이라...어쩔 수 없으니 들어주세요."

그녀는 잠시 심호흡을 하더니 자신이 들고 있던 서류를 조심스레 읽어나갔다.

"이번에 벌처스와 유니온의 기술팀들이 서로 협력해 발명한 신기술이 도입됐어요. 위상력 강화수술...이라는군요."

나는 피곤하지만, 집중하는 모습을 유지한 채, 그녀의 설명을 듣다가 강화수술이라는 말에 귀가 쫑긋해짐을 느꼈다.

위상력 강화수술?

"네? 위상력을 강화한다고요?"

관심을 보이는 나를 다들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본다. 그딴 시선 따위 중요하지 않아! 강해질 수 있다고! 뒤처지는 나에게 돌파구가 생긴 거야!

"Yes, 벌처스에서 고안한 이 기술을 정식적인 절차를 받아 서로 협력하여 드디어 성공했다고 하더군요... 물론 이 실험이 성공하기까지 희생된 인명의 숫자는..."

그런 건 나에게 중요하지 않다. 벌처스라는 악랄한 회사라면 처리부대라도 마루타로 사용해서 성공해냈겠지. 지금 내가 무언가 강해질 수 있는 계기가 있다는 게 중요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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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관심 있는 건 알겠지만, 별로 권하고 싶지는 않아..."

제이는 중지와 검지를 모아 자신의 선글라스 위치를 교정하면서, 대장에게 넌지시 말을 건넨다.

"유니온에서 실시하는 실험, 약물, 수술 등은 대게 사용자들을 배려하지 않아...철저히 이용하려는 것들뿐이야...게다가 벌처스까지 개입되어 있다면 두 말할 것도 없지."

자신이 당한 끔찍한 기억들을 되새기며, 그는 진심 어린 충고를 건넸다. 옳지 않은 것이다. 그녀가 잘못해서는 파멸의 길로 빠질 수 있다.

알고 있다. 자신은 어른으로서 말려야 한다. 그러나 결정하는 건 그녀 자신의 의지. 그녀는 제이의 말을 진지하게 듣는듯한 모습이지만, 결심까지 굽히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실험후의 변화를 알려주실 수 있나요. 캐롤씨?"

"수술은 여러 종류가 있지만...슬비양 같은 경우는 1차로 육체를 전** 시절의 모습으로 강화할 거에요. 강제적 성장. 즉 20대 초반의 모습으로 말이죠."

그녀의 설명은 이러했다. 미성년자인 슬비의 몸을 20대로 만들어 더욱 전투에 용이한 육체로 변화시킨 뒤 위상력들을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타당한 내용이었다. 그래야 위상력의 강화도 더 용이할테니 말이다.

"10대 소녀를 20대로 만든다고? 청춘을 소중히 여긴다면 그만두는 게 좋아 대장...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10대니깐 말이지... 아니 그것 외에도 불안하다고."

"물론 예를 들어 23살의 모습으로 만든다고 하면, 23살까지 노화는 없을 거예요.유니온이 공약한 내용이에요"

캐롤의 설명에도 제이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이 끔찍한 실험을 당할 때도 유니온은 그런 보증을 해주었다. 그러나 지금 그에게 남겨진 건 처절한 상태의 몸뚱이뿐이었다.

"대장, 절대로 하지 마! 이건 안돼. 하면 안 되는 거야!"

"...신청서 어딨죠?"

"대장!!!"




분홍 머리의 소녀는 그대로 캐롤에게 신청서를 작성하러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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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슬비야!"


한 달의 시간이 지난 뒤 나타난 그녀의 모습은 이질적이었다.

제이는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지은 채 그녀를 맞이했다. 그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 속에는 걱정이라는 감정이 제일 두드러졌지만 말이다.

10대 여고생 같은 그녀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20대 초반에서 중반으로 보이는 슬비의 모습에 다들 놀란 표정을 지었다.

"스...슬비야, 멋지다!"

유리는 고결함 마저 느껴지는 성인이 된 그녀의 모습에 진심으로 감탄하고 있었다.

세하도 어른스러워진 그녀의 모습에 부끄럽다는 듯 얼굴을 붉힌다.

"잘 지냈어? 오늘부터 바로 작전에 투입해도 된다는 진단을 받았어."


그녀는 능숙했다. 그리고 강력했다.

그간 단련한 이세하의 위상력을 훨씬 웃돌았다. 그녀의 스킬들은 더욱 견고해졌고 능숙한 듯, 차원종들의 몸체에 규율의 칼날이 사정없이 꽂혀 나갔다.

"누나, 대단하세요! "

진심 어린 감탄을 하는 미스틸을 조용한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슬비가 있었다.

그렇게 그녀는 이질적인 모습이지만, 검은양 팀의 리더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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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슬비야, 요즘 주름이...늘지 않았어?"

"...어...어?뭐라고?"

유리는 걱정된다는 듯, 말을 건넨다.

강화수술이 끝난 지 2주도 되지 않은 그때.

그녀의 몸에 변화가 생겨났다.

유리의 말을 듣고 거울을 바라보자 자신의 눈가에 주름이 생긴 것이 보였다.

"어...어째서!"

부작용이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23살이 될 때까지 이 모습 그대로일 거라고 하지 않았던가.

무언가. 이게 무언가!

그걸 바라보는 제이도 괴롭다는 듯, 자신을 책망했다.

수술하러 떠나기 전날까지도 그녀를 말렸다. 그녀는 완고했다. 그렇게 떠나버린 그녀였다.

그러면서 제이는 자신의 마음을 **했다. 나는 말릴 만큼 말렸어. 그녀가 듣지 않은 거야. 유니온의 잘못이야. 내 잘못이 아니야.

그러나 그를 짓누르는 책임감은 그런 정신 **로 풀리는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이런 결과가 나올 거라고 내심 직감했다.

자신은 할 만큼 한 것이라고 위로하였지만, 그딴 건 자신의 안정에 조금도 도움되지 않았다. 유니온의 기술력도 발전해서 괜찮을 거라고 내심 자신을 스스로 안심시켰던 안이함과 자신이 더 말리지 않았던 결단력 모두를 저주했다.


"이...이게 어떻게 된 거에요!!!"

며칠이 지나 변한 자신의 모습을 이끌고 캐롤에게 달려가 따진다.

이미 그녀의 모습은 며칠 새에 30대 중후반의 원숙함이 묻어 나오고 있었다.

"뭐...뭐냐구요! 캐롤 씨! 부작용은 없다면서! 이게 어떻게 된 거냐구요!"

"나...나는 그저 전달받은 사항을 전해줬을 뿐이에요! 나...나한테 이러지 마요!"

그녀는 자신의 책임을 회피했다.

유니온 기술팀에 항의해도 철저히 묵살될 뿐이었다.

매스컴에 공표하려고 해도 이미 뒷돈을 먹은 만큼 먹은 그들이 슬비를 위한 기사를 써줄 리가 없었다.

같은 검은양팀 멤버들도 처음엔 적극적으로 항의활동에 동참 하였으나 점점 그들은 지쳐갔다. 당사자가 아닌 그들은 점점 슬비의 이 사태에 대해 무관심해져 갔다.

그녀는 점점 늙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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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괴로운 잠자리를 들고 일어나 화장실 거울을 바라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마주하고 말았다.


"어...어째서 어째서어어어어!!!"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이토록 자괴감이 들을 수가 있을까.

그녀의 강함을 위한 욕심은 철저하게 일그러져 늙어버린 할머니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보송보송한 피부는 주름이 자글자글해졌고, 그 잔티 하나 없던 흰색 얼굴에 드물지 않게 검버섯이 듬성듬성 피어있었다.

그녀가 원래의 몸 상태에서 입었었던 귀여운 디자인의 잠옷은 현재의 모습으론 그저 주책떠는 할망구의 역겨운 주접으로 보였고.

모든 신체가 노화되었지만 분홍머리만큼은 그대로여서 더욱 이질적이고 추하게 느껴졌다.

공포, 절망, 비명, 절규, 슬픔. 수술을 받을 때 느꼈던 그 비극적인 감정들이 다시 그녀를 뒤덮었다.

허리를 펴기가 쉽지 않다. 몸이 둔해짐을 느꼈다. 

"왜! 대체 왜!!!"

더는 찾을 수 없는 자신의 젊음.

물론 유니온에게 이 꼬락서니가 된 자신을 돌려내라고 철저하게 항의하겠지만, 그들이 그녀의 절규를 들어줄 리는 만무했다.

그저 검증된 수술이라는 거짓말을 해서 마루타를 하나 더 확보했을 뿐이다.

그녀는 이미 그들에게 버려진 실험용 쥐였다.


육체의 노화로 그녀의 위상력뿐 아닌 정신조차 망가뜨렸다.

"말도 안 돼... 말도 안 된다고!!!"

그녀의 절규가 울려 퍼진다.

무엇이란 말인가. 차원종을 학살하기 위해, 강해지기 위해, 그렇게 노력하던 그녀의 마음은 소녀의 청춘을 피어**도 못한 채, 노력하려는 자신의 마음에 대한 보상이... 그 종착지가! 폭삭 늙어버린 할머니의 모습이란 말인가!

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지는 사이, 집의 우편으로 더 이상은 클로저 활동에 적합하지 않다는 일방적인 해고통보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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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오늘도 전선에서 멋지게 차원종을 퇴치해, 우리의 평화를 지켜주는 검은양 팀입니다!"

이슬비는 폭삭 늙어버려 치매가 걸린 몸뚱이로 요양원의 TV를 바라본다.

최근 들어 정신이 온전치 않은 그녀가 브라운관을 통해 바라본 건 아직도 창창한 10대의 젊은 모습을 가진 세하와 유리의 모습이다.

"저희 검은양팀 '4명'은 여러분들의 평화를 위해 오늘도 열심히 단련할 것을 다짐합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슬픔과 절망이 치매 증상으로 옅어져 간다.

이미 완전히 할머니가 된 이슬비의 모습은 그저 그녀의 얼굴에 만연한 주름을 씰룩댔고 실실거리며 중얼댄다.

"헤...헤헤 검으야...앙.. 멋지다... 멋져... 나도 저러케 머찌게 싸우고 싶다..."

자신이 그 팀의 리더였던 것도 잊은 채, 그녀는 치매 걸린 할머니의 모습으로 중얼댔다.

"화이...티이이잉... 검으...은...야아앙...헤헤헤헤헤"



-----FIN

2024-10-24 22:37:07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